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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화 : 마을 공방전]
그날 밤.
달이 뜨지 않아 밤길이 어두웠다.
그러나 그 어두운 밤길을 마치 훤한 대낮마냥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건일을 필두로 한 총 20여 명의 사냥꾼들이었다.
그들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빠르게 마을로 향했다.
사냥꾼들의 가족이 억류된 광산촌은 사냥꾼들의 마을과는 달리 언덕 위에 위치해 있었다.
주변이 탁 트여서 주변을 살피기 좋은 형태였으나, 그건 아래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오늘 밤은 달이 뜨지 않은 밤.
이미 밤눈에 익숙해진 사냥꾼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광산촌 어귀에는 두 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레칸이 칼을 갈고 있는 사이, 게일과 게아르 형제가 보초를 서고 있는 산적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두 사람은 산적의 뒤에 다가가 단검으로 목을 그었다.
산적들이 버둥거리며 발악했지만, 목의 경동맥을 찔린 탓에 오래가지 않았다.
게일과 게아르 형제는 조심스레 시체를 치워놓고, 숨어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했다.
건일이 조용히 총을 꼬나 쥐며 광산촌으로 들어갔다.
적들은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 숙소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산적 둘이 숙소를 지키고 있었지만 아직 이변을 깨닫진 못했다.
건일을 비롯해 활을 잘 쏘는 사냥꾼 열 명이 소리 없이 각자 다른 집의 지붕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저격수들이 자리를 잡자, 칼을 갈고 있던 레칸이 일어났다.
이제 돌격병들이 한 가운데에 있는 숙소로 돌진했다.
산적들이 그제야 이변을 눈치 챘다.
하지만 그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그들의 목에 화살이 꽂히는 것이 더 빨랐다.
산적들은 입에서 피가 끓는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다.
그 소리를 듣고 숙소에서 반응이 있었다.
산적 몇 명이 무기를 꼬나 쥐고 숙소를 뛰쳐나왔지만, 그때마다 저격수들의 먹이가 됐다.
철컹. 철컹.
한동안 적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기분 나쁜 쇳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골렘인가?’
건일이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숙소 지하에서 5m 가량 크기의 고릴라 형태를 한 골렘이 튀어 나왔다.
골렘들은 비대한 상체를 지탱하기 위해 긴 앞다리를 땅에 디뎌 사족 보행으로 걸어 나왔다.
골렘은 지하에서 걸어 나와 단숨에 도적 숙소를 포위하고 있는 사냥꾼들에게 달려들었다.
“으랏차아아아!!”
레칸이 선두로 돌진했다. 그가 온 힘을 다해 검으로 골렘을 후려쳤다.
하지만 맞은 부위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레칸이 재차 공격을 해봤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골렘이 마치 파리를 쫓듯 손을 흔들어 레칸을 후려쳤다.
레칸은 힘없이 날아가 버렸다.
저 덩치를 아무렇지 않게 날려 버린 걸 보니, 완력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인 것 같았다.
“살을 날려!”
누군가의 외침에 골렘을 향해 살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흠집이 나지 않았다.
화살을 쐈던 반투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 이거 돌아버리겠군. 상대가 안 되잖아.”
골렘의 등장으로 전황이 바뀌었다.
산적 떼들은 골렘 한 기만으로도 사기가 올라 방패와 검으로 진형을 갖췄다.
놈들은 금방이라도 골렘과 함께 숙소 밖으로 치고 나올 기세였다.
골렘은 생긴 것 답게 고릴라처럼 우직하게 사냥꾼들 앞에 버티고 섰다.
그 압도적인 공격력과 방어력 앞에, 사냥꾼들은 무기력하게 뒤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사냥꾼들 쪽으로 다가온 골렘이 가장 가까운 사냥꾼을 향해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타앙.
총성이 울렸다.
골렘이 우뚝 멈춰 서고, 무시무시한 정적이 흘렀다.
산적들도, 사냥꾼들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어 가만히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이 장소에서 이 상황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있는 건 오직 건일 뿐.
그렇기에 그가 스스로 정적을 깼다.
그는 능숙하게 노리쇠를 잡아당겨 탄피를 빼내고 소리쳤다.
“골렘은 제가 상대합니다! 여러분들은 산적 떼를 맡으세요!”
그 소리에 사냥꾼들과 산적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단 일격에 골렘이 무력화됐다.
골렘이 레칸을 날려 버렸을 때처럼 전황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와아아아아!!”
아래에 있던 사냥꾼들에게 사기가 되돌아왔다.
날아가 있던 레칸도 다시 힘을 얻고 일어났다.
숙소에서 방패진을 갖추고 튀어나오려던 산적들이 움찔하며 멈춰 섰다.
그걸 지켜보던 반투가 말했다.
“역시 마법사다. 단번에 전황을 뒤집었어.”
하지만 멍하게 있을 시간은 없었다. 숙소엔 아직 더 많은 적들이 남아 있었다.
지붕 위에 있는 대부분의 저격수들이 살을 날려봤지만, 단단한 방패진을 꿰뚫을 수는 없었다.
건일이라면 방패진을 뚫을 수 있을 테지만 그들이 아직 나올 준비를 갖추지 않았다.
뭣보다 아직 골렘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탄환을 낭비할 수 없었다.
철컹. 철컹.
건일의 예상대로 골렘이 지하에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사족 보행으로 계단을 걸어 오르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완전히 지상에 올라오자, 5m나 되는 크기는 사냥꾼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그런 덩치에 무시무시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지녔어도 건일 앞에선 무의미했다.
타앙.
위풍당당하게 서서 사냥꾼들을 공격할 준비를 하던 골렘이 총에 맞아 뒤로 넘어갔다.
“한 놈 더!”
골렘 두 기째가 일격에 박살나자, 산적들은 완전히 기세를 잃어버렸다.
그에 비해 사냥꾼들의 사기가 더욱 더 올라 하늘에 닿을 정도로 치솟았다.
사기의 차이로 전투력에서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사냥꾼들은 금방이라도 산적들이 있는 숙소 안으로 치고 들어갈 기세였다.
산적들은 그저 방패진 안에 웅크린 채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있는 대로 골렘을 다 보내! 저 쪽도 마법사는 한 놈이다!! 곧 한계가 올 거야! 너희들은 방패를 들어 진형을 갖춰! 놈들은 창이 없다! 버텨라! 버티면 우리의 승리다!!”
산적들의 방패진 안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타와 마찬가지로 기백이 담겨 있었지만 훨씬 더 젊은 목소리였다.
사자후와 같은 호통 소리에 도적떼들이 다시 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흠…….”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상황이 조금 귀찮아 졌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건일 쪽이 유리하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건일이 다음 골렘을 쏘아 맞추기 위해 대기했다.
아르타가 확인한 골렘은 다섯.
아마 그 두 배 정도가 더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거기에 혹여나 빗나갈 경우, 그리고 불발탄이 날 경우를 계산해 날탄을 추가로 15발 정도 만들어 달라 부탁한 것이고.
이제 두 발을 쏴서 남은 것은 13발.
그가 괜히 조급하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승리는 건일과 사냥꾼들의 것이었다.
“방패진으로 지하에서 나오는 골렘을 지켜!”
또다시 사자후가 들려왔다.
산적들은 그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방패진이 골렘이 올라오는 지하 출구 쪽으로 움직였다.
건일이 이를 깨물었다.
방패진에 쓸데없이 탄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사냥꾼들이 방패진과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 골렘들이 계속해서 걸어 올라왔다.
한참 뒤, 방패진이 산개하며 그 안에서 열 기의 골렘이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열 기라고?!’
건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골렘이 튀어나왔다.
방패진에서 대치하고 있던 사냥꾼들이 급격하게 겁을 집어먹으며 뒤로 물러났다.
건일은 이를 깨물고, 우선 가까이에 있는 골렘부터 쏘아 맞추기 시작했다.
‘한 놈, 두 놈, 세 놈……!’
하지만 건일이 총을 쏘는 것보다, 골렘이 사냥꾼들을 덮치는 게 더 빨랐다.
골렘은 그 긴 팔을 사냥꾼들의 진형을 향해 휘둘렀다.
단 일격에 세 명의 사냥꾼들이 높게 날아올랐다 처참하게 땅바닥에 처박혔다.
상식을 벗어난 완력이었다.
“으아아악!”
골렘들이 하나 둘, 사냥꾼들을 덮치기 시작했고,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건일이 필사적으로 골렘들을 쏘아 맞추기 시작했다.
‘다섯, 여섯, 일곱…!’
골렘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튀어나왔다.
건일이 재빠르게 골렘을 처리하긴 했지만, 골렘들은 생긴 대로 고릴라처럼 거칠고 빠르게 사냥꾼들에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놈들이 팔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사냥꾼 두셋이 허공을 날았다.
보다 못한 저격수들이 건일과 함께 골렘을 향해 살을 날렸지만, 무의미했다.
오직 건일의 탄만이 골렘에게 유효했다.
그래도 건일이 필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덕에, 골렘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망할…….”
하지만 그 뒤를 이어, 네 기의 골렘이 더 튀어나왔다.
남은 탄환은 셋.
건일이 욕지기를 뱉으며 일단 골렘 세기를 쏘아 맞췄다.
다행히 불발탄은 없어 세 기의 골렘을 멈추게 했지만, 이제 대골렘용 탄환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남은 골렘은 또다시 사냥꾼들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젠장!!”
건일이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는 급히 보통 탄환을 꺼내 탄창에 박아 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하지만 골렘의 외피는 뚫리지 않고 조금 우그러졌을 뿐이었다.
역시 보통 탄환으로는 저 골렘의 외피를 뚫을 수 없었다.
건일이 이를 깨물었다.
그걸 본 숙소 안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우렁차게 소리쳤다.
“이제 놈들은 골렘을 쓰러뜨릴 수 없다! 반격해!!”
또다시 전황이 뒤바뀌었다.
산적 놈들이 공세로 전환해 튀어나왔다.
골렘을 상대하느라 지상에 있던 사냥꾼들 대부분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나마 레칸이 오기로 버티고 서 있었지만, 건일과 사냥꾼들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건일은 순식간에 총열을 갈아 끼우고, 지붕에서 내려왔다.
“어쩌려고요!!”
반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건일은 방금 전보다 짧아진 총신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며 소리쳤다.
“저격수들, 저격 부탁합니다!”
반투를 이를 깨물고, 산적들의 방패진을 노렸다.
반투는 방패진의 빈틈을 정확히 노려 살을 당겼다.
그가 살을 놓을 때마다 방패진이 조금씩 약해졌다.
하지만 완전히 와해시키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만 건일에게는 산적들의 진격을 잠시라도 늦추는 데 의의가 있었다.
건일은 마지막 골렘과 대치하고 있는 레칸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레칸! 도와줘요! 골렘에다 직접 대고 쏠 겁니다!”
“뭐라구요? 되겠어요?”
레칸이 미심쩍게 물었다.
그는 이미 보통의 방법으론 저 골렘을 꿰뚫지 못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에서 골렘에 바짝 붙어서 쏜다고 달라질 건 없어 보였다.
“몰라요. 되든 안 되든, 안 하면 어차피 다 죽잖아요.”
“하…….”
레칸이 한숨을 내쉬었다.
건일은 조정간을 연발로 바꾸었다.
“레칸, 놈의 시선을 끌어줘요!”
건일이 골렘 쪽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레칸은 대답 대신 몸을 날려 골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골렘이 레칸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건일은 재빨리 골렘의 뒤쪽으로 돌았다.
“골렘을 지켜! 저 마법사가 골렘에게 다가가지 못 하게 해!”
방패진 안쪽에서 또다시 사자후가 들려왔다.
하지만 저격수들이 맹렬하게 살을 날린 탓에, 산적들이 골렘을 지키러 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 사이, 건일은 골렘 뒤쪽에 다다라서 놈의 뒤통수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골렘은 여전히 레칸에게 주의가 끌린 상태였다.
골렘은 무식하게 팔을 휘둘러 레칸을 후려치려 했지만, 레칸이 덩치에 걸맞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움직여 팔을 피해냈다.
건일은 빠르게 도움닫기 후 골렘 위로 올라탔다.
그제야 골렘은 건일의 존재를 눈치챈 듯했다.
하지만 골렘의 움직임보다 건일이 조금 더 빨랐다.
그는 골렘의 머리와 몸통 사이, 목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뭐든 이음매가 제일 약한 법이었다.
타앙.
총구가 불을 뿜었다.
건일의 예상대로 총에 맞자 골렘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구동 중추를 박살내지 못한 탓에 골렘은 머리가 없는 상태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징그럽잖아!”
건일이 불평을 내뱉으며 오기로 골렘의 머리가 있던 곳으로 올라갔다.
머리가 날아가면서, 몸통 위쪽에 훤히 구멍이 났다.
그 구멍 안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구동 중추가 훤히 보였다.
건일이 그 구멍에 총구를 쑤셔 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죽어라!!”
타앙.
그러자 미친 듯이 발광을 해대던 골렘은 구동 중추가 박살난 탓에 그대로 멈춰서 버렸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그는 총을 고쳐 메고, 산적들의 방패진 쪽으로 걸어갔다.
건일은 저격수들의 화살에 맞고 있는 산적들을 향해 말했다.
“항복해라. 항복하면 살려주마.”
건일의 총이라면 일방적인 학살이 될 터였다.
전투는 어쩔 수 없다 해도, 학살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방패진 안에서 사자후가 크게 표효했다.
“웃기지 마라!”
어쩔 수 없이 건일이 방패진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조정간은 여전히 단발. 불필요한 탄 소모는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냅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한 발에 한 명씩. 방패진이 바깥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산적들은 건일의 압도적인 화력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제 일방적인 학살이 이어질 터였다.
건일은 씁쓸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기계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방패진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이내 시체가 쌓여갔다.
탄창 하나를 완전히 비웠을 때, 방패진은 형체도 없이 무너졌고, 피비린내 나는 시체들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일단 지상에서의 상황은 종료됐다.
다만 골렘을 만들어낸다는 마법사를 찾지 못했다.
그 녀석을 찾기 위해 건일이 골렘이 걸어 나온 지하 출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간, 한기가 건일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건일이 다급히 뒤를 돌아봤다.
“어……?”
건일을 향해 산적의 시체가 날아들고 있었다.
스스로가 도약해 날아올 리 없으니 누군가가 집어던진 것이었다.
건일이 기겁하며 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 사이, 시체들 속에서 한 덩치 하는 녀석이 걸어 나왔다.
놈은 다른 산적과는 달리 머리 하나가 더 컸고, 화려한 장식이 된 모피를 두르고 있었다.
그는 근처에 쓰러져 있던 산적 시체를 집어 들어 다시 한 번 건일을 향해 집어던졌다.
“우앗!”
건일이 다급히 몸을 피했다.
말도 안 되는 괴력이었다.
거의 90kg에 달하는 사람을 한 손으로 들어 집어던지다니.
그 압도적인 힘에, 주변에 있던 저격수들도 활을 쏘길 멈추고 완벽하게 얼어붙었다.
놈은 검을 뽑아들어 건일에게 다가왔다.
“네놈이 골렘을 쓰러뜨린 마법사군.”
그 목소리는, 방금 전 전열을 가다듬게 했던 놈의 목소리였다.
놈은 마치 악마처럼 충혈된 시뻘건 눈으로, 수염으로 뒤덮인 입을 움직이며 말했다.
“덤벼라, 마법사.”
그날 밤.
달이 뜨지 않아 밤길이 어두웠다.
그러나 그 어두운 밤길을 마치 훤한 대낮마냥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건일을 필두로 한 총 20여 명의 사냥꾼들이었다.
그들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빠르게 마을로 향했다.
사냥꾼들의 가족이 억류된 광산촌은 사냥꾼들의 마을과는 달리 언덕 위에 위치해 있었다.
주변이 탁 트여서 주변을 살피기 좋은 형태였으나, 그건 아래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오늘 밤은 달이 뜨지 않은 밤.
이미 밤눈에 익숙해진 사냥꾼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광산촌 어귀에는 두 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레칸이 칼을 갈고 있는 사이, 게일과 게아르 형제가 보초를 서고 있는 산적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두 사람은 산적의 뒤에 다가가 단검으로 목을 그었다.
산적들이 버둥거리며 발악했지만, 목의 경동맥을 찔린 탓에 오래가지 않았다.
게일과 게아르 형제는 조심스레 시체를 치워놓고, 숨어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했다.
건일이 조용히 총을 꼬나 쥐며 광산촌으로 들어갔다.
적들은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 숙소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산적 둘이 숙소를 지키고 있었지만 아직 이변을 깨닫진 못했다.
건일을 비롯해 활을 잘 쏘는 사냥꾼 열 명이 소리 없이 각자 다른 집의 지붕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저격수들이 자리를 잡자, 칼을 갈고 있던 레칸이 일어났다.
이제 돌격병들이 한 가운데에 있는 숙소로 돌진했다.
산적들이 그제야 이변을 눈치 챘다.
하지만 그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그들의 목에 화살이 꽂히는 것이 더 빨랐다.
산적들은 입에서 피가 끓는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다.
그 소리를 듣고 숙소에서 반응이 있었다.
산적 몇 명이 무기를 꼬나 쥐고 숙소를 뛰쳐나왔지만, 그때마다 저격수들의 먹이가 됐다.
철컹. 철컹.
한동안 적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기분 나쁜 쇳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골렘인가?’
건일이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숙소 지하에서 5m 가량 크기의 고릴라 형태를 한 골렘이 튀어 나왔다.
골렘들은 비대한 상체를 지탱하기 위해 긴 앞다리를 땅에 디뎌 사족 보행으로 걸어 나왔다.
골렘은 지하에서 걸어 나와 단숨에 도적 숙소를 포위하고 있는 사냥꾼들에게 달려들었다.
“으랏차아아아!!”
레칸이 선두로 돌진했다. 그가 온 힘을 다해 검으로 골렘을 후려쳤다.
하지만 맞은 부위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레칸이 재차 공격을 해봤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골렘이 마치 파리를 쫓듯 손을 흔들어 레칸을 후려쳤다.
레칸은 힘없이 날아가 버렸다.
저 덩치를 아무렇지 않게 날려 버린 걸 보니, 완력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인 것 같았다.
“살을 날려!”
누군가의 외침에 골렘을 향해 살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흠집이 나지 않았다.
화살을 쐈던 반투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 이거 돌아버리겠군. 상대가 안 되잖아.”
골렘의 등장으로 전황이 바뀌었다.
산적 떼들은 골렘 한 기만으로도 사기가 올라 방패와 검으로 진형을 갖췄다.
놈들은 금방이라도 골렘과 함께 숙소 밖으로 치고 나올 기세였다.
골렘은 생긴 것 답게 고릴라처럼 우직하게 사냥꾼들 앞에 버티고 섰다.
그 압도적인 공격력과 방어력 앞에, 사냥꾼들은 무기력하게 뒤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사냥꾼들 쪽으로 다가온 골렘이 가장 가까운 사냥꾼을 향해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타앙.
총성이 울렸다.
골렘이 우뚝 멈춰 서고, 무시무시한 정적이 흘렀다.
산적들도, 사냥꾼들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어 가만히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이 장소에서 이 상황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있는 건 오직 건일 뿐.
그렇기에 그가 스스로 정적을 깼다.
그는 능숙하게 노리쇠를 잡아당겨 탄피를 빼내고 소리쳤다.
“골렘은 제가 상대합니다! 여러분들은 산적 떼를 맡으세요!”
그 소리에 사냥꾼들과 산적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단 일격에 골렘이 무력화됐다.
골렘이 레칸을 날려 버렸을 때처럼 전황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와아아아아!!”
아래에 있던 사냥꾼들에게 사기가 되돌아왔다.
날아가 있던 레칸도 다시 힘을 얻고 일어났다.
숙소에서 방패진을 갖추고 튀어나오려던 산적들이 움찔하며 멈춰 섰다.
그걸 지켜보던 반투가 말했다.
“역시 마법사다. 단번에 전황을 뒤집었어.”
하지만 멍하게 있을 시간은 없었다. 숙소엔 아직 더 많은 적들이 남아 있었다.
지붕 위에 있는 대부분의 저격수들이 살을 날려봤지만, 단단한 방패진을 꿰뚫을 수는 없었다.
건일이라면 방패진을 뚫을 수 있을 테지만 그들이 아직 나올 준비를 갖추지 않았다.
뭣보다 아직 골렘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탄환을 낭비할 수 없었다.
철컹. 철컹.
건일의 예상대로 골렘이 지하에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사족 보행으로 계단을 걸어 오르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완전히 지상에 올라오자, 5m나 되는 크기는 사냥꾼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그런 덩치에 무시무시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지녔어도 건일 앞에선 무의미했다.
타앙.
위풍당당하게 서서 사냥꾼들을 공격할 준비를 하던 골렘이 총에 맞아 뒤로 넘어갔다.
“한 놈 더!”
골렘 두 기째가 일격에 박살나자, 산적들은 완전히 기세를 잃어버렸다.
그에 비해 사냥꾼들의 사기가 더욱 더 올라 하늘에 닿을 정도로 치솟았다.
사기의 차이로 전투력에서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사냥꾼들은 금방이라도 산적들이 있는 숙소 안으로 치고 들어갈 기세였다.
산적들은 그저 방패진 안에 웅크린 채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있는 대로 골렘을 다 보내! 저 쪽도 마법사는 한 놈이다!! 곧 한계가 올 거야! 너희들은 방패를 들어 진형을 갖춰! 놈들은 창이 없다! 버텨라! 버티면 우리의 승리다!!”
산적들의 방패진 안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타와 마찬가지로 기백이 담겨 있었지만 훨씬 더 젊은 목소리였다.
사자후와 같은 호통 소리에 도적떼들이 다시 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흠…….”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상황이 조금 귀찮아 졌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건일 쪽이 유리하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건일이 다음 골렘을 쏘아 맞추기 위해 대기했다.
아르타가 확인한 골렘은 다섯.
아마 그 두 배 정도가 더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거기에 혹여나 빗나갈 경우, 그리고 불발탄이 날 경우를 계산해 날탄을 추가로 15발 정도 만들어 달라 부탁한 것이고.
이제 두 발을 쏴서 남은 것은 13발.
그가 괜히 조급하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승리는 건일과 사냥꾼들의 것이었다.
“방패진으로 지하에서 나오는 골렘을 지켜!”
또다시 사자후가 들려왔다.
산적들은 그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방패진이 골렘이 올라오는 지하 출구 쪽으로 움직였다.
건일이 이를 깨물었다.
방패진에 쓸데없이 탄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사냥꾼들이 방패진과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 골렘들이 계속해서 걸어 올라왔다.
한참 뒤, 방패진이 산개하며 그 안에서 열 기의 골렘이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열 기라고?!’
건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골렘이 튀어나왔다.
방패진에서 대치하고 있던 사냥꾼들이 급격하게 겁을 집어먹으며 뒤로 물러났다.
건일은 이를 깨물고, 우선 가까이에 있는 골렘부터 쏘아 맞추기 시작했다.
‘한 놈, 두 놈, 세 놈……!’
하지만 건일이 총을 쏘는 것보다, 골렘이 사냥꾼들을 덮치는 게 더 빨랐다.
골렘은 그 긴 팔을 사냥꾼들의 진형을 향해 휘둘렀다.
단 일격에 세 명의 사냥꾼들이 높게 날아올랐다 처참하게 땅바닥에 처박혔다.
상식을 벗어난 완력이었다.
“으아아악!”
골렘들이 하나 둘, 사냥꾼들을 덮치기 시작했고,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건일이 필사적으로 골렘들을 쏘아 맞추기 시작했다.
‘다섯, 여섯, 일곱…!’
골렘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튀어나왔다.
건일이 재빠르게 골렘을 처리하긴 했지만, 골렘들은 생긴 대로 고릴라처럼 거칠고 빠르게 사냥꾼들에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놈들이 팔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사냥꾼 두셋이 허공을 날았다.
보다 못한 저격수들이 건일과 함께 골렘을 향해 살을 날렸지만, 무의미했다.
오직 건일의 탄만이 골렘에게 유효했다.
그래도 건일이 필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덕에, 골렘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망할…….”
하지만 그 뒤를 이어, 네 기의 골렘이 더 튀어나왔다.
남은 탄환은 셋.
건일이 욕지기를 뱉으며 일단 골렘 세기를 쏘아 맞췄다.
다행히 불발탄은 없어 세 기의 골렘을 멈추게 했지만, 이제 대골렘용 탄환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남은 골렘은 또다시 사냥꾼들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젠장!!”
건일이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는 급히 보통 탄환을 꺼내 탄창에 박아 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하지만 골렘의 외피는 뚫리지 않고 조금 우그러졌을 뿐이었다.
역시 보통 탄환으로는 저 골렘의 외피를 뚫을 수 없었다.
건일이 이를 깨물었다.
그걸 본 숙소 안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우렁차게 소리쳤다.
“이제 놈들은 골렘을 쓰러뜨릴 수 없다! 반격해!!”
또다시 전황이 뒤바뀌었다.
산적 놈들이 공세로 전환해 튀어나왔다.
골렘을 상대하느라 지상에 있던 사냥꾼들 대부분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나마 레칸이 오기로 버티고 서 있었지만, 건일과 사냥꾼들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건일은 순식간에 총열을 갈아 끼우고, 지붕에서 내려왔다.
“어쩌려고요!!”
반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건일은 방금 전보다 짧아진 총신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며 소리쳤다.
“저격수들, 저격 부탁합니다!”
반투를 이를 깨물고, 산적들의 방패진을 노렸다.
반투는 방패진의 빈틈을 정확히 노려 살을 당겼다.
그가 살을 놓을 때마다 방패진이 조금씩 약해졌다.
하지만 완전히 와해시키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만 건일에게는 산적들의 진격을 잠시라도 늦추는 데 의의가 있었다.
건일은 마지막 골렘과 대치하고 있는 레칸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레칸! 도와줘요! 골렘에다 직접 대고 쏠 겁니다!”
“뭐라구요? 되겠어요?”
레칸이 미심쩍게 물었다.
그는 이미 보통의 방법으론 저 골렘을 꿰뚫지 못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에서 골렘에 바짝 붙어서 쏜다고 달라질 건 없어 보였다.
“몰라요. 되든 안 되든, 안 하면 어차피 다 죽잖아요.”
“하…….”
레칸이 한숨을 내쉬었다.
건일은 조정간을 연발로 바꾸었다.
“레칸, 놈의 시선을 끌어줘요!”
건일이 골렘 쪽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레칸은 대답 대신 몸을 날려 골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골렘이 레칸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건일은 재빨리 골렘의 뒤쪽으로 돌았다.
“골렘을 지켜! 저 마법사가 골렘에게 다가가지 못 하게 해!”
방패진 안쪽에서 또다시 사자후가 들려왔다.
하지만 저격수들이 맹렬하게 살을 날린 탓에, 산적들이 골렘을 지키러 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 사이, 건일은 골렘 뒤쪽에 다다라서 놈의 뒤통수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골렘은 여전히 레칸에게 주의가 끌린 상태였다.
골렘은 무식하게 팔을 휘둘러 레칸을 후려치려 했지만, 레칸이 덩치에 걸맞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움직여 팔을 피해냈다.
건일은 빠르게 도움닫기 후 골렘 위로 올라탔다.
그제야 골렘은 건일의 존재를 눈치챈 듯했다.
하지만 골렘의 움직임보다 건일이 조금 더 빨랐다.
그는 골렘의 머리와 몸통 사이, 목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뭐든 이음매가 제일 약한 법이었다.
타앙.
총구가 불을 뿜었다.
건일의 예상대로 총에 맞자 골렘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구동 중추를 박살내지 못한 탓에 골렘은 머리가 없는 상태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징그럽잖아!”
건일이 불평을 내뱉으며 오기로 골렘의 머리가 있던 곳으로 올라갔다.
머리가 날아가면서, 몸통 위쪽에 훤히 구멍이 났다.
그 구멍 안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구동 중추가 훤히 보였다.
건일이 그 구멍에 총구를 쑤셔 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죽어라!!”
타앙.
그러자 미친 듯이 발광을 해대던 골렘은 구동 중추가 박살난 탓에 그대로 멈춰서 버렸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그는 총을 고쳐 메고, 산적들의 방패진 쪽으로 걸어갔다.
건일은 저격수들의 화살에 맞고 있는 산적들을 향해 말했다.
“항복해라. 항복하면 살려주마.”
건일의 총이라면 일방적인 학살이 될 터였다.
전투는 어쩔 수 없다 해도, 학살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방패진 안에서 사자후가 크게 표효했다.
“웃기지 마라!”
어쩔 수 없이 건일이 방패진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조정간은 여전히 단발. 불필요한 탄 소모는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냅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한 발에 한 명씩. 방패진이 바깥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산적들은 건일의 압도적인 화력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제 일방적인 학살이 이어질 터였다.
건일은 씁쓸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기계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방패진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이내 시체가 쌓여갔다.
탄창 하나를 완전히 비웠을 때, 방패진은 형체도 없이 무너졌고, 피비린내 나는 시체들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일단 지상에서의 상황은 종료됐다.
다만 골렘을 만들어낸다는 마법사를 찾지 못했다.
그 녀석을 찾기 위해 건일이 골렘이 걸어 나온 지하 출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간, 한기가 건일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건일이 다급히 뒤를 돌아봤다.
“어……?”
건일을 향해 산적의 시체가 날아들고 있었다.
스스로가 도약해 날아올 리 없으니 누군가가 집어던진 것이었다.
건일이 기겁하며 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 사이, 시체들 속에서 한 덩치 하는 녀석이 걸어 나왔다.
놈은 다른 산적과는 달리 머리 하나가 더 컸고, 화려한 장식이 된 모피를 두르고 있었다.
그는 근처에 쓰러져 있던 산적 시체를 집어 들어 다시 한 번 건일을 향해 집어던졌다.
“우앗!”
건일이 다급히 몸을 피했다.
말도 안 되는 괴력이었다.
거의 90kg에 달하는 사람을 한 손으로 들어 집어던지다니.
그 압도적인 힘에, 주변에 있던 저격수들도 활을 쏘길 멈추고 완벽하게 얼어붙었다.
놈은 검을 뽑아들어 건일에게 다가왔다.
“네놈이 골렘을 쓰러뜨린 마법사군.”
그 목소리는, 방금 전 전열을 가다듬게 했던 놈의 목소리였다.
놈은 마치 악마처럼 충혈된 시뻘건 눈으로, 수염으로 뒤덮인 입을 움직이며 말했다.
“덤벼라,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