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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7장 : 저주받은 연단법
핸드는 가죽 장인의 공방에 들러 납덩어리들을 넣을 만한 벨트를 주문했다. 팔다리에 찰 수 있는 사이즈와, 몸통에 맬 수 있는 것을 포함한 종합 세트였다.
근육이 생기면 팔뚝이 두꺼워질 것을 대비해, 굵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총 20개가 포함된 1세트가 은화 10닢!
1kg 정도의 납을 넣을 수 있는 벨트가 10개, 나머지는 2kg까지 넣을 수 있는 벨트였다.
엄청난 폭거였지만 지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푸줏간에서 아직 무두질도 되지 않은 생가죽을 사서, 그걸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기에 재료비는 그다지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시불로 돈을 지불하자 신용 스킬이 1 올랐다.
‘그렇구나. 거래로도 신용을 올릴 수 있구나! 아니, 이쪽이 원래 신용 스킬을 올리는 방법일 거야.’
중요한 걸 배웠다고 생각되자 속 쓰림이 좀 줄었다.
아직 남은 문제가 더 있었다.
대장간에서 벨트에 넣을 수 있는 납의 추를 구입했는데, 엄청난 돈이 들었던 것이다.
총 30kg의 납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무려 은화 15닢이나 된다. 게다가 벨트에 넣을 수 있는 형태도 아니다.
그런데 자금은 뜻밖에도 로엠 노인이 해결해 주었다.
“단련을 하려고 한다고? 음…… 좋아. 자네가 어떤 일을 해 준다면 내가 그 납을 사 주겠네.”
“정말이십니까?”
“내가 거짓말을 하겠나? 내게도 좋고, 자네에게도 좋은 일이니 그걸 사 주지.”
“좋습니다!”
핸드는 일찍이 예감했던 연계 퀘스트가 온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별 생각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로엠 노인의 요구(E급 퀘스트)
『당신은 어떤 요구인지는 듣지 못했지만, 흔쾌히 로엠 노인의 요구를 수락했습니다.
만약 로엠 노인의 요구를 실현시키지 못하면, 명성의 하락은 물론 신용 스킬이 대폭 하락할 것입니다.
보상 : ???』
“허허, 그러면 따라오게.”
그때 핸드는 왠지, 로엠 노인의 표정이 룽 노사의 그것과 겹쳐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네에게서 들은 연단법을 거의 형태로 만들었네. 내가 지금까지 수집했던 연단법은 대부분 조각이나 파편, 미완성의 비법들이었네. 혹은 실전되어 버린 것들이었지. 자네의 연단법을 뼈대로 하여 내가 모은 비법들로 살을 붙였네. 왜 실패한 건지 그 이유도 알 수 있었고…….”
핸드는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소위 저주받은 연단법이라 불리는 것들이 있지. 많은 전사들이 연단법에 욕심을 내네.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반드시 벽에 부딪치기 때문이지. 고급 검법이나 무술에 견딜 만한 육체를 얻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탐욕스럽게 연단법들을 찾아 헤매지. 하지만 성공적인 연단법들은 대부분 무가나 귀족 가문이 독점하고 있어. 그래서 시중에 떠도는 미완성이나 조각, 혹은 저주받은 연단법에 손을 대고 말지!”
“저, 저주받은 연단법이라고요?”
“그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의 몸으로 견딜 수 없는…… 혹은 불완전했기에 많은 전사들이 몸을 망치거나 죽어 갔다네.”
불길함이 점점 커져 가고 있었다.
“난 저주받은 연단법들의 대부분이 미완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네. 그리고 어떤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에라도 매달려서 파헤치지 않을 수 없었지!”
“자, 잠깐만요. 대체 왜 여기서 저주받은 연단법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요?”
“그야, 내가 만든 연단법을 자네가 익혀야 하니까!”
‘허걱!’
핸드를 하얗게 질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물론 여기는 가상현실이다. 게다가 핸드는 슬슬 초보자이므로 죽어도 그렇게 큰 페널티는 없다(사실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엄청난 페널티지만).
게다가 그는 초보자 칭호에 숨겨진 의미를 어렴풋하게 깨닫고 있는 상태라 그리 두렵지는 않았다.
그렇다 해도 저주받은 연단법이라니!
『당신은 연단법의 숨겨져 있는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지혜가 1 오릅니다.』
안내말조차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룽 노사의 참혹한 수련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왜 그러나?”
안 하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켜 올랐다. 하지만 얼마 안 되는 명성은 둘째 치고, 지난 2개월(게임 시간) 동안 아득바득 올린 신용 스킬이 너무나 아까웠다.
게다가 남자가 어찌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으랴!
“조, 좋습니다. 해 보겠습니다. 부작용은 해결된 거죠?”
“내 계산이 맞는다면 말일세.”
로엠 노인의 말은 조금도 불안을 달래 주지 못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는 결심!
당신의 신용 스킬이 1 올랐습니다.』
그것만이 조금 쓰린 속을 달래 줄 뿐이었다.
납은 다루기 쉬운 금속이기 때문인지 하루가 지나자 납 벨트에 채워 넣을 납덩어리들이 배달되었다.
그의 완력은 44. 적하는 33kg이다.
모래 자루를 낀 상태에서는 22.05kg의 짐이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11kg을 더해야 중압 1단계가 된다.
핸드는 2kg의 납덩어리를 채운 벨트를 각각 사지에 두 개씩 매달았다.
『캐릭터의 적하 한계를 넘었습니다.
현재 중압 1단계입니다.』
‘으윽! 오랜만에 중압 1단계군.’
움직임이 저해되는 뻐근한 감각에 핸드는 저절로 신음을 흘렸다. 그는 스트레칭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뭘 시키건 간에 일단 들이받는 거야!’
하지만 로엠 노인의 수련법은 상상을 초월했다.
“자, 일단 이걸 먹게.”
로엠 노인은 장갑을 끼더니 말려 놓은 약초의 끝을 잘라 내밀었다. 아주 극소량의 풀이었다.
“뭐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 봤지만, 약간 맵싸하고 쓸 것 같은 느낌의 냄새만 났다. 후각이 개방되어 보통 사람보다는 코가 약간 더 좋을 텐데도, 처음 보는 약초였다.
핸드는 잠시 망설였지만 일단 하겠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풀을 받아서 조심스럽게 씹어 삼켰다.
“이상한 것 같진 않은데요? 좀 쓰기는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헉!”
혀가 짜릿해지더니 마비가 오고, 손이 부르르 떨렸다.
『독에 당했습니다. 마비 효과! 인내로 인한 독성 대항 체크 실패. 체력이 하루 동안 10 저하됩니다. 생명력 회복 속도가 소폭 줄어들었습니다.』
털썩!
정신을 차리니 이미 바닥에 쓰러진 상태였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항의의 말을 내뱉으려고 했지만, 혀가 마비되어서 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호오, 완전히 마비되지 않았군. 좀 더 독하게 써도 되겠어. 조금 기다리게. 신체 상태가 적응되면 해독약을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더니, 로엠 노인은 양피지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차라리 즐거워 보일 정도로 날렵한 동작이다.
‘헉! 이건 인체 실험을 당하는 거잖아!’
한참 시간이 지나 조금 마비가 풀려서, 혀를 좀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나서야 해독약을 투여 받았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자네가 약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세세하게 알아야 그에 맞춰서 시간표를 만들 게 아닌가! 다행히 보통 사람보단 낫지만, 약물 내성 훈련 같은 건 받질 않았구먼.”
“…….”
항의는 눈곱만큼도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차례차례 다음 독을 내놓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독이라는 것은 바로 해독제를 먹는다 해도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 타격을 받았다면, 그 타격은 시간이 지나야만 회복되게 되어 있었다.
“음, 이제 거의 정리가 됐구먼!”
치사량의 수십 분의 1이 안 되는 소량이라도 독을 계속 투여당하고 해독약을 먹는 것을 반복하면 죽는 것 못잖은 고통을 맛보게 된다. 실제로 생명력도 마구 떨어져서 거의 바닥을 쳤다.
약물에 대한 반응이 대체로 정리가 끝나자, 행운을 제외한 스테이터스들이 상당한 데미지를 받았고 핸드의 안색은 시체와 같이 창백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여러 독을 섭취하면서 얻은 성과는 꽤 컸다.
독에 대항하며 인내가 총합 4 증가했다.
지금까지 전수되지 않았던 독초에 대한 지식도 얻어서 지능도 2 올랐다.
독과 약은 종이 한 장 차이!
약도 쓰기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가 있다.
그 때문인지 지식(약학) 스킬도 2단계나 증가했다.
파라미터 스킬 습득
『핸드가 독 내성을 얻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파라미터 스킬 상세 설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킬 획득 보정으로 인내가 2 증가했습니다.』
독 내성 - 견습 1/10(파라미터 스킬)
당신은 많은 종류의 독을 맛보고, 몸으로 직접 기억했습니다. 그 결과로, 독에 대한 저항력을 얻었습니다.
아직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평범한 독이나 치사량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당신의 파라미터나 스테이터스에 데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보다 다양한 독을 섭취하게 되거나, 치사량의 독을 먹고도 살아남을 경우 크게 증가합니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독 내성이 있는 자는 독 기미를 할 수 있습니다.
- 감정 가능 카테고리에서 독 감정을 개방시켜 줌.
조건 : 인내 5 이상, 20종류 이상의 독을 섭취
상세 : 스킬 레벨당 독의 치사량의 상한선, 독의 인내 대항 체크 성공률, 손상된 스테이터스 회복 속도 +1%
독 감정이 가능하게 되면서 감정 스킬도 한 단계 성장했다.
그러나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도 있었다.
『해독을 했지만 아직 잔독이 신체 내부에 남아 있습니다. 더 이상의 독을 섭취하면 위험합니다. 여러 종류의 독이 체내에 남아, 복합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세. 상태가 나빠 보이는군. 일단 체력 회복제가 있으니까 이걸 마시고…… 자네에게 먹인 독과 섞이지 않는 놈으로 준비했으니 걱정 말고.”
역시 로엠 노인은 전문가였다.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긴 하지만, 억지로 약을 받아 마시고 핸드는 여관으로 돌아갔다.
‘으윽. 정말 사지가 천 근처럼 무겁군.’
힘이 줄어들어서 지금 차고 있는 것만으로도 중압 2단계에 들어서고 말았다.
이동 속도 60% 저하에 회피 불능이라는 최악의 상태!
가상현실이 아니면 움직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핸드는 죽을 것 같은 몸 상태임에도, 그날 일과를 위해 억지로 사지를 움직여 스트레칭과 운동을 했다.
그런데 땀을 비처럼 쏟아 내자 몸 상태가 나아졌다.
『체내에 남은 잔독을 땀을 통해 방출하고 있습니다. 손상된 스테이터스 일부가 소폭 회복되었습니다.』
『당신은 독의 고통에 굴하지 않고 신체의 정화 작용을 활성화시켰습니다. 독 내성 스킬이 1단계 오릅니다.』
『파라미터 스킬, 유연성이 견습을 벗어나 초급에 진입했습니다. 당신의 신체는 보다 부드러워졌으며,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스킬이 초급에 진입한 영향으로, 당신의 민첩이 2 증가했습니다.』
유연성 - 초급 11/20(파라미터 스킬)
전보다 몸이 더욱 부드러워졌습니다.
꾸준한 연마를 통해, 딱딱해졌던 몸이 풀어지면서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동작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또한, 충격이나 타격에 대한 흡수 정도가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습니다.
상세 : 충격 흡수율 스킬 레벨당 +1%. 균형을 잡기 쉬워지고, 복잡한 동작 실현 가능.
‘휴! 다행이다. 이 정도면 저녁에 일을 할 수 있겠어.’
캐릭터가 현기증을 느낀다던가 하는 온갖 상태 이상도 많이 가벼워져 집중하면 작업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다.
중압도 1단계로 돌아왔다.
끈덕지게 스트레칭과 요가 등을 반복하고 수면을 취하고 다음 날이 되자 현격히 몸 상태가 좋아졌다.
아직 어제의 데미지가 남아 있었지만, 이 정도면 어느 정도의 독은 섭취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로엠 노인의 요구는 상식을 초월했다.
“벌써 회복했나? 진도를 더 빨리 나가도 되겠군!”
그러더니 사철을 섞은 모래를 항아리에 담아서, 거기에 손을 찔러 넣거나 주먹으로 때리란다.
“걱정 말게. 독을 섞은 고약을 준비했다네! 상처의 치료는 생각보다 더 빠를 걸세.”
“이, 이런 미친 짓을 해야 하는 겁니까?”
“미친 짓이라니? 이건 연단법이야! 최고의 육체를 만들기 위한 비법이라네.”
대체 최고라는 게 뭔지!
핸드는 다짜고짜 독부터 먹인 것 때문에 불만이 컸지만, 독 내성이라는 보상을 얻었기 때문에 잠시 망설였다.
사실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당한 것은 처음이 아니기도 했다.
‘크윽! 룽 노사!’
로엠 노인은 그야말로 가상현실의 룽 노사 같았다. 그야말로 핸드를 괴롭히기 위해 준비된 존재인 것이다.
‘제길! 그래. 눈 딱 감고 해 보자. 여기선 몇 번쯤 죽어도 문제없으니까!’
핸드는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미친 짓을 자행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손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고, 약초 물로 씻은 다음에 고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육체는 고통을 호소하는데다 생명력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정말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핸드는 오기로 처참하게 된 손을 사철이 섞인 모래 속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다시 치료를 반복했다.
룽 노사에게 배운 명상과 다크 게이머들의 비법(복원)이 없었으면 절대로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하루 종일 그 짓을 반복하자, 얻어진 보상은 대단한 것이었다.
『확장 스테이터스, 「의지」를 개방했습니다! 의지 스테이터스를 개방함으로써, 육체가 견딜 수 없는 한계를 의지로 참는 법을 알았습니다. 지혜가 1 증가합니다.
의지 : 인내의 한계로도 견딜 수 없는 상황을, 의지 하나로 이겨 낼 수 있다. 육체가 굴하려는 상황에서도 의지만은 굴하지 않는다.
어떤 때는 육체가 정신을 희롱하지만, 때로는 강인한 의지력이 육체를 역으로 지배하기도 한다.
현혹, 환상, 약리효과 등에 의한 정신적 간섭은 물론 인내로 견딜 수 없는 상황을 견뎌 낼 수 있게 된다.』
『강한 의지를 갖게 되면 생리적 작용을 억제하거나, 본래는 불가능한 반사적인 반응도 막을 수 있습니다.』
『마나를 다루기 위한 조건 하나를 만족했습니다.』
핸드는 잠시 멍해져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해라고밖에 생각이 안 되는 짓인데, 그게 마나를 다루기 위한 조건 중 하나라니?
정확히 말하면 의지라는 확장 스테이터스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지.’
상당히 리얼함을 살린 게임이라고 생각했더니, 이능과 관련된 설정도 있는 것 같았다.
하긴 많은 유저들이 레벨을 올린 후반부까지 갔는데, 계속 이런 식이라면 흥미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일을 어쩐다?”
손이 걸레가 되어 버려서 뭔가 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히도 다음 날은 휴일이다.
휴일에도 스킬을 올리기 위해 여관에서 일을 돕지만, 손이 이래서는 무리일 것 같았다.
다행히 로엠 노인이 발라 준 연고는 상당히 효과가 좋았다. 게다가 최근에야 눈치챈 건데, 초보자 칭호에 숨겨진 효과로 인해 무직 상태에서는 회복이 빠르다.
‘체력이나 상처의 회복이…… 약 2∼30% 정도 빨라.’
아무리 여러 가지 방법으로 피로를 풀려고 노력했다지만, 언제나 회복 속도는 상정보다 더 빨랐다.
물론 룽 노사에 의해 개조(?)되어 보통 사람 몇 배의 회복력을 가진 현실의 몸보다는 못하지만…….
‘으으. 여기서도 손이 말썽이군.’
여하튼 핸드는 손이 망가진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훈련을 해야 했다.
그런데 로엠 노인은 더욱 악랄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전 지금 환자입니다만!”
“손 말고 다른 곳은 멀쩡하잖나!”
‘도, 돌아 버리겠네!’
로엠 노인이 그에게 시킨 것은 수레 끌기였다.
수거한 고철이 쌓인 곳에 가서 쑥덕쑥덕 무슨 이야기를 하더니, 그걸 대장간의 화로까지 옮기는 일을 했다.
말이 끄는 수레가 멀쩡하게 있는데 핸드가 대신 그걸 질질 끌어서 대장간에 옮겨야 했던 것이다.
이것의 성과는 대장간 사람들과 제대로 안면을 텄다는 것 하나밖에 없었다.
손이 좀 나았을 무렵에는 더욱 충격적인 사태가 왔다.
수레를 끄는 것까지는 그래도 좋았다.
완력이나 체력이 늘었고, 인내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더 끔찍한 것은 그사이에 독을 먹기도 했다는 것이다. 핸드의 인내 스테이터스와 독 내성 스킬 때문인지, 갈수록 독의 지독함도 늘고 양도 많아지고 있었다.
거기까진 좋았지만, 다음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핸드가 끌려온 장소는 황당하게도 광장!
게다가 광장에서는 약장수들이 약을 팔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효과가 없을 것 같은 약을…….
근육을 불끈불끈 뽐내고 있는 대머리가 기름통을 들더니 횃불로 화염을 뿜어 대질 않나, 바짝 마른 남자가 단검 저글링을 하거나 재주 부리기를 한다.
심란하게도 끝이 뾰족한 침봉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던가, 나무 몽둥이로 두드려 맞는 근육질 남자도 있었다.
‘약장수 차력이잖아!’
수백 년 전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면, 핸드는 약장수 차력이라는 말조차 몰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