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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8장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밤마다 핸드가 처참한 몰골로 귀환하자, 여관 주인은 상당히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그의 체구가 당당해지자 걱정을 접는 것 같았다.
핸드는 이제 여관에서도 정식으로 월급을 받고 있었다. 그가 만든 요리들이 유명해지면서, 점점 단골손님들이 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신용 스킬도 증가했다.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초급 직전!
재산도 은화 86닢에 도달한 상태였다.
핸드는 라스트 앤서에 빠져드는 걸 느끼고 있었다.
무작정 레벨을 올리면서 지겹게 단순반복적인 사냥을 하는 것보다, 스킬들을 성장시키고 미지의 가능성을 알아내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테이터스 확인.’
이름 : 핸드 리바이벌 성향 : 중립
직업/레벨 : 무직/2
칭호 : 초보자 명성 : 120
생명 : 70 마력 : -
기본 능력치
완력 : 50 민첩 : 47 체력 : 51 지능 : 33
지혜 : 41 매력 : 24 행운 : 27
확장 능력치
내구 : 11 인내 : 20 의지 : 5 시각 : 3
후각 : 5 미각 : 5
공격력 : 25 방어도 : 28
스테이터스 포인트 : 2 스킬 포인트 : 0
경험치 : 1,280/3,000
적하 : 38.05/37.50(kg) - 배낭에 넣었을 때는 완력 적하 한계의 1.2배까지 짊어질 수 있음 : 중압 1단계
갈증/공복 : 보통/보통
얻은 칭호 : 초보자, 초급 도축사
- 비무장 상태이므로 치명적 공격을 할 수 없습니다.
- 배고프거나, 목마르지 않습니다.
- 지치지 않은 상태입니다.
“휴…… 제법 성장시켰군.”
뿌듯함마저 느껴지는 스테이터스였다.
‘스킬 확인!’
파라미터 스킬 : 4[상세]
지구력(14/20), 유연성(15/20), 신용(12/20), 독 내성(5/10)
패시브 스킬 : 4[상세]
지식(약학, 6/10), 단검 숙달(11/20), 간파(10/10), 차력(6/10)
액티브 스킬 : 6[상세]
강격(14/20), 감정(6/10), 요리(13/20), 도축(14/20), 낚아채기(11/20), 단검 투척(11/20)
게임 시간으로 3개월 만에 키운 능력이다.
라스트 앤서의 성장 속도는, 여타 다른 게임에 비교하면 상당히 늦게 조정되어 있다.
하지만 다양성에 관해서는 말도 못할 정도다.
스킬이 너무 불어나면 어지러워지겠지만 그쯤 되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적응되어 있을 것이다.
왜냐면 하나하나 신경 써서 키운 캐릭터니까!
‘음…… 약간 진도가 느리다는 생각은 들지만. 내 예상으로는 최저 게임 시간으로 1년 정도를 써야 비로소 정식 레벨을 얻을 자격이 생기는 거야.’
현실 시간으로 따지면 서비스 후 약 22일이 지났다.
성질 급한 플레이어 한 명이 사고를 친 덕분에, 많은 라이트 유저들도 라스트 앤서에서는 초반 성장에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성질 급한 유저들이 마구 들이대었고, 정식 레벨을 얻은 유저들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핸드의 예상이 맞는다면, 그들은 조만간 캐릭터를 삭제하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런 타입의 플레이어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현 주소를 몰랐다.
‘지금도 아직 다른 NPC들과 비교하면 능력이 모자라.’
뮬란 단장과 만난 것은 핸드에게 있어 대단한 기연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로엠 노인의 존재까지 기연이다.
다른 차력사들도 핸드가 보기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대단한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 보면 주류가 되지 못해 밀려났다는 경우가 많았다.
‘더 강해져야만 한다!’
부르주아 게이머가 되는 것도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 성공적으로 게임상에서 돈을 벌 만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
그것은 결국 수단!
핸드에게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다른 목표가 있다.
양팔을 회복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련과 난관을 지나야 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멀고, 어렵지만 그러니까 도전할 가치가 있는 거지.’
그는 조용히 의욕을 불살랐다.
* * *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마치고, 허드렛일을 도운 다음 직접 시장을 본다. 물론 여관의 요리사 보조 일이다.
시장을 보면 간혹 감정 스킬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견습 6레벨이 되고 나서는 식재료 감정으로는 거의 스킬이 오르지 않았다. 간혹 희귀한 재료를 감정하거나 할 때 드물게 오르는 경우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아침 일과를 끝내면, 푸줏간으로 출근하거나 로엠 노인의 약방에 간다. 물론 약방에서는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연단법에 쓸 약을 받아 오는 일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차력사들의 거주지로 직행이었다.
식초를 한 컵 마시고, 차력사들을 따라서 기구들을 사용해 운동을 하고, 단검을 던지고 받는 수련을 거친다.
체력 50을 조금 넘긴 핸드조차 여기까지 하면 숨이 상당히 거칠어졌다.
그다음은 오늘의 일용할(?) 폭행!
‘정말 이건 적응이 안 돼!’
그가 내구 20을 달성하자, 목검이 모조리 금속 테두리가 붙은 몽둥이로 바뀌었다.
쏟아지는 몽둥이세례를 온몸으로 받아 내고, 체인으로 피부를 연마하는 고통! 가상현실인데다 성과가 오르기 때문에 하는 거지, 현실이라면 견뎌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점심시간이 와야 그 상황에서 해방된다.
몸에 묻은 기름을 닦아 낸 뒤,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다. 그리고 맞는 동안 벗어 두었던 납 벨트를 다시 두르고 요리를 한다.
요리 스킬을 올렸다는 게 밝혀지면서 식사 역시 핸드가 준비하게 되었던 것이다.
차력사들의 식단은 반드시 고단백 고열량이다. 그래서 꽤나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스킬을 올릴 수 있으니 별 불만은 없었지만…….
“자네도 그럭저럭 몸이 만들어졌군. 아직 멀었지만…… 간신히 기초 정도는 된 것 같네.”
게임 시간으로 3개월이나 굴러가며 스테이터스를 올렸는데 이런 소리나 들어야 하다니!
핸드는 억울함을 느꼈지만, 이곳 사람들과 비교하면 모자란 것도 사실이다.
“자, 오늘부터는 좀 더 다른 걸 가르쳐 주지. 어디 가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냐.”
이제 핸드는, 뭐든 올 테면 와 봐라! 라는 마음이었다.
“뭘 배우면 되죠?”
“재주넘기!”
“……재주넘기요?”
“그래. 옛날 서커스단에서 일하던 친구가 있지. 몸이 지나치게 딱딱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 그 친구에게 교정을 받을 때 쓰는 거야. 자네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균형을 잡는 기술을 익히는 건 나쁘지 않아.”
그래서, 오후에는 밧줄 위에서 쇼를 벌이게 되었다.
단순히 밧줄 위에서 걷는 것은 요령만 잡으면 충분히 가능했다. 문제는 걸을 수 있게 되자, 다짜고짜 밧줄을 흔들어 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낄낄대며 열심히도 흔든다.
“끙, 무슨 요령이라도 좀 가르쳐 줘요!”
“요령? 뭐 별거 아니야. 네가 흔들어 봐라.”
그러더니, 가장 둔할 것같이 생긴 차력사를 불러 밧줄 위에 서게 만들었다. 핸드는 복수심을 담아 신들린 듯이 흔들어 댔지만 차력사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이구∼ 편하다.”
그러더니 밧줄 위에 앉아 버리기까지!
핸드는 그걸 보자 어처구니없음을 느끼기보다는, 차라리 진지하게 동작을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하! 흔들림이라는 건 생각보다 단조로운 거야! 거기에 적응하고, 몸이 기민하게 대응하는 건 힘들지만 요령만 알면 적응 가능한 문제였어.’
무게 중심을 낮게 하고, 중심을 잡은 채로 밧줄과 일체화한다. 밧줄이 아니라 지면도 같은 문제다.
땅 전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어지간히 흔들리더라도 리듬에 맞추어 적응하면 된다.
핸드는 그날 오후, 흔들리는 밧줄 위에서도 설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걷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패시브 스킬 습득
『핸드가 균형 잡기를 습득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패시브 스킬 상세 설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킬 획득 보정으로 민첩이 1 증가했습니다.』
균형 잡기 - 견습 1/10(패시브 스킬)
당신은 밧줄 위, 나뭇가지 위, 흔들다리, 선상 등 안정되지 않은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보통 사람에 비해 균형 감각이 좋은 정도이기는 하지만, 어지간히 흔들리더라도 서 있거나 혹은 느린 속도로 걸을 수 있습니다.
단, 고정된 발판이 없는 환경에서 복잡한 동작은 방해를 받으며 그로 인한 실패 확률도 생깁니다. 그 실패 확률을 어느 정도 저하시킬 뿐입니다.
조건 : 민첩 35 이상
‘휴, 대체 이놈의 스킬은 언제까지 불어나는 거지?’
벌써 15개나 되는 스킬을 얻었다. 이런 식으로 자잘한 스킬이 계속 증가한다면 성장시키기도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스킬이 많아서 나쁠 건 없다.
스킬이 늘어날수록 약간이지만 스테이터스도 증가한다. 단련으로는 얻기 어려운 보너스인 것이다.
‘음…… 그나저나 스테이터스 성장이 확실히 느려졌어. 50은 분수령인 건가?’
스테이터스는 50 이전까지는 비교적 잘 늘어났다.
그런데 50에 가까워지거나, 50이 지난 후에는 순수한 단련으로는 그렇게 늘지 않았다.
이때부터는 올리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핸드는 그걸로 멈출 생각은 없었다. 획기적인 단련법을 만날 때마다 스테이터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보다 다양한 수련을 하면 할수록 캐릭터가 성장한다는 말과 같았다.
밧줄 타기 훈련을 몇 시간 반복하고, 저녁 무렵에는 다시 단검 던지고 받는 수련을 한다.
지치고 노곤해진 상태였지만 핸드는 우는 소리 따위는 하지 않고 묵묵히 수련에 임했다.
“오늘은 그 납 벨트를 풀어라.”
카담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반문을 할 법도 하건만, 이런 말이 나오면 위험한 수련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그는 말없이 벨트를 풀었다.
“이제부터는 진짜 단검으로 한다.”
“……헉!”
자기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왔다.
“지, 진심입니까?”
“나무 단검으로는 한계 이상의 수련이 되질 않아. 너도 이제 나무 단검으로 좀 맞는 것쯤은 신경도 쓰지 않으니까. 경각심이 많이 무뎌졌지.”
차력과 유연성이 일정 궤도에 오르고, 내구 스테이터스가 10을 넘으면서 나무 단검은 급소에 맞거나, 어지간히 세게 맞지 않는 이상 별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맞는 순간 기민하게 방향을 틀거나, 맞는 부분을 치명적이지 않은 곳으로 바꿀 정도의 감각이 생겼던 것이다.
카담은 진짜로 벨트 안에서 날이 새파랗게 선 단검들을 네 자루 꺼내 들었다.
핸드는 식은땀이 등을 적시는 걸 느꼈다.
카담의 동작은 초동(初動)을 간파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간파 스킬이 견습 레벨 10인데도 그랬다.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은 긴장감!
핸드는 자기도 모르게 룽 노사가 가르쳐 준 호흡법을 통해, 『깊은 집중』을 시도하고 있었다.
항상 해야 하는 『얕은 집중』은 습득할 수 있었지만, 깊은 집중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하지만 단검이 뿌리는 날카로운 빛이 핸드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여 저절로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휙!
카담은 거의 어깨를 움직이지 않는다.
최적화되어서 손목과 손끝의 동작만으로도 단검의 궤도를 결정할 수 있다.
그 손끝 하나하나까지 낱낱이 들여다본다.
아니, 복잡하게 얽힌 근육의 움직임을 투시한 것처럼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두 자루!’
나무 단검으로도 동시 투척을 한 적은 있다. 하지만 하필 진짜 단검을 던질 때 두 자루 투척이라니!
‘어깨, 옆구리!’
핸드는 양손을 필사적으로 뻗어 어깨로 오는 걸 받아 냈다. 문제는 옆구리로 날아드는 단검!
양손잡이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왼손이 오른손에 비해 영점 몇 퍼센트 정도 동작이 무뎠다. 그 때문에 칼날을 놓친 것이다.
“우와아앗!”
잡는 게 아니고 쳐 낸다!
핸드는 급히 손등으로 단검을 때렸다. 덕분에 약간 스친 상처는 입었지만 단검에 관통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무리한 일에 성공한 것은 반쯤 기적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옆구리에 구멍이 났으리라.
그러나 날 선 단검이 날아드는 긴장감 속에서 잡아채기를 성공시킨 덕분인지 낚아채기 스킬이 1레벨 올랐다.
패시브 스킬 습득
『핸드가 안목을 깨달았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패시브 스킬 상세 설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킬 획득 보정으로 시각이 1, 지능이 1 증가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간파가 견습을 벗어나 초급에 진입했습니다. 이제 상대의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을 넘어, 어떤 행동을 하려 하는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킬이 초급에 진입한 영향으로, 당신의 시각과 지혜가 각각 1 증가했습니다.』
핸드는 부들부들 떨면서 버럭 소리쳤다.
“주, 죽을 뻔했잖아요!”
긴장이 약간 풀리자 주저앉을 뻔했다. 여기가 가상현실이라는 것조차 까맣게 잊을 정도의 위기감이었다.
“하면 되잖아?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별거 아니야. 그 공포감을 행동력으로 바꾸라고. 내 주 무기는 단검 투척이야. 그 위력을 알기 때문에, 단검이 날아드는 게 무섭다는 건 나도 잘 알아.”
그러더니 카담은 능글능글하게 웃었다. 상당히 매섭고 메마른 인상인데도, 능글대자 그게 또 성질을 긁었다.
“그리고 받아 내지 못한 단검은 던진 쪽으로 돌아간다. 페널티니까 기억해 둬.”
그런 말을 듣자, 핸드의 오기에 불이 붙었다.
‘좋아. 해 주겠어!’
핸드는 전력으로 수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스친 상처를 입으면서도 낚아채기를 쓰는 데 주저가 없었다.
그러나 카담의 실력에는 바닥이 없는 것 같았다.
간파 스킬이 초급이 되면서 전보다 약간 더 따라가기 쉬워진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아직 먼 산이었다. 기세등등하게 덤볐던 핸드지만 승리는 멀다.
결국, 수련이 끝나자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휴, 어렵군.”
핸드는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으며 변한 스킬을 확인해 봤다.
간파 - 초급 12/20(패시브 스킬)
당신은 대화나 평범한 행동 속에 숨겨진 거짓말이나 속임수만이 아니라, 공격적인 행동 속에 숨어 있는 의도마저 읽어 낼 수 있습니다.
이제 전투 간의 페인트(Feint)를 간파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은 아직 높지 않습니다.
상세 : 허세(Bluff) 스킬에 대응 가능. 지혜가 대상자보다도 높으면 상대의 스킬 레벨이 더 높을 경우에도 대응 가능. 페인트(Feint) 체크에 대항할 수 있음.
안목 - 견습 1/10(패시브 스킬)
안목이란 사물을 보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당신은 자신이 배운, 보다 상위의 기술을 목격함으로써 그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배우지 못한 기술이라면, 그것을 습득하기 위한 요령을 약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 이상의 다양한 스킬을 습득한 상태여야만 합니다. 또 옆에서 찬찬히, 몇 번에 걸쳐서 지켜보지 않는 한 안목을 얻거나 활용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비기(秘技)란 쉽게 보여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은 믿을 만한 사람으로 인식되어야만 할 겁니다.
보다 성장시킨, 높은 등급의 안목이라면 그러한 제약을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조건 : 신용과 간파 초급 이상, 지능 30 이상, 행동형 스킬 8개 이상 습득, 시각 개방
상세 : 습득한 스킬을 안목으로 확인할 때, 5레벨 이상의 차이가 나지 않으면 스킬 레벨까지 알 수 있음. 안목 스킬 2 레벨당 확인 가능 한계 +1.
그 이상이라면 2단계 위까지의 등급만 확인 가능. 습득하지 못한 스킬이라면 스킬 레벨당 습득 확률 +0.5%
간파는 그렇다 치지만, 안목 스킬을 확인하자 핸드는 마침내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을 받았다.
‘이거다! 간파만으로는 뭔가 미묘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이건 초보자일 때 반드시 얻어야 하는 스킬이야!’
스킬 습득 확률 증가! 그야말로 최고의 옵션이다.
이 안목 스킬을 얻고 나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들도 그제야 분명한 형태가 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푸줏간, 여관, 약방 등.
거기서 핸드는 자기보다 뛰어난 스킬을 가진 사람들을 계속 관찰하고, 그 동작을 간파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쌓여서 시각도 개방되고 안목 스킬이 생긴 것이다.
‘너무 수준이 높은 것을 처음부터 보면 이해할 수 없어. 일단 이해할 수 있는 부분부터 흉내를 내면서 여기서 왜 이런 동작을 했는지 분석해 봐야 되는 거야. 그렇게 분석을 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는 거고.’
소중한 깨달음이다.
무의식적으로 해 왔던 것을 의식해서 할 수 있게 됐다. 스킬의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휴, 정말 대단해. 어떻게 이런 부분까지 만들었지?”
라스트 앤서가 축적한 데이터가 얼마나 방대한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물리법칙의 재현도도 높아서 현실의 지식 대부분을 쓸 수 있는 것도 같기도 하다.
‘그러면 밸런스가 파괴될 텐데…… 아니, 정말 위험한 건 제약을 해 뒀겠지?’
쓸 수 있는 건 전부 가져다 쓴다.
핸드는 그렇게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지금은 성실하게 강함을 추구해야 할 때였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자, 확실히 스킬의 상승 속도가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푸줏간에 출근하여 바터 씨의 동작을 관찰했다.
고기를 써는 동작을 하나하나 철저하게.
어떤 부분에 칼을 대는가? 고기마다 속도나 써는 방법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도축을 할 때는 망막에 새겨 넣을 기세로 뜯어보았다.
그리고 흉내를 내 보면서, 그 의미를 이해하면 반드시 한 단계씩 나아갈 수 있었다.
『당신은 바터 씨의 도축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당신의 안목 스킬로는 아직 그의 숙달된 솜씨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바터 씨의 기술이 상급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숙련자의 동작을 관찰하고, 그것을 흉내 내면서 그것에 담긴 의도를 간파했습니다. 단검 숙달과 도축 스킬이 각각 1레벨 올랐습니다.』
바터 씨의 솜씨는 대단했다.
돼지 등을 도축할 때, 다른 백정들이 큰 칼과 작은 칼을 쓴다면 바터 씨는 식칼 한 자루로 모두 해결했다.
‘대단해! 마치 투시를 하는 것 같아.’
동물의 3차원적인 해부도를 보고, 그것을 익혔던 핸드는 그 굉장함을 잘 알 수 있었다.
‘안목…… 역시 매력적인 스킬이야.’
이 스킬이 중급 이상이 된다면 보통 초보자일 때 익힐 수 없는 스킬들도 훔쳐 배울 수 있을지 몰랐다. 그렇게 되면 초반 돈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나중에 가면 잔돈벌이 정도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작과 관련된 스킬들을 배워 두면 유용할 테니까.
제작 스킬들을 배웠을 때 감정 가능한 카테고리가 확장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던전 같은 걸 탐험한 뒤에 성과물이 뭔지 몰라서 날려 먹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되지.’
그렇게 관찰하여 간파에 성공하면 간파 스킬과 안목 스킬이 조금씩 향상되었다.
물론 안목은 보다 다양한 스킬들을 보고, 숙련된 사람들을 따라다녀야 오르는 스킬이지만 아직 핸드가 배우지 못한 기술만 해도 무궁무진했다.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안목 스킬이 유용하게 쓰인 것은, 푸줏간이 아니라 차력사들의 사이에서였다.
차력사들의 훈련을 보고 그 의미를 찾아내는 것!
그들은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고, 아직 핸드가 배우지 못한 기술도 존재했다.
다양한 기술들을 안목 스킬을 사용해 관찰해 놓으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도움이 된다.
“흠, 역시 가르쳐 볼 만한 친구군!”
핸드의 차력 스킬이 견습 9레벨을 찍고, 균형 잡기 스킬이 8레벨에 도달하자 뮬란 단장의 눈빛이 변했다.
핸드는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로엠 노인이 예의 사철 섞인 모래를 담은 항아리를 가져왔다.
손이 피투성이가 된 게 생각나자 몸서리가 쳐졌다.
하지만 로엠 노인은 희희낙락이다.
“이 짧은 시간 만에…… 확실히 좋아졌구먼.”
핸드의 피부를 만져 보더니, 질겨진 것을 확인한 모양이다. 노인이 손을 더듬자 과히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놈의 퀘스트라는 게 뭔지!
“기초수련은 진도를 어느 정도 나갔으니, 이제부터는 로엠 씨의 약물들을 이용하기로 하지.”
그날부터 수련에 항아리 찌르기가 추가되었다.
게다가 가죽과 천을 두른 나무 기둥, 조잡하게 만들어 놓은 샌드백 등을 타격하기도 했다.
납 벨트도 몸에 더 매달아서, 중압 2단계 직전까지 부담을 더하고 하는 훈련이었다.
‘우욱! 뼛속까지 아프다!’
현재 핸드의 내구는 19 정도.
기본 스테이터스는 보통 사람이 20 정도지만, 확장 스테이터스는 특수하므로 기준 0이다.
그러므로 핸드의 내구는 보통 사람의 2배 이상이라는 뜻. 게다가 차력이나 유연성 스킬, 그리고 인내와 의지 스테이터스 덕분에 이런 수련에 내성이 있었다.
하지만 손이 상처를 입는 정도나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건, 더 이상 수련을 할 수 없을 만큼 다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배 이상이라는 말도 되었다.
그야말로 수련 시간이 더 길어졌을 뿐!
약간의 독이 섞인 연고를 피부에 발라서 흡수시켰기 때문에, 회복 속도도 늦어졌다.
피부 단련도 계속되었는데 이번에는 기름에 천연소금을 첨가하기 시작해서 전신이 따가웠다.
“으따따!”
괴로워하는 핸드를 보고, 차력사가 낄낄거렸다.
“푸하하하하! 처음엔 다 그래. 괜찮아. 피부가 질겨져서 잘 찢어지지 않게 되지. 원래 이건 맨손으로 싸우는 격투가나 무예승 들의 비법이었다는데…….”
『천연소금을 사용하는 피부 연마 비법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혜가 1 증가합니다.』
엄청 괴롭기는 했지만, 성과는 있었다. 내구 증가 곡선이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고, 수련의 질이 바뀐 영향인지 근육도 응축되어서 전보다 상당히 볼만해졌다.
그나마 편한 것은 타격 훈련이었다.
잘게 찢은 붕대를 테이핑해서 뼈가 어긋나지 않도록 압박하는 방법을 배웠고 거기에도 약물을 사용했다.
문제는 항아리에 손을 찔러 넣는 수련 뒤에 타격 수련을 하기 때문에 장난이 아니게 아프다는 점이다.
여기서 얻은 성과는 2개.
붕대로 압박하여 뼈가 어긋나거나 잘 부러지지 않게 하는 비법을 습득하여 지혜 2 증가.
아픔을 느끼는 부분에 지속적인 부담을 가하면서 상처에 적응한 결과 인내가 각각 1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것을 2주일 이상 계속하자 마침내 차력이 초급에 도달했고, 그 영향을 받아 하나의 스킬이 생성되었다.
『패시브 스킬, 차력이 견습을 벗어나 초급에 진입했습니다. 당신은 보다 강한 타격과 고통을 견뎌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극한 상황에서 체력을 되찾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스킬이 초급에 진입한 영향으로, 당신의 내구와 체력이 각각 1 증가했습니다.
- 차력사 칭호를 얻어, 명성이 10 증가했습니다.』
초급 차력은 이전보다 약간 성능이 향상된 정도에 불과했지만, 새로운 패시브 스킬도 얻었다.
철권 - 견습 1/10(패시브 스킬)
당신은 단련을 통해 손을 인체의 다른 부분보다 훨씬 튼튼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주먹은 병기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험한 작업을 할 때도 잘 상하지 않습니다.
단, 두꺼운 근육이나 가죽을 가진 대형 생물이나 갑옷을 입은 생명체에 대해서는 데미지에 페널티를 받으며 오히려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한계 강도 이상으로 딱딱한 대상을 타격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관통이나 격파에 성공하였을 경우에는 그 데미지는 받지 않게 되거나 최소화 판정을 받습니다.
조건 : 내구 20 이상, 인내 30 이상
상세 : 스킬 레벨당 맨손의 내구력 +3%, 맨손의 내구도 이상의 대상에 데미지 반감, 맨손 타격 시 고통 반감, 맨손 공격력 1∼6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기술은 아니지만, 앞으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격투가나 무예승 직업을 얻고 싶지는 않지만, 맨손 타격 시 고통 반감은 축복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좀 견딜 만하겠군.’
희희낙락해하며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