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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플레이어 라이프 ― 기본 대미지 5!]
[여우 ― 기본 대미지 17!]
[여우 ― 출혈 대미지 1!]
여우의 몸 주위로 반투명한 메시지 창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라이프의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여우와 휴먼이 벌이는 격렬한 혈투!
가장 기초적인 사냥감인 토끼나 다람쥐와는 다르게 여우부터는 HP와 방어력이 제법 갖춘 상태였다.
그렇기에 생각지도 못하게 싸움은 길어지고 있었다.
[옆구리를 더 때려! 그렇지! 거길 더 찢어버리란 말이야!]
“…….”
토끼를 공격할 때마다 야만인이라고 소리치던 소녀는 어디로 갔는지 걸걸하게 외쳐 댄다.
사람의 외모 지상 주의는 그들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닌 듯했다.
불쌍한 여우에게 잠시 묵념.
‘그건 그렇고, 능력치가 부족하다 보니 쉽지 않네. 벌써 대미지를 70, 80 정도는 입힌 것 같은데 쓰러질 생각을 않으니 원.’
HP가 40, 50 정도 수준인 토끼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전체적인 능력치도 높고 거기에 샌드백인 토끼와 다르게 반격은 물론이고, 간간이 회피 동작까지 취했으니까.
평소 겁이 많다거나 단어 그대로 ‘몸치’인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난이도 상승에 고생깨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라이프의 머릿속을 스쳤다.
‘물론 나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소리지만.’
이런 난이도 상승은 라이프에게 있어서 오히려 게임의 흥미를 돋우는 요소에 불과할 뿐이었다.
소드 앤 매직 이전에 플레이했던 게임에서 공략하기 어려운 보스나 던전 등을 마주할 때마다 괜히 불타올랐던 게 아니다.
힘든 도전 목표일수록 그것을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한 법!
게다가 라이프에게는 여우 같은 몬스터 정도는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나름의 페널티가 있기 때문에 이런 허접한 단계에서부터는 사용할 생각이 없어서 자제하고는 있지만…….
그런 이유로 라이프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여우보다 한 단계 높은 몬스터인 늑대나 들개 등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서걱―!
[여우 ― 기본 대미지 17!]
캥, 깨갱!
[꺅! 해냈어!]
그로부터 두 번의 공격을 더 적중시키자 끈질기게 버티던 여우도 HP가 바닥났는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몸을 비비며 장난을 치던 수풀들이 그 무게로 인해서 꺾기고 비틀렸다.
그 위로 흐르는, 짙은 핏방울들.
애처롭게 느껴질 법한 미약한 꿈틀거림이 몇 번 이어지다가 움직임이 완전히 멈춰 버린 순간, 라이프는 조용히 다가가서 검을 복부 쪽으로 가져갔다.
‘이제는 제법 손에 익네.’
처음 도축에 도전했을 때는 방법을 몰라서 가죽을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린 기억이 수두룩했다.
이제는 그때처럼 마냥 어리바리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제법 태가 났다.
사사사삭―!
띠링!
[여우를 도축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관련 스킬 부족으로 추가적인 가산점을 받지 못합니다.]
[종합 판정은 D랭크입니다.]
[3급 여우 가죽(1), 3급 여우 고기(2)를 습득합니다.]
도축 작업이 끝나자 여우의 시체는 빛으로 변해서 사라졌고, 승자인 라이프는 패자가 남긴 가죽과 고기를 얻게 되었다.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
도축을 하는 동안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던 다솜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여우가 엄청 강해?]
“그건 아닌데, 예상을 벗어나긴 했지. 토끼 바로 다음 단계의 몬스터인데, 그 차이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으니까. 그래서 시간을 더욱 잡아먹은 것도 있고.”
뭐든 ‘처음’이란 각별한 의미가 있는 법이다.
이번 여우 사냥도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걸렸지만, 덕분에 여우의 대략적인 HP나 공격력, 자주 보여주는 행동 패턴 등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이걸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좀 더 수월하게 사냥할 수 있을 테니까.’
시야 아래쪽 구석의 아이콘을 클릭해서 캐릭터의 정보를 확인하니, 경험치가 5% 상승해 있었다.
토끼 다섯 마리에 해당하는 경험치였다.
사냥에 들어간 시간만 따지자면 별 차이는 없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토끼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줄어든다는 걸 생각한다면 결국 여우로 갈아탈 수밖에 없는 수순이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변화의 바람.
“일단 몇 마리 더 잡아보자. 익숙해지면 너는 저번처럼 약초를 찾아다니면 되고.”
[응, 알았어! 보물찾기하던 기억이 나서 재미있더라.]
대놓고 노동력을 착취하겠다는 라이프의 과감한 발언!
그 흑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다솜은 벌써부터 숲 속을 산책할 생각에 마냥 싱글벙글했다.
“가라, 다솜몬! 여우를 찾아내는 거야.”
[우씨! 날 이상하게 부르지 마.]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충실하게 행해진 다솜의 정찰로 인해서 두 번째, 세 번째 여우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점점 탄력이 붙기 시작한 사냥 속도.
덕분에 라이프는 금세 레벨 업 직전까지 경험치를 올릴 수 있었다.
“휴우, 잠시만 쉬자.”
[응. 난 잠깐 주위 구경 좀 하고 올게.]
“……알았다.”
어차피 쉬면서 스태미너를 채울 요량이었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차피 다솜이야 혼자 돌아다녀도 몬스터들에게까지 인식되질 않으니 안전 문제도 없었으니까.
[야호! 소풍이다.]
“저기요,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라이프가 뭐라고 하든 잔뜩 신이 난 다솜은 피크닉 기분을 내는 것인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굵은 나무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나도 저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라이프는 고개를 돌려 힐끔 주위를 살폈다.
보기만 해도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신록의 빛깔들.
바람이 불때마다 우수수 떨어 대며 물결치듯 일렁거리는 울창한 나뭇가지와 이파리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완벽한 환경과 즐거웠던 사냥의 과정들.
하지만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요소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보상과 경쟁……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것들이지.’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현실보다 게임을 택한 라이프에게 보상은 곧 ‘경제’였고, 경쟁은 ‘사회적인 성공’을 의미했다.
현금화시킬 수 있는 게임 머니와 비싼 아이템들.
경쟁자들을 짓밟고 수많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건 정신적인 만족감을 줄 것이다.
그렇기에 라이프는 스태미너를 채우면서도 고민을 거듭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
좀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10레벨에 정할 1차 직업은?
소울 능력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솜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외에도 무궁무진하지, 고민할 거리는.’
부스럭.
“……!”
너무 깊게 생각에 빠져 있던 탓일까?
라이프는 귓가를 스치는 소음에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고개를 돌려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였지?”
하지만 보이는 것은 수풀과 나무가 전부였고, 더 이상의 소음도 없었다.
잠시 동안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관찰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자 그냥 바람에 나뭇잎이 날린 정도라 방금 전의 소음을 치부하게 되었다.
그것이 크나큰 실수인 줄도 모르고.
[꺄악! 피, 피해!]
콰직―!
찢어질 것같이 위태로운 다솜의 비명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이어서 등 한복판에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
외부에서 가해진 물리적인 힘에 의해 라이프의 몸은 앞으로 쏠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머릿속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
그 순간, 주위로 터져 나오는 반투명한 시스템 메시지들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플레이어 라이프 ― 스킬 대미지 22!]
[플레이어 ‘레빗’ 님에게 공격당하셨습니다.]
[선제 공격을 가한 플레이어는 전투 종료 이후 한 시간 동안 ‘카오스’ 상태가 유지됩니다.]
[‘카오스’ 상태의 플레이어를 공격할 때는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HP가 50% 이하입니다. 회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머더러(Murderer) 플레이어!’
머더러란 살인자, 살해범 등을 뜻하는 단어인데, 게임 내에서도 비슷한 뜻으로 사용된다.
노멀 플레이어의 아이템이나 소지품 등을 노리고 PK(Player Killing) 행위를 저지르는 대담한 녀석들.
촤악―!
“큭!”
[플레이어 라이프 ― 기본 대미지 13!]
[플레이어 ‘패스’ 님에게 공격당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어깨 쪽이다.
몸을 돌리기도 전에 재차 이어진 공격에 얼이 빠진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
라이프는 본능적으로 몸을 수그리고 앞으로 쓰러지듯 달려 나갔다.
부웅―!
묵직한 소음이 머리 근처를 스쳤고, 일어난 풍압이 머리칼을 흩날리게 했다.
[둘! 두 명이야! 하나는 몽둥이고, 하나는 검을 들었어!]
‘알았어.’
다솜이 제공해 준 정보에 반색하며 몸을 틀면서 견제의 의미로 검을 휘둘렀다.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 습격은 거기에서 멈춰 있었고, 라이프의 검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후우, 후우…….”
가쁜 호흡을 달랬다.
‘침착’이라는 단어를 계속 머릿속에 되뇌며 라이프는 자신을 습격해 온 의문의 플레이어 두 명을 바라보았다.
다솜의 말대로 하나는 거무스름한 몽둥이를 들었고, 하나는 라이프가 들고 있는 검과 단검의 중간 정도 길이인 숏 소드 계열의 무기를 들었는데, 전신에서 음울하게 느껴지는 붉은색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고 있었다.
정보 창에 표시된 성향 수치가 -100을 넘어섰다는 증거!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 아닌, 계획적인 머더러 행위를 반복하는 놈들이었다.
“하이―!”
“좋은 아이템 좀 있냐?”
“…….”
다 잡은 먹잇감이라는 듯 히죽거리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는 녀석들.
라이프에게 위기가 닥쳐왔다.
[여우 ― 기본 대미지 17!]
[여우 ― 출혈 대미지 1!]
여우의 몸 주위로 반투명한 메시지 창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라이프의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여우와 휴먼이 벌이는 격렬한 혈투!
가장 기초적인 사냥감인 토끼나 다람쥐와는 다르게 여우부터는 HP와 방어력이 제법 갖춘 상태였다.
그렇기에 생각지도 못하게 싸움은 길어지고 있었다.
[옆구리를 더 때려! 그렇지! 거길 더 찢어버리란 말이야!]
“…….”
토끼를 공격할 때마다 야만인이라고 소리치던 소녀는 어디로 갔는지 걸걸하게 외쳐 댄다.
사람의 외모 지상 주의는 그들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닌 듯했다.
불쌍한 여우에게 잠시 묵념.
‘그건 그렇고, 능력치가 부족하다 보니 쉽지 않네. 벌써 대미지를 70, 80 정도는 입힌 것 같은데 쓰러질 생각을 않으니 원.’
HP가 40, 50 정도 수준인 토끼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전체적인 능력치도 높고 거기에 샌드백인 토끼와 다르게 반격은 물론이고, 간간이 회피 동작까지 취했으니까.
평소 겁이 많다거나 단어 그대로 ‘몸치’인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난이도 상승에 고생깨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라이프의 머릿속을 스쳤다.
‘물론 나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소리지만.’
이런 난이도 상승은 라이프에게 있어서 오히려 게임의 흥미를 돋우는 요소에 불과할 뿐이었다.
소드 앤 매직 이전에 플레이했던 게임에서 공략하기 어려운 보스나 던전 등을 마주할 때마다 괜히 불타올랐던 게 아니다.
힘든 도전 목표일수록 그것을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한 법!
게다가 라이프에게는 여우 같은 몬스터 정도는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나름의 페널티가 있기 때문에 이런 허접한 단계에서부터는 사용할 생각이 없어서 자제하고는 있지만…….
그런 이유로 라이프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여우보다 한 단계 높은 몬스터인 늑대나 들개 등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서걱―!
캥, 깨갱!
[꺅! 해냈어!]
그로부터 두 번의 공격을 더 적중시키자 끈질기게 버티던 여우도 HP가 바닥났는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몸을 비비며 장난을 치던 수풀들이 그 무게로 인해서 꺾기고 비틀렸다.
그 위로 흐르는, 짙은 핏방울들.
애처롭게 느껴질 법한 미약한 꿈틀거림이 몇 번 이어지다가 움직임이 완전히 멈춰 버린 순간, 라이프는 조용히 다가가서 검을 복부 쪽으로 가져갔다.
‘이제는 제법 손에 익네.’
처음 도축에 도전했을 때는 방법을 몰라서 가죽을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린 기억이 수두룩했다.
이제는 그때처럼 마냥 어리바리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제법 태가 났다.
사사사삭―!
띠링!
[관련 스킬 부족으로 추가적인 가산점을 받지 못합니다.]
[종합 판정은 D랭크입니다.]
[3급 여우 가죽(1), 3급 여우 고기(2)를 습득합니다.]
도축 작업이 끝나자 여우의 시체는 빛으로 변해서 사라졌고, 승자인 라이프는 패자가 남긴 가죽과 고기를 얻게 되었다.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
도축을 하는 동안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던 다솜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여우가 엄청 강해?]
“그건 아닌데, 예상을 벗어나긴 했지. 토끼 바로 다음 단계의 몬스터인데, 그 차이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으니까. 그래서 시간을 더욱 잡아먹은 것도 있고.”
뭐든 ‘처음’이란 각별한 의미가 있는 법이다.
이번 여우 사냥도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걸렸지만, 덕분에 여우의 대략적인 HP나 공격력, 자주 보여주는 행동 패턴 등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이걸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좀 더 수월하게 사냥할 수 있을 테니까.’
시야 아래쪽 구석의 아이콘을 클릭해서 캐릭터의 정보를 확인하니, 경험치가 5% 상승해 있었다.
토끼 다섯 마리에 해당하는 경험치였다.
사냥에 들어간 시간만 따지자면 별 차이는 없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토끼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줄어든다는 걸 생각한다면 결국 여우로 갈아탈 수밖에 없는 수순이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변화의 바람.
“일단 몇 마리 더 잡아보자. 익숙해지면 너는 저번처럼 약초를 찾아다니면 되고.”
[응, 알았어! 보물찾기하던 기억이 나서 재미있더라.]
대놓고 노동력을 착취하겠다는 라이프의 과감한 발언!
그 흑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다솜은 벌써부터 숲 속을 산책할 생각에 마냥 싱글벙글했다.
“가라, 다솜몬! 여우를 찾아내는 거야.”
[우씨! 날 이상하게 부르지 마.]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충실하게 행해진 다솜의 정찰로 인해서 두 번째, 세 번째 여우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점점 탄력이 붙기 시작한 사냥 속도.
덕분에 라이프는 금세 레벨 업 직전까지 경험치를 올릴 수 있었다.
“휴우, 잠시만 쉬자.”
[응. 난 잠깐 주위 구경 좀 하고 올게.]
“……알았다.”
어차피 쉬면서 스태미너를 채울 요량이었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차피 다솜이야 혼자 돌아다녀도 몬스터들에게까지 인식되질 않으니 안전 문제도 없었으니까.
[야호! 소풍이다.]
“저기요,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라이프가 뭐라고 하든 잔뜩 신이 난 다솜은 피크닉 기분을 내는 것인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굵은 나무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나도 저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라이프는 고개를 돌려 힐끔 주위를 살폈다.
보기만 해도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신록의 빛깔들.
바람이 불때마다 우수수 떨어 대며 물결치듯 일렁거리는 울창한 나뭇가지와 이파리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완벽한 환경과 즐거웠던 사냥의 과정들.
하지만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요소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보상과 경쟁……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것들이지.’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현실보다 게임을 택한 라이프에게 보상은 곧 ‘경제’였고, 경쟁은 ‘사회적인 성공’을 의미했다.
현금화시킬 수 있는 게임 머니와 비싼 아이템들.
경쟁자들을 짓밟고 수많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건 정신적인 만족감을 줄 것이다.
그렇기에 라이프는 스태미너를 채우면서도 고민을 거듭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
좀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10레벨에 정할 1차 직업은?
소울 능력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솜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외에도 무궁무진하지, 고민할 거리는.’
부스럭.
“……!”
너무 깊게 생각에 빠져 있던 탓일까?
라이프는 귓가를 스치는 소음에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고개를 돌려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였지?”
하지만 보이는 것은 수풀과 나무가 전부였고, 더 이상의 소음도 없었다.
잠시 동안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관찰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자 그냥 바람에 나뭇잎이 날린 정도라 방금 전의 소음을 치부하게 되었다.
그것이 크나큰 실수인 줄도 모르고.
[꺄악! 피, 피해!]
콰직―!
찢어질 것같이 위태로운 다솜의 비명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이어서 등 한복판에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
외부에서 가해진 물리적인 힘에 의해 라이프의 몸은 앞으로 쏠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머릿속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
그 순간, 주위로 터져 나오는 반투명한 시스템 메시지들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플레이어 ‘레빗’ 님에게 공격당하셨습니다.]
[선제 공격을 가한 플레이어는 전투 종료 이후 한 시간 동안 ‘카오스’ 상태가 유지됩니다.]
[‘카오스’ 상태의 플레이어를 공격할 때는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HP가 50% 이하입니다. 회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머더러(Murderer) 플레이어!’
머더러란 살인자, 살해범 등을 뜻하는 단어인데, 게임 내에서도 비슷한 뜻으로 사용된다.
노멀 플레이어의 아이템이나 소지품 등을 노리고 PK(Player Killing) 행위를 저지르는 대담한 녀석들.
촤악―!
“큭!”
[플레이어 ‘패스’ 님에게 공격당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어깨 쪽이다.
몸을 돌리기도 전에 재차 이어진 공격에 얼이 빠진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
라이프는 본능적으로 몸을 수그리고 앞으로 쓰러지듯 달려 나갔다.
부웅―!
묵직한 소음이 머리 근처를 스쳤고, 일어난 풍압이 머리칼을 흩날리게 했다.
[둘! 두 명이야! 하나는 몽둥이고, 하나는 검을 들었어!]
‘알았어.’
다솜이 제공해 준 정보에 반색하며 몸을 틀면서 견제의 의미로 검을 휘둘렀다.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 습격은 거기에서 멈춰 있었고, 라이프의 검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후우, 후우…….”
가쁜 호흡을 달랬다.
‘침착’이라는 단어를 계속 머릿속에 되뇌며 라이프는 자신을 습격해 온 의문의 플레이어 두 명을 바라보았다.
다솜의 말대로 하나는 거무스름한 몽둥이를 들었고, 하나는 라이프가 들고 있는 검과 단검의 중간 정도 길이인 숏 소드 계열의 무기를 들었는데, 전신에서 음울하게 느껴지는 붉은색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고 있었다.
정보 창에 표시된 성향 수치가 -100을 넘어섰다는 증거!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 아닌, 계획적인 머더러 행위를 반복하는 놈들이었다.
“하이―!”
“좋은 아이템 좀 있냐?”
“…….”
다 잡은 먹잇감이라는 듯 히죽거리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는 녀석들.
라이프에게 위기가 닥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