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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세상에는 참으로 신비로운 일들이 많다.
‘기적’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놀라운 행위들.
눈부신 과학의 발전에도 세상에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존재했다.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귀신이 가상현실 게임에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
앞선 두 가지 사실도 놀랍지만, 이 정도로 충격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난 가만히 있었어. 그랬는데,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지더니 몸이 생겼어.]
소이는 바닥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부터 전혀 이야기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한 명은 귀신이고, 한 명은 그냥 게임 폐인이다.
가상현실 시스템이나 관련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니 어설픈 가설을 세우거나 짐작 정도만 하고 있을 뿐.
‘게임 오버를 당하면 그 순간부터 연결이 끊겨 버리는 건가? 그 빈 공간을 다솜이 채운 것이고?’
본인의 의식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느낌과 함께 ‘라이프’ 캐릭터를 다솜이 조종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 느꼈던 충격이란…….
단순히 말로는 그 전부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몸이 생긴 게 아니라 내 캐릭터야.”
[응. 아무튼 내 생각대로 움직여졌어. 말도 할 수 있었고.]
다솜이 캐릭터를 조종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소이는 거의 10초가량을 멍 때리며 있었다.
애초에 예고되었던 강제 로그아웃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지나칠 때까지.
그런데 놀랍게도 게임은 종료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오류? 완벽한 부활?
이걸 어떤 상황으로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라이프라는 캐릭터는 다시 살아난 상태였다.
‘혹시나 나쁜 일이나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처음에는 게임만 가지고 생각을 했지만, 갑자기 불똥이 튀어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치솟았다.
‘만약 현실의 내 몸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미 과거에 겪었던 일이다.
악한 영에게 신체의 자유를 빼앗겼던 일은.
아직까지 자유로워질 수 없는 괴로운 과거의 기억들.
이성은 다솜이 그럴 리 없다고 외쳤지만,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본능과 감정은 솔직해졌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두려움.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야. 함께 접속하는 거? 그건 전혀 문제될 게 없지. 오히려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게임 속이라고 해도 내 자유의지를 빼앗긴다? 절대로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야.’
머릿속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쾅! 하고 폭발할 것처럼 복잡한 터라 골이 아파왔다.
[혹시…… 화났어? 내가 몸을 맘대로 움직여서?]
점점 굳어지는 소이의 표정을 살핀 다솜이 우물쭈물하다가 소심하게 물어왔다.
“화난 건 아니고, 그냥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어서 그래.”
별일도 없었는데 유난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있음에도 몸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일 때의 괴리감, 그리고 공포심.
아직까지도 목덜미에 남아 있는 것 같은 섬뜩한 감각에 잠시 몸을 부르르 떤 소이는 솔직한 질문을 던졌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
[무슨 기분?]
“몸을 움직였을 때 말이야. 솔직하게 말해줘.”
[어어, 그게…….]
진지한 소이의 물음에 다솜이 말꼬리를 흘리며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당시의 감정을 되돌아보는 모양새다.
이윽고 머릿속에서 이야기할 단어들이 정리되었는지 한결 홀가분한 표정으로 다솜이 입을 열었다.
[좋았어. 엄청.]
“엄청?”
[응! 두 번 말할 것도 없이 최고야. 귀신이 된 그날 이후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으니까. 정말…… 다시 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마지막에 가서는 죽기 전 과거의 기억들을 더듬는 건지, 씁쓸함을 남긴다.
생각보다 훨씬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고백에 소이는 머쓱해져서 볼을 긁적거렸다.
‘내가 너무 과민했던 건가? 그동안 다솜을 계속 보아왔으면서…….’
현실에서의 실체가 없는 귀신이라면 누구나 ‘신체’에 대한 갈망이 있을 것이다.
과거 어릴 때부터 소이가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린 것도 그런 귀신들의 욕망 때문이었고.
하지만 다솜은 믿을 수 있었다.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고, 마음의 안식처라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먼저 이기심을 드러내거나 욕심을 냈다면 이러한 관계가 4년씩이나 이어지진 못했을 것이다.
“너, 내 몸 노릴 거냐?”
[내가 그럴 리 없잖아. 네가 없으면 난 혼자인걸.]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
장난스러운 소이의 대답에 무거운 분위기가 조금 풀어지는 것을 느낀 것인지, 다솜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 뒤로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처음에는 오늘 겪은 기현상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딱히 해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자연스럽게 화젯거리가 전환되었다.
평소 무심히 넘겼던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다솜의 궁금증이라든지, 반대로 평소 다솜이 가상현실 게임 내에서 느끼는 감각이나 감정 등에 대한 라이프의 질문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 그럼 아까 그건 진짜 죽은 게 아니야?]
“게임에서 진짜로 죽으면 미쳤다고 사람들이 그걸 하냐?”
[그러면 어떻게 된 거야?]
“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접속할 수 있고, 그때 캐릭터가 설정해 놓은 포인트에서 살아나는 거야.”
그렇게 이런저런 내용들을 설명해 주고 반대로 다솜이 소드 앤 매직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 듣게 되었다.
오랜 시간을 지박령으로서 늘 같은 장소에 못 박혀 있어야 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에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고…….
평소에는 바쁘게, 바쁘게 움직이고 시간을 보내느라 나누지 못했던, 속 깊은 대화들.
그러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게임 오버를 당했을 때 확인했던 강제 접속 제한 시간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띠링!
[전투 필드에 진입하셨습니다.]
[착용 중인 모든 장비들의 외형이 드러납니다.]
‘뭐야, 이건?’
반투명한 메시지가 생성되더니,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구석으로 떨어져 나간다.
갑작스러운 변화의 이유를 떠올리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게임 오버의 페널티인 접속 제한 시간이 지나갔다는 점밖에 없었다.
[어, 어어?]
“왜 그래?”
당황해하는 다솜의 목소리와 함께 캐릭터의 내부에서 빛이 번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라이프의 몸에서 빠져나온 기운들이 하나의 형체를 이루었다.
라이프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파트너의 모습. 바로…… 다솜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띠링!
[스킬의 생성 조건을 만족하여 새로운 스킬이 얻습니다.]
[스킬 ‘빙의(憑依)’가 생성되었습니다.]
[신비로운 기술의 획득으로 능력치를 얻습니다.]
[지혜 능력치가 생성되었습니다.
해당 능력치는 MP의 최대 수치에 관여합니다.]
[지능, 집중, 소울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
‘어어’ 하는 순간 일어난 일이다.
갑자기 스킬이 생성되었다니?
이제 겨우 7레벨에 직업도 갖지 못한 라이프였기에 놀라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빙의(憑依)] ― [Lv. 1]
분류 : 액티브
등급 : B
설명 : 본인의 신체나 타인의 신체에 권속의 영혼을 깃들게 한다.
―> MP 소모 [-100]
―> 능력치 10% 증가 [60초]
―> 쿨타임 [600초]
―> 목표 신체에 대한 정신 지배 [10%]
1. HP 10% 미만일 때 확률 증가 [+5%]
2. 능력치로 인한 확률 증가 [도움말]
3. 대상자의 수락 [100%]
자그마치 B등급의 스킬이었다.
그 위로 A와 S등급이 있겠지만, 그건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얻는 사람이 나올지 의문일 정도로 먼 나라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다.
‘능력치가 퍼센트로 상승하는 버프 스킬의 일종…… 당장은 강력한 대미지를 가진 공격 스킬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레벨만 올라가면 이 스킬의 효과가 더 빛을 발하겠지.’
B등급에서도 어중간한 수준이 아닌, 수위에 꼽힐 정도로 좋은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응? 뭐야? 왜 그래? 갑자기 표정이 흐물흐물하네?]
“크흠! 아니야, 아무것도.”
캐릭터의 자유의지를 뺏겼을 때만 해도 심각하던 라이프의 표정이 지금은 한창 풀어져 있었다.
다솜을 바라보는 눈빛도 부드럽기 그지없다.
‘스킬의 생성 조건이 뭐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거의 확실하겠지, 저 녀석 덕분이라는 건.’
스킬의 획득뿐만이 아니었다.
강제 로그아웃을 피했기에 머더러 플레이어들에게 갚아줄 수 있었다.
뼈저린 치욕감과 상처 입은 자존심을.
‘너무 안일했어. 베타테스트 기간이라고 다들 웃으면서 사냥만 하는 건 아닐 텐데. 어디에서나 어두운 음지는 있기 마련이니까.’
정식 오픈을 대비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세운다.
처음 라이프가 생각했던 큰 그림이었다.
적극적이기보다는 신중하게 가자.
가상현실 게임은 처음이었고, 즐거움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수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라이프였기에 그런 태도로 플레이에 임했다.
하지만 이렇게 주위에서 먼저 건드린다면…… 라이프도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머더러 놈들은 테스트 기간 동안 확실하게 응징해 주지. 놈들은 그냥 넘어가면 오히려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
용서? 관용?
그것도 뉘우치고 효과가 있는 사람들에게나 베풀어야 할 자비였다.
기본적으로 라이프는 본인의 피해에 대해 무척이나 예민했다.
머더러 플레이어들이 드롭한 아이템들을 획득했다고는 하지만, 근력 수치 1의 감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 속 스크래치였다.
‘갚아줘야지, 먼저 건드린 녀석들한테는.’
경험치도 짭짤하고, 습득물도 만족할 만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처럼 라이프의 눈동자가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세상에는 참으로 신비로운 일들이 많다.
‘기적’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놀라운 행위들.
눈부신 과학의 발전에도 세상에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존재했다.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귀신이 가상현실 게임에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
앞선 두 가지 사실도 놀랍지만, 이 정도로 충격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난 가만히 있었어. 그랬는데,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지더니 몸이 생겼어.]
소이는 바닥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부터 전혀 이야기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한 명은 귀신이고, 한 명은 그냥 게임 폐인이다.
가상현실 시스템이나 관련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니 어설픈 가설을 세우거나 짐작 정도만 하고 있을 뿐.
‘게임 오버를 당하면 그 순간부터 연결이 끊겨 버리는 건가? 그 빈 공간을 다솜이 채운 것이고?’
본인의 의식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느낌과 함께 ‘라이프’ 캐릭터를 다솜이 조종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 느꼈던 충격이란…….
단순히 말로는 그 전부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몸이 생긴 게 아니라 내 캐릭터야.”
[응. 아무튼 내 생각대로 움직여졌어. 말도 할 수 있었고.]
다솜이 캐릭터를 조종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소이는 거의 10초가량을 멍 때리며 있었다.
애초에 예고되었던 강제 로그아웃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지나칠 때까지.
그런데 놀랍게도 게임은 종료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오류? 완벽한 부활?
이걸 어떤 상황으로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라이프라는 캐릭터는 다시 살아난 상태였다.
‘혹시나 나쁜 일이나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처음에는 게임만 가지고 생각을 했지만, 갑자기 불똥이 튀어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치솟았다.
‘만약 현실의 내 몸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미 과거에 겪었던 일이다.
악한 영에게 신체의 자유를 빼앗겼던 일은.
아직까지 자유로워질 수 없는 괴로운 과거의 기억들.
이성은 다솜이 그럴 리 없다고 외쳤지만,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본능과 감정은 솔직해졌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두려움.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야. 함께 접속하는 거? 그건 전혀 문제될 게 없지. 오히려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게임 속이라고 해도 내 자유의지를 빼앗긴다? 절대로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야.’
머릿속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쾅! 하고 폭발할 것처럼 복잡한 터라 골이 아파왔다.
[혹시…… 화났어? 내가 몸을 맘대로 움직여서?]
점점 굳어지는 소이의 표정을 살핀 다솜이 우물쭈물하다가 소심하게 물어왔다.
“화난 건 아니고, 그냥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어서 그래.”
별일도 없었는데 유난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있음에도 몸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일 때의 괴리감, 그리고 공포심.
아직까지도 목덜미에 남아 있는 것 같은 섬뜩한 감각에 잠시 몸을 부르르 떤 소이는 솔직한 질문을 던졌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
[무슨 기분?]
“몸을 움직였을 때 말이야. 솔직하게 말해줘.”
[어어, 그게…….]
진지한 소이의 물음에 다솜이 말꼬리를 흘리며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당시의 감정을 되돌아보는 모양새다.
이윽고 머릿속에서 이야기할 단어들이 정리되었는지 한결 홀가분한 표정으로 다솜이 입을 열었다.
[좋았어. 엄청.]
“엄청?”
[응! 두 번 말할 것도 없이 최고야. 귀신이 된 그날 이후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으니까. 정말…… 다시 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마지막에 가서는 죽기 전 과거의 기억들을 더듬는 건지, 씁쓸함을 남긴다.
생각보다 훨씬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고백에 소이는 머쓱해져서 볼을 긁적거렸다.
‘내가 너무 과민했던 건가? 그동안 다솜을 계속 보아왔으면서…….’
현실에서의 실체가 없는 귀신이라면 누구나 ‘신체’에 대한 갈망이 있을 것이다.
과거 어릴 때부터 소이가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린 것도 그런 귀신들의 욕망 때문이었고.
하지만 다솜은 믿을 수 있었다.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고, 마음의 안식처라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먼저 이기심을 드러내거나 욕심을 냈다면 이러한 관계가 4년씩이나 이어지진 못했을 것이다.
“너, 내 몸 노릴 거냐?”
[내가 그럴 리 없잖아. 네가 없으면 난 혼자인걸.]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
장난스러운 소이의 대답에 무거운 분위기가 조금 풀어지는 것을 느낀 것인지, 다솜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 뒤로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처음에는 오늘 겪은 기현상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딱히 해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자연스럽게 화젯거리가 전환되었다.
평소 무심히 넘겼던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다솜의 궁금증이라든지, 반대로 평소 다솜이 가상현실 게임 내에서 느끼는 감각이나 감정 등에 대한 라이프의 질문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 그럼 아까 그건 진짜 죽은 게 아니야?]
“게임에서 진짜로 죽으면 미쳤다고 사람들이 그걸 하냐?”
[그러면 어떻게 된 거야?]
“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접속할 수 있고, 그때 캐릭터가 설정해 놓은 포인트에서 살아나는 거야.”
그렇게 이런저런 내용들을 설명해 주고 반대로 다솜이 소드 앤 매직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 듣게 되었다.
오랜 시간을 지박령으로서 늘 같은 장소에 못 박혀 있어야 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에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고…….
평소에는 바쁘게, 바쁘게 움직이고 시간을 보내느라 나누지 못했던, 속 깊은 대화들.
그러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게임 오버를 당했을 때 확인했던 강제 접속 제한 시간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띠링!
‘뭐야, 이건?’
반투명한 메시지가 생성되더니,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구석으로 떨어져 나간다.
갑작스러운 변화의 이유를 떠올리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게임 오버의 페널티인 접속 제한 시간이 지나갔다는 점밖에 없었다.
[어, 어어?]
“왜 그래?”
당황해하는 다솜의 목소리와 함께 캐릭터의 내부에서 빛이 번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라이프의 몸에서 빠져나온 기운들이 하나의 형체를 이루었다.
라이프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파트너의 모습. 바로…… 다솜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띠링!
“……!”
‘어어’ 하는 순간 일어난 일이다.
갑자기 스킬이 생성되었다니?
이제 겨우 7레벨에 직업도 갖지 못한 라이프였기에 놀라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빙의(憑依)] ― [Lv. 1]
분류 : 액티브
등급 : B
설명 : 본인의 신체나 타인의 신체에 권속의 영혼을 깃들게 한다.
―> MP 소모 [-100]
―> 능력치 10% 증가 [60초]
―> 쿨타임 [600초]
―> 목표 신체에 대한 정신 지배 [10%]
1. HP 10% 미만일 때 확률 증가 [+5%]
2. 능력치로 인한 확률 증가 [도움말]
3. 대상자의 수락 [100%]
자그마치 B등급의 스킬이었다.
그 위로 A와 S등급이 있겠지만, 그건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얻는 사람이 나올지 의문일 정도로 먼 나라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다.
‘능력치가 퍼센트로 상승하는 버프 스킬의 일종…… 당장은 강력한 대미지를 가진 공격 스킬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레벨만 올라가면 이 스킬의 효과가 더 빛을 발하겠지.’
B등급에서도 어중간한 수준이 아닌, 수위에 꼽힐 정도로 좋은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응? 뭐야? 왜 그래? 갑자기 표정이 흐물흐물하네?]
“크흠! 아니야, 아무것도.”
캐릭터의 자유의지를 뺏겼을 때만 해도 심각하던 라이프의 표정이 지금은 한창 풀어져 있었다.
다솜을 바라보는 눈빛도 부드럽기 그지없다.
‘스킬의 생성 조건이 뭐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거의 확실하겠지, 저 녀석 덕분이라는 건.’
스킬의 획득뿐만이 아니었다.
강제 로그아웃을 피했기에 머더러 플레이어들에게 갚아줄 수 있었다.
뼈저린 치욕감과 상처 입은 자존심을.
‘너무 안일했어. 베타테스트 기간이라고 다들 웃으면서 사냥만 하는 건 아닐 텐데. 어디에서나 어두운 음지는 있기 마련이니까.’
정식 오픈을 대비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세운다.
처음 라이프가 생각했던 큰 그림이었다.
적극적이기보다는 신중하게 가자.
가상현실 게임은 처음이었고, 즐거움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수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라이프였기에 그런 태도로 플레이에 임했다.
하지만 이렇게 주위에서 먼저 건드린다면…… 라이프도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머더러 놈들은 테스트 기간 동안 확실하게 응징해 주지. 놈들은 그냥 넘어가면 오히려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
용서? 관용?
그것도 뉘우치고 효과가 있는 사람들에게나 베풀어야 할 자비였다.
기본적으로 라이프는 본인의 피해에 대해 무척이나 예민했다.
머더러 플레이어들이 드롭한 아이템들을 획득했다고는 하지만, 근력 수치 1의 감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 속 스크래치였다.
‘갚아줘야지, 먼저 건드린 녀석들한테는.’
경험치도 짭짤하고, 습득물도 만족할 만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처럼 라이프의 눈동자가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