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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4장 : F급 퀘스트의 비밀
『캐릭터가 기상했습니다.
어제 하루 동안의 활동과 충분한 영양 섭취로 인하여, 캐릭터의 완력과 체력이 1 증가합니다.』
그 메시지를 들은 핸드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계산대로! 어쩐지 레벨마다 주는 포인트가 적다 했지!’
핸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게임은 캐릭터의 행동에 따라 스테이터스가 상승하는 것이다. 세세한 부분은 이제부터 알아보면 된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핸드는 가볍게 조깅을 해서 땀을 빼서 몸을 깨웠다.
간단한 근력 운동을 하고, 스트레칭과 요가를 해서 몸을 풀어 주었다. 그다음은 몸을 씻는다.
그것까지 끝내자, 요리가 끝났는지 맛있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그는 여관 주인이 내준 요리를 먹고 숙박비를 지불한 다음, 푸줏간으로 출근했다.
“호오, 멀쩡하군. 제법 강단이 있어 보이는데!”
푸줏간 주인 타버 씨가 아침 일찍 나온 핸드를 보고 한 말이 그것이었다. 어제 핸드가 한 일을 생각하면,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퍼져 있어야 한다.
핸드가 비교적 멀쩡한 상태로 일어난 것은 그냥 쉬지 않고 몸을 풀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게임이라서 몸이 빨리 회복되는 건지도 모른다. 핸드는 그 정도 편의성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역시 일의 시작.
오늘은 청소를 마치자마자 빈 물독을 가득 채우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팔이 후들거릴 정도의 엄청난 작업이지만, 룽 노사에게 배운 몸 쓰는 법 덕분에 할 만했다.
‘끙, 지옥 물통 나르기. 이 짓거리를 또 해야 하다니.’
지옥 같은 물통 나르기!
고전 무협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물통, 그것도 쇠로 된 추를 덕지덕지 붙인 물건을 들고 날랐다.
나중에는 물통을 지고 오리걸음이나, 쪼그려 뛰기까지 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핸드가 그런 일을 하면서 배운 요령은 호흡법, 그리고 중심을 얼마나 잘 잡느냐에 있었다.
체력을 바닥까지 끌어내는 것!
쉬고 싶다고 주장하는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무식하게 의지로 들이대면 안 된다. 요령을 숙지하고 차츰 몸을 쓰는 법을 익혀야 했다.
‘게다가…….’
현실의 몸과 달리, 핸드의 팔은 멀쩡하다. 정금사의 섬세한 감각을 살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 순간이었다.
파라미터 스킬 습득
『핸드가 지구력(견습)을 얻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파라미터 스킬 상세 설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킬 획득 보정으로 체력이 1 증가했습니다.』
“……!”
핸드는 급히 스킬 창을 열었다.
파라미터 스킬 : 1[상세]
패시브 스킬 : 0[상세]
액티브 스킬 : 0[상세]
파라미터 스킬에 새로운 1개가 깜박거리고 있었다.
그는 상세를 선택하여 그 내용을 확인했다.
지구력 - 견습 1/10(파라미터 스킬)
당신은 지구력을 단련하기 시작했습니다.
체력, 피로의 소모를 줄여 줄 뿐만 아니라 근육이 지속적으로 힘을 내면서도 잘 지치지 않도록 해 줍니다.
팔이나 다리 등만을 단련해서는 지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을 수 없습니다. 이 스킬은 당신의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야만 성장합니다. 궁극에 달하면 바닥나지 않는 스태미나를 얻게 됩니다.
‘좋은 징조다.’
벌써 체력만 +2. 보통 사람의 능력이 20이므로, 약간이지만 능력이 증가했다는 말과 같았다.
물독을 모두 채우고 나자, 역시 조금이지만 사람들의 대응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바터 씨는 조금씩 어려운 일들을 맡기기 시작했다.
핸드는 어제 힘든 동안에도 요령들을 숙지해 놓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그 일들을 해냈다.
실수가 없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실수는 없었다.
그날 하루도 일당은 동전 50닢과 자투리 고기. 하지만 어제 받은 것보다 고기가 조금 더 많았다.
역시 어제와 같이, 약간의 운동과 요가와 호흡법 등을 실시해 몸을 풀어 주고 잠에 빠진다.
며칠 정도 계속 푸줏간과 여관을 오가며, 운동을 실시한 결과 핸드는 몇 가지 사실을 알았다.
‘확실해. 회복력이 현실보다 훨씬 높아. 내가 호흡법이나 명상을 익혔다지만…….’
그리고 스테이터스 증가 비율. 약 이틀 정도를 주기로 하여 완력과 체력이 약 1점 증가한다.
지구력 덕분인지 체력은 생각보다 더 빨리 늘었다.
파라미터 스킬, 지구력!
아주 유용한 능력임에 틀림이 없었다. 초반만이 아니라 후반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게임 시간으로 열흘 정도 지나자, 일당도 늘어났고 (동전 5닢 정도지만) 자투리 고기가 아니라 좀 두툼한 것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백정과 주인 바터 씨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일부 백정들, 특히 도축을 하는 사람들은 다듬고 남은 부분이 아니라 커다란 덩어리를 받기도 했다.
바터 씨도 정도가 지나치지 않으면 웬만한 고깃덩어리를 챙기는 정도는 눈감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핸드는 그것이 불문율이라 해도 따를 생각은 없었다. 그가 생각할 때, 고용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무기는 신용과 성실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는 것 외에는 받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열흘이 지나면서, 꾸준히 요가를 포함한 운동을 반복한 결과 놀랍게도 또 하나의 파라미터 스킬이 생겨났다.
유연성 - 견습 1/10(파라미터 스킬)
당신의 몸은 남보다 더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연한 몸은 좀 더 타격을 잘 흡수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기술들을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강한 힘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많은 전사들이 고급 기술을 연마할 때야 비로소 유연함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연마할수록 관절의 가동성이 증가합니다.
‘대단해…… 굉장히 세밀한 게임이군.’
핸드는 이제야 슬슬, 왜 베타테스터들이 이 게임에 높은 평가를 매겼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계 같은 게 매겨지지만 않았다면, 잘 성장시킨 캐릭터는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무작정 레벨을 올리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니었어.”
하지만 레벨이 필요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레벨 역시 반드시 어떤 기준치가 될 것이다.
장비라거나, 혹은 스킬 관련 제한이라거나…….
어쨌든 지금은 자기 방식대로는 캐릭터를 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방식을 무시하면 안 된다.
핸드는 접속을 해제하면, 적어도 10분 정도는 유용한 정보를 찾아서 공식 사이트나 몇몇 모임들을 뒤져 나갔다. 아직까지 별다른 것은 없었지만,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었다.
핸드는 캐릭터 창을 열어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지난 열흘 얻은 성과는 지구력 스킬이 견습 3레벨이 되고, 완력과 체력이 각각 6 증가한 것이다.
거기에 유연성을 얻으면서 민첩도 1 증가했다.
이제 핸드는 고기를 나르기도 하고, 도축장 안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곁눈질로 도축 기술을 훔쳐보기도 했다.
‘다 이렇게 배우는 거구나.’
바터 씨가 기술을 직접 지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옆에서 보고 훔쳐 배웠다.
백정들이 실패했을 때만 질책하면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지적할 뿐이었다.
‘도제 제도군. 역시 중세 시대다워.’
정금사 역시 도제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룽 노사의 잔혹하기까지 한 인체 개조(?)에 적응했던 것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장한 것은 좋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은화 10닢은 지난 열흘 동안 숙박비로 썼다.
그리고 일당으로 받은 동전이 1,000닢 하고도 5닢, 물론 대부분 은화로 바꾸었다.
고로 총 재산은 은화 5닢 하고 동전 15닢이었다.
“휴. 정말 살인적인 물가야.”
푸줏간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이미 길바닥으로 쫓겨나 도둑질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대로는 중대한 문제가 생긴다.
들어오는 돈은 55닢, 그리고 받아 오는 고기로 인해 식비는 해결된다. 문제는 숙박비가 은화 1닢이라는 것!
앞으로 최대 7일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
“할 수 없지.”
핸드는 여관 주인에게 부탁해서, 푸줏간 일이 끝난 뒤 할 만한 일이 없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얻은 일이 장작 쪼개기와 청소였다. 그리고 물독이 텅 비면 우물물을 퍼서 채우는 일도 하기로 했다.
싸구려 여관답게 급사도 없었던 모양. 핸드가 일하겠다고 하자 엄청나게 반가워했다.
‘또 청소야? 엄청 지겹군. 그런데…… 이 F급 퀘스트가 자꾸 생기는 이유는 뭐지?’
푸줏간의 일, 그리고 여관 일.
두 가지 모두 매번 F급 퀘스트로 매겨졌다.
보상은 일당과 고기 약간, 여관의 경우는 일당 대신 여관비 50% 삭감이었다.
쩍!
둔한 청동 도끼를 내리찍어, 장작을 쪼갰다.
단단한 그루터기에 장작을 올려놓고 내려찍는 것도 상당한 요령이 필요했다.
역시 여기서도 룽 노사의 비법이 힘을 발휘했다.
낮은 균형과 힘의 전달.
특히 룽 노사가 신경 써서 가르친 것은 몸 전체의 힘, 관절과 근육을 모두 풀가동해 그 힘을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상당한 고난이도 기술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다.
푸줏간 일로 힘을 기르지 않았다면, 장작 쪼개기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순수하게 팔 힘을 기르는 것은 푸줏간 일보다 낫구나. 그러면 하체와 균형이 안 맞는데…….’
핸드는 나름 고심하다가, 손바닥을 쳤다.
“그래! 그거야!”
배낭에서 이미 텅텅 비어 버린 식량 자루를 꺼낸 핸드는, 거기에 돌 조각과 모래를 채워서 허리에 찼다.
‘이거면 하반신의 힘을 기를 수 있을 거야.’
상당히 무거운 모래 자루였기 때문에, 적하(積荷) 한계를 넘었다. 그래서인지 동작이 아주 불편해졌다.
『캐릭터의 적하 한계를 넘었습니다.
현재 중압 1단계입니다.
- 중압 1단계 : 적하 2배 한계. 이동속도 30% 저하. 반사동작 방해. 회피 동작 방해. 스태미나 소모 2배.
- 중압 2단계 : 적하 3배 한계. 이동속도 60% 저하. 반사동작 불가능. 회피 불가능. 스태미나 소모 4배.
- 중압 3단계 : 적하 5배 한계. 이동 불가능. 반사동작 불가능, 회피 불가능.
- 중압 4단계 : 적하 10배 한계. 이동 불가능. 반사동작 불가능. 회피 불가능. 생명력 저하(5초당 1%).
- 중압 5단계 : 적하 20배 한계. 중압 4단계와 같고, 생명력 저하는 1초당 1%.
- 압사 단계 : 적하 21배 이상. 즉사 대항 체크, 실패 시 잔여 생명력에 관계없이 압사 당함. 성공 시, 중압 5단계와 같음.』
모래 자루의 무게는 약 5kg 정도. 조금씩 무게를 늘려 나가며 적응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힘이 늘어날 것이다.
‘대체 이 생각을 왜 못한 것일까?’
핸드의 회복력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
룽 노사의 비법으로 단련된 명일의 몸에 비하면 핸드의 회복력은 형편없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과 비교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것 같았다.
‘하루에 동전 5닢이지만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군.’
물론 원금이었던 은화 10닢을 넘겨야 본전이지만, 핸드는 지금까지 얻은 능력으로 만족했다.
그렇게 허리에 모래 자루를 매달자, 일이 거의 첫날 정도로 힘들어졌다.
하지만 핸드의 집중력은 상당히 강했고, 요령도 있었기 때문에 실수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장작을 쪼개던 도중, 핸드는 처음으로 액티브 스킬을 하나 얻었다.
강격 - 견습 1/10(액티브 스킬)
당신은 힘을 모아, 단숨에 뿜어내는 요령을 알았습니다. 다리에서 힘을 모아, 허리를 통해 팔로 뿜어내는 공격 기술!
전신의 힘을 하나로 모아 내리찍거나 후려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상당한 피로를 불러오기 때문에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 아직 미숙하므로 사용 후 빈틈이 노출됩니다.
상세 : 명중률 1%를 내리면, 피해가 1% 증가한다. 스킬 레벨당 1%를 바꿀 수 있다. 사용 후, 6초 동안 방어도가 절반으로 저하한다.
핸드는 눈을 반짝였다.
‘룽 노사가 가르쳐 준 기술이다!’
흔히 경(勁)이라고 알려져 있는 기술이었다.
그 실체는 발로 땅을 차고, 무릎과 골반, 척추, 어깨, 팔꿈치, 손목의 힘을 흐르듯이 연결하는 것이다.
달인은 선 채 손을 접촉시킨 상태에서도 타격을 날릴 수 있다고 한다.
룽 노사는 그 늙은 몸으로도, 이 기술을 사용해서 나무 한 그루를 꺾어 버렸다.
핸드의 육체는 그 기술을 모른다.
하지만 명일이 그것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지구력이나 유연성 같은 파라미터 스킬보다 강격 스킬 레벨이 훨씬 잘 올랐다. 거의 하루에 1개나 증가하는 것이다.
어쩌면 액티브 스킬이 더 빨리 오르는지도 몰랐다.
스킬 획득 보정으로 완력도 1 증가했다.
그리고 게임 접속 20일째.
『액티브 스킬, 강격이 견습을 벗어나 초급에 진입했습니다. 이제 이 스킬은 충분히 실전에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에는 충분히 유의하십시오.
스킬이 초급에 진입한 영향으로, 당신의 완력과 체력이 각각 1 증가했습니다.』
강격 - 초급 11/20(액티브 스킬)
당신은 힘을 모아 뿜어내는 요령에 더욱 숙달되었습니다. 전신의 힘을 하나로 모아 내리찍거나 후려치는 요령이 보다 정밀해졌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상당한 피로를 불러오기 때문에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용 후의 빈틈이 많이 줄어들었고, 힘을 하나로 모으는 요령도 더욱 능숙해졌습니다.
상세 : 명중률 1%를 내리면, 피해가 1.5% 증가한다. 스킬 레벨당 2%를 바꿀 수 있다(현재 22% 가능). 사용 후, 3초 동안 방어도가 절반으로 저하한다.
지구력도 견습 9레벨, 유연성도 견습 5레벨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급이 될 것이다.
‘좋았어!’
핸드는 스킬의 성장에 재미를 붙였다.
그는 새벽에 장작을 쪼개고 나서, 별 생각 없이 푸줏간에 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평소와는 달랐다.
“흠, 며칠 해 보고는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네 상당히 성실하군. 오늘 하나 일을 시켜 볼 테니, 하는 걸 봐서 자네의 처우를 결정하겠네.”
바터 씨는 그렇게 말하고, 핸드를 지하로 안내했다.
지하라고 해도 굴뚝도 나 있는데다 화덕에서 뭔가가 끓고 있었다. 뭔가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바터 씨는 화덕 옆에 있는 커다란 선반에 해체하고 나온 소뼈들을 올려놓았다.
“이제부터 할 일을 알려 주겠네. 이 뼈를 부숴서, 저 화덕에 집어넣게. 그다음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어 주고 거품을 건져 내는 걸세. 8시간!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 쉬지 않고 계속할 수 있겠나?”
바터 씨의 시험(E급 퀘스트)
『당신은 지난 동안, 바터 씨에게 스스로의 성실함을 입증해 보였습니다.
바터 씨는 당신을 믿어 보려고 하지만, 정말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그를 따라가서, 임무를 수행하십시오.
보상 : 경험치, 대우 향상, 특별한 고기, ???』
‘……E급 퀘스트!’
징그럽게 F급 퀘스트만 받다가 처음으로 E급 퀘스트를 받자,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하겠습니다!”
“좋아. 화덕을 저을 때는 저 구석에 있는 커다란 봉을 쓰게. 그리고 뼈를 부수는 건 저 해머로 하도록. 거품을 건질 때는 국자를 쓰면 될 게야.”
바터 씨는 감시조차 남기지 않은 채 올라갔다.
‘좋은 기회다!’
핸드는 잽싸게 해머를 들었다.
지난 20일간 꽤 힘이 늘어난 핸드가 생각하기에도 장난이 아니게 무거운 놈이었다. 그러나 장작 쪼개기를 하면서 요령을 길렀으므로 뼈를 부수기에는 충분했다.
“강격!”
아직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아 스킬 이름을 외쳐야 발동시킬 수 있었지만, 수십 번 정도 내리치다 보니 비법 『묵언행(사일런트 스킬)』을 발동할 수 있게 되었다.
빠각! 퍽!
어차피 적(?)은 움직이는 놈이 아니다. 핸드는 명중률을 최대로 투자해 타격력을 증가시켰다.
강격 스킬 레벨이 1 올랐을 무렵, 뼈를 거의 다 부쉈다. 그걸 화덕에 모두 집어넣고, 봉으로 젓기 시작했다.
틈틈이 올라오는 거품을 건지기도 했다.
‘휴. 장난이 아니군.’
화덕에서 뿜어지는 엄청난 열기!
핸드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불이 끓도록 장작을 넣기도 하고, 끓는 동안 눌어붙지 않게 휘저었다.
새로운 뼈를 선반에 올려놓으면 그걸 부숴서 화덕 속에 넣는 일도 잊으면 안 된다.
사실 가장 귀찮은 것이 거품 건지기였다.
아무리 룽 노사가 가르쳐 준 호흡법이나, 몸을 움직이는 요령을 지켜도 무시무시한 중노동이다.
게다가 핸드는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그의 허리에는 아직도 모래 자루가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모든 것을 해내고 나서도, 엄청난 피로감 때문에 핸드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세상이 빙빙 돈다!’
8시간 뒤 내려온 바터는 우러난 국물을 마셔 본 뒤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음! 최고급 뼛국이 제대로 우러났군. 훌륭히 잘 해냈네. 이제부터 자네는 우리 푸줏간 정식 직원이야! 요령을 가르친 다음에는 칼을 잡을 수 있게 해 주지. 따라오게!”
바터 씨의 시험(E급 퀘스트)
『당신은 최고급의 뼛국을 끓여 냈습니다.
바터 씨는 당신의 성실함을 인정하고, 정식 직원으로 인정합니다. 일당이 은화 1닢으로 오르게 됩니다.
경험치가 240 올랐습니다.
이제 마지막 보상을 받기 바랍니다.』
바터가 핸드를 데리고 간 곳은 도축장이었다.
막 소 한 마리의 해체가 끝난 상태였다. 바터는 해체된 고기 중 어떤 부분을 잘라 내어 핸드에게 주었다.
“자, 먹어 보게.”
비몽사몽이었지만 어떻게든 고기를 받아먹었다. 피가 뚝뚝 흐르는 생고기를 먹자, 갑자기 새 창이 떴다.
『이름 없는 고기를 먹음으로써 체력이 3 증가합니다. 다음부터는 효과가 떨어지며,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을 가진 사람은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헉! 그냥 소고기인데?’
핸드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바터가 껄껄 웃었다.
“이게 이름 없는 고기일세. 푸줏간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물건이지. 이 고기는 보존할 수도 없고, 조리하면 효과도 없어. 어디 부분인지는 아직 말해 줄 수 없네.”
바터 씨는 남은 생고기를 먹으며 설명을 이어 갔다.
“귀족이나 왕족들도 모르는 우리들만의 비밀이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서, 이름도 붙어 있지 않다네.”
『푸줏간에서만 전해지는, 누구에게도 알려 주지 않는 이름 없는 고기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당신의 지혜가 1 증가했습니다.』
지혜까지 1 증가했다.
‘……정말로 별게 다 있네!’
어쨌든 이런 비밀을 알려 주는 걸 보면 핸드는 이제 푸줏간 식구로 인정이 된 것 같았다.
뼛국을 혼자 끓여 낼 수 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 덩어리를 완전히 먹고 나자, 새로운 창이 떴다.
『확장 스테이터스, 「인내」를 개방했습니다! 인내 스테이터스를 개방함으로써 당신은 인체에 무궁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지혜가 1 증가합니다.
인내 : 지구력과는 또 다른 하나의 스테이터스. 이 스테이터스는 약품 등의 효과에 대한 내성과도 관련될 뿐만 아니라, 혹독한 환경이나 상황에 대한 적응력을 준다. 또한, 고통 등을 참는 데도 유용하다.』
확장 스테이터스라는 것은 처음 들었다. 베타테스터들의 자료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베타테스터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리라.
『파라미터 스킬, 지구력이 견습을 벗어나 초급에 진입했습니다. 이제 당신의 몸은 어지간한 수준의 노동으로는 잘 지치지 않습니다.
스킬이 초급에 진입한 영향으로, 당신의 체력과 인내가 각각 1 증가했습니다.』
지구력 - 초급 11/20(파라미터 스킬)
지속 행동 동안 체력, 피로의 소모가 크게 줄었습니다. 당신의 근육은 잘 쇠약해지지 않습니다. 장기간의 노동을 해도, 근육통을 거의 느끼지 않게 됩니다.
조건 : 인내 스테이터스 개방
‘지구력이 초급이 됐다. 이제 더 많은 일을 해도 돼!’
지금까지는 캐릭터의 체력이 형편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체력은 38.
보통 사람이 20이므로, 거의 2배 이상의 체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가벼운 일로는 지칠 리 없다.
그때, 바터 씨가 핸드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네도 이제 정식 직원이니 휴일을 만들어 줄 수 있겠군. 표가 있으니 그걸 보고 상의해서 시간을 정하게나.”
청천벽력과 다를 바가 없는 말이었다.
‘쉬프트(Shift)라고? 아니, 여긴 중세잖아!’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시켜만 주시면…….”
“쉬는 것도 아주 중요해. 몸을 그렇게 혹사하면 실수를 하게 되는 걸 알지 않나?”
‘난 당신들과는 다르다고!’
지금까지 20일간 계속 몸을 험하게 굴렸는데도 별 지장이 없었다. NPC들과 달리 핸드는 빠른 속도로 몸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라스트 앤서는 거기까지 편의를 제공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았다.
결국 일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쉬게 되었다.
“으으…… 이, 이럴 순 없어. 계속되는 노가다를 바라는 내게 이런 일이 있어도 좋을 리 없어!”
다행히 여관 일도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숙박비는 반이다. 그래서 전보다는 훨씬 벌이가 괜찮았다.
그러나 성장에 재미를 붙인 핸드는 조바심을 느꼈다.
‘제길. 휴일에 하루 정도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이 도시의 커넥션이 없는 핸드는 여관 주인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터 씨의 푸줏간을 소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거기서 정식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오, 정식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축하하네!”
“음, 이제 하루 정도는 시간이 나서 그러는데요. 혹시 휴일마다 하루 정도 일할 만한 곳이 없을까요?”
“휴일마다 하루 일할 장소라. 몇 군데인가는 있지! 어디서 일해 보겠나?”
새로운 일(F급 퀘스트)
『새로운 일을 원하는 당신에게, 여관 주인은 몇 가지의 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 벌목꾼 2. 약방 3. 광부 4. 어부』
핸드는 잠시 고민했다. 지금의 그는 몸을 쓰는 일이 편하지만 아직 나아갈 길을 정하지 않은 상태.
그래서 선택한 것은 약방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치료 스킬처럼 여행에 유용한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전처럼 당분간 손해를 보더라도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약방 일을 소개해 주십시오.”
“음…… 약방 일이라. 좋아. 자네는 충분히 믿을 수 있으니 소개장을 써 주겠네.”
“감사합니다!”
그때,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파라미터 스킬 습득
『핸드가 신용을 얻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파라미터 스킬 상세 설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킬 획득 보정으로 매력이 1, 명성이 10 증가했습니다.』
‘매력과 명성이 처음으로 올랐군.’
이 스킬이 중요한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에, 그는 바로 스킬 창을 열었다.
신용 - 견습 1/10(파라미터 스킬)
당신은 자신의 성실함과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단 한 번도 요령을 피우거나, 삿된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아 믿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입니다.
이 스킬이 오를수록, 다른 누군가는 당신을 믿고 일을 맡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신용이란 결코 한순간에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의 성과에 관계없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계하십시오. 신용을 쌓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나 잃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이 스킬은 일부 보상에 관여합니다.
현재의 명성과 신용 등급을 정산한 값은 10입니다. 당신의 신용은 한정된 곳에서만 통용됩니다.
보상에도 관여하는 스킬! 중요 스킬이지만 단숨에 올라가는 스킬이 아닌 것도 분명했다.
‘이건 커리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
중요한 일이건 사소한 일이건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가 신용 스킬을 좌우하는 모양이었다.
‘F급 퀘스트에 숨겨진 비밀은 바로 이거다!’
스테이터스의 증가와 스킬의 습득!
그중에서도 백미는 틀림없이 신용 스킬이었다.
높은 신용 스킬이 있어야만, 이방인은 그 땅에 정착하고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핸드의 성장이 점차 가속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