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간도진위대 1권 (15화)
제4장 을사년에서 을사년으로 (2)


밤이 되었다.
이 시대에서의 첫날 밤.
하지만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동굴 안쪽에서는 외과의 이수진 박사의 지휘하에 의무병과 민간인 중에 자청하고 나선 여성들이 부상병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바깥쪽 사람들은 갖고 온 화물과 장비를 분류하고 다시 적재하느라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또 한편에서는 임시 숙소로 쓸 막사를 짓고 있었다.
수천 명이 쓸 막사를 군용 천막으로 급히 짓고 있지만 이 또한 금방 끝낼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공터의 한쪽 편에 먼저 지어진 막사에서 군 지휘관 회의가 열렸다.
권두진 사령관을 비롯해 산화한 장병들을 기리며 참가자 전체가 잠시 묵념을 한 다음, 기계화여단 출신의 송상철 중령이 보고를 시작했다.
“그럼 병력에 대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그의 보고에 따르면 잔여 병력은 다음과 같았다.

제104기갑사단 잔여 병력, 장순택 준장 포함 431명.
개별적으로 합류한 보병 병력과 남쪽에 요원으로 차출되었던 병력 326명.
특전사 김기륭 대령 포함 316명.
해병대 정민창 중령 포함 311명.
공군 진도형 대령 포함 11명.
해군 박경훈 대령 포함 27명.
북측 육군 보병 한준상 중좌 포함 652명.

“……이렇게 해서 총원 2,074명입니다.”
“후우, 그것밖에 안 되나? 더 데려왔어야 했는데…….”
송상철 중령의 보고를 들은 장순택 준장은 크게 실망했다.
마지막 전투에서 너무 많은 병력을 잃었다.
“그래, 부상병은?”
“200여 명 정도입니다. 생명이 위독하거나 사지를 잃은 중상자는 없었습니다. 상황 자체가 엄중하다 보니, 그런 환자들은 후송이 불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 대신 관통상이나 파편상을 입은 부상자가 많아 오랫동안 치료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치료가 끝나면 모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그럼 장비와 탄약 상황에 대해 보고하게.”
송상철 중령은 보고에 앞서 자료를 돌렸다.
“워낙 내용이 많은지라 서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다만, 자료를 보시면…….”
그는 자료의 중요한 부분을 요약해 주었다.

K2A1 전차 6대.
K21 장갑차 13대.
M―9 ACE 공병장갑차 3대.
K1 구난전차 1대.
K9 자주포 12문과 K10 탄약운반 차량 4대.
북측 견인포(130㎜ 평사포) 29문.
* 북측 자주포는 한중전쟁 시 모두 소실함.
대포병 레이더 3대(남+북).
선박용 민간 중거리 레이더 4대(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구매).
개량형 Mi―2 헬기 2대(일명 혁신―2 직승기).
육공트럭(2.5t) 등 군용 트럭 총 103대(남+북).
지휘용 전술 차량(군용 지프차) 20대.
구급 차량 등의 기타 차량 11대.
무인정찰기 송골매 2 12대.

신궁 휴대용 미사일 약 300발.
팬저파우스트 3, RPG―7(7호 발사관) 총 600기.
K11 복합형 소총 4,000정.
K4 고속유탄발사기 50정.
신형 K2 소총 5,000정(주야 조준경 부착).
구형 K2 소총 15,000정.
88식 보총 10,000정.
K201 유탄발사기 1,000정.
K3 경기관총 1,000정(구형 포함).
KM187 81㎜ 박격포 300문.

* 유탄, 수류탄, 총탄, 포탄, 전차 포탄 등의 탄약 보유량은 현재 전력(2,000여 명)을 모두 동원해 총력전을 펼칠 경우, 200일간 전투 가능.
* 단, 북한 측 무기의 경우 탄약이 10일분에 불과함.

“이상입니다.”
송상철 중령의 보고가 끝나자 공군 출신의 진도형 대령이 의문을 제기했다.
“송 중령, 무기도 그렇고 탄약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은데, 정말 그만큼 보유하고 있습니까?”
비록 계급은 진도형 대령이 위지만 소속이 다르다 보니 정중하게 물었다.
송상철 중령은 진도형 대령에게 살짝 목례를 한 후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주둔지에서 북으로 올라올 때, 군단 탄약고와 무기고 및 보급품 창고를 탈탈 털어…… 아니, 점거하여 최대한 많이 챙겨 오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특히 신형 화기로 교체하면서 구형 화기들을 많이 보관해 둔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생존한 기갑 장비가 많지 않고, 또 지난 전투에서 많이 소모하지도 않았습니다. 저희가 실제로 전투한 횟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면 북측 탄약은 왜 이리 적은 것입니까?”
“북측은 고질적인 탄약 부족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 전투에서 너무 많이 소모되었습니다.”
마침 북측 탄약 이야기가 나오자, 장순택 준장이 이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한준상 중좌, 일어나 보시오.”
한준상 중좌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북측 군인을 대표해 참가한 장교였다.
그가 일어나자 장순택 준장이 말을 시작했다.
“우린 지난 전투에서 권두진 사령관님을 비롯해 북측의 수많은 장병들을 잃었습니다. 그 와중에 한 중좌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고위 장교입니다. 여러분, 북측 군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서 계신 한 중좌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 감사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 짝! 짝!
장순택 준장의 말이 끝나자 모든 장교들이 일어나 박수를 쳐 주었다.
한준상 중좌는 겸연쩍은지 얼굴을 붉혔다.
그때, 장준택 준장이 다시 말을 이어 갔다.
“한 중좌, 어차피 우리는 군 체계를 하나로 통일해야 하오. 그래서 아무래도 남쪽 군대가 많으니까 남쪽 방식으로 통일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한준상 중좌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답을 했다.
“기야 당연하신 말씀입네다. 어떻게 결정을 하든 저희는 모두 따르겠습네다.”
“고맙소. 그래서 말인데, 한 중좌의 계급을 한 단계 올려서 대령으로 대우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동의하시는지요?”
“네, 동의합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하하하!”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여 한준상 중좌는 이제 한준상 대령이 되었다.
좌중에서는 다시 축하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 그럼 이제 군대 편성에 대해 토론을 해 봅시다. 송 중령, 기조 발표를 해 보시오.”
송상철 중령이 다시 자료를 돌리고 말을 시작했다.
“여기에 오기 전, 1905년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지형지물에 대해 연구를 하여 두 가지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첫째, 기갑 장비는 운명을 건 총력전이 아닌 한 당분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 이유는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시대에 비해 너무 앞선 무기라는 점도 있고, 워낙 연료 잡아먹는 괴물들이라……. 하여 연료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운용을 자제하기로 했습니다. 둘째, 이곳 함경도와 간도 지방의 험한 산세, 열악한 도로 사정을 감안하여 독립 전투 부대 단위를 중대로 결정했습니다.”
“중대라…….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번에는 해군의 박경훈 대령이 물었다.
아무래도 그의 담당이 해군이다 보니 정확하게 감이 오지 않았나 보다.
“이곳에는 이렇다 할 도로가 없어 모든 부대가 도보로 이동해야 합니다. 또한 산세가 험해 대대 단위 이상의 수백 명씩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효율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간도에는 대대 단위 이상이 상대해야 할 적도 없습니다. 물론 나중에 규모를 더 키울 수야 있겠지만, 지금은 중대 단위로 편성해 작전해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계획은 당분간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흠, 그렇군.”
“그리고 다음은 부대 단위 편성표입니다. 우리 총 병력이 2,000명이 조금 넘으니까 1개 연대 정도의 병력밖에 되지 않습니다만, 특전사와 해병대라는 일당백의 전력이 있고, 우리의 화력이 이 시대의 다른 군에 비해 워낙 강하기 때문에 2개의 연대로 편성했습니다. 문제는 연대장의 인선인데…….”
그때, 다시 장순택 준장이 나섰다.
“이 부분은 제가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당사자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김기륭 대령.”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김기륭 대령이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김 대령, 앞으로 특수전 사령부를 창설하게 되면 사령관을 맡으셔야 하겠지만 그건 한참 나중의 일이고, 어떻소? 특전사 지휘는 후배에게 맡기고 제1연대장을 맡아 보지 않겠소?”
“조금 의외의 제안이라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육군 보병 전술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지휘를 해 본 적이 없는지라…….”
“작전참모들이 잘 보좌해 줄 터이니 참모들과 상의해서 지휘하면 될 것 같소만…….”
김기륭 대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바로 수락했다.
“알겠습니다, 장 준장님. 하지만 특수전 사령부가 만들어지면 지체 없이 그곳으로 보내 주십시오.”
“하하! 네, 그렇게 합시다. 수락해 줘서 고맙소.”
김기륭 대령을 보며 가볍게 웃음을 보인 장순택 준장은 송상철 중령과 한준상 대령을 번갈아 보더니 다시 말을 시작했다.
“2연대장은 계급상 한준상 대령이 맡아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아직 남쪽의 전술 체계에 익숙하지 못하니 당분간 부연대장 일을 하다가 연대가 하나 더 편성되면 그때 맡기로 하고……. 송상철 중령.”
사전에 아무런 언질이 없었는지 송상철 중령 또한 자신을 호명하자 약간 놀란 듯했다.
“송 중령이 2연대를 맡지? 보병 사단에서 자네만큼 경험을 가진 장교가 없으니 말이야.”
“제, 제가 말입니까?”
장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제가 계급도 낮고…….”
“계급에 대해서는 앞으로 있을 전체 회의에서 뭔가 조치가 있을 걸세. 미리 얘기하면 김이 빠지니까 우선은 여기까지 말을 해 두지. 아무튼 자네가 2연대를 맡아 주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단장님.”
“그럼 송 중령. 계속 진행하게.”
얼떨결에 2연대장이 되어 버린 송상철 중령은 마음을 가다듬고는 분대 단위에서 중대 구성, 대대 구성에 대한 안을 요약해 설명해 주었다.
“분대는 정원을 10명 내외, 개인화기는 주야 조준경이 달린 개량형 K2 소총으로 무장하고, K11 복합소총 2정, K201 유탄발사기 2정, K3 경기관총 1정을 기본 편성합니다. 소대는 정원 30명, 중대는 120명 내외로 구성하며 중대에는 1개의 화기소대를 배치합니다. 화기소대는 81㎜ 박격포 6문과 K3 경기관총으로 무장합니다.”
신형 81㎜ 박격포는 예전에 중대 단위에서 사용하던 60㎜ 박격포를 대체해 전군에 보급된 상황이었다.
최대사거리 6,325m(최소 75m), 분당 발사 속도 10발이라는 뛰어난 성능과 살상 반경도 상당히 넓어져 항간에서는 105㎜ 견인포 급의 화력에 비견되곤 했다.
한마디로 1개 중대에서 견인포 6문을 끌고 다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은 것이다. 물론 전체 중량이 42㎏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박격포반 병사들의 엄청난 불만을 들어야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