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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격투 기술의 습득(E급 퀘스트)
『뮬란 단장은 당신에게 격투술을 배우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 퀘스트는 격투장에서 얻은 성과와 연동되며, 당신이 충분한 기술을 습득했을 때 완료됩니다.
당신의 격투술 스승들이 내는 지시를 잘 따라서, 기술을 몸에 습득하도록 하십시오.』
간만의 퀘스트지만 핸드도 슬슬 무직 3레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나쁜 일은 아니었다.
혹시 격투장에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면 레벨 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일단 지스, 네가 살펴봐라. 난 세세한 건 모르니까.”
“음…… 그게 좋겠군. 이봐. 신참. 아까 타격하는 폼을 보니, 투로(鬪路)를 조금 아는 것 같던데…….”
“투로가 뭡니까?”
핸드는 투로라는 게 뭔지 몰랐다. 하지만 지스는 그것만으로도 답을 얻은 것 같았다.
“초짜군. 하지만 묘하게 몸 쓰는 법에는 나쁜 버릇이 없던데. 그렇다고 어떤 유파의 격투기를 배운 적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동작 같은 걸 배운 적 있나?”
몸 쓰는 법이라는 말에, 핸드는 룽 노사가 가르쳐 주었던 여러 가지 동작을 생각해 냈다.
몸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했지만, 서서 여러 가지 동작들을 시연하는 권법 같은 기술을 배웠던 것이다.
핸드는 공격 기술은 배운 적이 없지만, 동작과 관련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 그런 것 치곤 타격하는 폼은 제대로던데. 골격과 호흡을 제대로 조종할 줄 알아. 큰 동작을 최소로 억제하면서 주먹을 찔러 넣는 건 쉬운 게 아니거든. 보통 장병(長兵)을 위주로 배운 녀석들은 이런 동작을 하지.”
그러더니, 지스는 강하게 땅을 차며 허리를 비틀고 어깨의 힘을 사용해 훅을 날렸다.
팡!
공기가 파열하는 소리가 날 정도의 강타였다. 그러나 핸드가 사용하는 강격에 비하면 빈틈이 많았다. 초급 간파, 견습 안목 스킬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게 강타(Power Attack)다. 평범한 전사들은 대부분 이걸 익히지만 찌르기에는 적당하지 않은데다, 후려치기나 갈기기에만 유용해. 나쁜 버릇 중 하나야.”
『당신은 강타 스킬을 간파했습니다. 정통 스킬인 강격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하위 스킬에 대한 간파 보정을 받습니다. 알지 못했던 하위 스킬을 통찰함으로써 강격 스킬 레벨이 1 올랐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다음에는 아니나 다를까…….
“그럼 대련을 할까? 격투는 몸으로 하는 거니까 이런 시시콜콜한 이론 떠들어 봐야 별로 도움이 안 돼.”
지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공기가 찢어질 정도의 잽을 몇 번 날리고는 준비 태세도 안 된 핸드에게 달려들었다.
시각 스테이터스가 개방되어 있어서 동작을 인식할 수는 있었지만 왠지 피할 수 없었다.
뻐억!
엄청난 타격과 함께 핸드는 그대로 쓰러졌다.
“역시 초짜구만. 손은 눈보다 빠르다! 눈으로 보고 피하려고 하지 마! 눈으로 봐도 좋은 건 발이나 허리, 어깨 등 동작이 시작되는 부분뿐이다. 공격을 예지해! 어디를 노릴지는 계산하는 게 아니고 느끼는 거야!”
그러더니 쓰러진 핸드에게 발길질을 날리려 들었다. 핸드는 필사적으로 몸을 굴려 일어났다.
“처음이라 한 번은 봐줬다.”
‘봐, 봐준 게 이거냐?!’
핸드의 장점은, 이렇게 당하면 꺾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오기에 불이 지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핸드조차 잔소리는 견딜 수 없었다.
“얼씨구, 정중선을 지키는 방법도 모르지? 약점을 패 달라고 아주 과시를 하네!”
급소인 명치를 제대로 맞았다. 그나마 봐준 건지 죽지는 않았지만, 먹은 걸 토할 뻔했다.
“다리가 텅 비었다. 다리 걸기라도 당하면 아주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겠구먼. 무게 중심은 낮게, 그러나 언제나 땅을 박찰 수 있도록!”
그래 놓고 정말 다리를 걸었다.
간신히 다리 걸기를 견디거나 쓰러지더라도 낙법을 써서 일어날 수 있게 된 건 서른 번 이상 쓰러진 뒤였다.
벌써 몸이 멍투성이였다.
“무게 중심을 낮게 하라는데 상체를 왜 웅크려! 상체는 긴장을 풀고, 흔들리지 않게 적의 기세를 타고 받아 넘겨! 가드를 하는데 눈을 가리면 안 되지!”
상체를 숙이고 가드를 하자 사정없는 훅으로 가드를 뚫고는 뒤로 날려 버렸다.
“얼씨구, 춤추냐? 병신 되고 싶지 않으면 허리 바로 세우고, 유연하게 힘을 전달해! 온몸을 경직시켜서 타격을 받으면 뼈가 부러진다.”
대부분의 가르침이 그런 식이었다.
그나마 카담과 단검 주고받기를 하며 간파 스킬을 올리지 않았다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1시간쯤 두들겨 맞고, 거의 잡념이 들어갈 여지가 사라지자 조금 흐름이 바뀌었다.
정신없이 방어만 하던 핸드가 블러드 콜로세움 등, 여러 PvP 경험을 되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모두 피하거나 막히긴 했지만, 몇 차례 공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물론 여기서도 엄청난 잔소리를 들었다.
‘휴! 격투라는 게 장난이 아니군. 지나친 긴장은 몸을 경직시키고, 그렇다고 너무 힘이 빠지면 타격이 들어가질 않아. 유연함과 강함을 모두 가져야만 만든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있어. 어려운데?’
그렇게 거의 2시간 가까이 수업을 받고 나자, 다음은 토룬이었는데 이건 더 기가 찰 일이었다.
피하거나 방어한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다.
토룬은 지스에 비하면 동작이 둔했다. 아니, 핸드보다도 둔했다. 그런데 타격을 날리면 맨몸으로 받아 내고는, 붙잡아서 관절을 비틀어 버리는 것이다.
“끄아아아악!”
이 엄청난 거구에게 힘으로 대항할 방법이 있을 리 없다. 벗어나려고 하면 다른 곳을 잡아 꺾였다.
물론 지스처럼 독하지는 않은지 곧 놔주기는 했지만, 반대로 가르치는 요령은 형편없었다. 유연성 초급 6(16)레벨이 아니었다면 벌써 몇 군데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토룬이 가르쳐 주는 것은, 타격이 힘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는 영거리 전투에서의 대응 방법!
다시 말하면 레슬링 계통의 싸움 방식이었다.
이것의 해설은 지스가 대신해 주었다.
“레슬링의 대가들은 근접 상태에서 상대의 균형을 흔들거나 작은 동작조차 불가능하도록 신체를 억누를 수 있지. 그래도 근접에 들어가면서 공격을 받기 때문에, 충격이나 고통에 대한 인내심이 강해고 몸도 튼튼하다.”
이 수련의 성과는 상당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기술을 익혀 왔던 핸드조차, 몇 년 이상 수련하고 실전을 거쳐야 하는 격투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동작의 습득은 빨랐지만 실제로 싸우는 것은 어렵다.
반복 숙달시켜서 몸이 동작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게 잘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끙끙거리며 자신이 배운 것들 중에서,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게 있는지 찾아봤다.
‘룽 노사님에게 공격적인 기술은 거의 배우지 않았지만…… 동작 가운데 숨겨진 의미들이 있지.’
이건 최근에야 눈치챈 것이었다.
권법의 형을 익혔고, 본의 아니게 인체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했다.
목표를 타격하는 수련을 하면서, 핸드는 그 동작들에 숨어 있는 의미를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습득이 조금 빠른 정도지, 실전에서는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여기서는 버추얼 유니버스가 힘이 되어 주었다.
24세기의 가상공간 학습은 돈만 지불하면 3차원적으로 녹화된 것을 재현하며 실습을 할 수 있다.
중세에서 쓰이는 지식을 실습해 주는 교육 프로그램은 없지만, 인체공학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격투기는 24세기에도 훌륭한 엔터테인먼트이며, 장사 수단이었다.
동작의 세부 파악과 자기 자신의 동작을 미세 조정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핸드는 몇 번이나 실전 격투기를 지켜보고 직접 실행해 보기도 했다.
커맨드 삼보, 아마추어 레슬링, 브라질 유술, 무에타이, 태권도, 가라데, 중국권법 등.
그런 것들을 파헤치고 나자 스킬이 생성되었다.
액티브 스킬 습득
『핸드가 격투기와 접전을 습득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액티브 스킬 상세 설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킬 획득 보정으로 완력과 민첩, 인내와 내구가 각각 1 증가했습니다.』
격투기 - 견습 1/10(액티브 스킬)
당신은 타격을 위주로 하는, 여러 종류의 기술들을 습득했습니다. 이는 비무장 상태에서의 싸움 기술입니다.
주로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상대에 대한 싸움을 상정하고 습득한 전투 기술이므로, 자신보다 카테고리가 작거나 큰 상대에게는 약간의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조건 : 철권, 완력과 민첩 각각 40 이상
상세 : 스킬 레벨당 공격 속도 +0.5%, 비무장 타격 시 피해 +1%, 대인(對人) 기술 성공률 +0.1%, 무기술 계열 중 일부를 맨손으로도 재현 가능
접전 - 견습 1/10(액티브 스킬)
충분한 거리가 존재하지 않는 극한 상황에서의 싸움 기술!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으며, 그 상태에서 타격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보다 작은 상대에게는 보너스, 자신보다 큰 상대와의 접전에서는 페널티를 받습니다.
접전 대항에서 승리하면 자유롭게 던지기나 꺾기 등의 기술을 걸 수 있습니다.
상세 : 접전 상태에서의 치명타 확률 +0.5%, 접전 상태에서의 동작 페널티 저하 +1%
지스에게 두들겨 맞고, 토룬에게 비틀리면서 얻은 성과는 이것만이 아니다.
간파 스킬이 무려 4단계나 증가해 초급 6(16)레벨. 차력도 한 단계 올랐고, 전체적인 능력도 상승했다.
격투 기술의 습득(E급 퀘스트)
『당신은 스승들의 지시를 따라, 훌륭하게 격투술과 접전 스킬을 습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직 당신의 기술은 미흡하지만 최저 조건을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160을 받았습니다.』
게임 시간으로 약 20일 만에 얻은 성과였다.
안목 스킬도 견습 3레벨에 도달했다.
정말 지독하게도 잘 오르지 않는 스킬이다.
핸드가 최저 조건을 달성하자, 그간 보지 못했던 뮬란 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흠. 제법 인상이 강해졌군. 성과는 어떤가?”
“눈 뜨는 법부터 가르쳐야 할까 생각했는데, 경험이 있는 것 같더군요. 얼굴을 맞을 때도 눈은 뜨고 있던데요? 움직이는 법만 가르쳤으니 얼마 안 걸린 겁니다.”
뮬란 단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몸도 제법 날래졌군. 이 정도면 충분히 격투장의 파이터가 될 수 있을 거야. 싸움은 이틀 뒤! 그만 두들겨 패고, 평소대로 단련을 시키게.”
쉴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았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카담이 새파랗게 날이 선 단검들을 챙겨 들고 핸드를 끌고 갔다.
일단 과녁 맞추기도 하지만 역시 메인은 단검을 주고받는 살벌한 수행이었다.
그다음은 밧줄 위에서 균형 잡는 훈련이다.
남은 이틀 동안도 수련을 거듭하여, 성장이 저조한 감이 있었던 낚아채기와 단검 투척 스킬도 성장시켰다.
그리고 균형 잡기 스킬이 마침내 초급에 도달했다.
균형 잡기 - 초급 11/20(패시브 스킬)
당신은 배의 닳아빠진 마스트 위나, 미끄러지기 쉬운 물질로 덮여 있는 땅 등에서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또, 장기간 항해 시의 멀미 등을 경감할 수 있습니다.
고정된 발판이 없거나 거꾸로 매달린 상태 등 보통 동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페널티를 받은 상태에서 간단한 동작을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실패 확률을 한층 더 저하시킵니다.
조건 : 민첩 50 이상
민첩까지 2 증가!
좋은 징조였다. 이 스킬은 단지 흔들릴 때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하체를 굳건하게 해 준다.
무술은 하체의 견고함에서 튼튼함만이 아니라 균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를 본다. 그래야만 무게 중심을 바꾸면서 타격을 가하거나 방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따라오게나.”
“격투장으로 가는 겁니까?”
“바깥에서는 격투장이라는 말은 하지 말게. 무허가라서 불법이니까 말이야.”
그러더니, 뮬란 단장은 핸드를 이끌고 쿠도르프 시에서도 슬럼에 가까운 장소로 향했다.
어두침침한 뒷골목.
안 좋은 냄새가 나는데다 불쾌한 시선이 느껴진다.
핸드는 강한 경계심을 느꼈지만, 뮬란 단장이 태연했으므로 자신도 억지로 태연한 체를 했다.
뮬란 단장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간판이 낡은 술집.
다가가자 시끌벅적한 소리와 텁텁한 냄새가 났다.
오래된 나무의 냄새와 싸구려 술 냄새, 사람 냄새가 섞여 있는 독특한 이취(異臭).
뮬란 단장은 정문이 아니라 술집 뒷문을 두들겼다. 문에 나 있는 작은 틈새가 열리더니, 눈을 들이밀었다.
“암호!”
“무슨 암호! 난 얼굴이 통행권이야! 너 신참이냐?”
“……잠시 기다리쇼.”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단장님. 이 친구가 아무것도 몰라서…… 어서 죄송하다고 해, 이놈아!”
안에서 나타난 것은 염소수염을 기른 왜소한 체구의 남자와, 덩치는 크지만 왠지 어설픈 인상의 청년이었다.
“미안하게 됐수다.”
청년은 머리를 박박 긁더니 전혀 미안하지 않은 태도로 그렇게 말했다.
염소수염은 다짜고짜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당연히 청년은 다리를 붙잡고 바닥을 굴렀다.
“끄악! 아프잖수!”
“너 미쳤냐? 찌그러져 있어. 하여간 도움이 안 돼요!”
그 광경을 지켜보며, 핸드는 생각했다.
‘격투장이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신비감이고 뭐고 없네! 이곳 혹시 동네 아저씨 옆구리만 찔러도 알고 있는 거 아냐?’
그래도 쿠도르프 시의 인구는 1만 5천을 넘는다.
이 지역에서는 가장 커다란 도시 중 하나이므로, 내용물은 괜찮을 거라고 믿어 보기로 했다.
그래도 내부로 들어가자 분위기는 만점이었다.
아직 낮인데도 램프를 켜야 하는 어둡고 좁은 복도.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는 쇠창살로 된 문도 달려 있었다.
핸드는 엉뚱한 걱정을 했다.
‘불이라도 나면 다 죽는 거 아냐?’
램프에서 나온 그을음이 벽이나 천장을 검게 물들이고 있는 걸 보자, 그 불안은 한층 커졌다.
“뒤에 있는 친구가 이번에 데려오신 파이터입니까?”
“그렇다네.”
“호오, 제법 괜찮을 것 같군요.”
염소수염의 남자가 핸드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묘하게 불쾌했지만, 그는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럼 닉네임은요?”
“그건 지금 정해야겠지! 뭘 하겠나?”
‘닉네임? 아, 비밀 격투장이니 별명으로 싸우는 거군.’
“보통은 어떤 이름을 쓰는 겁니까?”
“대부분 몬스터 이름을 사용하지. 가면을 쓰거나, 분장을 하거나 하기도 하고…….”
문득, 분장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좁은 도시에서 맨얼굴로 싸우고 들키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직장 생활에 문제가 나오면 안 될 것이다.
“그렇군요. 좀 멋진 몬스터가 없을까요?”
“수리곰은 어떤가? 부엉이곰의 상위 몬스터지! 머리 부분이 매처럼 생기고, 깃털 같은 갈기가 있는 커다란 몬스터라네. 매우 강한 놈이야.”
‘수리곰? 괜찮은 것 같은데?’
어감도 좋고, 강력한 몬스터라니 마음에 들었다.
“그럼 그걸로 하죠.”
“흠, 그럼 수리곰 분장을 해야겠군. 가면은 있나?”
“있습죠. 독수리 가면을 쓰면 될 겁니다.”
그리고 핸드가 안내 받은 곳은 벽에 후드가 달린 망토와 함께 가면들이 걸린 지하실이었다.
몇 종류의 의상도 존재했는데 하나같이 노출이 심한 가죽옷들이다. 투사들 전용 복장인 것 같았다.
“처음에야 여기로 들어왔지만, 나중에는 투사들 전용 통로로 들어와야 할 걸세. 그때도 추적당하지 않으려면, 가면과 망토를 지참해야겠지.”
겉보기와는 달리 나름대로 철저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신분을 보호하나요?”
“뭐, 여긴 시골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투기장의 규칙일세. 사실 여기에 투기장을 연 사람은 대도시 투기장에서 은퇴한 투사라서…….”
즉, 본 대로 만들어 놨다는 말이다.
핸드가 받은 가면은 코 부분이 매의 부리처럼 조각되어 있는 나무로 된 것이었다. 투사용 옷은 가죽으로 된 것이었는데, 계절이 여름이라 입기가 괴로울 것 같았다.
“자, 가면을 한번 써 보게.”
“……이거, 대여료 있는 거겠죠?”
“으하하하. 잘 물으셨소.”
갑자기 염소수염의 남자가 손을 비비기 시작했다.
“우리 격투장은 투사들에 대한 서비스가 최고지. 등록금만 내면 복장, 분장까지 제공! 등록금은 은화 두 닢일세. 그리고 한 달에 은화 한 닢만 내면 계속 투사로 이름을 등록할 수가 있다네. 훈련장도 쓸 수 있고, 원하면 방도 얻을 수 있지. 방은 동전 50닢. 식사는 별도지만.”
“…….”
핸드는 대충 계산을 내 보았다.
서비스가 최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당한 폭리다. 방값이 싸기는 하지만 좋은 질은 아닐 테고, 파이터들의 식사량을 생각하면 식사 별도는 감점 100점이었다.
‘내가 요리를 해서 그렇지…… 내게 요리 스킬이 없었으면, 식비에만 하루에 동전 50닢은 쓸 거라고!’
푸줏간에서 고기를 많이 받아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연단법을 수행하지도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