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22화


[마법사의 길]

등급 : ―
설명 : 엘빈은 당신에게서 놀라운 마법의 재능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모름지기 재능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법.
엘빈은 이제 당신에게서 재능 못지않은 열정과 노력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당당히 한 명의 마법사로 길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조건 : 스킬 레벨 업(매지컬 마스터리) / 속성 스킬 숙련
보상 : 클래스 메이지(Mage)

[마법사의 길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의 효과로 매지컬 마스터리 스킬이 일시적으로 생성됩니다.]

[퀘스트를 실패하면 매지컬 마스터리 스킬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
세상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엘빈 몰래 깊은 한숨을 내쉰 라이프는 스킬 창을 열어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킬들을 확인했다.

[빙의(憑依) / B / Lv. 3]
[속독법(速讀法) / D / Lv. 7]
[매지컬 마스터리 / E / Lv. 1]

가장 지겹도록 사용한 속독법은 등급까지 D로 오른 것도 모자라서 벌써 레벨이 7이었다.
그리고 MP가 회복될 때마다 틈틈이 사용한 빙의 스킬도 2레벨이 올라서 그 효과가 더욱 좋아졌다.
‘지혜 능력치가 성장해서 최대 MP와 회복량이 늘었으니, 스킬 숙련도 작업도 더 빨라지겠지.’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매지컬 마스터리] ― [Lv. 1]
분류 : 패시브
등급 : E
설명 : 마법을 사용할 때, 그 효과가 상승한다.
―> 1% 마법 효과가 향상된다.

‘겨우 1%?’
게시판에서 정보를 찾아본 결과, 소드맨의 패시브 스킬인 소드 마스터리의 경우 1레벨에 11%의 기본 대미지를 증폭시켜 준다고 했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을 해보니 그리 이상한 수치가 아니었다.
마법사 계열의 직업은 ‘평타’라고 불리는 기본 공격을 하는 클래스가 아닌, 대부분의 대미지를 스킬 공격으로 뽑아낸다.
거기에 스킬 한 방, 한 방이 무척이나 강력한 클래스였고.
그렇기에 평타 기반의 대미지를 자랑하는 근접 전투 클래스와는 증폭되는 수치로 밸런스 조절을 할 필요가 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 스킬의 숙련도를 쌓는 방법은 뭐지?’
소드 마스터리의 경우, 전투 중 적에게 공격을 적중시키거나 훈련장에서 허수아비를 대상으로 수련을 하여 숙련도를 쌓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마법의 경우는?
“간단합니다. 이곳에 있는 초급 마법서들을 읽으면서 직접 수련을 하시면 됩니다. 원하는 종류의 마법서 세 개를 선택하시면 바로 수련장으로 안내해 드리죠.”
“……꼭 읽어야 합니까?”
“네. 꼭이요.”
“…….”
이제 책은 표지만 봐도 넌더리가 났지만, 마지막 언덕을 넘어선다는 기분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엘빈이 손을 들어 방의 가장자리를 한 바퀴 빙 두르고 있는 진열대를 가리켰다.
“얼마든지 천천히 둘러보고 고르시기 바랍니다. 선택은 총 세 가지…… 그리고 기회는 두 번을 드리겠습니다.”
“기회?”
“간단합니다. 수련을 하는 도중 선택한 마법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한 번에 한해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해드린다는 겁니다. 다만, 그전에 선택해서 수련한 것들은 무(無)로 돌아가니,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으면 신중히 고르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각 직업마다 성장의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처음 선택하는 속성의 종류였다.
어떤 속성을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그것을 중심으로 파생되는 이후 스킬들이 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 최초의 속성 선택 과정이었다.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둘러보자.’
방의 가장자리를 한 바퀴 빙 둘러서 채우고 있는 것들은 전부 ‘초급’ 마법서들이었다.
선택지는 충분했다.
라이프는 차분한 발걸음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진열대로 다가갔다.
“위의 덮개를 치워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엘빈의 시원한 답변을 뒤로하며 라이프는 마법서를 보호하고 있는 유리 덮개를 붙잡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어?’
눈앞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려졌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컴컴한 암흑의 세계.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머릿속에 하나의 심상(心象)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케이프를 입고 지팡이를 든 라이프. 본인의 캐릭터가 황량한 광야를 걷고 있었다.
‘처음 종족 설정을 할 때 보여줬던 영상 같은 건가?’
라이프의 예상이 적중했다.
걸음을 멈춘 캐릭터는 오른손에 든 지팡이를 눈높이로 들어 올렸다.
이어서 왼손을 통해 피어오르는 강렬한 느낌의 적색 기운들.
그것을 지팡이를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보석에 주입시킨다.
쿠구구궁―!
막대한 힘이 몰려든다.
근처의 지면이 바싹 말라붙고,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올 정도로 대기의 온도가 치솟았다.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고…….’
끊임없이 주입된 적색의 기운으로 인해 보석은 원래의 색을 잃고 루비마냥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더불어서 마법적 처리를 거친 특별한 지팡이에서도 조금씩 연기가 피어올랐다.
감당하기가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힘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캐릭터는 입을 벌려 무심한 목소리로 하나의 단어를 내뱉었다.
“볼케이노(Volcano).”
쿵―!
그저 얇은 나무 재질의 지팡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의 끝을 지면에 꽂아 넣는 순간, 흙먼지가 고리의 형태로 일어나 캐릭터의 주위를 둘렀다.
콰과과과―!
그러고는 이내 수면 위에서 동심원이 그려지듯 캐릭터를 중심으로 엄청난 바람이 폭풍처럼 일어나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로 날카로운 칼날 바람.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지면 아래에서 일어났다.
마치, 천 년 거목의 뿌리처럼 우악스럽게 파고들어 간 적색 기운들이 지면을 온통 헤집어놓았다.
깊게, 더욱 깊게…… 무저갱에 닿기 직전까지.
그리고 마침내 도달하고 말았다.
심해에 버금갈 만큼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지열(地熱)의 근원.
적색의 기운이 그것을 어루만지는 순간, 지상에서는 대재앙이 일어났다.
쩌저적―!
지면이 갈라진다.
오랜 가뭄으로 인해 갈라지는 논밭의 모습이 아니었다.
격하게 흔들리는 몸을 가눌 길이 없다.
산고(産苦)를 호소하는 대지의 울부짖음.
그 갈라진 틈새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대지의 분노가 뚜렷한 형태를 드러낸다.
콰과과과―!
폭발, 그리고 대폭발.
단순히 갈라진 정도였던 지면이 폭발하듯 펑펑! 터져 나갔고, 시뻘건 불기둥이 레이저 빔처럼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그것들이 쏟아낸 용암 세례가 범람하는 홍수처럼 사방을 뒤덮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지면이 프라이팬처럼 그 위의 모든 것들을 달구기 시작했다.
‘이, 이게…….’
그 모든 장면을 영화 관람하는 것처럼 지켜본 라이프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마법의 위력.
단순히 몬스터를 때려잡는 수준이 아닌, 현대 인간의 힘으로도 결코 범접할 수 없으리라 여겼던 자연의 재해를 직접 일으키고 있었다.
‘이건 완전 밸런스 파괴 스킬인데?’
라이프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마법서의 표지를 살폈다.
적혀 있는 것은 ‘초급 불의 마법서’라는 책의 제목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시스템 메시지가 생성되며 방금 전 보았던 영상 속의 마법 볼케이노(Volcano)에 대한 설명이 떠올랐다.

[볼케이노(Volcano)] ― [Lv. 1]
분류 : 액티브
등급 : S
설명 : 불과 대지 마법의 숙련도가 한계에 이르러야 사용할 수 있는 ‘초월급’ 마법이다.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시약과 촉매, 마법진 등이 필요하다.
―> MP 소모 [최초 시전 -5,000]
―> MP 소모 [지속 초당 -100]
―> 고정 대미지 5,000 [70% 이하, 화염 내성 무시]
―> 지능 및 마법 대미지 관련 능력치로, +@ 추가 및 지속대미지 [도움말]
―> 쿨타임 [24H]
―> 상태 이상 효과
1. 화상(火傷) [70%]
2. 혼란(混亂) [50%]

“아…….”
그러면 그렇지.
S등급이라면 이해가 간다.
현재 소드 앤 매직에서 서비스되는 스킬 중 최고의 등급이니까.
‘불과 대지 마법의 숙련도 최대치라…… 역시 위력만큼 쉽게 익힐 수 있는 스킬이 아니네.’
지금 내려다보고 있는 마법서가 불이었고, 또 다른 대지 속성의 기본 마법서까지 선택해서 두 가지 속성의 스킬 숙련도를 최대치까지 끌어 올려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라는 뜻이었다.
한 분야를 마스터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하나도 아닌 두 가지를.
‘이 마법을 실제로 보는 건 정식 오픈이 되고 나서도 몇 년이 걸릴지 짐작이 안 되네.’
어설픈 수준의 온라인 게임이 아니었다.
가상현실 게임 소드 앤 매직은 그 광대한 규모 못지않게 어렵고 철벽과도 같은 난이도로 플레이어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뒤로 가면 갈수록 ‘극악’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스킬 숙련도 작업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라이프의 짐작이 마냥 헛소리만은 아닐 것이었다.
“불 속성의 초급 마법서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불 속성의 마법을 익히게 해주죠. 그리고 그것을 한계까지 성장시켰을 때, 방금 보았던 볼케이노는 무리일지라도 다양하고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마법들을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좀 더 살펴보죠.”
엘빈이 마치 장사꾼이라도 된 것마냥 선택을 부추겼지만, 라이프는 멋진 영상 하나에 정신이 팔려서 ‘어어’ 하는 사이에 실수를 저지르는 애송이가 아니었다.
영상에서 보여주었던 건 어디까지나 그 마법서를 선택하고 성장치가 최대에 달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힘’이었다.
현재를 고민하지 않고 미래만 좇는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캐릭터나 종족을 선택할 때보다 더욱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르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결정하자.’
유리 덮개를 다시 내려놓고 다음 진열대 앞으로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
소드 앤 매직에서 펼쳐질 라이프의 미래를 비추는 중대한 고민과 선택의 시간.
그것은 어느덧 해가 지며 창문 너머 노을이 비칠 때까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