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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닭의 도축은 생각 외로 간편했다.
“소는 버릴 게 하나도 없지. 자네가 할 일은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것, 작업 순서를 기억하는 것일세. 뭐, 그 외에도 가죽을 씻거나 하겠지. 뭐, 괜찮은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 모를 일이니…… 다음 진도는 천천히 나가세.”
아무래도 당분간 여유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납 벨트를 만드는 것은 뒤로 미뤄야 할 모양이었다.
실제로 핸드의 일상은 더욱 바빠졌다.
새벽 : 일어나서 여관의 물독을 채우고, 달리기를 한 후 근력 운동을 실시하고 씻는다.
오전 : 푸줏간에 출근하여 허드렛일을 하고, 고기를 다듬으면서 칼 쓰는 법을 익히거나 도축을 견학한다.
점심 : 식사가 끝나면, 다시 푸줏간 일을 계속한다. 휴식은 틈틈이 타이밍을 봐서 취한다.
오후 : 오전과 같음. 푸줏간 일이 끝나면, 해가 기울기 전에 여관에 돌아와 장작을 쪼개고 요리를 돕거나 한다.
심야 : 램프를 켜고 로엠 노인의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고, 스트레칭과 요가를 하여 피로를 풀고 접속 해제.
3일에 한 번은 로엠 노인의 약방에 가서, 연단법 작성에 도움을 주거나 약초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다.
허드렛일을 돕기도 하고, 여유가 생기면 책을 읽는 경우도 있었다. 푸줏간보다 일은 훨씬 편했다.
지식(약학) 스킬과 지능도 올랐고, 풍부한 로엠 노인의 경험담을 들을 때 우연히 지혜가 오르기도 했다.
이런 소소한 이득이 꽤 짭짤하다.
그러다가 스테이터스 하나가 개방되었다.
『확장 스테이터스, 「후각」을 개방했습니다! 후각 스테이터스를 개방함으로써 당신은 오감도 단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혜가 1 증가합니다.
후각 : 보다 날카로워진 오감.
다양한 냄새를 맡고, 그것을 감별하는 것을 계속한 결과 후각이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약초나 약품, 향수 등은 물론 누군가에게 배어 있는 잔향도 감지할 수 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본래 사람은 맡지 못하는 극히 미세한 냄새도 맡을 수 있게 된다. 보다 다양한 냄새를 맡고 그것을 기억할수록 발달된다.』
그 말은 오감 전부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 나아갈 지표가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닭의 도축을 할 때 발생했다.
닭을 붙잡는 것부터 상당히 힘들었던 것이다.
한 번은 크게 놓쳐서, 도축장 앞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바터 씨에게 상당한 핀잔을 들었다.
‘으, 민첩함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 매일매일 달리는데 왜 민첩이 늘어나지 않는 거지?’
고민하던 핸드는, 문득 룽 노사의 수련을 생각해 냈다.
아주 낡은 수련법이긴 하지만 지금도 쓸 만하다며 룽 노사가 핸드에게 강요한 수련!
그것은 발에 실을 매단 새를 손가락에 앉혀 놓고, 날아오르는 타이밍을 맞춰서 손을 내리는 것이었다.
새는 반드시 디딤대를 박차야만 날아오를 수 있으므로, 그 디딤대를 무너뜨리면 날 수가 없는 것이다.
거기서 핸드는 힌트를 얻었다.
‘원래 그걸 하기 전에도 끈질기게 관찰했었어!’
핸드는 시간 나는 대로 닭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끈질기게 관찰했다.
닭은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그 답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버추얼 유니버스에 접속하여, 백과사전 계열의 서비스를 찾아 닭의 세세한 해부도를 보기도 했다.
과거에는 외과수술을 연습하기 위해 닭의 혈관을 봉합하거나 해부하며 손재주를 길렀다는 자료를 찾고는, 체험 공간을 찾아 직접 연습해 보기도 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도전!
닭이 접근하는 핸드에게서 달아나려 했을 무렵, 핸드는 마치 미래를 예지한 것처럼 놈이 회피할 방향을 찾아 정확하게 뒤에서 날개를 붙잡았다.
푸드덕!
꽤액, 꼭꼬꼬!
닭이 발광을 해 댔지만 이미 승패는 결정되었다.
“연구를 많이 했는데! 더 헤맬 줄 알았더니.”
바터 씨의 평가였다.
여기서 얻은 이득은 또 하나의 스킬 개발이었다.
처음에 생겨나진 않았지만, 몇 번 닭을 잡는 연습을 하면서 얻었다.
패시브 스킬 습득
『핸드가 간파를 깨달았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패시브 스킬 상세 설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킬 획득 보정으로 지혜가 1 증가했습니다.』
간파 - 견습 1/10(패시브 스킬)
당신은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간파란 누군가의 동작은 물론, 거기에 포함되는 버릇을 세세하게 관찰함으로써 숨겨진 의미를 알아내는 능력입니다.
대화 속에 숨겨진 의미나, 상대가 거짓말을 하거나 속임수를 쓸 때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기초적인 수준이며, 성공률도 낮기 때문에 아직 전투 간의 페인트(Feint)를 간파하는 데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상세 : 허세(Bluff) 스킬에 대응 가능. 지혜가 대상자보다도 높으면 상대의 스킬 레벨이 더 높을 경우에도 대응 가능함.
다음은 도축이지만 닭은 딱히 복잡한 도구를 쓸 필요가 없다. 숙련자는 식칼 한 자루로도 도축할 수 있었다.
핸드는 이미 저쪽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춘 몸!
털을 쉽게 뽑는 법은 물론, 체험 공간에서 다양한 작업을 직접 실습해 보았다.
‘돈을 좀 쓰긴 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자 며칠 만에 핸드는 닭을 해체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단검 숙달이 또 올랐는데, 요 며칠간 올린 것과 합치면 4레벨이나 올린 것이다.
미세하지만 전문가는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의 성장이다. 게다가 더욱 고무되는 것은 도축 스킬의 획득이었다.
도축 - 견습 1/10(액티브 스킬)
당신은 생물을 죽이고, 그 사체를 유용하게 쓰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동물의 신체에는 버릴 만한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축은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지혜의 소산인 것입니다.
아직 당신의 조예는 초보의 티를 벗지 못했지만, 도축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는 자들에 비하면 현격히 향상된 고기나 가죽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상세 : 도축 등급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의 질이 변화한다. 견습 단계에서는 일반적인 가축의 해체만 가능하며, 그것도 완전하지는 않다.
생산 스킬 계통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스킬이기 때문인지 민첩을 2, 지혜를 1 올려 주었다.
또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다면, 도축이 경험치를 준다는 것이었다.
『닭을 죽였습니다. 본래 경험치 10이 주어지지만, 비전투 상태에서의 도축이므로 경험치는 반이 됩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것도 왕창 깎였다.
이 게임은 다른 것만 짠 게 아니라 경험치도 짰다.
E급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딱 두 번이지만) 백 이상의 경험치를 받았던 걸 생각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티끌 모아 태산!
핸드는 닭은 그렇다 치고 돼지나 소까지 달랑 5점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다음 도전한 것은 양이었는데, 난이도가 확 튀었다. 특히 양털을 미는 것은 치가 떨릴 만큼 힘들었다.
‘젠장. 역시 만화는 다 거짓말이야!’
대개 디폴메로 상당히 귀엽고 몽실몽실하게 그려지지만, 실제의 양털은 꽤나 지저분하고 냄새도 심하다.
역시 체험 공간 비법을 이용해 양의 도축도 순식간에 습득! 물론 이것도 며칠이나 걸렸다.
엄청 애먹인 주제에 양의 경험치는 닭과 동일했다.
양이 끝난 다음은 돼지였다.
닭은 딱히 복잡한 부위가 없고, 양도 그렇게 복잡하게 세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돼지는 부위별로 해체하는 게 꽤 복잡했다. 이쯤 되면 혼자서 도축하는 것은 어려워서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
여기서 생각보다 민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핸드는 민첩의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
‘민첩은 단순히 빨리 움직이는 게 아니라, 동작과 손놀림의 섬세함과 반사 능력을 포함한 개념이었던 거야! 그러니 다양하고 섬세한 일을 하면 오르는 거지.’
도축을 반복하고, 현실의 가상공간에서 지식을 쌓았기 때문인지 도축 스킬의 성장 속도는 대단히 빨랐다.
식칼을 쓸 일이 많아서인지 단검 숙달이 뒤를 이었다.
고기를 다루는 이해가 깊어진 덕분에 요리도 단검 숙달 못잖은 성장을 이루었다.
“밖에서 체험 공간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으면 도축 스킬을 익히는 건 힘들었을 거야.”
닭이야 자주 잡히고, 양까지는 양보해서 기회가 있다고 하자. 하지만 문제는 돼지와 소였다.
돼지를 친다는 것은 중세에서 부농(富農)의 증거다. 그래서 마릿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식용 가축이기에 도축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양보다는 적지만 기회가 있다.
문제는 노동력을 담당하는 소!
소를 도축하는 일은 항상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바터 씨의 솜씨가 뛰어나기에, 소를 도축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바터 씨의 손에 들어온다.
그래서 핸드가 소를 잡을 기회를 얻은 것은, 도축 스킬이 견습 10레벨이 된 다음이었다.
‘휴, 실수하면 안 되는데.’
다른 가상공간에서는 수십 번이나 잡았다. 이쪽에 와서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몇 번이나 했다.
도끼를 써서 소의 목을 치는 연습도 거르지 않았다. 돼지를 잡으면서 경험을 쌓았지만, 소는 소다. 돼지에 비해 훨씬 목이 두꺼운 것이다.
‘경추 사이에 제대로 칼날을 집어넣어서 신경을 절단시켜야 해. 그렇지 못하면 뼈를 부숴야 하는데…….’
역시 살길은 강격밖에 없었다. 강격은 초급 3(13)레벨…… 미덥지 않지만, 별수 없다.
‘이번에 실패하면 얼마나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핸드는 꽤나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다른 백정들에 비해 일 배우는 속도가 몇 배나 빠르기 때문이다.
푸줏간에서 일한 지 두 달이 조금 안 됐다.
공방(工房) 같은 곳과 비교하면 훨씬 느슨하겠지만, 이것 역시 명백한 전문직이었다.
핸드는 집중 강습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한 번 커다란 실수나 실패를 하면, 바터 씨가 기대를 접을지도 모른다.
‘현재 완력은 정확히 40.’
보통 사람이 20이므로, 2배 정도 된다는 말이다.
양손으로 무기를 잡을 경우, 추가되는 공격력이 1.5배가 된다는 것은 확인했다(단, 추가되는 수치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완력에 의한 공격력이지만).
핸드는 모래 자루를 풀어 놓았다.
잘 때를 제외하면 한 번도 푼 적이 없는 물건을 풀자, 몸이 놀랄 정도로 가벼워졌다.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도끼를 몇 번 휘둘러 보고, 핸드는 심호흡을 했다.
엄청나게 밀려왔던 긴장도, 당장 실행을 앞두자 묘하게 침착해지고 자신감도 생겨났다.
도축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동물들이 아주 민감하다는 것이다. 바터 씨가 가급적 조용히 하고, 동물들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은 그 때문이다.
단단히 묶어 놓은 소를 보던 핸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소의 불안함이 섞인 호흡을 느끼고, 근육의 경직이나 약간의 미동까지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리고 최적의 타이밍을 느낀 순간!
‘강격!’
도끼가 무서운 속도로 소의 목을 파고들었다.
퍼억!
도끼의 날은 정확하게 경추 사이로 쑤셔 박혔다. 긴장한 것에 비해 너무나 매끄러운 성공이었다.
『황소에게 치명타로 84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소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기에, 데미지는 최대입니다.』
『황소를 죽였습니다. 본래 경험치 20이 주어지지만, 비전투 상태에서의 도축이므로 경험치는 반이 됩니다.』
황소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바닥을 적신다.
다른 백정이 자루를 가져와 피를 받아 냈다.
핸드는 몇 번이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연습해 온 대로 침착하게 큰 칼을 받아서 황소를 도축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다른 백정과 손발을 맞추어, 거의 완전하게 도축을 끝낸 상태였다.
『황소를 성공적으로 도축함으로써, 당신은 커다란 경험을 쌓았습니다. 도축 스킬 레벨이 2 올랐습니다.』
『액티브 스킬, 도축이 견습을 벗어나 초급에 진입했습니다. 도축해 보지 않은 짐승에 대한 도축 스킬 사용 시의 페널티가 반감되었습니다.
스킬이 초급에 진입한 영향으로, 당신의 완력과 민첩이 각각 1 증가했습니다.』
『대형 생물의 일격필살을 성공시켜, 강격 스킬의 레벨이 1 증가했습니다.』
도축 - 초급 12/20(액티브 스킬)
당신은 많은 생물을 도축함으로써, 간신히 견습의 티를 벗었습니다.
도축하며 버려지는 부분들의 손상이 보다 줄어듭니다.
견습일 때보다 능숙한 솜씨로 인해 훨씬 향상된 질의 고기나 가죽을 얻게 됩니다.
상세 : 도축 등급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의 질이 변화한다. 일반적인 가축의 부산물들을 거의 완전하게 얻을 수 있으며, 근육이나 골격 등을 유추하여, 야생 동물의 도축 시에도 페널티를 거의 받지 않는다.
‘드디어 도축을 초급까지 끌어올렸다!’
게다가 원하는 기능도 확실히 첨부되어 있었다.
처음 도축하는 생물이나, 야생 동물의 도축 시에도 페널티가 아주 적은 것이다. 그야말로 사냥터에서 환영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때 퀘스트가 완료되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도축장의 일(E급 퀘스트)
『바터 씨는 마침내 가르칠 수 있는 대부분의 기술을 당신에게 전수해 주었습니다.
물론, 당신의 기술 습득은 이제부터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노하우는 배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기술을 익혀야만 합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320을 얻었습니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누적시킨 행동이 계산되어, 당신의 스테이터스와 스킬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스테이터스 : 완력 +3, 민첩 +2, 체력 +3, 지능 +1, 지혜 +1, 매력 +3, 행운 +7
―스킬 : 지구력 +1, 유연성 +1, 단검 숙달 +1, 간파 +2』
‘헉!’
갑자기 스테이터스와 스킬 레벨이 대폭 올라 핸드는 깜짝 놀랐다. 레벨 업을 할 때 이렇게 스테이터스가 늘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행운 스킬이 이상할 정도로 증가했다. 별달리 행운이 증가할 만한 일을 한 생각은 없는데도…….
그때, 놀란 핸드의 어깨를 바터 씨가 두드렸다.
“축하하네. 드디어 한 사람 몫이 됐군. 이제 은화 한 닢으로는 부려 먹을 수 없겠는걸?”
『바터 씨가 당신을 한 사람 몫으로 인정했습니다. 신용 스킬이 1레벨 오릅니다.』
『초급 도축사 칭호를 얻어 명성이 10 증가합니다.』
약간 아쉬운 기색을 보이는 바터 씨였다.
이제 제대로 훈련 받은 한 사람의 일꾼이 되었기 때문에, 핸드를 단순한 직원으로는 부릴 수 없었다.
“아닙니다. 부려만 주신다면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핸드는 경험치와 돈을 생각하면 당분간 계속 푸줏간에서 일해야만 했다. 다른 백정들보다 월등히 빠른 진도로 기술을 익혔기 때문에 전보다는 여유가 나올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음…… 이전처럼 계속 부를 수는 없고, 자네가 도축 일도 웬만큼 할 수 있게 됐으니 다른 일은 미뤄 두고 도축장에서 보조로 일해 주지 않겠나?”
“그거라면 좋습니다.”
도축은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닭 등은 생각보다 자주 도축하지만, 닭을 잡는 건 웬만한 요리점에서도 직접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핸드는 도축장에서 계약을 하고, 약간의 여유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약방처럼 사흘에 한 번 도축을 돕지만, 일당은 은화 3닢이나 된다. 전보다 3배는 되었다.
보조로 일할 만한 사람들이 다른 푸줏간에 있기에, 핸드라는 보조가 생긴 것에 꽤나 만족했던 것이다.
1개월쯤 지나면 일하기 어렵다는 말에도 바터 씨는 그리 곤란해하지 않았다. 조만간 밑에 있는 사람 중에서 다른 보조를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슬슬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데…… 그 전에, 『그걸』 시험해 볼까?’
핸드는 거의 버려지는 소의 머리를 동전 50닢에 샀다.
뿔과 혀를 자르면 다른 부분은 버리기 때문에 싼값에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돼지와 소의 피도 한 자루 구입했다. 두 자루 합쳐서 동전 50닢. 사실상 은화 한 닢이다.
핸드는 그걸 챙겨서 여관에 가져왔다.
“음? 자네가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인가?”
“사실 이제 정식으로 도축장 보조가 되어서…….”
“오, 축하하네. 대단히 빠르구먼! 하기야, 자네가 싹싹한 거야 주방에서 충분히 알았네만.”
그가 기술을 빨리 익혔기 때문에, 여관의 요리사도 핸드의 성실함을 높이 사 일을 곧잘 가르쳤다.
“그런데 그건 뭔가?”
“소머리와 피를 좀 가져왔습니다.”
“고기가 아니고? 혹시…… 소 혀를 가져왔나? 그거 고급 요리지. 피는 수프에 쓰려는 건가?”
“아뇨. 새로운 요리를 시험해 보려고요.”
그는 소의 골을 사용한 요리와, 소의 피를 사용한 소시지, 그리고 선지를 만들 생각이었다.
피를 사용한 수프는 프랑스나 중국 요리 기법이다. 피의 소시지는 몽골 등에서 주로 만들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예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핸드가 알아본 결과 라스트 앤서의 세계에서는 선지나 피의 소시지, 소의 뇌 요리 등을 만들어 먹지 않았다. 피를 사용한 푸딩이나 수프가 전부였다.
이것은 시험이었다. 바깥의 지식이 라스트 앤서에서도 유효하다면, 과연 요리까지 통용될지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결과만 말하자면 대성공이었다.
뇌의 형태를 남겨 둔 채 먹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잘 다듬어서 먹을 수 있는 부분만 조리했다.
방법은 가볍게 데쳐 내듯이 삶는 것이었다.
선지는 볏짚을 이용해 엉긴 피에서 섬유소를 제거하고, 소금은 가볍게 사용한다. 거기에 허브를 약간 넣어서 끓는 물에서 덩어리로 삶아 내면 된다.
‘고급술을 넣거나, 생크림을 약간 섞는다거나 하는 것도 본 것 같지만…… 그 정도 솜씨는 없으니까.’
『당신은 소의 뇌 요리를 개발했습니다. 지금까지 먹지 않았던 재료를 조리하여, 지혜가 2 증가합니다. 이 요리를 널리 알리면 명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피를 사용한 새로운 요리, 선지를 개발해 냈습니다. 지혜가 1 증가합니다.』
『당신은 피를 사용한 새로운 요리, 블러드 소시지를 개발했습니다. 이 요리는 장기 보존이 가능합니다. 지혜가 2 증가합니다.』
요리장이 핸드의 요리를 먹어 보고는 이 요리는 쓸 수 있다며 크게 감탄했다. 그 인정을 받으면서 신용 스킬도 올랐고, 거기에 요리 스킬의 보상은 상당히 컸다.
새로운 요리를 연달아 3종류나 개발함으로써 얻어지는 숙련도로 인해 스킬 레벨이 3단계나 올랐다.
게다가 이 요리를 조합해 내고 얻은 성과도 있었다.
잘게 다진 뇌, 수프에 섞은 피, 그리고 선지까지 포함한 수프 요리!
『당신은 경이적인 수프 요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견습 요리사가 만든 요리지만, 충분히 궁중이나 귀족들 사이에서도 통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지혜가 3 올랐습니다. 레시피를 공개하면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약방에서 약품으로 쓰이고 있는 향신료를 얻지 못했다면 이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중세에서 향신료들은 대부분 약품으로 쓰였다. 순수하게 식재료로 쓰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 향신료와 관련된 지식을 얻음으로써, 지능이 2 올랐고 마침내 요리 스킬이 초급을 달성했다.
요리 - 초급 11/20(액티브 스킬)
당신의 요리 기술은 궤도에 올랐습니다. 요리점이나 식당 등에 고용될 자격을 얻었으며 고급 요리점이 아니라면 요리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대한 지식을 쌓지는 못했으며, 많은 재료를 다뤄 보지도 못하여 경험도 일천합니다. 가정 요리나 평범한 기초적 요리를 소화해 낸 정도입니다.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특수한 효과를 노리려면 고급스러운 재료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상세 : 기초 요리를 만들 수 있음. 레시피 개발 가능. 새로운 재료를 맛보고 효능을 짐작할 수 있다.
『확장 스테이터스, 「미각」을 개방했습니다! 미각 스테이터스를 개방함으로써 특정한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습니다. 감정 스킬이 1단계 오릅니다.
미각 : 보다 날카로워진 오감. 다양한 요리를 먹어 보고, 재료들을 다룬 결과 미각이 남보다 날카롭다. 요리를 먹을 때 안에 들어간 재료를 감정할 수 있다.
또한, 특수한 훈련을 받거나 약학을 습득하면 요리에 포함된 약물이나 독을 알아차릴 수도 있게 된다. 다양한 재료를 맛보고, 요리할수록 발달된다.』
‘정말 오감이 다 포함되는 건가?’
생각 이상으로 높은 성과였다.
요리 스킬이 초급이 되자 한층 돈이 새지 않게 되었다. 여관 주인이 정식 보조 요리사로 고용했고, 그로 인해 다양한 식품을 시장에서 구입할 수도 있었다.
마침 푸줏간에 나가는 횟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생긴 것도 도움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로엠 노인이 약초꾼들과의 거래를 맡겨서, 약초 감별에 박차를 가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시장에서의 식재료 감정, 약방에서의 약초 감정!
두 가지를 동시에 반복하자 감정 스킬이 무럭무럭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핸드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