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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화 : 마침내 해방]
“괴물 같은 놈…….”
건일이 중얼거렸다.
놈은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 또 다른 시체를 번쩍 들어올렸다.
“난 세잔의 아들 셴이다. 네놈은?”
대답해줄 가치가 없다.
건일이 재빨리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
놈은 시체로 탄환을 막아내며 곧장 건일에게 돌진해 왔다.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크윽!”
건일이 재빨리 뒷걸음질 치며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셴은 여전히 시체로 탄환을 막아내며 건일을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도중에 레칸이 검으로 셴의 진로를 막아봤지만…….
“날 방해하지 마라!!”
셴은 일갈과 함께 단번에 레칸을 쳐냈다.
레칸이 형편없이 날아가 버렸다.
건일이 경악했다.
“괴물이냐, 저거?!”
레칸도 힘으론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텐데, 그 레칸을 힘에서 찍어 눌러 버렸다.
“이리 와라, 마법사!!”
셴은 거의 표효하듯 내달렸다. 건일은 뒤로 물러나며 정확히 셴의 몸통을 겨누었다.
타앙.
시체가 하도 총에 맞는 바람에 너덜너덜해져 뜯겨 나갔다.
건일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덕에 셴은 완전히 방패를 잃었다.
하지만, 셴은 방패로 쓸 수 없게 된 시체를 건일에게 집어던졌다.
건일은 한순간 시야가 가로막혔다.
그가 급히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 잠깐의 빈틈 동안 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접근해 있었다.
건일이 경악하며 급히 총구로 놈을 겨누었지만, 셴이 검을 올려쳐 총구를 억지로 들어올렸다.
건일이 버티려고 했지만 압도적인 근력차에 밀려 버렸다.
총을 쥐고 있던 손이 저릿하다 못해 뜯겨져 가는 기분이 들었다.
“크앗!!”
셴이 정확히 건일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건일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총이 들린 반동을 억지로 이용해 개머리판으로 셴을 후려쳤다.
아슬아슬하게 건일의 움직임이 빨랐다.
완벽하게 철로 된 개머리판에 얻어맞은 셴이 뒤쪽으로 밀려났다.
잠깐의 틈이었지만, 총을 쏘기에 무리가 없는 거리다.
건일은 급히 총을 쏴댔다.
타다당.
초근접 거리에서 총을 쐈는데도 셴이 피해냈다.
건일이 셴보다 훨씬 더 빠르게 총구를 움직였다.
타앙.
“크앗!!”
연발을 피해내던 셴이 드디어 네 발째에 왼쪽 다리에 맞고 말았다.
놈의 기동력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건일은 거리를 좁히는 대신,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늘렸다.
셴이 검을 지팡이 삼아 버텨내며 소리쳤다.
“이 비겁한 새끼가!”
“비겁하긴.”
건일이 적당히 거리를 벌렸다 생각하고 셴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머리가 좋은 거지.”
건일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셴은 한쪽 다리가 맛이 간 상황에서도 용케 몸을 피했다.
그 대신 오른쪽 어깨를 관통 당했지만.
“으악!!”
셴이 비명을 지르며 오른쪽 어깨를 감싸 쥐었다.
건일은 표정을 찡그렸다.
그는 고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그가 하는 게 완전히 고문이지 않은가.
건일이 혀를 차고 천천히 말했다.
“편히 보내줄게. 가만히 있어.”
“하하! 웃기지 마라, 마법사!!”
셴이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놈은 총 두 발을 맞아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걸어왔다.
건일은 잠시 그가 쏜 게 권총이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은 분명 저격총이었다.
레칸이나 아르타 이상 가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놈은 사람이었다.
왼쪽 다리와 오른 어깨를 꿰뚫린 상태에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 느릿느릿 걸어왔다.
건일은 다시 셴의 몸통을 겨누었다.
“편히 죽어라.”
타앙.
총성이 울리고 셴의 배에 바람구멍이 났다. 놈은 욕지기를 내뱉으려다가 옆으로 넘어갔다.
건일은 셴에게 가까이 다가가 총구로 놈을 찔렀다.
놈은 눈을 치뜨고 있었지만 반응이 없다.
죽었다.
건일이 식은땀을 닦아내고 외쳤다.
“반투 씨!”
건일의 외침에, 셴에게 압도당해 얼어붙어 있던 저격수들이 정신을 차렸다.
반투를 비롯해, 몇 명의 저격수가 헐레벌떡 건일에게 달려왔다.
건일은 그들에게 짜증을 냈다.
“좀 도와주지 그랬어요.”
애초에 저격수들이 정신을 차렸다면, 셴과 사투를 벌일 필요도 없었다.
정말로 건일은 죽을 뻔했다.
반투가 식은땀을 닦아내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짜증을 부리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만약 건일이 반투와 같이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있었다면 건일 역시 그들처럼 얼어붙었을 것이었다.
그만큼 셴은 괴물 같은 남자였다.
건일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하… 됐어요. 한두 명만 날 따라와요. 골렘을 만든 마법사를 찾아야 하니까. 나머지는 혹시 살아 있는 사람 있는지 확인하고 확인 사살해요.”
“아… 예.”
반투와 게아르가 건일을 따라오기로 했다. 나머지는 적들을 확인 사살 하는 동시에, 부상자들을 근처 민가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건일은 반투에게 부탁해 횃불을 만들어 달라 부탁했다. 반투는 능숙한 솜씨로 횃불을 만들었고, 건일은 그 횃불을 들고 골렘이 나온 지하로 내려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골렘 마법사가 숨어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
그리 오래 내려가지 않아 바닥에 다다랐다.
지하는 골렘을 보관하는 창고였다.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골렘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다가 그 창고의 끝에, 사람이 쭈그려 엎드린 윤곽이 보였다. 건일이 그쪽에 횃불을 비췄다.
역시나 사람이었다. 놈은 디룩디룩 살이 찐 돼지 같았다.
그러나 어째선지 엎드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건일이 조심스레 그쪽으로 다가갔다.
건일이 조심스레 총구로 놈을 찔러봤다.
역시 미동이 없다.
건일은 발로 놈을 뒤집었다.
놈은 게거품을 문 채 눈을 허옇게 치뜨고 있었다.
혈색을 봐선 죽은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옆에 있던 반투가 말했다.
“골렘을 만드는 마법사입니다.”
일단 다행이었다.
일이 여기까지 흘러왔는데, 이 녀석이 마법사가 아니라면 꽤 곤란해질 터였다.
건일이 중얼거렸다.
“자살을 한 거 같은데요.”
도적떼들이 이 아래로 내려온 걸 본 적이 없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험한 꼴을 당하기 전에 자살을 한 모양이었다.
그 괴물 같은 셴을 상대한 것 치고는 정말 싱거운 결말이었다.
아르타의 말을 들었을 땐, 이 마법사가 우두머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마 이 무리의 실질적인 우두머리는 셴이었던 듯싶다.
건일은 맥이 풀려서 힘들게 미소를 지었다.
“가서 아르타 님을 부르세요. 인질들을 구했다고. 여러분은 자유입니다.”
“네!!”
대답하는 반투는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표정이었다.
반투가 급히 창고를 달려 나가자, 건일은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방금 전 그 셴이란 남자가 떠올랐다.
건일은 그의 손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단 걸 깨달았다.
‘…겁을 먹었네.’
건일은 겁을 먹었다.
총구를 쳐내는 일격에 양손을 저리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완력에, 눈앞에서 총을 피하는 민첩성까지 지닌 사내였다.
총이 없었다면 죽는 건 건일 쪽이었다.
아르타와 레칸을 비롯한 사냥꾼들의 체력을 보고서도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이곳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셴 같은 괴물이 얼마나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 근력도 더욱 더 기르고, 체력도 늘려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되돌아가기 위해서.
건일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다시 단련하자.’
잠시 뒤, 반투가 건일에게 되돌아왔다.
“건일 님. 사람들이 왔습니다. 건일 님을 보고 싶어 해요.”
“네.”
건일이 간단하게 대꾸를 하고 반투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갔다.
지상에선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들끼리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완고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냥꾼들도 가족을 보니 눈물을 흘리며 행복해 했다.
건일은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어머니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건일을 걱정하고 있을 터였다.
사이가 서먹서먹했다 해도, 가족이니까.
건일이 쓴웃음을 지으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다시금 그의 목적을 떠올린다.
어떻게든, 그가 살고 있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법을 찾아서 되돌아갈 것이다.
“건일 님.”
문득, 아르타가 건일 쪽으로 걸어왔다. 건일이 고개를 들어 아르타를 바라봤다.
아르타는 건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조용히 숨 죽여 아르타를 바라봤다.
아르타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고개까지 숙였다.
건일은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당황해 손을 내저었다.
“아, 저기, 아르타 님?”
건일이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아르타는 완고했다.
그는 그 상태에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정말로 고맙소이다.”
그 말을 듣고, 건일이 멈칫했다.
아르타가 말을 이었다.
“우리 마을은, 당신에게 잊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소. 우리 규율로는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수준이오. 그러니 당신 말대로… 우린 죽을 때까지 당신에게 은혜를 갚으며 살고 싶소이다. 당장은 부상자들 때문에 잔치를 벌일 수 없지만, 부상자들이 낫는 대로 당신을 위한 잔치를 열겠소이다.”
“아…….”
건일이 당황해서 대답도 못 하고 있었다.
아르타는 천천히 일어나서 마을 사람들 쪽을 바라봤다.
그는 건일의 손을 붙잡아 치켜세웠다.
아르타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마을을 구해 준 건일 님을 위해, 만세!!”
그걸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만세 소리가 들려왔다.
건일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가, 다치지 않은 사냥꾼들이 건일에게 달려와 번쩍 들어올렸다.
“으아?”
건일이 깜짝 놀라 벗어나려 했지만, 사냥꾼들의 힘이 너무나도 강했다.
“잠깐, 잠깐, 잠깐!!”
그들은 건일을 그대로 붙잡고서 그대로 헹가래를 쳐 댔다.
일반적인 높이가 아니었다.
건일은 족히 3m는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그 다음엔 사냥꾼들이 힘을 합쳐 4m까지 치솟았다.
“으아아아아아악!!”
완력이 세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건일은 엄청나게 치솟았다가 아래로 고꾸라졌다.
고공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했다.
그는 소리를 지르다 내려달라 외치려 했다.
하지만.
“으…….”
헹가래를 쳐대는 사람들이 웃으면서 우는 모습을 보자,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건일 만세라는 소리와, 헹가래를 치며 나는 함성 소리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괴물 같은 놈…….”
건일이 중얼거렸다.
놈은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 또 다른 시체를 번쩍 들어올렸다.
“난 세잔의 아들 셴이다. 네놈은?”
대답해줄 가치가 없다.
건일이 재빨리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
놈은 시체로 탄환을 막아내며 곧장 건일에게 돌진해 왔다.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크윽!”
건일이 재빨리 뒷걸음질 치며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셴은 여전히 시체로 탄환을 막아내며 건일을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도중에 레칸이 검으로 셴의 진로를 막아봤지만…….
“날 방해하지 마라!!”
셴은 일갈과 함께 단번에 레칸을 쳐냈다.
레칸이 형편없이 날아가 버렸다.
건일이 경악했다.
“괴물이냐, 저거?!”
레칸도 힘으론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텐데, 그 레칸을 힘에서 찍어 눌러 버렸다.
“이리 와라, 마법사!!”
셴은 거의 표효하듯 내달렸다. 건일은 뒤로 물러나며 정확히 셴의 몸통을 겨누었다.
타앙.
시체가 하도 총에 맞는 바람에 너덜너덜해져 뜯겨 나갔다.
건일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덕에 셴은 완전히 방패를 잃었다.
하지만, 셴은 방패로 쓸 수 없게 된 시체를 건일에게 집어던졌다.
건일은 한순간 시야가 가로막혔다.
그가 급히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 잠깐의 빈틈 동안 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접근해 있었다.
건일이 경악하며 급히 총구로 놈을 겨누었지만, 셴이 검을 올려쳐 총구를 억지로 들어올렸다.
건일이 버티려고 했지만 압도적인 근력차에 밀려 버렸다.
총을 쥐고 있던 손이 저릿하다 못해 뜯겨져 가는 기분이 들었다.
“크앗!!”
셴이 정확히 건일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건일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총이 들린 반동을 억지로 이용해 개머리판으로 셴을 후려쳤다.
아슬아슬하게 건일의 움직임이 빨랐다.
완벽하게 철로 된 개머리판에 얻어맞은 셴이 뒤쪽으로 밀려났다.
잠깐의 틈이었지만, 총을 쏘기에 무리가 없는 거리다.
건일은 급히 총을 쏴댔다.
타다당.
초근접 거리에서 총을 쐈는데도 셴이 피해냈다.
건일이 셴보다 훨씬 더 빠르게 총구를 움직였다.
타앙.
“크앗!!”
연발을 피해내던 셴이 드디어 네 발째에 왼쪽 다리에 맞고 말았다.
놈의 기동력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건일은 거리를 좁히는 대신,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늘렸다.
셴이 검을 지팡이 삼아 버텨내며 소리쳤다.
“이 비겁한 새끼가!”
“비겁하긴.”
건일이 적당히 거리를 벌렸다 생각하고 셴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머리가 좋은 거지.”
건일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셴은 한쪽 다리가 맛이 간 상황에서도 용케 몸을 피했다.
그 대신 오른쪽 어깨를 관통 당했지만.
“으악!!”
셴이 비명을 지르며 오른쪽 어깨를 감싸 쥐었다.
건일은 표정을 찡그렸다.
그는 고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그가 하는 게 완전히 고문이지 않은가.
건일이 혀를 차고 천천히 말했다.
“편히 보내줄게. 가만히 있어.”
“하하! 웃기지 마라, 마법사!!”
셴이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놈은 총 두 발을 맞아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걸어왔다.
건일은 잠시 그가 쏜 게 권총이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은 분명 저격총이었다.
레칸이나 아르타 이상 가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놈은 사람이었다.
왼쪽 다리와 오른 어깨를 꿰뚫린 상태에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 느릿느릿 걸어왔다.
건일은 다시 셴의 몸통을 겨누었다.
“편히 죽어라.”
타앙.
총성이 울리고 셴의 배에 바람구멍이 났다. 놈은 욕지기를 내뱉으려다가 옆으로 넘어갔다.
건일은 셴에게 가까이 다가가 총구로 놈을 찔렀다.
놈은 눈을 치뜨고 있었지만 반응이 없다.
죽었다.
건일이 식은땀을 닦아내고 외쳤다.
“반투 씨!”
건일의 외침에, 셴에게 압도당해 얼어붙어 있던 저격수들이 정신을 차렸다.
반투를 비롯해, 몇 명의 저격수가 헐레벌떡 건일에게 달려왔다.
건일은 그들에게 짜증을 냈다.
“좀 도와주지 그랬어요.”
애초에 저격수들이 정신을 차렸다면, 셴과 사투를 벌일 필요도 없었다.
정말로 건일은 죽을 뻔했다.
반투가 식은땀을 닦아내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짜증을 부리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만약 건일이 반투와 같이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있었다면 건일 역시 그들처럼 얼어붙었을 것이었다.
그만큼 셴은 괴물 같은 남자였다.
건일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하… 됐어요. 한두 명만 날 따라와요. 골렘을 만든 마법사를 찾아야 하니까. 나머지는 혹시 살아 있는 사람 있는지 확인하고 확인 사살해요.”
“아… 예.”
반투와 게아르가 건일을 따라오기로 했다. 나머지는 적들을 확인 사살 하는 동시에, 부상자들을 근처 민가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건일은 반투에게 부탁해 횃불을 만들어 달라 부탁했다. 반투는 능숙한 솜씨로 횃불을 만들었고, 건일은 그 횃불을 들고 골렘이 나온 지하로 내려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골렘 마법사가 숨어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
그리 오래 내려가지 않아 바닥에 다다랐다.
지하는 골렘을 보관하는 창고였다.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골렘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다가 그 창고의 끝에, 사람이 쭈그려 엎드린 윤곽이 보였다. 건일이 그쪽에 횃불을 비췄다.
역시나 사람이었다. 놈은 디룩디룩 살이 찐 돼지 같았다.
그러나 어째선지 엎드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건일이 조심스레 그쪽으로 다가갔다.
건일이 조심스레 총구로 놈을 찔러봤다.
역시 미동이 없다.
건일은 발로 놈을 뒤집었다.
놈은 게거품을 문 채 눈을 허옇게 치뜨고 있었다.
혈색을 봐선 죽은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옆에 있던 반투가 말했다.
“골렘을 만드는 마법사입니다.”
일단 다행이었다.
일이 여기까지 흘러왔는데, 이 녀석이 마법사가 아니라면 꽤 곤란해질 터였다.
건일이 중얼거렸다.
“자살을 한 거 같은데요.”
도적떼들이 이 아래로 내려온 걸 본 적이 없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험한 꼴을 당하기 전에 자살을 한 모양이었다.
그 괴물 같은 셴을 상대한 것 치고는 정말 싱거운 결말이었다.
아르타의 말을 들었을 땐, 이 마법사가 우두머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마 이 무리의 실질적인 우두머리는 셴이었던 듯싶다.
건일은 맥이 풀려서 힘들게 미소를 지었다.
“가서 아르타 님을 부르세요. 인질들을 구했다고. 여러분은 자유입니다.”
“네!!”
대답하는 반투는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표정이었다.
반투가 급히 창고를 달려 나가자, 건일은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방금 전 그 셴이란 남자가 떠올랐다.
건일은 그의 손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단 걸 깨달았다.
‘…겁을 먹었네.’
건일은 겁을 먹었다.
총구를 쳐내는 일격에 양손을 저리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완력에, 눈앞에서 총을 피하는 민첩성까지 지닌 사내였다.
총이 없었다면 죽는 건 건일 쪽이었다.
아르타와 레칸을 비롯한 사냥꾼들의 체력을 보고서도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이곳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셴 같은 괴물이 얼마나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 근력도 더욱 더 기르고, 체력도 늘려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되돌아가기 위해서.
건일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다시 단련하자.’
잠시 뒤, 반투가 건일에게 되돌아왔다.
“건일 님. 사람들이 왔습니다. 건일 님을 보고 싶어 해요.”
“네.”
건일이 간단하게 대꾸를 하고 반투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갔다.
지상에선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들끼리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완고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냥꾼들도 가족을 보니 눈물을 흘리며 행복해 했다.
건일은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어머니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건일을 걱정하고 있을 터였다.
사이가 서먹서먹했다 해도, 가족이니까.
건일이 쓴웃음을 지으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다시금 그의 목적을 떠올린다.
어떻게든, 그가 살고 있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법을 찾아서 되돌아갈 것이다.
“건일 님.”
문득, 아르타가 건일 쪽으로 걸어왔다. 건일이 고개를 들어 아르타를 바라봤다.
아르타는 건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조용히 숨 죽여 아르타를 바라봤다.
아르타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고개까지 숙였다.
건일은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당황해 손을 내저었다.
“아, 저기, 아르타 님?”
건일이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아르타는 완고했다.
그는 그 상태에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정말로 고맙소이다.”
그 말을 듣고, 건일이 멈칫했다.
아르타가 말을 이었다.
“우리 마을은, 당신에게 잊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소. 우리 규율로는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수준이오. 그러니 당신 말대로… 우린 죽을 때까지 당신에게 은혜를 갚으며 살고 싶소이다. 당장은 부상자들 때문에 잔치를 벌일 수 없지만, 부상자들이 낫는 대로 당신을 위한 잔치를 열겠소이다.”
“아…….”
건일이 당황해서 대답도 못 하고 있었다.
아르타는 천천히 일어나서 마을 사람들 쪽을 바라봤다.
그는 건일의 손을 붙잡아 치켜세웠다.
아르타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마을을 구해 준 건일 님을 위해, 만세!!”
그걸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만세 소리가 들려왔다.
건일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가, 다치지 않은 사냥꾼들이 건일에게 달려와 번쩍 들어올렸다.
“으아?”
건일이 깜짝 놀라 벗어나려 했지만, 사냥꾼들의 힘이 너무나도 강했다.
“잠깐, 잠깐, 잠깐!!”
그들은 건일을 그대로 붙잡고서 그대로 헹가래를 쳐 댔다.
일반적인 높이가 아니었다.
건일은 족히 3m는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그 다음엔 사냥꾼들이 힘을 합쳐 4m까지 치솟았다.
“으아아아아아악!!”
완력이 세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건일은 엄청나게 치솟았다가 아래로 고꾸라졌다.
고공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했다.
그는 소리를 지르다 내려달라 외치려 했다.
하지만.
“으…….”
헹가래를 쳐대는 사람들이 웃으면서 우는 모습을 보자,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건일 만세라는 소리와, 헹가래를 치며 나는 함성 소리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