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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머더러 플레이어.
보통의 노멀 플레이어들이 던전 및 보스 몬스터들을 레이드하고 퀘스트를 성공시키는 데 집중한다면, 이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행위들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는 게, 같은 플레이어들을 공격하는 PK 행위를 게임 회사에서 허용했고, 불법이 아닌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나름의 게임 라이프를 영위하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당한 사람들은 분노할 것이고, 참지 못해서 진한 욕설을 내뱉을 것이다.
그래도 이들이 사기꾼과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는 사실 하나는 알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서 머더러 플레이어가 된다는 것은 게임 오버의 페널티는 물론이고, 마을의 출입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위험들을 껴안고 간다는 것을.
“피라미들이군. 좀 더 농익은 녀석들을 처치했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에는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죠.”
라이프는 경비대장 NPC의 거드름을 받아주며 포상금을 받아 챙겼다.
머더러 플레이어인 패스와 레빗의 몫으로 각각 1실버씩 해서 총 2실버였다.
머더러 플레이어는 게임의 시스템에 의해 마이너스 성향 수치는 물론이고, 명성의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악명이 쌓이면 자동적으로 현상금이 붙게 되는데, 아직 많은 활동을 하진 않았는지 생각보다 포상금 액수가 작았다.
‘이걸로 15실버니까, 무기를 바꿀 정도는 되겠군.’
100실버가 1골드이니, 형편없는 금액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초보들에게는 괜찮은 무기를 새로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이었다.
‘어디 한 번 제대로 해보자.’

[라이프] ― [Lv. 7]

클래스 ― [초보자]
명성 ― [5] / 성향 ― [20]
HP ― [180] / MP ― [130] / SP ― [100%]

근력 ― [5] / 민첩 ― [6+1] / 체력 ― [8]
지능 ― [8] / 지혜 ― [3] / 집중 ― [7]
행운 ― [2] / 소울 ― [9]

Point ― [0]

빙의 스킬을 배움으로써 지혜 능력치가 생기고, 지능과 집중, 소울 능력치가 대폭 증가한 라이프였다.
‘스킬 효과 중에 목표 대상에 대한 정신 지배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스스로에게 거는 버프만 해도 효과가 괜찮으니까.’
10%의 능력치 증가. 다행스럽게도 소수점으로 계산된 수치들은 반올림이 되어 스킬의 효과가 발현되었다.
지금 당장 사용하더라도 근력(0.5), 민첩(0.6), 체력(0.8) 등도 반올림이 되어 1씩 능력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능력치가 더욱 성장하고 스킬의 레벨이 오르면 그 효과가 더욱 커질 테니까, 쿨타임마다 사용해야지.’
쿨타임은 게임 용어로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뜻하는데, 빙의 스킬은 10분의 쿨타임과 MP를 100 소모하는 기술이었다.
‘마을에서는 HP와 MP의 회복이 빨라서 쿨타임마다 사용할 수 있는데, 전투 필드에서가 문제네. 지혜 관련 아이템을 구해야하나?’
이번에 새롭게 얻은 지혜 능력치는 MP의 최대 수치와 회복력에 관여하는 항목인데, 수치가 3밖에 되질 않아서 현재 효과가 미비했다.
“응? 아아, 모험가 애송이로군. 어제 한 건 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몸은 멀쩡한가?”
경비대 건물을 나와서 라이프가 향한 곳은 장비 상점이었다.
전쟁터에서 왼팔을 잃어버린 외팔이 용병 우기르.
짧은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그 NPC는 조금이나마 상승한 라이프의 명성 수치에 반응한 것인지, 미약한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왔다.
“다행히 아픈 곳은 없네요. 무기를 보러 왔습니다만.”
“그래, 전사들에게는 언제나 좋은 무기가 필요한 법이지. 여기 있으니까 얼마든지 골라보라고.”
호탕하게 가슴팍을 텅텅, 두드리는 우기르의 정면에 반투명한 상점 메뉴창이 생성되었다.
라이프는 무기의 종류에서 검을 선택하고 가격 순서대로 아이템 정보를 나열해 보았다.
‘이게 초보자 마을의 장비 상점에서 가장 비싼 무기란 말이지.’

[차가운 검신의 사브르]

등급 : 매직(Magic)
제한 : 근력[3], 체력[5], 집중[5]
공격력 : 37
옵션 : 냉기 대미지 +3 / 공격 성공 시 적을 3초간 둔화(鈍化)
내구력 : 65(65)
설명 : 대륙의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사가 기마 전투를 수행할 때 사용했던 무장(武裝) 중 하나다. 한쪽에만 날을 가지고 완만하게 구부러진 모양새가 특징인데, 차가운 냉기의 기운이 부여되어 전투 중 추가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가격 : 1골드 50실버

매직 등급이라는 것에 잠시 실망을 했지만, 여기가 초보자 마을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금방 납득해 버렸다.
무기를 착용하기 위한 자격 조건은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은 역시 공격력. 현재 라이프가 사용하고 있는 녹슨 철검의 공격력 12와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공격력만 해도 충분히 좋은데, 물리 방어력을 무시하는 냉기 대미지까지 붙어 있으니, 정식 오픈이 된다면 현질러들이 애용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되겠군.’
현질러란 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 머니를 구매하여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를 말한다.
라이프의 생활비를 위한 고객이 되어줄 사람들.
그렇게 초보자 마을의 장비 상점에서 판매하는 검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살펴본 라이프는 구매할 여력이 되는 아이템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낡은 은장검] ― 14실버 25브론즈
[레마드식 철검] ― 13실버 80브론즈
[금이 간 샴쉬르] ― 13실버 50브론즈
[피 묻은 단검] ― 13실버 50브론즈
[초보자의 브로드 소드] ― 13실버

15실버 선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검의 후보였다.
잠시 고민을 하며 세부 정보를 살핀 라이프는 레마드식 철검을 선택했다.

[레마드식 철검]

등급 : 노멀(Normal)
제한 : 근력[5], 체력[5]
공격력 : 22
옵션 : 無
내구력 : 70(70)
설명 : 아스란 왕국의 레마드 지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양식의 철검이다. 비교적 강한 내구력이 특징인 이 검을 해당 지방의 대장장이들에게 보여준다면 무척 반가워할 것이다.
가격 : 13실버 80브론즈

특별한 점은 없지만 바로 위에 있는 낡은 은장검보다 기본 공격력이 높았다.
낡은 은장검은 기본 공격력 20에 옵션으로 언데드 몬스터를 공격할 때 10%의 추가 대미지를 입히는 효과가 붙어 있었는데, 당장은 불필요한 옵션이기에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이건 무척 낡은 녀석이군. 우리 가게에서 팔 만한 녀석이 아닌데, 대장간으로 보내서 재료값이나 받아야겠어. 어떤가? 1실버 쳐주지.”
아이템 창을 차지하고 있는 녹슨 철검도 판매하여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렇게 장비 상점을 나서는 라이프. 북적거리는 플레이어들의 틈을 스쳐 지나가며 사냥 중 스태미너를 회복시킬 음식을 구입하기 위해 잡화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구매한 것은 역시나 딱딱한 보리빵이었다.
‘육포 정도는 먹고 싶은데, 어쩔 수 없지. 당분간은 아껴야 하니까. 절약하자, 절약.’
잡화점을 나서며 남문으로 향하는 길에 라이프는 오른손에 착용한 반지를 슬쩍 바라보았다.
머더러 플레이어 레빗을 해치우고 얻은 초보 사냥꾼의 반지였다.
그 효과는 민첩 1 증가로 그리 높지 않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 반지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퀘스트 등의 보상이 아니면 쉽게 구경할 수 없는 장비 아이템이라는 사실이었다.
‘재료 아이템이 아닌, 바로 착용할 수 있는 장비 아이템이라는 사실이 정말 중요한 거지. 이런 걸 매번 얻을 수 있고 경험치도 쏠쏠하니, 계속 상대해서 이길 수만 있다면 최고의 사냥감들이야.’
라이프는 이미 마음을 먹었다.
머더러 플레이어는 보는 족족 사냥해 주기로.
물론, 이건 무척 위험한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머더러 플레이어들은 몬스터와의 전투에만 익숙한 노멀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플레이어들 사이의 전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자들이었으니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그 위험만큼이나 승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값지겠지. 그렇다면 감수할 수 있어.’
보통의 사람이라면 두려움에 망설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면에서 라이프의 배포는 어마어마했다.
무려 현실에서 어렸을 때부터 ‘귀신’들을 보고 키워온 담력 등이 있는데, 머더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다솜이라는 훌륭한 조력자도 있어서 라이프는 좀 더 마음 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최대한 높은 곳에서 아래를 살펴봐. 그리고 집중해. 전투의 소음이나 수상한 움직임이 파악되면 바로 알릴 수 있게.”
[응! 알았어. 나만 믿어.]
“그래, 잘 부탁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다솜의 존재는 그야말로 사기나 다름없었다.
마치 원래는 어두워야 할 게임의 맵 전체를 환하게 들여다보면서 플레이를 하는…… 물론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엄청난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이제 무기도 바꿨으니 여우를 잡는 건 훨씬 수월할 테고, 최대한 HP와 스태미너를 보존하면서 사냥만 하면 되겠네. 그리고 그러다가 머더러 플레이어를 다솜이 발견한다면…….’
꾸욱―!
그 뒤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검을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오늘부터는 몬스터들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사냥감’ 생겨날 참이었다.

***

촤악―!

[여우 ― 기본 대미지 27!]


캥, 깨갱!
단말마를 엿들으며 재차 검을 휘두른다.
확연하게 상승한 대미지!
역시 사냥에는 좋은 아이템이 최고다.
라이프의 매서운 공격을 버티지 못한 여우는 이내 싸늘한 시체로 변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도축의 과정. 이제는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수확물은 여전히 3급 여우 가죽과 고기.
그러는 동안 공중에 높이 떠 있던 다솜이 곁으로 내려와서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저쪽이야. 동쪽으로 가면 숲에 수상한 녀석들이 있어.]
“……어, 그래.”
생각보다 라이프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다솜이 양 볼을 부풀리며 불만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라이프가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벌써 이런 다솜의 호들갑에 세 번이나 헛걸음을 했던 것이다.
‘세 번 모두 노멀 플레이어였지. 이제는 좀 구분을 해줬으면 하는데…….’
어쩌면 게임 초보인 다솜에게는 무리한 요구 조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인다면 나아질 거라는 믿음에 라이프는 세세하게 지침을 주었다.
“플레이어들끼리 전투를 벌이고 있으면 그건 100%야. 그리고 사냥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 놈들도 확실하고. 나머지 부류는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네가 잘 판단해봐.”
[알았어, 알았다고!]
다솜의 시행착오는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한 번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가 발각되어서 오히려 라이프가 머더러 플레이어는 아닌지 의심을 산 적도 있었다.
왜 몰래 관찰하고 접근하느냐면서…….
그러한 결과로 인해 의기소침해진 다솜이지만, 라이프는 열심히 다독거렸다.
어차피 손해 볼 일은 없었다.
정찰은 다솜이 혼자서 하는 일이고, 라이프는 그 시간 동안 정상적으로 사냥에 임하고 있었으니까.
그 결과로 열심히 사냥을 한 라이프는 8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띠링!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근력, 민첩, 집중, 소울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라이프] ― [Lv. 8]

클래스 ― [초보자]
명성 ― [5] / 성향 ― [20]
HP ― [180] / MP ― [130] / SP ― [100%]

근력 ― [7] / 민첩 ― [7+1] / 체력 ― [8]
지능 ― [8] / 지혜 ― [3] / 집중 ― [8]
행운 ― [2] / 소울 ― [10]

Point ― [0]

이번에도 레벨 업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최대 능력치인 ‘5’를 획득했다.
아주 좋은 징조였다.
‘이쯤에서 다솜이 머더러 플레이어만 발견해 준다면 딱일 텐데…….’
무척이나 가능성이 낮은 일이긴 했다.
하루 종일 허탕을 친 그녀가 갑자기 성공할 확률은…….
하지만 모름지기 일에는 기세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라이프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쪽으로 200m 정도? 거기서 플레이어들이 싸우고 있어. 이번에는 확실해.]
“좋아, 안내해.”
고된 인내가 마침내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