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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빛이 이끈 장소는 마법사 길드에서도 가장 신비한 공간인 수련의 방이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새하얀 무(無)의 공간.
라이프는 이곳에서 소드 앤 매직에서 제공하는 마법에 대한 기본 지식과 사용법 등을 익혀야 했다.
단순히 검을 휘두르거나 활을 쏘는 등의 행위는 현실에서도 가능한 행위이기에 익숙했지만, 마법은 달랐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힘!
그래서 다른 클래스와 다르게 마법사의 전직 과정은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게시판에서 확인한 마법사 전직 관련 동영상의 내용대로라면 선택한 마법의 속성마다 다른 시험이 있다고 했는데, 과연…….’
라이프가 선택한 것은 ‘죽음’과 ‘스피릿’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하나가 바로!
[빙의(憑依) / B / Lv. 3]
[속독법(速讀法) / D / Lv. 7]
[매지컬 마스터리 / E / Lv. 1]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 E(+) / Lv. 1] ― New!
[혼연일체(渾然一體) / E(+) / Lv. 1] ― New!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 / E(+) / Lv. 1] ― New!
‘연금’이었다.
죽음과 스피릿보다 더욱 홀대 받는 마법 속성인 연금.
대미지를 주는 마법이라고는 쥐뿔도 없고, 마법사면서도 대장장이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특화된 속성이었다.
물론 제작하는 것들이 마법과 관련된 물품이라는 것이 다르긴 했다.
‘엘빈이 그랬지, 마법의 다양성은 존중 받아야 한다고. 공격적인 엘리멘탈 속성으로 세 가지를 채운다? 그래봐야 비슷한 대미지를 주는 스킬 세 가지를 가질 뿐이지. 물론 세 가지 속성을 돌아가면서 사용하면 쿨타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사냥은 빠르겠지만…….’
사냥이 빠르다.
그것이 전부였다.
아무런 유틸리티도 없었고, 각 속성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그저 더욱 ‘강력한 마법’에 그칠 뿐이었다.
반대로 라이프는 지금 선택한 세 가지 속성을 두고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죽음 속성의 언데드 몬스터들은 숫자는 많지만 약해 빠졌지. 연금으로 만든 시약과 약품들이라면 그것을 충분히 강화할 수 있어.’
그것이 라이프가 생각한 첫 번째!
‘게다가 연금이라면 강력한 골렘을 제작해서 언데드 군단의 약점을 보완할 수도 있을 테고…… 스피릿 속성으로는 그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번 보조하고 강화할 수 있으니 상당한 효율을 보여줄 게 분명해.’
두 번째에 이어지는 마지막 강점!
‘스피릿 속성 특유의 정신계 마법으로 빙의 스킬의 성공 확률을 대폭 올린다면? 어쩌면 보스 몬스터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도 몰라.’
라이프가 상상하는 찬란한 미래.
그것은 원대하고도 장엄했다.
만약 생각대로만 된다면, 어느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갖추게 될 것이다.
“…….”
하지만 당장의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에서 마법 수련을 끝내기 전까지는 나가지도 못하는 신세였다.
[아우! 여기는 너무 재미없어. 빨리 끝내고 나가자.]
“……여기까지 따라왔냐?”
정말 못 가는 곳이 없는 다솜이었다.
이곳은 수련을 하는 해당 플레이어 본인만 올 수 있는 장소임에도 옆에서 하품을 해 대며 얼른 밖으로 나가자고 재촉을 한다.
게임의 법칙을 어디까지 무시할 수 있는지, 신기하면서도 얄미운 모양새였다.
“집중 좀 하게 조용히 있어.”
[칫! 공부 못하는 애들이 꼭 그런 소리 하더라.]
“…….”
묘하게 동감이 되는 다솜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라이프는 스킬 창 근처에 생성된 반투명한 시스템 메시지들을 살폈다.
[라이프 님, 안녕하세요.
메이지 클래스를 선택하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소드 앤 매직의 세계에서 플레이어님들이 최대한 쉽게 마법의 사용법을 익히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특급 도우미 ‘세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잡소리는 필요 없고,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기나 하지.”
연속 클릭으로 시스템 메시지들을 넘겨 버렸다.
그러자 연습하고 싶은 스킬을 선택하라며 스킬 창 위에 노란색 화살표가 떠올라서 깜빡거렸다.
잠시 고민을 하던 라이프는 어차피 세 가지 모두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 없이 가장 위에 있는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스킬을 선택했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 [Lv. 1]
분류 : ―
등급 : E(+)
설명 : 세계의 진리를 탐구하는 마법사에게 ‘죽음’이란 가장 격렬한 탐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다.
누구는 높은 신분으로 태어나서 부귀(富貴)한 삶을 누리고, 누구는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서 빈천(貧賤)한 삶에 시달린다.
그런 불공평한 세상에서도 ‘죽음’만큼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존귀한 자도, 비천한 자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세상의 법칙!
모두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Memento Mori―!
그것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 레이지 스켈레톤(Raise Skeleton) [0.00%] [도움말]
―> 본 쉴드(Bon Shield) [0.00%] [도움말]
―> 본 애로우(Bon Arrow) [0.00%] [도움말]
―> 봉인 [D등급 제한]
죽음을 기억하라 스킬의 등급은 E(+).
뒤에 (+)가 붙는 경우는 그 스킬이 하나가 아닌 ‘스킬트리’로서 존재할 경우였다.
도움말을 봐야 좀 더 확실해지겠지만, 레이지 스켈레톤이나 본 쉴드, 본 애로우 스킬의 숙련도를 풀로 채울 경우 관련된 상위 스킬로 성장을 할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죽음을 기억하라 스킬의 레벨을 10까지 달성시켜서 D등급으로 승급시킬 경우에는 새로운 종류의 하위 스킬까지 추가로 생성되는 시스템이었다.
‘스피릿이나 연금도 마찬가지겠지. 그나저나 문제는 각 스킬들을 한 번씩은 성공시켜야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건데…….’
이번에도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라이프는 첫 번째 스킬인 레이지 스켈레톤(Raise Skeleton) 옆에 둥둥 떠다니는 노란색 화살표를 클릭했다.
[레이지 스켈레톤 스킬이네요.
MP를 소모해서 귀엽고 깜찍한 해골 친구들을 소환하는 기술이죠. 제가 알려 드리는 대로 따라 해보실래요?]
“Yes. 어디 한 번 사용법을 알려줘 봐.”
[알겠습니다. 그런데 잠깐! 빼먹은 게 있네요.
제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을 드릴게요.]
띠링!
[수련용 임시 매직 북을 습득합니다.]
[매직 북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아이템입니다.]
[매직 북에 마법을 저장해 보세요!]
“매직 북?”
라이프는 아이템 창에서 볼품없게 생긴 갈색 가죽 덮개의 매직 북을 장착했다.
자연스럽게 왼손에 들리는 것을 보니, 전사 클래스의 플레이어가 오른손에는 검, 왼손에는 방패를 드는 것처럼 메이지 클래스의 플레이어들은 오른손에는 지팡이, 왼손에는 매직 북이 기본 장비 세팅인 듯했다.
[수련용 임시 매직 북]
등급 : 노멀(Normal)
제한 : 지능[5], 집중[5]
공격력 : 5
옵션 : 無
내구력 : 50(50)
설명 : 수련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매직 북이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추고 있다.
―> ―――――
―> ―――――
―> ―――――
―> ―――――
―> ―――――
“호오…….”
총 다섯 개의 슬롯이 비어 있었다.
보아하니 이 슬롯들이 보유한 마법들을 세팅할 수 있는 빈자리인 것 같았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직 북이 꼭 필요하답니다.
사용하실 마법들을 매직 북에 세팅하시고 마법의 이름을 외치면 매직 북이 자동으로 마법이 저장된 페이지로 이동!
하지만 매직 북에 마법을 세팅하는 작업은 신중하셔야 합니다.
이미 전투가 시작된 다음에는 세팅된 마법을 교체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매직 북에 세팅할 마법의 선택은 전략적으로!
잘하실 거라 믿겠습니다. 메이지들은 인텔리니까요.]
“인텔리는 개뿔.”
매직 북을 이용한 스킬 슬롯의 제한은 다른 클래스와의 밸런스를 위해서 생긴 규칙일 것이다.
여타의 클래스보다 다수의 마법 스킬을 보유할 수 있는 메이지 클래스이기 때문에 전투 중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종류를 제한해서 성장 속도를 맞추려는 것이다.
[마법의 속성 스킬의 등급이 오른다면 매직 북에 개방되는 슬롯이 더욱 많아지니까 실망하지 마시고 진리의 탐구에 더욱 열중하시길!]
슬롯이 늘어난다고 해도 ‘죽음을 기억하라’와 같은 스킬이 성장하면 추가로 마법들이 생겨날 텐데, 결국 슬롯은 항상 부족할 것이다.
‘아니면 파티 사냥을 해서 동료들이 방어를 하는 동안 마법을 교체해서 사용하라는 건가? 그럴 경우에는 파티원 전체에게 사냥 속도가 증가하는 혜택이 나누어지는 셈이니까 밸런스의 문제는 없겠네. 참, 얄미울 정도로 철저하게 계산해서 개발했군.’
이미 메이지 클래스로 한 발자국 내디딘 이상 좀 더 나은 점이 있으면 했지만, 각 클래스 간의 밸런스는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결국 남들보다 우위를 설 수 있는 방법은 캐릭터의 능력치와 컨트롤 차이밖에는 없다는 게 다시 한 번 명확해졌다.
‘그러면 서둘러야지. 어서 마법부터…….’
라이프는 스킬 창에서 레이지 스켈레톤과 본 쉴드, 본 애로우를 손가락으로 클릭해서 매직 북으로 이동시켰다.
그러자 깔끔하게 채워지는 세 개의 슬롯.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가 끝나자 도우미인 세라가 경쾌한 목소리로 라이프를 재촉했다.
[그러면 사용할 마법의 이름을 외쳐 보도록 하죠.
어떤 마법을 사용해 볼까요?]
라이프는 애초에 정했던 순서를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마법의 이름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레이지 스켈레톤.”
파바바박―!
목소리가 주위로 퍼지기도 전에 매직 북이 은은한 빛을 흩날리며 개방되었다.
아무런 힘도 주지 않았는데 빠르게 넘겨지는 책장이 신비롭다.
그리고 이내 한곳에서 멈춰 섰다.
[레이지 스켈레톤(Raise Skeleton)] ― [Lv. 1]
분류 : 액티브
등급 : E
설명 :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썩어버린 몸뚱이에 머물고 있는 망자의 혼을 이용하여 뼈밖에 남지 않는 해골 병사를 소환한다.
―> MP 소모 [-50]
―> 쿨타임 [180초]
―> 스켈레톤 소환
1. 전투 능력 [Lv. 5]
2. 유지 시간 [600초]
3. 인원 제한 [1]
위에는 레이지 스켈레톤 마법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MP의 소모량은 지혜 능력치가 크게 높아진 이상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쿨타임이나 소환되는 스켈레톤의 능력 등은 조금 아쉬운 수준. 그래도 스킬의 레벨이 오르면 자연히 따라서 성장할 테니, 아래로 애써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라이프는 목격하게 되었다.
“……뭐야, 이건?”
[중앙청 철창상 쌍창살, 철도청 쇠창살 겹창살.]
[깐 콩깍지면 어떻고, 안 깐 콩깍지면 어떠냐.]
[깐 콩깍지나 안 깐 콩깍지나 콩깍지는 다 콩깍지인데.]
무척이나 발음하기가 어려워 보이는, 괴상한 세 줄의 문장.
의아해하는 라이프에게 자칭 특급 도우미 ‘세라’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에는 역시 멋진 주문이 필요한 법이죠!
이게 바로 주문입니다. 플레이어분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랜덤으로 문장을 바꿔 드리는 센스까지!
쑥스러워서 입 밖으로 내뱉는 게 어렵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머릿속으로 읽으셔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라이프 님께서는 얼마나 주문을 빠르게 외우실지 기대해도 될까요?]
“하…….”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발음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주문의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공평하다고 볼 수 있는 시스템.
하지만 이 순간 메이지 클래스를 선택한 걸 후회하는 마음이 치솟는 것은 왜일까?
[화이팅! 얼른 해버리고 멋진 마법을 보여줘!]
“……조용히 해.”
입의 근육을 풀어주며 괜스레 울고 싶어지는 라이프였다.
빛이 이끈 장소는 마법사 길드에서도 가장 신비한 공간인 수련의 방이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새하얀 무(無)의 공간.
라이프는 이곳에서 소드 앤 매직에서 제공하는 마법에 대한 기본 지식과 사용법 등을 익혀야 했다.
단순히 검을 휘두르거나 활을 쏘는 등의 행위는 현실에서도 가능한 행위이기에 익숙했지만, 마법은 달랐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힘!
그래서 다른 클래스와 다르게 마법사의 전직 과정은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게시판에서 확인한 마법사 전직 관련 동영상의 내용대로라면 선택한 마법의 속성마다 다른 시험이 있다고 했는데, 과연…….’
라이프가 선택한 것은 ‘죽음’과 ‘스피릿’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하나가 바로!
[빙의(憑依) / B / Lv. 3]
[속독법(速讀法) / D / Lv. 7]
[매지컬 마스터리 / E / Lv. 1]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 E(+) / Lv. 1] ― New!
[혼연일체(渾然一體) / E(+) / Lv. 1] ― New!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 / E(+) / Lv. 1] ― New!
‘연금’이었다.
죽음과 스피릿보다 더욱 홀대 받는 마법 속성인 연금.
대미지를 주는 마법이라고는 쥐뿔도 없고, 마법사면서도 대장장이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특화된 속성이었다.
물론 제작하는 것들이 마법과 관련된 물품이라는 것이 다르긴 했다.
‘엘빈이 그랬지, 마법의 다양성은 존중 받아야 한다고. 공격적인 엘리멘탈 속성으로 세 가지를 채운다? 그래봐야 비슷한 대미지를 주는 스킬 세 가지를 가질 뿐이지. 물론 세 가지 속성을 돌아가면서 사용하면 쿨타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사냥은 빠르겠지만…….’
사냥이 빠르다.
그것이 전부였다.
아무런 유틸리티도 없었고, 각 속성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그저 더욱 ‘강력한 마법’에 그칠 뿐이었다.
반대로 라이프는 지금 선택한 세 가지 속성을 두고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죽음 속성의 언데드 몬스터들은 숫자는 많지만 약해 빠졌지. 연금으로 만든 시약과 약품들이라면 그것을 충분히 강화할 수 있어.’
그것이 라이프가 생각한 첫 번째!
‘게다가 연금이라면 강력한 골렘을 제작해서 언데드 군단의 약점을 보완할 수도 있을 테고…… 스피릿 속성으로는 그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번 보조하고 강화할 수 있으니 상당한 효율을 보여줄 게 분명해.’
두 번째에 이어지는 마지막 강점!
‘스피릿 속성 특유의 정신계 마법으로 빙의 스킬의 성공 확률을 대폭 올린다면? 어쩌면 보스 몬스터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도 몰라.’
라이프가 상상하는 찬란한 미래.
그것은 원대하고도 장엄했다.
만약 생각대로만 된다면, 어느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갖추게 될 것이다.
“…….”
하지만 당장의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에서 마법 수련을 끝내기 전까지는 나가지도 못하는 신세였다.
[아우! 여기는 너무 재미없어. 빨리 끝내고 나가자.]
“……여기까지 따라왔냐?”
정말 못 가는 곳이 없는 다솜이었다.
이곳은 수련을 하는 해당 플레이어 본인만 올 수 있는 장소임에도 옆에서 하품을 해 대며 얼른 밖으로 나가자고 재촉을 한다.
게임의 법칙을 어디까지 무시할 수 있는지, 신기하면서도 얄미운 모양새였다.
“집중 좀 하게 조용히 있어.”
[칫! 공부 못하는 애들이 꼭 그런 소리 하더라.]
“…….”
묘하게 동감이 되는 다솜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라이프는 스킬 창 근처에 생성된 반투명한 시스템 메시지들을 살폈다.
메이지 클래스를 선택하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소드 앤 매직의 세계에서 플레이어님들이 최대한 쉽게 마법의 사용법을 익히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특급 도우미 ‘세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잡소리는 필요 없고,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기나 하지.”
연속 클릭으로 시스템 메시지들을 넘겨 버렸다.
그러자 연습하고 싶은 스킬을 선택하라며 스킬 창 위에 노란색 화살표가 떠올라서 깜빡거렸다.
잠시 고민을 하던 라이프는 어차피 세 가지 모두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 없이 가장 위에 있는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스킬을 선택했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 [Lv. 1]
분류 : ―
등급 : E(+)
설명 : 세계의 진리를 탐구하는 마법사에게 ‘죽음’이란 가장 격렬한 탐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다.
누구는 높은 신분으로 태어나서 부귀(富貴)한 삶을 누리고, 누구는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서 빈천(貧賤)한 삶에 시달린다.
그런 불공평한 세상에서도 ‘죽음’만큼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존귀한 자도, 비천한 자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세상의 법칙!
모두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Memento Mori―!
그것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 레이지 스켈레톤(Raise Skeleton) [0.00%] [도움말]
―> 본 쉴드(Bon Shield) [0.00%] [도움말]
―> 본 애로우(Bon Arrow) [0.00%] [도움말]
―> 봉인 [D등급 제한]
죽음을 기억하라 스킬의 등급은 E(+).
뒤에 (+)가 붙는 경우는 그 스킬이 하나가 아닌 ‘스킬트리’로서 존재할 경우였다.
도움말을 봐야 좀 더 확실해지겠지만, 레이지 스켈레톤이나 본 쉴드, 본 애로우 스킬의 숙련도를 풀로 채울 경우 관련된 상위 스킬로 성장을 할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죽음을 기억하라 스킬의 레벨을 10까지 달성시켜서 D등급으로 승급시킬 경우에는 새로운 종류의 하위 스킬까지 추가로 생성되는 시스템이었다.
‘스피릿이나 연금도 마찬가지겠지. 그나저나 문제는 각 스킬들을 한 번씩은 성공시켜야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건데…….’
이번에도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라이프는 첫 번째 스킬인 레이지 스켈레톤(Raise Skeleton) 옆에 둥둥 떠다니는 노란색 화살표를 클릭했다.
“Yes. 어디 한 번 사용법을 알려줘 봐.”
띠링!
“매직 북?”
라이프는 아이템 창에서 볼품없게 생긴 갈색 가죽 덮개의 매직 북을 장착했다.
자연스럽게 왼손에 들리는 것을 보니, 전사 클래스의 플레이어가 오른손에는 검, 왼손에는 방패를 드는 것처럼 메이지 클래스의 플레이어들은 오른손에는 지팡이, 왼손에는 매직 북이 기본 장비 세팅인 듯했다.
[수련용 임시 매직 북]
등급 : 노멀(Normal)
제한 : 지능[5], 집중[5]
공격력 : 5
옵션 : 無
내구력 : 50(50)
설명 : 수련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매직 북이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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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총 다섯 개의 슬롯이 비어 있었다.
보아하니 이 슬롯들이 보유한 마법들을 세팅할 수 있는 빈자리인 것 같았다.
“인텔리는 개뿔.”
매직 북을 이용한 스킬 슬롯의 제한은 다른 클래스와의 밸런스를 위해서 생긴 규칙일 것이다.
여타의 클래스보다 다수의 마법 스킬을 보유할 수 있는 메이지 클래스이기 때문에 전투 중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종류를 제한해서 성장 속도를 맞추려는 것이다.
슬롯이 늘어난다고 해도 ‘죽음을 기억하라’와 같은 스킬이 성장하면 추가로 마법들이 생겨날 텐데, 결국 슬롯은 항상 부족할 것이다.
‘아니면 파티 사냥을 해서 동료들이 방어를 하는 동안 마법을 교체해서 사용하라는 건가? 그럴 경우에는 파티원 전체에게 사냥 속도가 증가하는 혜택이 나누어지는 셈이니까 밸런스의 문제는 없겠네. 참, 얄미울 정도로 철저하게 계산해서 개발했군.’
이미 메이지 클래스로 한 발자국 내디딘 이상 좀 더 나은 점이 있으면 했지만, 각 클래스 간의 밸런스는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결국 남들보다 우위를 설 수 있는 방법은 캐릭터의 능력치와 컨트롤 차이밖에는 없다는 게 다시 한 번 명확해졌다.
‘그러면 서둘러야지. 어서 마법부터…….’
라이프는 스킬 창에서 레이지 스켈레톤과 본 쉴드, 본 애로우를 손가락으로 클릭해서 매직 북으로 이동시켰다.
그러자 깔끔하게 채워지는 세 개의 슬롯.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가 끝나자 도우미인 세라가 경쾌한 목소리로 라이프를 재촉했다.
어떤 마법을 사용해 볼까요?]
라이프는 애초에 정했던 순서를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마법의 이름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레이지 스켈레톤.”
파바바박―!
목소리가 주위로 퍼지기도 전에 매직 북이 은은한 빛을 흩날리며 개방되었다.
아무런 힘도 주지 않았는데 빠르게 넘겨지는 책장이 신비롭다.
그리고 이내 한곳에서 멈춰 섰다.
[레이지 스켈레톤(Raise Skeleton)] ― [Lv. 1]
분류 : 액티브
등급 : E
설명 :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썩어버린 몸뚱이에 머물고 있는 망자의 혼을 이용하여 뼈밖에 남지 않는 해골 병사를 소환한다.
―> MP 소모 [-50]
―> 쿨타임 [180초]
―> 스켈레톤 소환
1. 전투 능력 [Lv. 5]
2. 유지 시간 [600초]
3. 인원 제한 [1]
위에는 레이지 스켈레톤 마법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MP의 소모량은 지혜 능력치가 크게 높아진 이상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쿨타임이나 소환되는 스켈레톤의 능력 등은 조금 아쉬운 수준. 그래도 스킬의 레벨이 오르면 자연히 따라서 성장할 테니, 아래로 애써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라이프는 목격하게 되었다.
“……뭐야, 이건?”
무척이나 발음하기가 어려워 보이는, 괴상한 세 줄의 문장.
의아해하는 라이프에게 자칭 특급 도우미 ‘세라’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발음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주문의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공평하다고 볼 수 있는 시스템.
하지만 이 순간 메이지 클래스를 선택한 걸 후회하는 마음이 치솟는 것은 왜일까?
[화이팅! 얼른 해버리고 멋진 마법을 보여줘!]
“……조용히 해.”
입의 근육을 풀어주며 괜스레 울고 싶어지는 라이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