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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다시 라이프로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지난 이틀간의 평범한 접속 과정과 다르게 조금은 서늘한 기분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마치 냉동실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뒤로한 채 이내 근처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다솜을 보며 살짝 웃었다.
이번에도 성공했다.
황당한 일이지만 귀신이 가상현실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은 이걸로 확정이다.
[우리 사냥하자. 아니면 퀘스트하자. 그것도 아니면 소풍!]
다솜은 한껏 들떠 있었다.
15년이 넘는 시간을 지박령으로 묶여서 방구석 폐인 같은 생활을 해온 그녀다.
이런 환상적인 세상을 마주하고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까.
그런 까닭에 흙바닥에 남겨진 누군가의 발자국이나 지면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까지도 새로움과 신기함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다솜이었다.
‘어제 확인해 본 결과 여기서도 물리력은 없었으니, 고스트나 와이트(Wight) 같은 정신체 몬스터와 비슷하다고 봐야 하나?’
처음 그 소리를 다솜에게 했을 때, 질색팔색한 얼굴 표정과 혐오감으로 가득한 눈빛을 받아야만 했다.
이렇게 귀여운 소녀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다면서.
‘아무튼 그런 쪽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고, 역시 당장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은…….’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다솜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NPC들도 다솜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퀘스트는커녕 마을에서 장사를 시킬 수도 없었다.
막혀 버린 여러 가지 가능성들.
하지만 포기는 이르다.
현재 다솜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린 라이프는 잡화점의 아만다를 찾아가서 약초 채집 퀘스트를 받았다.
그런 후, 샘플로 해당 약초들을 하나씩 구입하고 마을을 나섰다.
그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다솜의 모습은 마치 귀여운 강아지 같았다.
물론, 이 소리를 본인에게 하면 앙칼진 태도로 물어뜯겠다고 달려들겠지만.
“이게 라벤더야. 보이지? 여기 보라색으로 자라 있는 거.”
[응. 응! 완전 잘 보여. 그리고 또 있어?]
“어. 여기 가운데 씨가 동글납작하게 모여 있고 주위에 이파리가 있는 거…… 이게 캐모마일이야. 돌아다니면서 이 두 가지를 찾아.”
[알았어! 나 보물찾기 좋아해. 열심히 찾을게.]
“그래. 난 저쪽에서 사냥하고 있을 테니까, 찾으면 위치 기억해 놨다가 열 개 넘으면 와서 말해. 그때 수거할 테니까.”
[응! 그렇게 할게.]
라이프는 당장 다솜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파악했다.
물리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거기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라서 전투 중 적을 교란시키는 임무를 줄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바로 탐색이었다.
생각을 할 수 있고, 볼 수 있으며, 그리고 그것들을 언어로 전달할 수 있다.
별것 아니게 느껴질 수 있지만, 라이프에게는 용병 길드에서 고용할 수 있는 NPC 용병 하나가 처음부터 붙어 있는 셈이었다.
물론, 전투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게다가 공짜잖아. 들어가는 돈도 전혀 없는…… 고용주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지.’
라이프는 열심히 토끼를 사냥했다.
80%의 싱크로율에 이제는 완전히 적응한 상태다.
토끼를 잡고 도축을 하고 다시 토끼를 잡는다.
그러다가 레벨 업을 하고 조금 더 토끼를 잡고 있자니, 저 멀리서 날아온 다솜이 약초들을 다 찾았다고 소란을 떨었다.
[저기! 다음 거는 저기 있어.]
“알았어. 좀 차분히 있어봐.”
라이프는 다솜이 알려주는 장소로 가서 조심스럽게 약초를 채집했다.
아직 관련 스킬이 없기 때문에 도축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노가다였다.
얼마나 세심하고 손실이 없는 상태로 채집을 했는지가 관건이었다.
살살 주위의 흙을 파내서 잔뿌리 하나도 해지지 않게 조심스레 건져 낸다.
그러고는 아이템 창에 집어넣었다.
“후우…… 좋아, 잘했어.”
[나 잘했지? 더 칭찬해 줘.]
다솜은 마냥 좋은 얼굴이었다.
칭찬에는 돈이 들지 않으니, 라이프는 한껏 칭찬해 줬다.
그런 후에 다시 약초 채집 일을 맡기고 사냥을 나섰다.
‘어제 못한 만큼 만회해야지. 적어도 오늘 7레벨 이상은 찍자.’
이후 여섯 시간 동안을 사냥에 미쳐서 보냈다.
더 하려면 더 할 수도 있겠지만, 마을에서 추가로 사 온 딱딱한 보리빵마저 바닥이 났다.
SP에 한계가 온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마을로 복귀한 라이프는 보무도 당당하게 잡화점으로 들어갔다.
아이템 창에 있는 라벤더와 캐모마일의 수량은 자그마치 각각 46개와 34개!
생각보다 다솜의 능력이 출중했다.
하긴 걷고 뛰는 것도 아닌,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주변을 훑고 다니는데, 그 효율성은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어머, 이렇게 많은 양의 약초를 파시는 여행자님은 처음이시네요. 대단하세요. 안 그래도 약초가 부족했는데……. 혹시 추가로 더 구해 오실 생각이 있으시면 좀 더 가격을 잘 쳐드릴게요.”
말광량이 삐삐처럼 양 갈래로 땋은 머리에 살짝 박혀 있는 주근깨가 귀여운 인상을 주었지만, 잡화점의 주인이라는 설정답게 아만다는 상당히 당찬 성격의 소유자였다.
결코 쉽게 봐서는 안 될 NPC 중에 하나!
그런 이유로 라이프는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띠링!
[아만다의 ‘약초 채집’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랭크를 확인합니다.]
[‘C’랭크로 퀘스트를 클리어합니다.]
‘오…… C랭크?’
마을의 촌장 ‘에드윈’의 편지 전달 퀘스트와 가죽 상인 ‘우기르’의 가죽 수집 퀘스트를 수행해 봤지만, 겨우 최하인 ‘E’랭크밖에 받지 못했다.
한데 이번에는 구해 온 약초의 수량이 많다 보니 C라는 비교적 높은 클리어 랭크가 주어진 것이다.
띠링!
[아만다에게 퀘스트 보상을 받습니다.]
[클리어 랭크에 따라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민첩, 집중, 행운, 소울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아만다가 대금을 지불합니다.]
[4실버를 획득합니다.]
‘퀘스트 보상이 장난 아니네.’
E랭크 보상만 받다가 C랭크의 보상을 받아보니,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30% 남짓 차 있던 경험치가 단번에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레벨 업까지 했다.
거기에 4실버…… 1실버 20브론즈밖에 없던 라이프의 전 재산이 단번에 세 배로 뻥튀기되어 버렸다.
“라이프 님의 채집 실력을 믿고 하나의 품목을 더 추가해도 될까요?”
띠링!
[수락하면 아만다의 ‘약초 채집’ 퀘스트에 새로운 목표가 추가됩니다.]
[수락할 경우 아만다의 호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라던 바였다.
라이프는 망설임 없이 수락했고, 퀘스트 창에서 새롭게 업데이트된 내용을 확인했다.
[아만다의 부탁(약초 채집)]
등급 : E
설명 : 잡화점의 아만다는 최근 대량의 약초를 필요로 하는 중이다. 아만다에게 라벤더, 캐모마일, 로즈메리를 채집해서 가져다주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건 : 라벤더() / 캐모마일() / 로즈메리()
보상 : 수량 기준 차등 보상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하지만 퀘스트 품목이 하나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보상도 더 커질 것이란 의미였다.
라이프는 아만다의 호감도가 올랐다는 소리를 뒤로한 채 잡화점을 나섰다.
물론, 이번에도 다솜에게 보여줄 샘플용 로즈메리 하나와 SP 회복용 딱딱한 보리빵을 잔뜩 구입한 상태였다.
‘벌써 6레벨…… 생각보다 빨라.’
정말 다솜의 능력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덕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 라이프는 로그아웃을 해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어차피 저번에 얻은 가상현실 시스템 접속 시간 제한 팁을 생각해 본다면 여섯 시간 정도마다 로그아웃을 하고 한 시간가량의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 결과적으로 보면 이득이었다.
“후우…….”
가상의 세계를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온 소이는 장시간 누워 있어서 뻐근해진 몸을 풀어주며 부엌으로 이동했다.
사실 부엌이라고 말하기에는 거실과의 경계조차도 애매한 공간이지만…… 아무튼 찬장을 열어서 식재료를 확인한 결과, 오늘의 메뉴도 여전히 즉석식품이다.
자취 생활을 오래하면 요리 실력이 늘어난다고 했던가.
물론 그쪽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고 주구장창 게임만 붙잡고 있는 소이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뭐, 먹고 죽지만 않으면 되지.’
라면을 하나 끓이고 저번에 편의점에서 사 온 소시지를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그사이 정신을 차린 다솜이 곁에 다가와 참새처럼 쫑알대기 시작했다.
오늘 너무 재미있었고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가상의 세계가 너무나 좋다는 감상평이었다.
‘그 재미있다는 거…… 일주일 내내 반복해도 재미있을까?’
소이는 남몰래 웃으며 컵라면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다솜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악덕 경영주에 빙의된 소이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지금 소이에게 다솜은 귀신이 아닌, ‘$’로 보일지도 몰랐다.
후딱 먹어 치운 라면 용기를 정리하고 난 후, 따끈한 소시지를 한입 베어 물며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소드 앤 매직 홈페이지로의 접속.
베타테스트 3일째인데, 그사이 여기도 바뀐 게 많았다.
그냥저냥 화려한 그림들과 배너만 가득하던 게시판의 상단에 아래의 글들과 구분이 되도록 테두리가 그어졌다.
그 안에 적혀 있는 것은 ‘좋아요’를 많이 받은 글 다섯 개의 제목이었다.
상위권(5위) 내에 해당하는 글을 작성한 플레이어들에게 정식 오픈 이후 혜택을 준다고 하니까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더욱 치열해진 게시판 상위권 다툼.
덕분에 양질의 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소이로서는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격이랄까?
벌써부터 관심이 가는 제목의 글이 많았는데, 소이는 그중 3위에 올라 있는 글을 선택했다.
[소드 앤 매직의 직업에 관해서]
안녕하세요. 하론 왕국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 ‘할짝할짝’이라고 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정보는 직업에 관해서입니다.
다들 10레벨을 달성하면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시겠죠?
베타테스트 2일차…… 그러니까, 어제저녁쯤 전 1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후,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틀 내내 죽어라 사냥만 했으니까요.
돈 모을 생각도 못하고 소모품 팍팍 써가면서 풀로 사냥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엄청 가난한 상태지만 마음만은 풍족합니다.
드디어 전직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말이죠.
그런데 망할…….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털썩)
전직 퀘스트 난이도가 장난 아니네요.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파티 사냥하세요. (찡긋)
아무튼 여러분에게 소중한 정보를 알려 드리고자 웬만한 전직 퀘스트 장소는 다 돌아다니면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아래를 보시죠.
[소드맨(Swordsman)]
퀘스트 NPC : 대장장이 ‘하쿤’
제한 : 근력(2), 민첩(3), 체력(1), 집중(1)
설명 : 젊을 적 유명한 검객이었던 하쿤은 말년에 평온한 삶을 꿈꾸며 시골로 내려왔지만, 한편으로 본인의 기술이 사장(死藏)되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하쿤이 내준 시험을 통과한다면 검객이 되기 위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건 : 스킬 레벨 업(소드 마스터리) / 여우(5) / 늑대(3)
[파이터(Fighter)]
퀘스트 NPC : 장비 상점 주인 ‘우기르’
제한 : 근력(3), 민첩(1), 체력(3)
설명 : 우기르는 유명한 싸움꾼이자 용병이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 그의 근성과 독기는 왕국의 수도에서까지 이름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용병의 삶은 칼날을 밟고 선 것처럼 위험하기 그지없는 것. 전쟁터에서 한쪽 팔을 잃게 된 그는 용병 길드의 배려로 평화로운 이곳 마을에서 상점을 차릴 수 있었다. 주 업무는 방어구들의 판매…… 부 업무는 자질이 보이는 인물들을 가르쳐서 당당한 전사로 만드는 것!
조건 : 스킬 레벨 업(웨폰 마스터리) / 여우(5) / 늑대(3)
[메이지(Mage)]
퀘스트 NPC : 수련 마법사 ‘엘빈’
제한 : 지능(2), 집중(2)
설명 : 마법은 굉장히 파괴적이고 매력적인 힘이지만,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직업들도 쉽지는 않겠지만, 이만큼 ‘재능’에 의해서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마법사의 숫자는 부족했고, 마법사 길드에서는 그 어떤 ‘오지(奧地)’에서라도 재능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마법사들을 파견하게 되었다.
조건 : 스킬 레벨 업(매지컬 마스터리) / 속성 스킬 숙련
[클레릭(Cleric)]
퀘스트 NPC : 수련 신관 ‘에밀리아’
제한 : 지능(1), 집중(3)
설명 : 사람의 약한 마음은 늘 절대적인 존재에게 의존하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행하는 놀라운 기적!
모두에게 베풀어지는 따뜻한 사랑.
하지만 가끔 적에게 보이는 냉혹한 심판을 생각하면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습니다.
에밀리아는 신성왕국에서 파견을 왔습니다.
전 세상에 신의 뜻을 전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한 그녀는 그 일에 동참한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조건 : 스킬 레벨 업(홀리 마스터리) / 종교 공적치(100)
[벤더(Vendor)]
퀘스트 NPC : 잡화점 주인 ‘아만다’
제한 : 체력(2), 지능(3), 집중(2)
설명 : 돈을 벌고 싶으면 나에게로 와라!
아만다는 몬스터에게 부모님을 잃고도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본인의 가게를 차린 대단한 여장부입니다.
그녀의 시험을 통과한다면 진정한 돈의 가치를 알게 될 것입니다.
조건 : 스킬 레벨 업(트레이딩 마스터리) / NPC 호감도 50↑
[아처(Archer)]…….
[시프(Thief)]…….
[스미스(Smith)]…….
헉헉! 정말 노력했습니다.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이 조사하다니.
같이 플레이하는 친구가 도와주긴 했지만…… 아무튼 전 파이터로 전직하려고 합니다.
테크를 워리어―버서커 순서로 가려고 하거든요.
홈페이지에서 직업 설명을 보니까 공격력 하나는 대박인, 정말 매력적인 클래스 같더군요.
크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위에 올린 직업들은 말 그대로 가장 기초적인 직업들입니다.
이 외에도 소드 앤 매직의 세계에는 수많은 직업들이 존재합니다.
퀘스트로 얻을 수 있는 특수한 직업도 있고…… 그 외의 다른 경우들도 있고요.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이 테스트 기간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이런 직업, 저런 직업 많이들 시험해 보고 본인에게 잘 맞으시는 걸 찾기 바랍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소드 앤 매직 되세요!
“직업, 직업이라…….”
이쯤에서 정하고 가는 게 좋겠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소이를 보며 옆에 있던 다솜이 가슴팍에 대못이 박힐 만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소이의 직업은 백수잖아. 아니면 게임 폐인.]
“……넌 좀 빠져라.”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소이였다.
다시 라이프로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지난 이틀간의 평범한 접속 과정과 다르게 조금은 서늘한 기분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마치 냉동실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뒤로한 채 이내 근처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다솜을 보며 살짝 웃었다.
이번에도 성공했다.
황당한 일이지만 귀신이 가상현실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은 이걸로 확정이다.
[우리 사냥하자. 아니면 퀘스트하자. 그것도 아니면 소풍!]
다솜은 한껏 들떠 있었다.
15년이 넘는 시간을 지박령으로 묶여서 방구석 폐인 같은 생활을 해온 그녀다.
이런 환상적인 세상을 마주하고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까.
그런 까닭에 흙바닥에 남겨진 누군가의 발자국이나 지면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까지도 새로움과 신기함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다솜이었다.
‘어제 확인해 본 결과 여기서도 물리력은 없었으니, 고스트나 와이트(Wight) 같은 정신체 몬스터와 비슷하다고 봐야 하나?’
처음 그 소리를 다솜에게 했을 때, 질색팔색한 얼굴 표정과 혐오감으로 가득한 눈빛을 받아야만 했다.
이렇게 귀여운 소녀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다면서.
‘아무튼 그런 쪽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고, 역시 당장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은…….’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다솜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NPC들도 다솜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퀘스트는커녕 마을에서 장사를 시킬 수도 없었다.
막혀 버린 여러 가지 가능성들.
하지만 포기는 이르다.
현재 다솜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린 라이프는 잡화점의 아만다를 찾아가서 약초 채집 퀘스트를 받았다.
그런 후, 샘플로 해당 약초들을 하나씩 구입하고 마을을 나섰다.
그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다솜의 모습은 마치 귀여운 강아지 같았다.
물론, 이 소리를 본인에게 하면 앙칼진 태도로 물어뜯겠다고 달려들겠지만.
“이게 라벤더야. 보이지? 여기 보라색으로 자라 있는 거.”
[응. 응! 완전 잘 보여. 그리고 또 있어?]
“어. 여기 가운데 씨가 동글납작하게 모여 있고 주위에 이파리가 있는 거…… 이게 캐모마일이야. 돌아다니면서 이 두 가지를 찾아.”
[알았어! 나 보물찾기 좋아해. 열심히 찾을게.]
“그래. 난 저쪽에서 사냥하고 있을 테니까, 찾으면 위치 기억해 놨다가 열 개 넘으면 와서 말해. 그때 수거할 테니까.”
[응! 그렇게 할게.]
라이프는 당장 다솜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파악했다.
물리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거기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라서 전투 중 적을 교란시키는 임무를 줄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바로 탐색이었다.
생각을 할 수 있고, 볼 수 있으며, 그리고 그것들을 언어로 전달할 수 있다.
별것 아니게 느껴질 수 있지만, 라이프에게는 용병 길드에서 고용할 수 있는 NPC 용병 하나가 처음부터 붙어 있는 셈이었다.
물론, 전투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게다가 공짜잖아. 들어가는 돈도 전혀 없는…… 고용주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지.’
라이프는 열심히 토끼를 사냥했다.
80%의 싱크로율에 이제는 완전히 적응한 상태다.
토끼를 잡고 도축을 하고 다시 토끼를 잡는다.
그러다가 레벨 업을 하고 조금 더 토끼를 잡고 있자니, 저 멀리서 날아온 다솜이 약초들을 다 찾았다고 소란을 떨었다.
[저기! 다음 거는 저기 있어.]
“알았어. 좀 차분히 있어봐.”
라이프는 다솜이 알려주는 장소로 가서 조심스럽게 약초를 채집했다.
아직 관련 스킬이 없기 때문에 도축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노가다였다.
얼마나 세심하고 손실이 없는 상태로 채집을 했는지가 관건이었다.
살살 주위의 흙을 파내서 잔뿌리 하나도 해지지 않게 조심스레 건져 낸다.
그러고는 아이템 창에 집어넣었다.
“후우…… 좋아, 잘했어.”
[나 잘했지? 더 칭찬해 줘.]
다솜은 마냥 좋은 얼굴이었다.
칭찬에는 돈이 들지 않으니, 라이프는 한껏 칭찬해 줬다.
그런 후에 다시 약초 채집 일을 맡기고 사냥을 나섰다.
‘어제 못한 만큼 만회해야지. 적어도 오늘 7레벨 이상은 찍자.’
이후 여섯 시간 동안을 사냥에 미쳐서 보냈다.
더 하려면 더 할 수도 있겠지만, 마을에서 추가로 사 온 딱딱한 보리빵마저 바닥이 났다.
SP에 한계가 온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마을로 복귀한 라이프는 보무도 당당하게 잡화점으로 들어갔다.
아이템 창에 있는 라벤더와 캐모마일의 수량은 자그마치 각각 46개와 34개!
생각보다 다솜의 능력이 출중했다.
하긴 걷고 뛰는 것도 아닌,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주변을 훑고 다니는데, 그 효율성은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어머, 이렇게 많은 양의 약초를 파시는 여행자님은 처음이시네요. 대단하세요. 안 그래도 약초가 부족했는데……. 혹시 추가로 더 구해 오실 생각이 있으시면 좀 더 가격을 잘 쳐드릴게요.”
말광량이 삐삐처럼 양 갈래로 땋은 머리에 살짝 박혀 있는 주근깨가 귀여운 인상을 주었지만, 잡화점의 주인이라는 설정답게 아만다는 상당히 당찬 성격의 소유자였다.
결코 쉽게 봐서는 안 될 NPC 중에 하나!
그런 이유로 라이프는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띠링!
[퀘스트 클리어 랭크를 확인합니다.]
[‘C’랭크로 퀘스트를 클리어합니다.]
‘오…… C랭크?’
마을의 촌장 ‘에드윈’의 편지 전달 퀘스트와 가죽 상인 ‘우기르’의 가죽 수집 퀘스트를 수행해 봤지만, 겨우 최하인 ‘E’랭크밖에 받지 못했다.
한데 이번에는 구해 온 약초의 수량이 많다 보니 C라는 비교적 높은 클리어 랭크가 주어진 것이다.
띠링!
[클리어 랭크에 따라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민첩, 집중, 행운, 소울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아만다가 대금을 지불합니다.]
[4실버를 획득합니다.]
‘퀘스트 보상이 장난 아니네.’
E랭크 보상만 받다가 C랭크의 보상을 받아보니,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30% 남짓 차 있던 경험치가 단번에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레벨 업까지 했다.
거기에 4실버…… 1실버 20브론즈밖에 없던 라이프의 전 재산이 단번에 세 배로 뻥튀기되어 버렸다.
“라이프 님의 채집 실력을 믿고 하나의 품목을 더 추가해도 될까요?”
띠링!
[수락하면 아만다의 ‘약초 채집’ 퀘스트에 새로운 목표가 추가됩니다.]
[수락할 경우 아만다의 호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라던 바였다.
라이프는 망설임 없이 수락했고, 퀘스트 창에서 새롭게 업데이트된 내용을 확인했다.
[아만다의 부탁(약초 채집)]
등급 : E
설명 : 잡화점의 아만다는 최근 대량의 약초를 필요로 하는 중이다. 아만다에게 라벤더, 캐모마일, 로즈메리를 채집해서 가져다주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건 : 라벤더() / 캐모마일() / 로즈메리()
보상 : 수량 기준 차등 보상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하지만 퀘스트 품목이 하나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보상도 더 커질 것이란 의미였다.
라이프는 아만다의 호감도가 올랐다는 소리를 뒤로한 채 잡화점을 나섰다.
물론, 이번에도 다솜에게 보여줄 샘플용 로즈메리 하나와 SP 회복용 딱딱한 보리빵을 잔뜩 구입한 상태였다.
‘벌써 6레벨…… 생각보다 빨라.’
정말 다솜의 능력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덕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 라이프는 로그아웃을 해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어차피 저번에 얻은 가상현실 시스템 접속 시간 제한 팁을 생각해 본다면 여섯 시간 정도마다 로그아웃을 하고 한 시간가량의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 결과적으로 보면 이득이었다.
“후우…….”
가상의 세계를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온 소이는 장시간 누워 있어서 뻐근해진 몸을 풀어주며 부엌으로 이동했다.
사실 부엌이라고 말하기에는 거실과의 경계조차도 애매한 공간이지만…… 아무튼 찬장을 열어서 식재료를 확인한 결과, 오늘의 메뉴도 여전히 즉석식품이다.
자취 생활을 오래하면 요리 실력이 늘어난다고 했던가.
물론 그쪽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고 주구장창 게임만 붙잡고 있는 소이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뭐, 먹고 죽지만 않으면 되지.’
라면을 하나 끓이고 저번에 편의점에서 사 온 소시지를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그사이 정신을 차린 다솜이 곁에 다가와 참새처럼 쫑알대기 시작했다.
오늘 너무 재미있었고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가상의 세계가 너무나 좋다는 감상평이었다.
‘그 재미있다는 거…… 일주일 내내 반복해도 재미있을까?’
소이는 남몰래 웃으며 컵라면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다솜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악덕 경영주에 빙의된 소이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지금 소이에게 다솜은 귀신이 아닌, ‘$’로 보일지도 몰랐다.
후딱 먹어 치운 라면 용기를 정리하고 난 후, 따끈한 소시지를 한입 베어 물며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소드 앤 매직 홈페이지로의 접속.
베타테스트 3일째인데, 그사이 여기도 바뀐 게 많았다.
그냥저냥 화려한 그림들과 배너만 가득하던 게시판의 상단에 아래의 글들과 구분이 되도록 테두리가 그어졌다.
그 안에 적혀 있는 것은 ‘좋아요’를 많이 받은 글 다섯 개의 제목이었다.
상위권(5위) 내에 해당하는 글을 작성한 플레이어들에게 정식 오픈 이후 혜택을 준다고 하니까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더욱 치열해진 게시판 상위권 다툼.
덕분에 양질의 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소이로서는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격이랄까?
벌써부터 관심이 가는 제목의 글이 많았는데, 소이는 그중 3위에 올라 있는 글을 선택했다.
[소드 앤 매직의 직업에 관해서]
안녕하세요. 하론 왕국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 ‘할짝할짝’이라고 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정보는 직업에 관해서입니다.
다들 10레벨을 달성하면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시겠죠?
베타테스트 2일차…… 그러니까, 어제저녁쯤 전 1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후,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틀 내내 죽어라 사냥만 했으니까요.
돈 모을 생각도 못하고 소모품 팍팍 써가면서 풀로 사냥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엄청 가난한 상태지만 마음만은 풍족합니다.
드디어 전직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말이죠.
그런데 망할…….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털썩)
전직 퀘스트 난이도가 장난 아니네요.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파티 사냥하세요. (찡긋)
아무튼 여러분에게 소중한 정보를 알려 드리고자 웬만한 전직 퀘스트 장소는 다 돌아다니면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아래를 보시죠.
[소드맨(Swordsman)]
퀘스트 NPC : 대장장이 ‘하쿤’
제한 : 근력(2), 민첩(3), 체력(1), 집중(1)
설명 : 젊을 적 유명한 검객이었던 하쿤은 말년에 평온한 삶을 꿈꾸며 시골로 내려왔지만, 한편으로 본인의 기술이 사장(死藏)되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하쿤이 내준 시험을 통과한다면 검객이 되기 위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건 : 스킬 레벨 업(소드 마스터리) / 여우(5) / 늑대(3)
[파이터(Fighter)]
퀘스트 NPC : 장비 상점 주인 ‘우기르’
제한 : 근력(3), 민첩(1), 체력(3)
설명 : 우기르는 유명한 싸움꾼이자 용병이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 그의 근성과 독기는 왕국의 수도에서까지 이름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용병의 삶은 칼날을 밟고 선 것처럼 위험하기 그지없는 것. 전쟁터에서 한쪽 팔을 잃게 된 그는 용병 길드의 배려로 평화로운 이곳 마을에서 상점을 차릴 수 있었다. 주 업무는 방어구들의 판매…… 부 업무는 자질이 보이는 인물들을 가르쳐서 당당한 전사로 만드는 것!
조건 : 스킬 레벨 업(웨폰 마스터리) / 여우(5) / 늑대(3)
[메이지(Mage)]
퀘스트 NPC : 수련 마법사 ‘엘빈’
제한 : 지능(2), 집중(2)
설명 : 마법은 굉장히 파괴적이고 매력적인 힘이지만,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직업들도 쉽지는 않겠지만, 이만큼 ‘재능’에 의해서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마법사의 숫자는 부족했고, 마법사 길드에서는 그 어떤 ‘오지(奧地)’에서라도 재능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마법사들을 파견하게 되었다.
조건 : 스킬 레벨 업(매지컬 마스터리) / 속성 스킬 숙련
[클레릭(Cleric)]
퀘스트 NPC : 수련 신관 ‘에밀리아’
제한 : 지능(1), 집중(3)
설명 : 사람의 약한 마음은 늘 절대적인 존재에게 의존하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행하는 놀라운 기적!
모두에게 베풀어지는 따뜻한 사랑.
하지만 가끔 적에게 보이는 냉혹한 심판을 생각하면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습니다.
에밀리아는 신성왕국에서 파견을 왔습니다.
전 세상에 신의 뜻을 전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한 그녀는 그 일에 동참한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조건 : 스킬 레벨 업(홀리 마스터리) / 종교 공적치(100)
[벤더(Vendor)]
퀘스트 NPC : 잡화점 주인 ‘아만다’
제한 : 체력(2), 지능(3), 집중(2)
설명 : 돈을 벌고 싶으면 나에게로 와라!
아만다는 몬스터에게 부모님을 잃고도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본인의 가게를 차린 대단한 여장부입니다.
그녀의 시험을 통과한다면 진정한 돈의 가치를 알게 될 것입니다.
조건 : 스킬 레벨 업(트레이딩 마스터리) / NPC 호감도 50↑
[아처(Archer)]…….
[시프(Thief)]…….
[스미스(Smith)]…….
헉헉! 정말 노력했습니다.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이 조사하다니.
같이 플레이하는 친구가 도와주긴 했지만…… 아무튼 전 파이터로 전직하려고 합니다.
테크를 워리어―버서커 순서로 가려고 하거든요.
홈페이지에서 직업 설명을 보니까 공격력 하나는 대박인, 정말 매력적인 클래스 같더군요.
크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위에 올린 직업들은 말 그대로 가장 기초적인 직업들입니다.
이 외에도 소드 앤 매직의 세계에는 수많은 직업들이 존재합니다.
퀘스트로 얻을 수 있는 특수한 직업도 있고…… 그 외의 다른 경우들도 있고요.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이 테스트 기간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이런 직업, 저런 직업 많이들 시험해 보고 본인에게 잘 맞으시는 걸 찾기 바랍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소드 앤 매직 되세요!
“직업, 직업이라…….”
이쯤에서 정하고 가는 게 좋겠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소이를 보며 옆에 있던 다솜이 가슴팍에 대못이 박힐 만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소이의 직업은 백수잖아. 아니면 게임 폐인.]
“……넌 좀 빠져라.”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