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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진위대 1권 (22화)
제5장 만남 (5)
“아무래도 제 전공이 한국사다 보니 이 말씀을 꼭 드릴 수밖에 없군요. 앞으로 우리 진영에 수많은 인물들이 합류하게 될 것입니다. 또 반드시 그래야 하구요. 한데 그분들의 상당수가 대한제국군 출신이거나 관료들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그분들의 계급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안중근 의사…… 전 개인적으로 안중근 장군이라 부릅니다만, 그분의 정식 직위가 대한의군 참모중장이었습니다. 서른의 나이에 별 세 개였다는 얘기죠.”
“우와∼ 서른에 중장이라고?”
“또한 20∼30대의 영관 급도 수두룩합니다. 아무래도 대한제국군의 역사가 짧다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고종 황제께서는 일반 관료에게도 군대 계급을 부여했습니다. 비상시에 군 지휘관 역할도 겸하라는 의미로…….”
고종 황제가 총애했던 근황 세력의 소장파 관료들 대부분이 이렇게 군대 계급도 겸임했다.
그렇기에 차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태진훈 교수가 그 점을 짚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나중에 우리 군인들의 계급이 너무 낮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저와 지도부는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군인들에게 2계급씩 진급시키는 것을 이 자리에서 건의하는 바입니다.”
“와아!”
“찬성합니다!”
짝짝짝!
민간인 대표들이 일어나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반면, 군인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얼떨떨해했다.
“허허, 저희야 좋기는 한데, 두 계급씩이나 올리는 건 좀…….”
“아닙니다. 그동안 대한독립전선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 여러분이 세운 공이면 그 정도는 충분히 진급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태진훈 교수는 아예 선언하듯이 얘기했다.
“그러면 그렇게 결정하는 것으로 하고, 장순택 준장님…… 아니지, 이젠 중장님이라 불러야겠지요? 장 사령관님께서 추가 지침을 내려 주시지요.”
“험험, 여러분의 호의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보직에 비해 계급이 무척이나 높은…… 이걸 계급 인플레이션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 뭐, 당장은 익숙하지 않겠지만, 조만간 군대 규모를 키울 테니까 별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군 간부들은 앞으로 대대를 사단으로 발전시킨다는 생각으로 더욱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군인들은 내심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모름지기 진급은 군인의 로망이 아닌가.
아무튼 정식으로 출범하는 군 편제는 다음과 같았다.
총사령관 겸 제1사단장 / 중장 장순택
제1연대장 / 소장 김기륭
제2연대장 / 준장 송상철
예비 해병대 사령관 겸 해병대 대장 / 준장 정민창
예비 특수전 사령부 사령관 겸 특전대 대장 / 준장 민정기
* 특별 보직 : 소장 한준상(예비대 연대장 겸 제2연대 부연대장 ― 참관 보직)
예비 해군 사령관 / 소장 박경훈
예비 공군 사령관 / 소장 진도형
진급에 대한 안건이 마무리되자 장순택 사령관이 다시 말을 이어 갔다.
“문제는 사병이 부사관이 되고, 위관이 영관이 되면서 간부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간부들은 군의 규모가 확대될 때를 대비해 틈나는 대로 후배들에게 간부 교육을 실시하길 바랍니다. 물론 나중에 군관학교가 개설되면 정식 교육으로 돌려야겠지만.”
이어서 이미 사전에 합의가 되어 있던 전체 조직 구성과 민간인 인적 사항에 대한 통계 및 주요 장비 목록이 서면으로 제출되었다.
공동 대표 : 태진훈, 장순택
재정경제부장 : 성영길
자원개발부장 : 이태인
산업진흥부장 : 손영일
대외교섭부장 : 김형렬 / 산하 정보팀장 : 고민우
사회개발부장 : 전소연 / 산하 교육홍보팀장 : 박준태
의료보건부장 : 이수진
군사부장 : 장순택 겸임 / 산하 군사과학연구원장 : 소찬섭
민간인은 총 962명이었는데, 그중 여성은 86명이었다.
게다가 여군의 수가 26명이니 전체 여성의 수는 112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민간인 중에는 엔지니어가 가장 많았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엔지니어는 언제나 부족할 터였다.
하지만 남쪽에서 조직원으로 일하던 사람 중에 엔지니어 관련 직업을 갖지는 않았어도 이공계 출신이 꽤 포함되어 있었고, 군인들도 마찬가지여서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학위로 보면 박사학위 소지자가 72명이었고, 석사도 128명에 달했다.
물론 이들만으로 세상의 모든 전공을 다 아우를 수는 없겠지만, 컴퓨터에 저장해 온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충분히 재교육도 이뤄질 수 있어 21세기의 기술을 재현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주요 장비 및 설비 목록
포클레인, 불도저, 크레인 등의 건설 장비 각각 20∼30대 / 광산 개발 장비 / 석유 시추 및 지열발전소 건설 장비 / 수소 생산 플랜트와 수소 저장 용기, 수소 연료전지 / 제철소용 소형 용광로와 비금속 제련용 소형 용광로 / 소형 증기터빈 등의 발전소 구성 장비 / 첨단 의료 장비 / 석유류, 수소, 화학제품 원자재들 / 유류 수송용 탱크로리와 각종 화물 트럭 등.
각종 장비와 산업 설비는 최대한 많이 가져온 상황이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광공업의 기초를 다지고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질 군수산업을 일으키는 데 필수적인 장비는 빠짐없이 챙겼다.
또한 어마어마한 양의 원자재와 생활용품도 같이 넘어왔다.
본부 앞에 쌓아 놓은 모습을 보면 참 많이도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본격적으로 소비가 시작되면 금세 동이 날 터.
지도부들은 물품을 볼 때마다 늘 조바심을 느꼈다.
얼마나 갈까 하는.
조직 구성 및 장비 목록을 어느 정도 숙지한 듯하자 다시금 송상철 제2연대장은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현재 함경도 주변 정세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무인정찰기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브리핑해 드리겠습니다.”
“오우, 진짜 중요한 얘기는 맨 마지막에 나오는군. 무척 궁금하군요.”
사람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서렸다.
“사료에 따르면, 모두들 주지하시다시피 러일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1905년 5월 현재, 일본군의 위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만, 일 년 전 자료를 보면 일본이 한국주차군을 편성하여 사령부는 한성에 두고 보병 제37연대 제3대대를 원산 수비대라 명명, 원산에 주둔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산 수비대의 존재는 유민들의 증언을 통해 이미 확인했습니다. 대한제국군은 일제의 강압에 의해 조금씩 감축되고 있기는 하지만, 진위 제5연대가 현재 함경도를 수비하고 있습니다. 1대대는 함경북도 덕원에, 2대대는 함경남도 북청에, 3대대는 함경북도 종성에 대대본부를 두고 주요 요충지에 분견대를 파견한 상태입니다.”
“아, 진위대 병력들을 모두 흡수한다면 큰 힘이 될 텐데…….”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들과의 접촉을 피해야 할 상황입니다.”
누군가 혼잣말처럼 진위대 병력에 대해 이야기하자 태진훈 대표가 나서서 답변을 해 주었다.
짧은 술렁임이 멎자 송상철 제2연대장이 말을 이어 갔다.
“그럼 계속 브리핑을 하겠습니다. 현재 일본 군정이 실시되는 관계로 함경도 곳곳에서 일본군의 만행이 도를 넘고 있다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함경도 지역은 주민들의 불만이 폭증해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전대원들이 찍어 온 화면과 무인정찰기에 잡힌 화면들을 편집해 보았습니다.”
곧 브리핑 화면에서 함경남북도의 여러 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편집되어 흘러나왔다.
특전대의 김환경 하사가 사고 친 장면을 포함해 일본 헌병대와 한국주차군 소속의 일본군이 벌이는 만행들이 몇 컷 들어 있었다.
그중에는 칼로 민간인의 목을 베는 장면도 들어 있어 청중을 경악하게 했다.
“저런, 쳐 죽일 놈들 같으니라고. 어떻게 민간인을!”
“후우, 미치겠군. 당장 어떻게 안 되나?”
“김 하사가 울컥해서 사고 친 거…… 나라도 그러겠습니다.”
특히 이수진 부장이나 전소연 부장 등 여성들은 비명까지 질러댔다.
“후우, 사령관님. 정말 계획을 바꾸고 싶군요. 우리가 보유한 무력이라면 함경도쯤은 지금 당장 밀어 버릴 수 있는데 말입니다.”
김기륭 제1연대장이 분을 못 이겨 한마디 하자 태진훈 공동 대표가 나섰다.
“여러분의 심정은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러일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최소한 러일전쟁은 역사대로 흘러가야 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러일전쟁으로 일본은 대부분의 국력을 소진하게 됩니다. 자기들이 전쟁에서 이겼다고 흥분하고 선전해 댔지만, 실제로는 일본이 패한 전쟁입니다. 너무 피해가 컸기 때문이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야 우리가 숨 쉴 틈이 생깁니다.”
“그렇죠. 그리고 뒤이어 1차 세계대전도 일어나야 합니다. 서양 열강들이 이곳에 눈을 돌릴 수 없도록 말이죠.”
김형렬 대외교섭부장이 태진훈 공동 대표의 말에 설명을 덧붙였다.
어찌 그만 알겠는가.
모두가 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장면 속에서 우리 국민이, 우리 민중이 너무나 불쌍하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역사가 바뀌지 않으면 눈앞의 참상은 더욱 잔인하고, 더욱 오랫동안 연출될 것이다.
“최소 포츠머스 조약이 체결되는 올해 9월 5일까지 결코 우리가 러일전쟁의 큰 변수로 등장하면 안 됩니다. 물론 작은 변수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요.”
올해(1905년) 3월.
봉천 전투를 마지막으로 주 전장인 만주 전선은 고착화된 상태였다.
그리고 러일 양군은 개원을 경계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머물러 있었다.
동해 대마도 해전은 이번 달 말에 벌어질 예정이고, 6월에는 일본 육군 13사단이 함경도에 상륙한다.
그 부대가 함경도에서 무력시위를 하다 이윽고 사할린으로 넘어가 그곳을 점령하면서 러일전쟁이 끝나는 것이다.
“우리가 당분간 신경을 곤두세우며 지켜봐야 할 곳은 만주의 일본 부대와 함경도 주둔 부대입니다. 지금도 함경북도 지역에서는 일본군과 러시아 군이 자잘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소수의 파견대들이 벌이는 전투로 알고 있습니다만, 다음 달 하순경에는 원산 수비대 병력 일부도 함경도 해안선을 따라 북상해 두만강까지 올라갑니다. 만주 쪽, 앞으로 서부 전선이라 명명하겠습니다. 서부 전선이나 남부 전선, 그러니까 함경도에서 보내는 군사들은 정찰병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당분간 그들만 상대하면 됩니다. 물론 그들은 이곳에 산재해 있는 소규모 의병들에게 당한 것으로 처리될 것입니다. 그게 9월까지 우리가 취해야 할 단기적 전술 과제입니다.”
밤이 깊어간다. 화룡을 코앞에 두고 마지막 야영을 하는 밤.
“선배, 우리 조상들은 이 고통을 어떻게 견뎌 냈을까? 지금 상황을 지켜보는 우리도 힘든데, 직접 몸으로 이 보다 더 혹독한 일제 치하며, 한국전쟁이며…….”
피곤에 지친 해병대원들과 유민들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심란한 마음에 잠시 산책을 하는 민우와 윤희.
민우가 겉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그래서 난 이 시대를 너무너무 증오한다. 그리고 우리만 그랬던 게 아니잖아. 전 세계가 다 고통스럽게 이 시대를 보내고 있지.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모든 국가의 민중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어. 그렇다고 이 몹쓸 폭력적 경쟁 구조에서 가진 자들이라고 행복할까? 그러면 가해자는 누구지? 나는 늘 이 부분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며 역사를 생각해.”
“가해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