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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진위대 1권 (11화)
제3장 밀알이 떨어진 자리, 희망은 자라나고.. (2)


2025년 4월 27일 12:00.
양강도 혜산시 허천강 부근.

결국 한국독립전선 저항군의 1차 저지선은 중국군의 총공세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뚫리고 말았다.
1차 저지선을 담당하던 구북한군은 권두진 사령관의 명령대로 희망자에 한해 유격 부대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투항하거나 부대를 이탈했다.
그런데 의외로 유격 전술이 효과를 발휘했다.
워낙 조밀한 산악 지대인 낭림산맥과 개마고원의 험준한 능선이 유격대의 활발한 활동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다.
이제 보급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중국군을 한참 동안 괴롭힐 수 있을 터였다.
또한 1차 저지선이 뚫린 만큼 2차 저지선은 더 조밀하게 형성되었다. 혜산시와 삼수군, 갑산군, 총 세 곳의 경계에서 전선이 갖춰졌다.
함흥 방면의 전선을 뚫는 데 성공한 심양군구 제40집단군은 동쪽으로 이동하여 함경북도 지역의 평정 작전에 들어갔고, 북부 방면의 제16집단군은 혜산을, 중부 장진 방면의 제39집단군이 갑산을 공격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허천강이 양쪽 진영의 경계가 되었다.

꽝! 꽝!
그르릉릉!
“장 장군, 정말 이러기요? 빨리 후퇴하시라요! 아이고! 저 아까운 땅크들…….”
“사령관님, 저희가 지금 물러나면 전선이 너무 빨리 무너집니다. 연해주로 갔던 물품 구매팀이야 방금 도착해서 다행입니다만, 함경남도에 흩어진 다른 팀들과 남쪽의 주요 인사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그 시대로 넘어가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리니까 시간을 더 벌어야 합니다.”
“기래도……. 아! 저거이, 저거이!”
그 순간, 두 지휘관의 눈앞에서 또 한 대의 K2A1 전차가 당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는 권두진 사령관.
장순택 부사령관 역시 아무 말 없이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장순택 부사령관의 말대로 2차 전선에는 그동안 아껴 두었던 구남한군의 기계화부대가 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혜산은 압록강 변에 위치한 좁은 평야 지대라 중국군이 기갑 전력을 많이 투입시켰다.
물론 구남한군이 긴급하게 출동하면서 형편없이 밀리던 전장은 안정을 찾았고, 허천강을 건너왔던 적을 완전히 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상당수의 전차와 장갑차를 상실했고, 지금은 양 진영이 전열을 정비하느라 다소 소강상태에 빠졌다.
“기래, 남쪽 요원들은 어드메쯤 와 있지비?”
“안 그래도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삼수군과 갑산군 중간의 허천강 부근에 있답니다. 오늘 밤 도강을 시도한다고 알려 왔습니다.”
“지원은?”
“저희가 자주포로 지원할 겁니다. 또 적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갑산군에 나가 있는 2대대에게도 주변 부대에 포격을 실시하라고 했습니다.”
“기래, 좋구만…….”
저녁노을을 배경 삼아 벌겋게 불타오르는 전장을 바라보던 권두진 사령관이 갑자기 장순택의 손을 잡았다.
“장 장군, 정말 약속하기요. 내래 어떠카든 마지막 날 공세는 막아 볼 테니 최대한 전력을 보존해 넘어가시라우요.”
“사령관님, 그 무슨 말씀을……. 같이 안 가실 겁니까?”
“물론 당연히 같이 가야디. 대신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갈 기란 얘기라우요. 또! 10군단 사령부 무기고에 있는 우리 물품도 모조리 다 쓸어가는 것 잊지 마시라우요.”
장순택은 권두진 사령관의 손이 따뜻하기보다 뜨겁다고 느꼈다.
두 지휘관의 등 뒤로 서서히 해가 기울고 있었다.


2025년 4월 27일 21:00.
양강도 갑산군 허천강 부근.

꽝!
타닥! 타닥!
꽝! 꽝!
밤이 되자 혜산과 갑산, 양쪽 주 전선의 중간 경계 부근에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K9 자주포에서 발사한 클러스터탄이었다.
수많은 자탄이 공중에서 분리되어 폭발하며 대지를 갈가리 찢어 놓았다.
실제로 낮의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한 것은 전차보다 자주포에서 발사된 클러스터탄이었다.
지금 이곳에는 주 전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군이 덜 밀집되어 있었다.
그런 곳을 클러스터탄이 휩쓸자 거의 생존자를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포성이 잦아지자 부근에서 비트를 파 몸을 숨기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지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인솔 책임자인 특전사 팀장 경정민 대위는 낮은 목소리로 일행에게 지시를 내렸다.
“방금 포격이 끝났습니다. 지금 즉시 출발해야 합니다. 적들이 다시 모이기 전에 빠르게 도강합시다. 선두는 박 대위 팀이 뚫고, 중간은 민간인들, 마지막은 우리 팀이 맡겠습니다. 자! 그럼 출발!”
그들이 도착한 강변에는 그야말로 한 폭의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포격을 당한 중국군 진영에는 생존자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간간이 살아 있는 생존병들도 일행에게 시선을 줄 틈이 없었다.
선두로 나선 박 대위 팀의 차가운 총알이 그들의 몸을 인정사정없이 유린했기 때문이다.
일행은 불타오르는 중국군 진영 한쪽의 어두운 그림자를 밟아 가며 재빨리 강으로 뛰어들었다.
가뭄이 들면 강물이 말라 버리기에 허천강이라 했던가.
봄 가뭄이 든 지금, 허천강은 이름 그대로 빈 강이 되어 있었다.
대원들은 재빨리 강바닥에 드러난 모래톱을 밟으며 달려갔다.
하지만 아무리 마른 강이라도 강 중앙은 물이 흐르기 마련.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자 일행의 이동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그 순간, 상황을 수습하려고 급히 후방에서 출동한 중국군이 이들을 발견하고 총을 쏘아댔다.
경정민 대위 팀은 뒷걸음질치며 응사했다.
“으악!”
“이런! 김 중사! 김 중사!”
적의 집중사격에 특전사 대원들이 기어이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그리고…….
“아악!”
순간, 윤희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놀란 민우는 걸음을 멈추고 급하게 돌아서 윤희의 상태를 확인했다.
“윤희야!”
윤희의 오른쪽 옆구리는 흘러나온 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걸을 수 있겠어?”
고통스런 표정의 윤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는 재빨리 윤희를 부축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물이 흐르는 부분을 지나 비척거리며 걷던 두 사람.
“아악!”
한데 그 순간, 또다시 윤희가 총에 맞았다.
바닥에 쓰러진 윤희.
이번엔 다리였다.
민우는 윤희의 총상도 확인하지 않았다.
지체하는 순간이 곧 죽음이니까.
민우 또한 명색이 특전사 출신에다 정보원 교육을 받은 인물이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민우는 주저없이 윤희를 들쳐 업고는 뛰었다.
그들의 옆에서 특전사 대원들 또한 부상당한 동료를 부축하거나 간간이 응사하면서 뛰고 있었다.
타다탕!
핑!
적이 쏜 총알이 귀밑을 스쳐 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상황이 참으로 엄중하다고 새삼 느낀 순간, 허벅지에 강렬한 통증이 왔다.
“윽! 제길!”
그러나 민우는 쓰러지지 않았다.
강렬한 생존 본능이 그를 계속 앞으로 달려가게 했다.
어느새 눈앞에 희미하게 강둑이 보였고, 민우는 사력을 다해 강둑을 넘어 몸을 던졌다.
“후읍! 후와!”
“몸 성한 대원들은 강둑에 엄폐한 채 적 전방을 경계하라! 그리고 민간인분들은 부상자를 돌봐 주시고.”
모두가 강둑을 넘자 경정민 팀장이 재빨리 지시를 내렸다.
“김 중사, 김 중사! 아아! 야, 이 자식아!”
제일 처음 총을 맞은 김 중사는 동료들이 힘들게 끌고 온 보람도 없이 절명하고 말았다.
그 외에도 세 명이 총상을 입었다.
윤희와 민우는 민간인 행렬의 제일 끝에 있다가 총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윤희야, 한윤희! 정신 차려! 야!”
민우는 정신을 잃은 윤희를 흔들어 깨웠다.
자신 또한 총상을 입었지만,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어느새 다가온 민간인 요원이 윤희의 다리에 붕대를 묶어 지혈을 해 주었다.
그사이 민우는 재빨리 옆구리 상처를 확인했다.
다행히 옆구리 바깥쪽으로 난 관통상이라 장기를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문제는 출혈.
민우는 열심히 옆구리의 상처를 눌러 지혈을 시켜 주었다.
하지만 바쁜 손길과 달리 민우의 눈에서는 천천히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런! 민우야, 너도 다쳤잖아? 빨리 치료해야지!”
경황이 없던 민우는 그들을 마중하러 온 사람들이 도착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팀에는 준태가 끼어 있었다.
“준태?”
“그래, 나다! 구급차도 왔으니까 이 정도 상처라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빨리 너나 치료받아.”
구급차엔 의사인 이수진이 타고 있어 안심해도 될 터였다.
민우는 들것을 따라가며 윤희의 상태를 살폈다.
어느새 정신이 돌아온 듯 윤희는 눈을 떴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슬며시 민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희의 손을 으스러져라 꼭 잡는 민우.
“울지 마…….”
“괘, 괜찮은 거지?”
“응……. 그런데 조금 아프네?”
창백한 안색의 그녀는 힘겹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늦은 밤.
세 대의 군용 트럭과 한 대의 구급차가 모든 불을 끈 채 도로를 질주했다.
운전병은 야시경에만 의존해 운전을 해야 했다.
철저하게 등화관제를 할 필요가 있었으니.
적들이 날려대는 저고도 무인정찰기 때문이다.
“네 활약은 충분히 들었다. 정말 수고 많았다.”
“언제 들어왔냐?”
“몇 시간 전에. 나도 임무가 있었거든.”
“호오, 그래?”
“원래 계획대로라면 며칠 전에 들어왔어야 했는데, 중국 놈들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동해에 잠수함을 보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육로로 들어오느라고 좀 늦었다.”
“무슨 임무인데?”
“블라디보스토크에 가서 수소 연료전지하고 수소 발생 플랜트 장비들, 수소 저장 용기, 그런 것들에다 여기서 구할 수 없는 원자재들 좀 사느라고……. 그래서 윤희보다 조금 일찍 떠났지.”
“너도 고생 좀 했겠다.”
“두만강 건너고 나서 거의 밤에만 이동했어. 그게 좀 힘들었을 뿐이지 너나 윤희만 하겠냐?”
그 말을 들은 민우의 표정이 장난스럽게 변했다.
농담이라도 해서 울적한 심사를 털어 버릴 심산인 듯 과장된 몸짓까지 곁들이며 농담을 했다.
“그건 그렇지. 하하! 내가 누구냐? 고민우라고! 하하!”
황당한 표정을 지은 준태는 손으로 민우의 다친 허벅지를 툭, 쳤다.
“아아! 아파, 인마!”
“잘난 척하는 걸 보니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군. 암튼 네 말대로 정∼말 대단하긴 했어. 흐흐흐.”
그러고는 또 친다.
“악! 이 자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