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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실내는 땅거미가 진 여름날의 밤처럼 어두컴컴했다.
고즈넉하고 적막한 분위기.
시간은 해가 높이 떠오르고도 남을 정오에 가까웠지만, 창문께의 두꺼운 검은 커튼들은 내부에 빛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기묘한 공간.
처음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을 만했다.
거기에 방 구석구석에 자리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기(寒氣)까지.
용건이 있는 사람이라 해도 금방 자리를 뜨게 만드는 마법을 부릴 법한 요소였다.
“으으…… 뻐근해.”
앞서서 묘사한 풍경들을 생각해 보면 귀신의 집이나 폐가(廢家)등이 떠오르지만, 사실 이곳은 4층 빌라의 2층에 자리한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거주하고 있는 괴상한 존재들만 아니라면 지극히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연출했을지도 모르는…….
[으이구! 게을러 빠진 닝겐 같으니라고.]
“그런 단어는 어디서 배운 거냐?”
간밤에 취침한 자세가 좋지 못했는지, 뻐근한 팔을 몇 번 돌려본 소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자연스럽게 이동한 곳은 컴퓨터가 있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전원을 켜니, 할부가 3개월 남은 최신형 모니터가 주위의 어둠을 몰아내며 은은한 빛을 발했다.
딸칵, 타다닥―!
마우스와 키보드를 클릭하는 소리가 교차하고, 덩달아 막 기상하여 흐리멍덩했던 소이의 눈빛도 매서워진다.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
그리고 잠시 뒤, 소이의 입가에 매달린 작은 미소가 기다리고 있던 일의 성사를 말해주었다.
“좋아.”

[‘강소이’ 님께서는 HNN사에서 개발 중인 가상현실 게임 ‘소드 앤 매직’ 클로즈 베타테스터로 선정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메일로 전해 온 짧은 메시지.
지루함만 더해가던 소이의 삶에 일어난 작은 변화였다.

***

[착하게살자] 저 게임 접습니다.
[전설의레전드] ???
[피부가예순이네요] 와, 살자가 농담하는 거 처음 보는 거 같아. 이런 면도 있었네.
[월화수목금토힐] 대박! 대박 사건!
[내귀에캔슬] 형님, 어울리지도 않는 개그는 그만하시고, 오랜만에 같이 사냥이나 한 사발 하시죠. 이번에 강화 성공한 제 +11강 도끼가 울부짖고 있습니다.
[지리산북극곰] 캔슬이는 무시하고 나랑 가자, 살자야. 저번 레이드보다 훨씬 강력한 놈으로 도전해 보는 거야.
[착하게살자] 농담 아닙니다. 계정이랑 장비들 다 판매할 생각이니, 오늘 이후에 접속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전설의레전드] 살자야,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소이는 그대로 게임을 종료시켰다.
구구절절한 사연 이야기는 딱 질색이다.
어차피 온라인에서의 관계라는 게 다들 이 정도 아니던가.
가슴에 남는 묘한 찝찝함을 애써 외면한 소이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러곤 지난 2년 동안의 결실을 모조리 쏟아냈다.
‘이건 정말 힘들게 구했었지.’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13 강화 무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몇 번이나 강화 실패라는 고배의 쓴잔을 들이켜며 좌절했던가.
+13 강화에 성공했던 순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축하하는 길드원들의 목소리와 서버 전체에 공지된 화려한 전체 메시지까지도 어제와 같이 생생했다.
‘이것들도 다 모으는 데 두 달 정도 걸렸던가?’
서버 내에서 가지고 있는 사람의 숫자가 한 손에 꼽힌다는, 높은 등급의 방어구 세트들의 정보가 판매 사이트에 업로드된다.
그러자 1분도 되지 않아서 그 밑으로 한여름 과수원의 과일들이 영그는 것마냥 코멘트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말도 안 되는 스펙이라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가격을 흥정하려는 내용, 사기가 분명하다는 글들까지…… 시장 바닥 저리 가라 시끌벅적했다.
‘2년 동안 정말 힘들게 키웠지.’
워낙 아이템들의 가치가 높다 보니 랭킹 1위를 마크하고 있는 캐릭터의 꼴이 약간 우습게 느껴졌다.
확실히 현금으로 환산하면 그 액수의 우위는 아이템 쪽이 분명할 테니까.
그래도 소이의 마음속에서 가지는 캐릭터의 가치는 무기와 방어구 못지않았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특이한 ‘능력’으로 인해 현실에서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소이였기에…… 비록 게임이지만 수많은 감정들이 투영(投影)된 캐릭터는 또 다른 ‘나’와 같았다.
‘이거 올리는 것도 일이네.’
마지막으로 창고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재료 아이템과 게임 머니들까지 알뜰하게 정리했다.
워낙 양이 많은 터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점심 시간이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을 조리해서 배를 채운 소이는 최종적인 금액을 계산해 보았다.
“……생각보다 제법이야.”
견적을 내보니 현금으로 대략 5천만 원을 넘길 것이라 예상되었다.
지난 2년 동안의 결실.
외부 활동이 거의 없는 소이였기에 최소 하루 열두 시간 이상을 게임에만 집중해서 얻어낸 결과였다.
액수만 보면 많아 보이지만, 연봉으로 따지면 2,500만 정도다.
오히려 인기 게임의 랭킹 1위치고는 살짝 아쉽게 느껴지는 액수였는데, 최근 게임계의 추세를 생각해 본다면 어쩔 수 없었다.
‘조금만 지나면 더 떨어질 테지. 완전 고전 게임 취급을 받게 될 테니까. 한 1년이면 되려나?’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가상현실 시스템이 상용화되고 게임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대한민국도 가상현실 기술에 열심히 투자하는 중이었고, 슬슬 게임 관련 언론에서도 정보를 풀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가상현실 게임의 개발이 끝나가고 있다고.
그에 대한 여파로 기존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는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었다.
시세는 떨어지고 구매자들은 점점 줄어든다.
그런 상황에서 소이는 눈앞에 도출된 액수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
경제 원리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니까.
‘정작 관심이 가는 건 가상현실 게임 쪽이지. 정말 소문대로 그렇게 대단할까?’
가상현실 게임 커뮤니티에서 제법 많은 양의 정보들을 접하고 조사했다.
게임을 생업으로 삼은 프로 게이머나 다크 게이머 정도는 아니지만, 투자하는 시간만큼은 그들에 못지않은 소이였다.
새로운 게임이자 국내 최초의 가상현실 게임.
그건 이미 시작되기 전부터 소이의 삶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다.
[나갈 시간이지? 난 준비 끝났어.]
“어. 잠깐만.”
머리를 감지 않은 터라 소이는 옷장에서 모자를 하나 꺼내 눌러썼다.
밖의 날씨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경계선.
실내에서 입던 활동복 차림새를 고수했다.
그냥 식료품 정도 구매하려고 나가는 건데, 유난 떨기는 싫다.
사실은 ‘귀찮아’라는 게 정확하겠지만.
맴, 맴, 맴!
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매미 소리가 귀를 따갑게 한다.
이런, 벌써 여름인가……는 무슨!
소이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자 입술을 쭉 내밀고 매미 소리를 내던 다솜이 머쓱하게 웃으며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알고 지낸 지가 4년이 지났는데도 저놈의 장난기는 여전하다.
‘그러고 보니, 벌써 4년인가.’
4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 조금의 변화도 없는 외모였다.
거기에 복장도 바뀐 적이 없다.
새하얀 조끼는 심플해 보이면서도 목과 어깨 부분에 얇은 검은 줄로 포인트를 주어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조끼 안의 하얀 와이셔츠와 검은 넥타이의 조합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멋들어지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것을 받쳐 주는 검은색 치마는 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상의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어서 전체적인 디자인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다.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중학생인데.’
예쁘장한 얼굴까지 따져 보면 인기깨나 끄는 학생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과거형……. 지금은 허공에 둥둥 떠다니다가도 햇빛을 마주하면 바로 그늘 쪽으로 숨어버리는 귀신일 뿐이다.
[그러는 그쪽도 ‘평범’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거든요, 아.저.씨!]
“…….”
요즘 들어서 어디서 배워 먹은 것인지, 가슴을 후벼 파는 냉정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다솜이었다.
‘이 나이에 벌써 아저씨 소리를 듣다니.’
작은 입술과 반듯한 콧날.
위로 솟은 눈매가 날카롭긴 하지만, 어린 소녀 특유의 탱탱한 볼 살이 귀여워 강한 인상을 중화시키고 있었다.
눈 아래 인절미처럼 붙어 있는 애교 살도 한몫 단단히 했지만.
‘말버릇이 전혀 귀엽지 않아 문제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피식, 웃음소리를 흘리게 만들었다.
사실 명확하게 따지자면 외모와 다르게 다솜 쪽이 소이보다 나이가 많았다.
다솜은 94년생이고, 소이는 2002년생이었으니까.
‘그래도 절대로 져줄 수는 없지.’
저런 꼬맹이 외형의 존재에게 ‘누나’라는 말을 붙이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티격태격하며 이동한 목적지는 대형 마트였다.
“생선이 싱싱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오늘 할인 행사 중입니다!”
“손님, 여기 맛 좀 보고 가세요. 고기가 아주 맛이 좋아요.”
활기찬 주위의 분위기를 즐기며 소이는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했다.
대부분이 즉석식품과 과일 등이었는데,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 먹기 편하고 뒷정리도 쉬운 식단이 최우선이었다.
“후우…… 이걸로 다음 달까지는 방콕 생활이네.”
[쯧쯧, 완전 게을러 빠져 가지고.]
잔뜩 구매한 물품은 집으로 배달을 시켰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귀갓길.
‘배달 물건 정리한 다음 운동만 하면 되겠네. 아이템들은 오늘 팔리려나?’
여느 때와 같은 평화로운 오후 시간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만 아니었으면.
[형, 나랑 놀자.]
움찔!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소이의 전면에 등장한 그 녀석은 고운 색동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바가지 머리에 동글동글한 눈동자가 인상적인 녀석은 기껏해야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가까이 오지 마.”
[왜에! 나 착해. 같이 놀자.]
소이는 방심하지 않고 거리를 벌렸다.
생글거리면서 웃고 있지만, 마주친 눈동자는 차갑게 굳어 있었다.
전형적인 사자(死者)의 눈.
[꺼져. 이 인간은 내 거야. 혼나기 싫으면 저리 가!]
[칫!]
화들짝 놀란 다솜이 잽싸게 날아오자 색동옷의 꼬맹이는 아쉬움에 혀를 차며 허공에서 녹아내리듯 자취를 감췄다.
“…….”
[괜찮아?]
“뭘 이 정도 가지고.”
올려다보는 눈동자에서 걱정스러워하는 감정이 전해져 온다.
물론, 다솜의 눈도 차갑게 굳어 있는 사자의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따스함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소이의 착각일까?
[크흠! 어때? 내가 최고지? 내가 없었다면 외출도 마음대로 못했을걸?]
위기의 상황이 지나가자 기가 산 다솜이 한껏 콧대를 높였다.
틀린 말은 아니기에 소이는 쓴웃음으로 답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몇 살 때부터 보였더라?’
유령? 귀신?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소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존재’들이 소이의 눈에는 보였다.
그로 인해 겪게 된 수많은 사건, 사고들.
어릴 적에는 정신병 치료도 많이 받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 기록들 덕분에 군대는 면제를 받았지만…… 아무튼 4년 전 다솜과의 만남은 소이의 인생에 크나큰 전환점이 되었다.
‘조심해야 하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가까운 주변 정도는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으니까.’
어려 보이는 외형과 다르게 다솜은 상당히 강력한 지박령이기에 웬만한 영혼들은 소이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
삑, 삐비빅―!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안락한 보금자리. 그 말은 소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청소 좀 해. 으으…… 내 집이 더러워지고 있어.]
“왜 네 집이냐? 계약한 건 난데.”
[시끄러! 여긴 생전에 내가 살았던 우리 집이라고. 갑자기 들어온 불청객이 어디서 주인 행세야!]
“나라고 이런 더부살이 귀신이 있을 줄 알았겠냐? 어쩐지, 월세가 싸더라니.”
[그래서 불만? 흥!]
삐졌다는 듯 고개를 휙 돌리는 모습이 우습기만 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활발하고 틱틱대는 말투를 쓰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다솜은 극도의 우울함과 ‘절망’이라는 감정의 대명사였다.
그 이유는 바로 기억의 부재(不在).
죽음의 순간, 삼도천(三途川)을 건너면서 생전의 중요한 기억들이 씻겨 나간 것이다.
영혼에 각인될 정도로 깊게 새겨진 원한.
덕분에 삼도천을 완전히 건너지 않고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이미 귀신이 되어버려 기억조차 군데군데 소거된 상태였다.
그것이 다솜을 비롯한 이승을 헤매고 있는 망자들의 냉엄한 현실.
영혼에 내재된 깊은 원한은 곧 간절함이다.
반드시 풀어야 할 존재의 숙원(宿怨)!
하지만 그들은 사라진 기억으로 인해 본인이 가진 원한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로 인해 찾아온 것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절망감과 기약 없는 기다림이 잉태한, 숨 막히는 고독감(孤獨感)이었다.
머리를 쥐어뜯고 사지가 피범벅이 되도록 손톱으로 살가죽을 긁어 댄다.
그것은 문자로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지옥과도 같은 고통.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신음하다가 정신을 잃고 폭주하게 된 망자들은 흔히 악귀나 악령이라 불리는 존재가 된다.
이성을 잃고 살아 있는 생명들을 증오하며 본인의 고통을 전가하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소이와 만나지 못했다면 다솜도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평균적으로 망자가 된 지 3, 4년 정도면 악귀나 악령이 되어버리는데 그녀는 이례적으로 1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을 버텨왔으니까.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다.
눈빛조차 마주칠 대상이 없다.
사고(思考)조차도 얼어붙어 버린, 죽어 있는 시간들.
그렇게 괴로워하던 어느 날, 우연하게 귀신을 볼 수 있는 소이와의 만남이 있었다.
그건 소이에게도 행운이지만, 늘 회색빛 세상에 존재하던 다솜에게 따스함을 전해 준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다솜은 그 무엇보다도 소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시했다.
혼자였던 과거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그래, 뭐든지 함께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
“자, 그렇게 있지 말고 하나 먹어봐. 맛있다니까.”
[꿀꺽!]
소이는 능청스럽게 바싹 튀겨진 닭다리를 다솜에게 내밀었다.
생전의 기억으로 그 맛을 떠올린 다솜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입을 오물거렸다.
하지만 물리적인 실체가 없기에 허공을 통과하는 헛된 몸부림에 불과할 뿐이었다.
“정말 맛있는데. 몸에도 좋은데. 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먹을 방법이 없네?”
부들부들!

다솜에게는 특별한 취미 생활이 있었다.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
다솜은 조용히 벽을 통과해서 소이의 침실로 들어선다.
피곤한지 코까지 골아가며 숙면을 취하고 있는 소이의 곁에 사뿐하게 내려앉은 다솜은 무척이나 요염한 눈빛을 띠었다.
그래 봐야 외형은 중학생 정도였지만…….
그 뒤로 인정사정없는 널뛰기가 시작되었다.
발판은 소이의 전신.
쿵쾅, 쿵쾅!
영혼 상태이기에 물리력은 없지만, 그 효과는 잠에서 깨어날 때 명확하게 드러났다.

“으으…… 몸이 왜 이래?”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건 기본에 허리 통증도 있고, 전신에서 미약한 근육통마저 느껴진다.
괜히 가위 눌린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었다.
인간이 가장 무방비한 취침 상태일 때 음기로 가득한 영혼이 달라붙었으니, 어찌 좋은 컨디션을 바랄까.
그렇게 서로 심심풀이 대상이 되는 둘의 관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