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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핸드는 몰랐지만, 그는 스파이가 불안한 위치라는 마음의 약점을 정확히 찌른 것이다.
도둑 길드에 의리가 있을 리 없다. 이 시대의 스파이는 들키면 반드시 죽는다. 보장도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스파이로 파견된 그들이 도둑 길드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공을 세우고 빠지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그들도 충분히 궁지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좋았어!’
두 번째 사격은 적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대략적으로 2층에서 공격이 날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은 것은 단 한 명.
다른 한 사람은 팔이 화살에 꿰뚫렸다.
그들은 공격자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석궁을 들어 2층에 쏘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 벽에 붙어 버린 저격수들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견제로는 충분했다.
게다가 석궁은 장전에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지원사격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어둠에 잠긴 좁은 골목 좌우에서 석궁이 날아들었을 때의 공포감은 굉장한 것이다.
그들의 판단력은 약간 흐려진 상태였다.
‘견제로 돌아선 것이 4명. 남은 3명!’
제대로 된 판단을 한 것은 두 명. 첫 번째 화살이 날아든 순간부터 여관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뒤늦게 한 명이 출발했다.
그 정도면 핸드에게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그는 뜯어낸 문짝을 들고 달려갔다.
막 석궁에 화살을 장전한 녀석이 입구에서 튀어나온 핸드에게 화살을 쏘았다.
팍!
그러나 문짝을 후려쳐 석궁을 막아 낸 핸드는 그것을 정면으로 집어 던졌다.
“으악!”
정면으로 뛰어들던 한 명에 문짝에 치여 쓰러졌다. 치명적인 공격은 아니지만, 잠깐 주춤거리는 사이 핸드는 두 번째 인물에게 바짝 붙었다. 적은 재빨리 숏소드를 뽑아 들려 했지만 핸드의 펀치가 훨씬 빨랐다.
와작!
작정하고 죽일 생각으로 가한 공격에 턱이 부서졌다. 핸드는 철권 때문에 정말 죽일 생각으로 적을 공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의 주먹은 건틀렛을 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으랴!!”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았다. 또 한 번 주먹을 휘둘러 부서진 턱을 한 번 더 쳐 올린다.
상대의 의식을 날려 버리기엔 충분한 공격!
핸드의 맹공을 받은 인물은 피거품을 뱉어 내며 뒤로 넘어가 쓰러져 버렸다.
아마 당분간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사이, 문짝에 치여 쓰러졌던 인물이 숏소드를 뽑아 들며 일어났다.
게다가 뒤늦게 달려오던 인물도 숏소드를 뽑아 들며 핸드를 향해 덮쳐들었다.
“까꿍!”
그러나 핸드는 싸우는 대신 왔던 길을 되돌아가 여관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핸드는 1킬과 함께 도발 스킬까지 한 단계 올리는 이득을 보았다.
“이런 썅! 저 새끼가!”
적들은 꼭지가 돈 채 뛰어 들어왔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핸드를 난도질해 죽이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핸드는 여관 안에 들어가자마자 옆으로 피한 상태였다. 훤하게 몸이 노출된 그들을 향해 2층 난간에서 로크가 석궁을 쐈다.
푸슉!
숏소드를 들고 안으로 쳐들어왔던 녀석은 날아든 로크의 화살에 머리가 관통되었다.
“헉!”
앞의 동료가 비명에 가자 남은 한 명이 주춤거렸다. 안에 또 저격수가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달려들던 기세 탓에 멈추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온 그는 급히 엄폐물을 찾아 몸을 굴렸다. 그러나 그 순간 옆에 숨어 있던 핸드가 의자를 내리찍었다.
빠각!
의자로 머리를 맞은 남자는 숏소드를 쓸 사이도 없이 머리가 함몰된 채 쓰러졌다.
심리전에서 먹고 들어간 핸드의 승리였다.
“역시 의자는 손맛…… 아니, 공격력이지.”
“…….”
로크는 석궁에 화살을 쟀다.
핸드에게 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아직 적이 있으므로 그럴 수는 없었다.
“이제 어쩔 거냐?”
“다음은 상황 봐서.”
핸드는 잽싸게 여관 밖으로 고개를 빼 들었는데 그 사이 저격수들은 싸움을 유리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여관 안으로 돌입한 동료들이 당하자 그들은 더욱 당황했다. 견제를 남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저격수들을 처리하려 했지만, 남은 네 명 중 하나는 부상자라 석궁을 쏠 수가 없었다.
결국 차례차례 처리당했고, 엄폐물을 향해 도망치던 녀석은 화살꽂이가 되었다.
핸드는 그걸 보고 히죽 웃었다. 합동 전투라서 이번에 그가 받은 경험치는 240 정도였다.
“40대 300이면 이런 짓은 할 수 없지만, 4대 30이면 이야기가 다르지. 게다가 조건이 시가전이라면 말이야.”
적들이 꽤 강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숫자와 무기의 이점을 발휘할 수 있을 때다.
그때, 동료들이 당한 걸 알았는지 여관을 포위했던 횃불들이 급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페이즈 2!”
“……제기랄. 어쩔 수 없군.”
로크는 투덜거리며 무기를 챙겨 들었다.
좌우에서 석궁을 쏘던 자들은 이미 자리를 떴다.
그들은 처음 공격을 도와준 다음에 옥상으로 올라가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장을 벗은 다음 도망친 투숙객인 것처럼 경비대에 신고를 할 것이다.
‘놈들이 방심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 아니, 알고 있었다 해도 잡을 자신이 있었을 거야.’
배신자 때문에 공격이 새어 나갈 거라고 생각은 했겠지만, 이 정도의 반격을 상정했을 리는 없다. 그 정도 전술안이 있는 사람이 폭력 조직에 몸담을 이유가 없다.
핸드는 쓰러진 시체로부터 석궁과 숏소드(이하 소검)를 챙겼다. 하지만 소검은 아무리 짧아도 단검과는 쓰는 법이 전혀 다르므로 대충 배낭에 찔러 넣었다.
살상력은 높겠지만 진짜 좋은 무기는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 익숙한 무기니까.
하는 김에 다른 놈들의 석궁도 회수했다. 화살이 든 통을 주워 든 핸드는 3개의 석궁을 미리 장전했다.
‘쏘는 건 몇 번 봤으니까.’
요령은 모르지만 쏘는 것 자체는 문제없다.
사실 싸움에서 얻은 전리품으로는 최초이자 최대급의 보상이었다. 경석궁은 아무리 싸구려라도 금화 10닢 이상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이 사냥을 선호하는 것도 당연해…… 자본적인 면에서는 성장이 빠르겠는데?’
핸드는 사냥을 거의 하지 않아 자본금으로 따지면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플레이어들보다 가난한 편이었다.
콰직!
그는 문짝을 두 개 뜯어서 간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달려드는 놈들에게 석궁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한 명의 팔에 맞았을 뿐이다. 사실 빗나갈 거라 생각하고 쏜 것인데 직격해서 역으로 놀랐다.
그때 적들이 반격을 위해 석궁을 쏘았다.
퍽퍽!
잽싸게 고개를 숙이자, 간이 바리케이드에 화살이 박혔다. 몇 개의 화살이 문짝 2개를 관통하고 삐죽 튀어나왔지만, 핸드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젠장. 위험하군.”
그는 화살 숫자를 세었다.
‘다 쏘지 않았군.’
핸드는 적들이 장전하기 전에 시체를 확 잡아당겨 그놈의 팔을 슥 들어 올렸다.
푹!
화살이 팔에 맞아 꿰뚫렸다. 그와 동시에 또 몇 발의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다 쐈군. 이제 안전!’
핸드는 미리 장전해 뒀던 석궁을 들어 적을 확인한 뒤 침착하게 화살을 쐈다. 이번에는 배에 맞혔지만, 경석궁이라도 이 정도 거리면 가죽갑옷을 뚫을 수 있다.
배에 화살을 직격당한 검은 전갈단의 추살조는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적들은 맹렬하게 달려들다가 깜짝 놀라 걸음을 늦추었다. 역시 판단력이 있는 놈들은 계속 달려들었지만, 핸드는 남은 석궁으로 마지막 한 발을 쐈다.
달리는 중이라 석궁을 장전하지 못한 적들은 반격도 못하고 무방비로 한 발의 석궁 화살을 맞이해야 했다.
핸드가 석궁을 겨누자 전원이 옆으로 뛰거나 피하려고 했지만, 그는 그 동작을 느긋하게 지켜본 뒤 정확하게 겨냥하여 화살을 쐈다.
푸슉!
한 명의 머리가 터져 나가며 쓰러졌다.
힘차게 달려오던 녀석들이 크게 동요했다. 약간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저런 개자식!”
“제길! 계속 쏠 수 있을 리 없어! 달려들어!”
반짝이는 석궁 앞에서 닥치고 돌격하는 용기가 있는 놈은 없는지 전부 지그재그로 뛰었다. 그러나 이제 거리는 10미터 정도밖에 안 남았다.
핸드는 바리케이드를 포기하고 건물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그리고 위를 보았다.
“준비 끝났어? 놈들이 왔다.”
“벌써?! 썅! 이거 꽤 힘들다는 거 모르냐?”
로크는 밧줄을 매어 난간과 기둥, 천장의 대들보에 감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가 묶고 있는 것은 핸드가 위에 올려놓은 술통이었는데 간신히 설치가 끝났다.
“네가 너무 힘이 약한 거야.”
“……그래. 너 힘세서 좋겠다.”
‘당연히 좋지. 난 그럴 자격이 있다고. 내가 완력 70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원래 완력은 69였지만 중독된 상태에서 회복되며 1점 증가하여 현재 70점을 찍은 상태였다.
보통 성인 남자 3배하고 5할 정도 더 강한 힘!
이 정도까지 몸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욕설을 뱉어 내면서도 로크는 잽싸게 밧줄을 엮어서 술통을 올려놓았다. 계단으로 올라오는 놈이 있으면 술통을 발로 차서 공격하기 위한 함정이다.
그때, 정문으로 놈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개자식들! 전부 죽여 버려!”
전원이 소검을 빼 들며 살의를 드러냈다.
개중에 소검이 아니라 쿠쿠리나 시미터 같은 무기를 들고 있는 자도 있었다.
어느 쪽이건 맨몸으로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 지금까지는 유리한 전술적 고지를 점령하고 심리의 틈을 찔렀지만, 이젠 그럴 여유가 없었다.
“3조는 석궁을 장전. 2조는 옆으로 돌아가서 포위해라! 1층 창문을 부숴!”
시미터를 든 남자가 소리쳤다.
그러자 4명이 물러나서 석궁을 장전하기 시작했고, 다른 4명은 여관 옆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핸드의 화살 공격으로 싸울 수 없게 된 세 명을 제외하면, 정면으로 침투하는 적은 9명!
죽은 놈은 한 명이지만, 화살을 팔이나 배에 맞고 싸우는 것은 어지간한 근성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핸드는 플레이어라 고통이 신호로 바뀌니까 가능하지만, 움직임에 방해를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플레이어조차 그러니 NPC가 그러기는 더욱 어렵다.
9명의 적들이 주르륵 늘어섰다.
여관 내부에 켜진 불빛을 받아 도검이 차갑게 반짝인다. 살의로 불타오르는 시선이 핸드를 꿰뚫었다.
핸드는 홀의 둥근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었다.
몇 명이 슬금슬금 돌아서 포위하려 들었지만, 핸드는 박수를 치며 적들을 도발했다.
“Hey, Hey, Hey! Come on!”
공포라는 감정을 모르는 것 같은 행동이지만 실제로는 전투의 흥분으로 핏기가 올랐기 때문이었다.

『적의 우세 속에서도 공포를 모르는 당신의 행동에 의해서 투지가 2 증가했습니다.』
『도발에 성공했습니다! 스킬 레벨이 1 오릅니다.』

석궁의 공격으로 적들은 완전히 분노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도발까지 당하니 냉정한 생각이 돌아오기 전에 열부터 받았다.
“이 새끼!”
흩어져 있는 의자를 걷어차며 한 명이 달려들었다. 그 순간 핸드는 뒤로 빠졌다.
무게 중심이 무너지며 핸드가 밟은 쪽이 땅으로 기울고, 반대편은 치솟아올랐다.
게다가 핸드는 테이블에서 벗어나며, 기울어진 테이블을 걷어차 상대에게 밀어 보냈다.
“커억!”
가죽 갑옷을 입었다지만 무거운 테이블이 날아들어 가슴에 부딪치면 충격은 엄청나다. 게다가 완력이 70인 핸드가, 손도 아니고 발로 차서 날린 것이다.
즈컥!
충격을 받아 주춤거리는 적의 턱을, 정확무비한 발차기가 올려 쳤다. 부러진 이빨이 날아가며 핸드에게 덤벼든 적은 뇌진탕을 일으키며 쓰러져 버렸다.
푸슉!
뒤이어 달려든 적이 핸드를 노리고 소검을 찔러 왔지만, 그 순간 2층에서 날아든 화살이 머리를 관통시켰다.
수직으로 머리에 관통된 적의 눈알이 뱅글 돌더니, 집기를 부수며 그대로 엎어졌다.
“헉!”
2층에서 가해진 석궁의 공격은 잔뜩 흥분한 그들의 머리를 싸늘하게 식히기에 충분했다.
“미친! 한 놈이 더 있었어! 놈을 처리하고 올라가!”
핸드는 코웃음을 쳤다.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덤벼!”
아무리 그라도 눈앞에서 날붙이들이 반짝이자 간담이 서늘했지만, 그럴수록 핸드는 도발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상태가 안 좋았다.
‘아이고, 뱃가죽 당겨.’
상처가 찢어지지는 않았지만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체력도 상당히 낮아져 있었다.
그는 쓰러진 의자를 발로 차서 날렸지만 긴장하고 있던 적들은 좌우로 피했다. 그러자 핸드는 등을 돌리더니 적들을 무시하고 미친 듯이 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이런 썅, 쫓아!”
석궁을 장전했던 몇 명이 뒤늦게 건물로 따라 들어와 핸드를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핸드는 새로운 적들이 들어오는 것을 소리로 감지하고 있었으므로, 즉시 쓰러지며 낙법을 했다.
푹푹!
화살 두 발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스치고 지나간 정도지만 옷이 찢어지며 피가 배어 나왔다.
나머지 두 발은 조준이 흐트러졌는지 바닥에 박혔다. 마음이 급해서 순차적으로 쏘질 못한 것이다.
‘끄응. 배때기 아프군. 하지만 앞으로 10초는 괜찮아!’
핸드는 굴렀다 일어나며 계단을 튀어 올랐다.
그러나 몸을 굴렸기 때문에 달리는 속도가 늦어져서 적에게 따라잡히고 말았다. 쫓아온 적이 그의 등을 향해 쿠쿠리를 내리찍었다.
‘역수 찍기는 하수나 하는 짓!’
핸드는 흘깃 보더니 정확한 뒷차기를 내질렀다.
핑!
쿠쿠리의 옆면이 발차기에 맞아 튕겨져 나갔다.
무기를 상대로 싸울 때는 상대의 팔이나 손목을 노리지 말고 칼날을 피해 옆에서 차야 한다. 지스에게 배운 것을 바로 써먹은 것이다.
“타아아앗!”
핸드는 즉각 몸을 돌려 상대의 몸을 방패로 삼고 거세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원투 펀치를 두 차례 반복한 다음, 강격의 하위 스킬인 강타를 사용!
디딤이 불안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했지만 안면을 털어 버리기엔 충분했다.
핸드의 맹공에 의해 이빨이 부러져 나가고, 훅으로 안면을 날려 버리자 피와 이빨이 섞인 것이 물줄기처럼 벽에 뿌려졌다. 벽에 맞은 이빨이 튕겨져 나왔다.
“커억!”
그는 비틀거리는 적을 냅다 밀어 찼다.
“어? 어어어!”
뒤따라오던 적들은 밀려난 아군의 몸에 짓눌려 비틀거렸다.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행동에 방해를 받아 주춤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그사이 로크는 2층 난간에서 장전이 끝난 화살을 쏴서 한 놈의 머리를 뚫어 버린 뒤, 크게 소리쳤다.
“수리곰!”
핸드는 그 말을 들은 즉시 난간을 잡고 뛰어넘었다.
그나마 머리가 좀 돌아가는 녀석이 난간 옆쪽에서 핸드를 기다리고 있다가 공격을 가해 왔다.
그러나 아드레날린의 영향을 받고 있는 핸드는 공중에서 그 공격을 몸을 뒤틀어 피해 냈다.
다시 해 보라 해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적적인 회피!
게다가 회피가 그대로 공격으로 이어졌다. 난간을 잡고 뛰어넘으며 안면에 모둠발차기를 갈긴 것이다.
퍼억!
코가 부러진 남자가 계단 옆으로 쓰러지고, 핸드가 땅에 착지한 순간 로크는 술통을 걷어찼다.
끼이이익.
술통을 묶은 밧줄들이 난간과 기둥, 대들보를 조이며 나무가 강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술통은 중력에 의해 무서운 가속도를 얻어, 엉켜 있는 네 명을 거대한 망치처럼 후려갈겼다.
뻐어어억!
순수한 사람의 힘으로는 낼 수 없는 파괴력! 가장 정면의 인물은 뼈가 부서지며 즉사했고, 뒤의 세 명도 엄청난 충격을 받고 뒤로 넘어갔다.
진자운동에 의해 돌아온 술통은 벽을 부수며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덕분에 맥주 특유의 냄새가 홀을 점령했다.
“휘익!”
핸드는 휘파람을 불며, 코뼈가 부러진 남자의 목을 잡더니 그대로 돌려서 꺾어 버렸다.
그때, 1층 복도의 나무 창문들이 부서지며 뒤로 돌아간 적들이 난입했다.
이제 후방도 완전히 점령된 상태. 게다가 적들의 후방에서 석궁의 장전이 완료되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런데도 불구하고 핸드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쏴라!”
휘익! 푹푹푹!
네 명의 추살조가 핸드에게 석궁을 퍼부었다. 그런데 정작 욕설은 핸드가 아닌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런 개자식!”
핸드는 자신이 목을 꺾어 버린 시체를 들어서 석궁 화살을 막은 것이다.
일시적으로 중압 2단계에 가까워졌지만, 핸드의 힘을 생각하면 시체를 방패로 삼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좁은 실내라 노리는 장소가 일점에 집중되었기에 오히려 피해를 받지 않았다.
그 효과적인(?) 방어를 본 로크는 경악했다.
‘저런 지독한 놈!’
그러나 핸드는 방어가 끝나자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그는 웃으며 쓰러진 의자를 발로 차서 날리고, 다른 하나는 주워 들어 내던졌다.
이래서야 어느 쪽이 악당인지 알 수 없다.
물론 그 기습 공격에 당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맞으면 중상으로는 안 끝난다.
적들이 같은 공격을 할 수 없는 것은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데다 의자를 발로 차올려서 강하게 날릴 정도의 능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의자를 최저한의 동작으로 차서 날리려면 강한 힘과 뛰어난 기술을 겸비해야 했다.
“웃!”
순간 핸드의 볼을 날카로운 섬광이 쓸고 지나가며 피부가 길게 찢어졌다.
차갑게 빛나는 시미터!
지휘자로 보이는 남자가 덤벼든 것이다.
게다가 이자의 솜씨는 다른 녀석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힘과 기술 모두를 갖춘 것이다.
그러나 핸드는 몸을 뒤집어 그 공격을 피해 낸 뒤, 다른 놈을 노려 무기를 휘두를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들러붙었다. 소검으로 찌르려던 남자는 몹시 당황했다.
그 틈을 찔러 핸드는 멱살을 잡고 업어치기를 먹였다.
날아들던 시미터는 핸드가 업어 친 놈의 몸에 박혀 버렸다. 그러나 놈은 냉정하게 칼에 맞은 아군을 발로 차서 칼을 뽑아냈다. 그러더니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칼을 휘둘러 핸드의 목을 노렸다.
‘이놈은 진짜배기군. 이대로는 당하겠어!’
번쩍이는 검광은 피하는 것도 힘들 만큼 빨랐다. 그나마 핸드가 갑옷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회피였다.
게다가 창을 뚫고 침입한 놈들이 등 뒤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몇몇은 로크를 노리고 계단을 올랐다.
핸드는 테이블을 계단처럼 차고 올라간 뒤, 시미터 남자를 뛰어넘어 계단의 난간을 밟았다.
‘성공!’
검광이 스쳐 지나가며 종아리가 약간 베였지만 피부만 그어진 정도였다.
빠악!
핸드는 계단 위로 튀어 올라오던 적의 공격을 피하고, 녀석의 안면을 후려갈겼다. 그러더니 안면이 박살난 놈의 멱살을 잡고 잽싸게 끌어당겨 쏘아지는 석궁을 막아 냈다. 아군의 몸을 방패로 삼는 극악한 핸드의 전법에 적들은 또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는 적들을 둘러보았다. 얼마나 남았을까?
“제길. 아직도 많네. 페이즈 3!”
로크는 그 말과 함께 무거운 짐은 다 내팽개치고 옥상 쪽의 계단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핸드는 욕심을 부려 석궁 하나는 기어이 챙겨 들고, 필사적으로 로크를 따라 도망쳤다.
“저, 저런 빌어먹을 놈들……!”
검은 전갈단 추살조들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핸드들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몇 명은 놈들이 다른 길로 빠져나갈 거라 믿었는지 입구 쪽으로 빠져나왔다.
‘그래도 경험치는 벌었네.’
순간의 전투로 400이나 받았다. 격투장에서 이 정도 벌려면 열흘은 걸린다. 이것도 로크와의 협동전투였기에 반으로 깎인 것이었다.
“제길! 죽겠다!”
옥상으로 올라가 필사적으로 건물을 건너뛴다.
조용히 뛰는 건 생각하지 않아도 되므로 핸드는 마음껏 건물을 뛰어넘었다. 오히려 전보다 쉬웠는데 그간 폴짝폴짝 뛰면서 싸운 덕분에 도약 스킬이 2단계 올라 견습 3레벨이 되었기 때문이다.
적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석궁을 쏘기 시작했다.
핸드와 로크는 호흡이 척척 맞았다. 그들은 적들이 석궁을 쏘려 하자 동시에 납작 엎드렸던 것이다.
쉬쉭! 하고 쓰러진 그들의 위를 화살이 지나갔다.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나, 높은 건물에서 낮은 건물로 뛰어내려 공격을 피해 내고 복잡한 골목으로 뛰어내렸다.
그때였다.
‘경비대다!’
핸드는 큰길 쪽에서 수십 명 정도의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횃불을 들고 여관 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상당한 무장 상태였다. 투숙객을 흉내 낸 도둑들의 신고로 무장한 채 출동한 것이다.
이 사태는 두 사람을 추적하던 적들을 몹시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절반 정도는 핸드와 로크를 사정거리 안에 집어넣은 채 석궁만 쏘아 댔지만, 나머지는 길을 따라 움직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경비대와 충돌할 수도 있었다.
“제기랄!”
적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두 사람은 잽싸게 도시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