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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PK란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게임에서 벌일 수 있는 가장 최악의 행위 중 하나.
현실로 본다면 ‘살인’을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니, 결코 가벼운 무게의 행동으로는 볼 수 없다.
다만, 게임은 현실과 다르다.
한 번 죽으면 끝인 현실과 달리 게임은 데이터가 서버에 보관이 되어 다시 부활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별문제 없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데, 그건 게임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을 법한 헛소리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재미를 위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대리 만족’이다.
빡빡한 현실과 다르게 게임은 금방 성과를 낼 수 있고, 가시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어서 사람들을 빠져들게 한다.
단적인 예로 공부를 든다면, 현실에서는 초, 중, 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책상머리를 지키고 있어야 ‘좋은 대학’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눈에 보이는 능력치라는 ‘수치’로 캐릭터의 정보를 표현하고,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금방금방 그 수치들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현실과 달리 즉시 확인도 가능하고 성과도 빠르게 얻을 수 있으니, 어찌 의욕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불어서 ‘엄마 친구 아들’과 비교당하는 현실과 달리 게임은 무척이나 쉬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게임에 빠져들고 본인의 캐릭터에 애착을 갖게 된다.
그 정도가 심한 사람들은 캐릭터와 본인을 동일시할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캐릭터가 머더러에게 걸려서 게임 오버를 당했다고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경험치를 잃게 되고, 소지한 아이템들 중 몇 가지를 드롭하게 될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열이 머리꼭대기까지 뻗쳐서 키보드와 마우스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물질적인 ‘손해’가 발생했으니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PK를 당한 플레이어의 분노는 물질적인 손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려면 플레이어는 어느 정도 캐릭터와 본인을 동일시하게 된다.
캐릭터를 조종하면서 본인의 감정을 투영(投影)하는 것이다.
그런데 PK를 당해서 처참하게 짓밟힌다?
그건 그냥 삼킬 수 없는 굴욕감이자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것이다.
거기에 PK를 저지른 머더러 플레이가 비웃는 모션이나 채팅으로 깐죽거리는 한마디를 날린다면…… 문자 그대로 화룡점정(畵龍點睛)!
그 충격은 현실에서의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할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그런 일이 실제로 있기에 뉴스거리로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질렀다’거나 ‘게임의 폭력성이 만들어낸 참극’과 같은 자극적인 타이틀을 걸고.
이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게 PK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해당 행위를 아예 금지시키거나 심각한 수준의 페널티를 주었다.
단적인 예시가 바로 눈앞에 있는 머더러 플레이어들의 몸 주위에서 일렁거리는 붉은색 기운이었다.
마치 아지랑이나 타오르는 잿불과 같은 느낌을 주는 그 이펙트는 머더러 플레이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해 주는 효과를 지녔다.
현실에서 예를 찾는다면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게 전자 팔찌를 채우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고나 할까?
노멀 플레이어들에게 경고를 해주는 것이다.
이 사람은 머더러 플레이어니까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으로…….
아무튼 이 붉은 이펙트로 인해 머더러 플레이어들은 마을 출입이 불가능했다.
노멀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NPC조차 범죄자인 이들에게 적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더러 상태의 플레이어를 공격할 때는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기 때문에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은 마을 근처에 출현하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노멀 플레이어들이 벌 떼처럼 몰려들어서 잠재적인 위협인 그들을 제거하려고 할 테니까.
‘게임 오버를 당할 시 경험치 및 아이템 드롭 페널티도 훨씬 심각할 텐데, 용케도 머더러가 될 마음을 먹었군.’
한숨 돌릴 여유가 주어지자 라이프는 침착함을 되찾고 머더러 플레이어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평범한 체격에 20대 중반 정도라 짐작되는 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괘, 괜찮아? 어떻게 해? 무슨 방법을 찾아야 하는…….]
‘가만히 좀 있어. 큰일 난 거 아니니까 정신 좀 챙기자.’
안절부절못하는 다솜을 진정시키고 검을 든 녀석과 시선을 마주했다.
기분 나쁜 비웃음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건들거리는 모양새를 보니,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녀석들은 처음이 아니다. 숙련된 경험자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침과 동시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가상현실 게임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서의 경험이었겠지만…….’
소드 앤 매직에서 머더러 플레이를 다수 경험했다고 하기는 힘든 게, 베타테스트 오픈이 바로 며칠 전이었다.
그런 만큼 아마 기존의 온라인 게임 등에서 쌓은 경험을 이곳에서 풀어놓는 중일 것이다.
‘습격 타이밍이 예사롭지 않아. 여우를 다수 사냥해서 HP와 스태미너가 정상적이지 않을 때를 노린 것이니까, 확실히 경험이 많은 녀석들이야.’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숱하게 PK를 저지른 플레이어들이 분명했다.
‘재수도 없지. 하필 이런 녀석들에게 걸리다니.’
운이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넓고 시야가 제한되는 이런 숲 속 필드에서 머더러 플레이어들에게 발견되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라이프지만, 금방 그러한 생각을 수정하도록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콱 조져 버려. 저 새끼를 그냥…… 후우, 오지게 고생시키네.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찾아냈잖아.”
“……!”
나무 사이에서 남성 플레이어 하나가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붉은 기운을 풍기지 않는 노멀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라이프의 인상은 머더러 플레이어가 한 명 추가되었다는 가정을 했을 때보다 더욱 찌푸려졌다.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검을 든 머러더 플레이어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녀석의 정체…….
바로 숲 속 필드의 입구에서 라이프에게 파티 사냥을 권유하던 플레이어였다.
“그러게 비싼 척 튕기지 말고 파티 신청을 받았으면 좋게 끝났잖아. 응? 내가 아주 편하게 갈 수 있는 장소로 싸게싸게 모시려고 했는데.”
“낄낄! 이 새끼, 또 신났네. 하여튼 변태 같은 녀석이야. 유인당한 플레이어들이 ‘멘붕’하는 걸 즐기면서 이빨 터는 걸 보면.”
“…….”
몽둥이를 든 머더러 플레이어가 핀잔을 주는 모습을 보니,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파티 신청을 했던 노멀 플레이어는 유인책이자 감시자였던 것이다.
숲 속 필드에서 사냥을 하려는 플레이어들을 확인하고 먹잇감이라는 생각이 들면 유인을.
반대의 경우에는 머더러 플레이어들을 피신시켰을 것이다.
‘더불어서 물자를 공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겠지. 머더러 플레이어들은 마을로 접근할 수 없으니까.’
유인, 감시, 물자 공급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는 플레이였다.
그런 다재다능함이 이 순간 라이프에게는 감탄보다 분노와 재수 없음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야, 쫄았냐?”
“님아, 바르고 고운 채팅을 사용하셔야죠. 저기요, 플레이어님.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킥킥! 이 새끼, 골 때리네. 아재 개그 좀 그만해라. 옛날에 유행했던 거 언제까지 우려먹을래?”
아주 자기들끼리 북을 치고 장구까지 치고 있다.
라이프는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어? 웃어?”
“이 자식, 아주 골 때리네? 아니면 무서워서 정신 줄을 놔버린 건가?”
“병신들.”
계속된 헛소리에 라이프는 서리가 내려앉을 것 같은 차가움으로 답해주었다.
“엥? 생각했던 거랑 반응이 다른데?”
“에이, 저러다가 HP가 간당간당해지면 바로 무릎 꿇겠지. 이 게임은 게임 오버 페널티도 장난 아니잖아.”
가상현실 게임 소드 앤 매직의 게임 오버 페널티는 현실성을 추구하는 만큼 상당히 중한 편이었다.
첫 번째로 경험치 10% 페널티.
보유하고 있는 경험치가 10% 이하라면 레벨 다운까지 겪게 되는데, 경험치 상승이 힘든 고레벨로 갈수록 10%의 경험치 상실은 그야말로 피눈물이 나는 페널티가 될 것이다.
두 번째 페널티는 소지금과 아이템의 페널티다.
경험치와 마찬가지로 소지금의 10%를 잃게 되고 아이템은 착용한 장비를 비롯한 모든 소지 아이템 중 하나를 드롭하게 된다.
보통은 랜덤적인 확률이 적용되지만, 성향 수치가 마이너스인 머더러 플레이어는 추가 페널티로 무조건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를 드롭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 번째 페널티는 한 시간 동안의 게임 접속 제한이었다.
이건 어떤 플레이어도 피해갈 수 없는 필수적인 페널티였는데, 죽음이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어서 시스템적으로 정신적 방어벽이 구축된 가상현실 게임이라고 해도 플레이어의 사고(思考)에 어떤 충격을 줄지 정확한 가늠이 힘들었다.
그렇기에 게임 오버가 되는 순간 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완전히 차단시키고 현실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실 세 번째 페널티는 플레이어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에 그리 심각한 내용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부분은 바로 네 번째 페널티.
바로 스킬과 능력치에 관련된 페널티였다.
게임 오버를 당하게 되면 랜덤으로 능력치 1이 줄어든다.
그것도 모자라서 열심히 쌓아놓은 스킬의 숙련도까지 일정 수치를 잃게 된다.
캐릭터 자체에 제제를 가하는, 가장 강력한 페널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차후에는 그런 페널티들을 상쇄시켜 주는 캐시 아이템이 출시된다고 하지만, 지금은 베타테스트 기간이었다.
게임 회사의 더러운 장삿속이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있으면 당장 구매했겠지만, 정식 오픈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그 말인즉, 지금 당장 게임 오버를 당하게 되면 위의 어마어마한 페널티들을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어쩌라고?’
라이프는 게임 초보가 아니었다.
어쩌면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 게이머들보다도 더욱 철저하게 파고들어 게임에 임했던 것이 바로 라이프였다.
그런 만큼 머더러 플레이어와 마주친 경험도 많고, 이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빌어도 소용없다. 협상도 헛소리지. 이 빌어먹을 놈들은 아이템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짓밟는 것을 즐거워하는 부류니까.’
머더러 플레이어에 대한 대처법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힘! 압도적인 힘으로 반격해서 짓눌러 버려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라이프의 레벨은 6.
게다가 머더러 플레이어는 둘이고, 상황이 위태로워지면 노멀 플레이어도 머더러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끼어들지 몰랐다.
객관적으로는 물론 주관적으로 판단해도 답이 보이질 않는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라이프의 태도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어차피 당할 일이라면 피하지 않고 받아주지. 하지만 다음번에도 이렇게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라이프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뭐, 뭐야? 이 자식 눈빛이…….”
“씨발, 기분 더럽게시리.”
얼굴에 구멍을 뚫어버릴 것 같은 라이프의 강렬한 시선에 넉살좋게 웃고 있던 머더러 플레이어들이 인상을 썼다.
그러고는 휴식은 끝이라는 듯 무기를 내밀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하이에나들의 날카로운 기세가 느껴졌다.
“해봐, 어디 마음대로.”
“…….”
서로의 시선이 중간에서 맹렬하게 부딪쳤다.
비교적 담담함을 유지하고 있는 라이프와 다르게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다솜은 완전 울상이었다.
볼에 툭, 손가락을 찔러 넣으면 당장에라도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모양새.
‘재수 없게 그런 표정 짓지 마. 난 이길 거니까.’
[이씨…… 너 지면 가만 안 둘 거야.]
투정 섞인 다솜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전의를 다졌다.
HP도, 스태미너도 완전하지 않은, 불리한 상황.
거기에 수적으로도 불리하다.
‘망할, 한동안 놀림거리 좀 되겠는데.’
슬쩍 곁눈질을 하니, 두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다솜이 보였다.
패배는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지만, 순순히 당해줄 수는 없다.
있는 힘껏 저항할 것이다.
놈들의 뇌리에 섬뜩한 기억들을 새겨주기 위해서.
그렇게 머더러들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PK란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게임에서 벌일 수 있는 가장 최악의 행위 중 하나.
현실로 본다면 ‘살인’을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니, 결코 가벼운 무게의 행동으로는 볼 수 없다.
다만, 게임은 현실과 다르다.
한 번 죽으면 끝인 현실과 달리 게임은 데이터가 서버에 보관이 되어 다시 부활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별문제 없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데, 그건 게임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을 법한 헛소리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재미를 위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대리 만족’이다.
빡빡한 현실과 다르게 게임은 금방 성과를 낼 수 있고, 가시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어서 사람들을 빠져들게 한다.
단적인 예로 공부를 든다면, 현실에서는 초, 중, 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책상머리를 지키고 있어야 ‘좋은 대학’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눈에 보이는 능력치라는 ‘수치’로 캐릭터의 정보를 표현하고,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금방금방 그 수치들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현실과 달리 즉시 확인도 가능하고 성과도 빠르게 얻을 수 있으니, 어찌 의욕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불어서 ‘엄마 친구 아들’과 비교당하는 현실과 달리 게임은 무척이나 쉬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게임에 빠져들고 본인의 캐릭터에 애착을 갖게 된다.
그 정도가 심한 사람들은 캐릭터와 본인을 동일시할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캐릭터가 머더러에게 걸려서 게임 오버를 당했다고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경험치를 잃게 되고, 소지한 아이템들 중 몇 가지를 드롭하게 될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열이 머리꼭대기까지 뻗쳐서 키보드와 마우스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물질적인 ‘손해’가 발생했으니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PK를 당한 플레이어의 분노는 물질적인 손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려면 플레이어는 어느 정도 캐릭터와 본인을 동일시하게 된다.
캐릭터를 조종하면서 본인의 감정을 투영(投影)하는 것이다.
그런데 PK를 당해서 처참하게 짓밟힌다?
그건 그냥 삼킬 수 없는 굴욕감이자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것이다.
거기에 PK를 저지른 머더러 플레이가 비웃는 모션이나 채팅으로 깐죽거리는 한마디를 날린다면…… 문자 그대로 화룡점정(畵龍點睛)!
그 충격은 현실에서의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할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그런 일이 실제로 있기에 뉴스거리로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질렀다’거나 ‘게임의 폭력성이 만들어낸 참극’과 같은 자극적인 타이틀을 걸고.
이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게 PK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해당 행위를 아예 금지시키거나 심각한 수준의 페널티를 주었다.
단적인 예시가 바로 눈앞에 있는 머더러 플레이어들의 몸 주위에서 일렁거리는 붉은색 기운이었다.
마치 아지랑이나 타오르는 잿불과 같은 느낌을 주는 그 이펙트는 머더러 플레이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해 주는 효과를 지녔다.
현실에서 예를 찾는다면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게 전자 팔찌를 채우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고나 할까?
노멀 플레이어들에게 경고를 해주는 것이다.
이 사람은 머더러 플레이어니까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으로…….
아무튼 이 붉은 이펙트로 인해 머더러 플레이어들은 마을 출입이 불가능했다.
노멀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NPC조차 범죄자인 이들에게 적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더러 상태의 플레이어를 공격할 때는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기 때문에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은 마을 근처에 출현하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노멀 플레이어들이 벌 떼처럼 몰려들어서 잠재적인 위협인 그들을 제거하려고 할 테니까.
‘게임 오버를 당할 시 경험치 및 아이템 드롭 페널티도 훨씬 심각할 텐데, 용케도 머더러가 될 마음을 먹었군.’
한숨 돌릴 여유가 주어지자 라이프는 침착함을 되찾고 머더러 플레이어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평범한 체격에 20대 중반 정도라 짐작되는 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괘, 괜찮아? 어떻게 해? 무슨 방법을 찾아야 하는…….]
‘가만히 좀 있어. 큰일 난 거 아니니까 정신 좀 챙기자.’
안절부절못하는 다솜을 진정시키고 검을 든 녀석과 시선을 마주했다.
기분 나쁜 비웃음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건들거리는 모양새를 보니,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녀석들은 처음이 아니다. 숙련된 경험자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침과 동시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가상현실 게임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서의 경험이었겠지만…….’
소드 앤 매직에서 머더러 플레이를 다수 경험했다고 하기는 힘든 게, 베타테스트 오픈이 바로 며칠 전이었다.
그런 만큼 아마 기존의 온라인 게임 등에서 쌓은 경험을 이곳에서 풀어놓는 중일 것이다.
‘습격 타이밍이 예사롭지 않아. 여우를 다수 사냥해서 HP와 스태미너가 정상적이지 않을 때를 노린 것이니까, 확실히 경험이 많은 녀석들이야.’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숱하게 PK를 저지른 플레이어들이 분명했다.
‘재수도 없지. 하필 이런 녀석들에게 걸리다니.’
운이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넓고 시야가 제한되는 이런 숲 속 필드에서 머더러 플레이어들에게 발견되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라이프지만, 금방 그러한 생각을 수정하도록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콱 조져 버려. 저 새끼를 그냥…… 후우, 오지게 고생시키네.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찾아냈잖아.”
“……!”
나무 사이에서 남성 플레이어 하나가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붉은 기운을 풍기지 않는 노멀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라이프의 인상은 머더러 플레이어가 한 명 추가되었다는 가정을 했을 때보다 더욱 찌푸려졌다.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검을 든 머러더 플레이어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녀석의 정체…….
바로 숲 속 필드의 입구에서 라이프에게 파티 사냥을 권유하던 플레이어였다.
“그러게 비싼 척 튕기지 말고 파티 신청을 받았으면 좋게 끝났잖아. 응? 내가 아주 편하게 갈 수 있는 장소로 싸게싸게 모시려고 했는데.”
“낄낄! 이 새끼, 또 신났네. 하여튼 변태 같은 녀석이야. 유인당한 플레이어들이 ‘멘붕’하는 걸 즐기면서 이빨 터는 걸 보면.”
“…….”
몽둥이를 든 머더러 플레이어가 핀잔을 주는 모습을 보니,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파티 신청을 했던 노멀 플레이어는 유인책이자 감시자였던 것이다.
숲 속 필드에서 사냥을 하려는 플레이어들을 확인하고 먹잇감이라는 생각이 들면 유인을.
반대의 경우에는 머더러 플레이어들을 피신시켰을 것이다.
‘더불어서 물자를 공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겠지. 머더러 플레이어들은 마을로 접근할 수 없으니까.’
유인, 감시, 물자 공급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는 플레이였다.
그런 다재다능함이 이 순간 라이프에게는 감탄보다 분노와 재수 없음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야, 쫄았냐?”
“님아, 바르고 고운 채팅을 사용하셔야죠. 저기요, 플레이어님.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킥킥! 이 새끼, 골 때리네. 아재 개그 좀 그만해라. 옛날에 유행했던 거 언제까지 우려먹을래?”
아주 자기들끼리 북을 치고 장구까지 치고 있다.
라이프는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어? 웃어?”
“이 자식, 아주 골 때리네? 아니면 무서워서 정신 줄을 놔버린 건가?”
“병신들.”
계속된 헛소리에 라이프는 서리가 내려앉을 것 같은 차가움으로 답해주었다.
“엥? 생각했던 거랑 반응이 다른데?”
“에이, 저러다가 HP가 간당간당해지면 바로 무릎 꿇겠지. 이 게임은 게임 오버 페널티도 장난 아니잖아.”
가상현실 게임 소드 앤 매직의 게임 오버 페널티는 현실성을 추구하는 만큼 상당히 중한 편이었다.
첫 번째로 경험치 10% 페널티.
보유하고 있는 경험치가 10% 이하라면 레벨 다운까지 겪게 되는데, 경험치 상승이 힘든 고레벨로 갈수록 10%의 경험치 상실은 그야말로 피눈물이 나는 페널티가 될 것이다.
두 번째 페널티는 소지금과 아이템의 페널티다.
경험치와 마찬가지로 소지금의 10%를 잃게 되고 아이템은 착용한 장비를 비롯한 모든 소지 아이템 중 하나를 드롭하게 된다.
보통은 랜덤적인 확률이 적용되지만, 성향 수치가 마이너스인 머더러 플레이어는 추가 페널티로 무조건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를 드롭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 번째 페널티는 한 시간 동안의 게임 접속 제한이었다.
이건 어떤 플레이어도 피해갈 수 없는 필수적인 페널티였는데, 죽음이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어서 시스템적으로 정신적 방어벽이 구축된 가상현실 게임이라고 해도 플레이어의 사고(思考)에 어떤 충격을 줄지 정확한 가늠이 힘들었다.
그렇기에 게임 오버가 되는 순간 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완전히 차단시키고 현실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실 세 번째 페널티는 플레이어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에 그리 심각한 내용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부분은 바로 네 번째 페널티.
바로 스킬과 능력치에 관련된 페널티였다.
게임 오버를 당하게 되면 랜덤으로 능력치 1이 줄어든다.
그것도 모자라서 열심히 쌓아놓은 스킬의 숙련도까지 일정 수치를 잃게 된다.
캐릭터 자체에 제제를 가하는, 가장 강력한 페널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차후에는 그런 페널티들을 상쇄시켜 주는 캐시 아이템이 출시된다고 하지만, 지금은 베타테스트 기간이었다.
게임 회사의 더러운 장삿속이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있으면 당장 구매했겠지만, 정식 오픈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그 말인즉, 지금 당장 게임 오버를 당하게 되면 위의 어마어마한 페널티들을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어쩌라고?’
라이프는 게임 초보가 아니었다.
어쩌면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 게이머들보다도 더욱 철저하게 파고들어 게임에 임했던 것이 바로 라이프였다.
그런 만큼 머더러 플레이어와 마주친 경험도 많고, 이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빌어도 소용없다. 협상도 헛소리지. 이 빌어먹을 놈들은 아이템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짓밟는 것을 즐거워하는 부류니까.’
머더러 플레이어에 대한 대처법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힘! 압도적인 힘으로 반격해서 짓눌러 버려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라이프의 레벨은 6.
게다가 머더러 플레이어는 둘이고, 상황이 위태로워지면 노멀 플레이어도 머더러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끼어들지 몰랐다.
객관적으로는 물론 주관적으로 판단해도 답이 보이질 않는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라이프의 태도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어차피 당할 일이라면 피하지 않고 받아주지. 하지만 다음번에도 이렇게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라이프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뭐, 뭐야? 이 자식 눈빛이…….”
“씨발, 기분 더럽게시리.”
얼굴에 구멍을 뚫어버릴 것 같은 라이프의 강렬한 시선에 넉살좋게 웃고 있던 머더러 플레이어들이 인상을 썼다.
그러고는 휴식은 끝이라는 듯 무기를 내밀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하이에나들의 날카로운 기세가 느껴졌다.
“해봐, 어디 마음대로.”
“…….”
서로의 시선이 중간에서 맹렬하게 부딪쳤다.
비교적 담담함을 유지하고 있는 라이프와 다르게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다솜은 완전 울상이었다.
볼에 툭, 손가락을 찔러 넣으면 당장에라도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모양새.
‘재수 없게 그런 표정 짓지 마. 난 이길 거니까.’
[이씨…… 너 지면 가만 안 둘 거야.]
투정 섞인 다솜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전의를 다졌다.
HP도, 스태미너도 완전하지 않은, 불리한 상황.
거기에 수적으로도 불리하다.
‘망할, 한동안 놀림거리 좀 되겠는데.’
슬쩍 곁눈질을 하니, 두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다솜이 보였다.
패배는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지만, 순순히 당해줄 수는 없다.
있는 힘껏 저항할 것이다.
놈들의 뇌리에 섬뜩한 기억들을 새겨주기 위해서.
그렇게 머더러들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