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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근성이 모자라군. 아직 안 끝났어.”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발차기로, 굴러다니는 푸른 전갈을 더욱 세차게 후려갈겼다.
“이, 익……! 바, 발차기가 안 통한다면……!”
몇 번이나 두들겨 맞다가 일어난 푸른 전갈은, 고통 때문인지 맞은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었다.
아직 싸울 생각이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권투 솜씨도 상당히 연마했는지, 평상시의 핸드라도 제법 고전할 것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기술의 제한을 풀어 버린 상태.
핸드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파악! 퍼억!
가드 위에 펀치가 연달아 작렬했다.
핸드는 충격 때문에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그 때문에 푸른 전갈은 기세를 되찾기 시작했다.
‘네놈이 강하다는 걸 인정하겠다. 수리곰! 그러나 지금 나는 권투로 전환한 상태다. 발차기보다 빈틈이 적지! 이제 어쩔 테냐? 응?!’
잔상이 남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쾌속 연타!
핸드는 팔과 상체를 움직여 방어를 했지만 데미지를 받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카앗!”
푸른 전갈은 무거운 훅을 휘둘렀다. 상처 위에 제대로 한 방 날려서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핸드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투 펀치는 위력과 속도가 모두 갖춰져 방어하기에 난감했지만, 속도가 약간 느려진 훅은 독에 의해 흐려진 시야로도 똑똑히 보였다.
공격을 막아 낸 핸드는 오른손을 번개처럼 움직였다.
뿌드득.
“으아아악!”
푸른 전갈은 아까 못잖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핸드는 오른손으로 녀석이 날린 주먹의 새끼손가락을 잡고 그대로 꺾어 버린 것이다.
콰당탕!
그다음 이어지는 그림 같은 던지기!
꺾으면서 다리를 걸고 무게 중심을 흐트러뜨리며 상쾌하게 업어 친다. 그 과정에서 푸른 전갈의 팔꿈치를 비틀며 툭 쳤을 뿐인데, 놈의 관절이 빠져 버렸다.
접전의 요령을 습득하면서, 힘을 이용하는 비법에 눈을 떴기 때문에 가능한 기술이다.
“처음이지만 생각대로 잘 됐는데?”
핸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탈구된 팔을 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푸른 전갈에게 다가갔다.
「저, 저런…….」
사회자는 차마 말을 못 잇고 있었다. 관중석에 이르러서는 떠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쪽은 피투성이고, 한쪽은 뼈가 꺾였다. 그들은 이렇게까지 흉험한 경기를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 악랄한 놈……!”
고통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푸른 전갈은 팔을 부여잡은 채 몸을 떨었다.
“악랄? 아니, 자비로운 거지. 무릎 십자인대를 끊어 버린 것도 아니고, 개방성 골절을 일으키지도 않았잖아. 손가락뼈야 맞추면 되고, 팔꿈치는 끼우면 끝이야. 다행이지? 내가 상냥한 사람이라서.”
“히, 히익……!”
푸른 전갈의 얼굴이 이름 그대로 파랗게 질리도록 하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자, 그러면…… 어디부터 부숴 볼까?”
핸드는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놈에게 다가갔다.
그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공부로, 인체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런 핸드가 기술의 봉인을 풀면 지금과 같은 참극이 벌어지게 된다.
도축 스킬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는 생체구조를 연구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을 알았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추가로 공부했던 인체와 관련된 지식 역시 파괴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체 파괴술!
핸드가 격투장에서 얻은 최대의 성과 중 하나였다.
이것은 무기로도 가능한 기술이다. 아직 무기술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숙련되지도 않았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완전히 숙지한 상태였다.
푸른 전갈은 팔을 부여잡고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으, 으으……! 그, 그만해. 졌다! 내가 졌단 말이다!”
항복 선언이 나왔다. 그러자 승리로 인해 경험치가 80 증가했고, 명성도 30 정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액티브 스킬 습득
『핸드가 협박을 습득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액티브 스킬 상세 설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킬 획득 보정으로 지혜와 매력이 1 증가했습니다.』
협박 - 견습 1/10(액티브 스킬)
당신은 교묘하거나, 혹은 거친 언변으로 상대의 약점을 잡고 뒤흔들 수 있습니다.
설득으로 어르거나, 거짓말로 넘어갈 수 없을 경우. 강압적으로 빨리 성과를 내야만 할 때 이 스킬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NPC와의 우호에 치명적인 흠집을 내며, 불법적으로 사용할 때는 신용 스킬마저 내립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할 때도 쓸 수 있지만, 지금은 뒷골목의 불량배를 협박할 정도밖에 안 됩니다.
『불리한 상황에서 동급의 투사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투지 스테이터스가 6 증가했습니다.』
그는 멈추지 않고 푸른 전갈에게 다가갔다. 완전히 겁먹은 푸른 전갈은 눈을 질끈 감았지만 핸드는 그저, 낮게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을 뿐이다.
“네놈이 몸담은 조직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다. 뭐, 보나마나 시시한 놈들이겠지만…….”
푸른 전갈이 부르르 떨었다.
“가서 말해라. 오늘 아침에 진 빚을 100배로 갚겠다고 말이야. 독이건, 기습이건, 떨거지들을 끌고 와서 덤비건, 맘대로 해 봐. 모조리 박살을 내 주마!”
이름 모를 조직에 대한 선전포고(D급 퀘스트)
『당신은 위기를 훌륭하게 타개해 보였습니다.
독에 당하고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상대한 투사는 당신과 적대하는 조직에 속해 있는 자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굴하지 않고, 훌륭한 승리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선전포고까지 가했습니다.
퀘스트 진행 경험치로 320의 경험치를 받았습니다.』
『- 스킬 보상이 있습니다.
격투기 +1, 접전 +1, 도발 +1, 반격 +1』
『레벨이 1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누적시킨 행동이 계산되어, 당신의 스테이터스와 스킬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스테이터스 : 완력 +2, 민첩 +2, 체력 +3, 지혜 +2, 매력 +6, 행운 +6
―스킬 : 독 내성 +1, 지구력 +1, 간파 +1, 안목 +1』
‘드디어 레벨 업!’
핸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레벨 업의 영향인지, 상처가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생명력의 증가로 컨디션이 상당히 회복되었다.
게다가 레벨 업 보상 덕분에 지구력은 중급으로, 독 내성은 초급으로 변화했다.
체력은 1, 인내는 4점에 이르는 보상을 주었다.
지구력 - 중급 21/30(파라미터 스킬)
당신은 순수한 단련으로 도달할 수 있는 거의 한계에 달하는 지구력을 얻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의 체력을 잃었을 때의 운동 페널티가 반감되며,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원상태로 돌아오기 위한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한계 운동 지속 시간이 스킬 레벨당 1분씩 증가합니다.
독 내성 - 초급 11/20(파라미터 스킬)
당신은 특수한 독이나, 복합적인 독에도 저항력을 갖게 됐습니다. 마취제, 수면제 등의 신진대사를 저해하는 종류의 약물에 대한 내성도 갖게 됩니다. 일반적인 독은 치사량을 섭취하여도 당신의 파라미터나 스테이터스에 데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당신은 독에 아주 민감하여 약간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맛본 종류에 한해서는 독 기미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저한의 조건을 만족한 것이며, 특별한 교육을 받아서 지식을 얻어야만 할 겁니다.
조건 : 인내 20 이상, 40종류 이상의 독을 섭취
상세 : 스킬 레벨당 독의 치사량의 상한선, 독의 인내 대항 체크 성공률, 손상된 스테이터스 회복속도 +2%
스킬을 대충 체크한 핸드는, 세리머니조차 없이 대기실로 돌아갔다.
솔직히 출혈이 심해서 쇼맨십을 선보일 힘도 없었다.
그런데…… 대기실에는 엄청 열 받은 상태의 뮬란 단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네……! 그런 부상을 입었으면 어떻게든 알릴 생각을 했어야지! 상처를 보여 주게! 제정신인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나 했나 모르겠군.”
그는 무지막지한 잔소리를 퍼부어 댔다.
말은 험했지만, 상처를 치료하는 손길은 섬세하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경력 때문인지 핸드보다 치료 기술이나 붕대 감는 솜씨가 좋았다.
“정말 미친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군. 돌아가서 제대로 치료해야겠어. 또 이러면 안 되네.”
“아,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핸드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항복했다. 그러자 뮬란 단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까지 봐 와서 핸드의 오기가 얼마나 센지 잘 알고 있었다.
“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핸드는 사정을 털어놓았다.
어떤 조직인지는 모르겠지만, 황동 리그에서 철혈 리그까지 승부 조작을 하는 놈들이 있는 것.
그리고 경기를 보던 자신이 수리곰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쥐 면상의 남자가 승부 조작을 제안한 것.
당연히 그 자리에서 얼굴을 후려갈기며 거절한 것(뮬란 단장은 얼굴을 감싸며 어이없어했다)까지.
“그랬더니 바로 다음 날 습격을 해 오더군요. 칼 쥔 놈들이 골목에서 포위 공격을 가해 오기에, 몇 놈 때려눕히고 잽싸게 격투장까지 도망쳤죠. 그런데 거기에 독 단검을 든 놈이 숨어 있더라고요.”
“독 단검? 자네…… 독이 묻은 단검에 찔리고도 싸우러 나간 건가?!”
“물론이죠. 로엠 노인이 저한테 지금까지 온갖 독을 퍼 먹여서 어지간한 독으로는 까딱도 안 합니다.”
“이거야 원…….”
뮬란 단장은 고개를 저었다.
핸드는 NPC조차 고개를 젓게 만드는 남자였다.
그 찔린 상처만 해도 함부로 움직이면 덧나기 딱 좋은데, 그게 독 단검에 당한 상처였다니!
상식적인 사람은 결코 할 수 없는 짓이다.
“여하튼 그 찌른 놈도 냅다 패 버렸는데, 대마초 냄새가 나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암살자 같아서 그냥 슥삭 해 버렸지요. 시체는 다른 골목에 밀어 넣었는데.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네요. 이게 증겁니다.”
핸드는 나무로 된 패를 내놓았다.
“이건…… 암살자 길드의 견습이라는 증거로군. 그 시기에는 의뢰를 수행하거나 하지 않을 텐데. 게다가 격투장의 투사를 상대로? 흠, 어쩌면 몰래 받은 의뢰일지도 모르겠군. 암살자 길드가 모른다면 다행이지만…… 재수가 없으면 암살자들과도 싸우게 생겼어.”
패를 본 뮬란 단장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암살자들은 무서운 존재다.
살인 우습게 아는 무법자들이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규율과 질서는 매우 엄격하며, 암살자들 사이의 철칙은 반드시 지켰다.
어떤 의미에서는 누구보다 직업윤리에 철저하게 되는데, 그 정도 철칙이 없다면 암살자에게 의뢰를 맡길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뢰받기 어려운 만큼 일에서는 철저해야만 했다.
그래서 암살자들은 길드, 혹은 그들을 키워 낸 조직의 강력하고 치밀한 관리를 받는다.
암살자 길드의 견습은 암살 의뢰를 받을 수 없다.
그들은 길드가 명령한 대로 수행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의 암살만이 허락된다. 격투장의 투사 같은 존재는 결코 시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혹시 암살자를 고용한 조직에 짐작이 있습니까?”
“음…… 자네가 싸운 투사가 푸른 전갈이라고 했나? 그리고 어깨에 문신이 있고?”
“그랬죠. 그런데 그건 대체 왜?”
뮬란 단장의 얼굴에, 깊은 그늘이 졌다.
“어쩌면…… 검은 전갈단일지도 모르겠네. 외지에서 온, 기존의 규칙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무법자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