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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진위대 1권 (9화)
제2장 과거를 준비하다 (5)
한편, 총소리가 들리자 놀라 시선이 분산된 군인들.
그 틈을 타서 이번엔 민우가 둘의 총구를 양손에 하나씩 움켜쥐고 힘껏 위로 쳐올렸다.
총구가 얼굴을 강타해 그 충격으로 상체가 뒤로 꺾어진 순간, 민우는 발로 그들의 급소를 걷어찼다.
그사이 팀장이 재빨리 다가와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군인들의 미간에 권총 한 발씩을 쏘았다.
민우의 시선이 재빠르게 조종실로 향했다.
다행히 조종실에서는 이 소동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민우, 빨리 작업 시작해라. 난 조종실로 갈 테니…….”
민우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서둘러 화물칸 옆에 비치되어 있는 낙하산―이 또한 조직에서 준비해 놓은 물품이었다―을 챙겨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신과 팀장의 개인용 캐리어에서 차곡차곡 접혀진 가방들을 꺼냈다.
특수 재질로 매우 질기게 만들어진 가방이었지만 거죽이 매우 얇아 보였다.
그리고 나무로 만든 포장을 뜯고는 금괴를 가방에 쓸어 담았다.
12.5㎏짜리 골드바 20개씩을 가방 20개에 차곡차곡 나눠서.
그리고 가방마다 소형 화물용 낙하산과 미리 준비해 온 추적기를 달았다.
작전시간을 맞추기 위해 민우는 쉴 새 없이 손을 놀렸다.
그때, 팀장이 조종실 문을 두드렸다.
부조종사가 문을 열어 주자 팀장은 가차없이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부조종사의 급작스런 죽음에 놀란 조종사.
그러나 이내 그의 관자놀이에도 이미 총구가 닿아 있었다.
“허억! 왜, 왜 그러십니까?”
“내 말만 잘 들으면 죽지는 않을 거야.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지?”
“경, 경기도와 강원도 경, 경계입니다만…….”
“시간이 없군. 내 말 잘 들어. 동해 상공에 다다르기 1분 전에 관제소와 교신을 한다. 교신 내용은 지금 미사일에 락온(Lock―on)되었다는 것. 그리고 몇 초 후 비명. 알았지? 그리고 비명 지르자마자 바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린다.”
“헉! 그러면 죽지 않습니까?”
“물론 낙하산을 줄 거야. 그리고 미사일 말인데, 실제로 발사될 거거든? 그러니까 교신 끝나면 서둘러 뛰어내려야 할 거야.”
“헉!”
“그리고 교신과 동시에 화물칸 뒷문을 열어야 하는 것도 잊지 말고. 물론 내가 옆에 붙어서 지시하겠지만.”
겁에 질린 조종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팀장은 민우를 호출했다.
“민우야, 여기 낙하산 두 개 갖고 와라. 너도 착용하고. 작업은 잘돼 가냐?”
“넵, 팀장님! 조금 있으면 다 끝납니다.”
민우는 팀장의 지시대로 낙하산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금괴 포장 작업이 마무리되자 금괴가 담긴 가방들을 낑낑거리며 화물칸 뒷문 쪽, 그러니까 수송기 꼬리 부분으로 옮겼다.
가방 하나당 무게가 250㎏이나 되었지만, 원래 금괴가 놓여 있던 바퀴 달린 밑판에 가방을 올려놓은 상태라 그런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원체 무거운 물건들인지라 민우는 샤워를 한 것마냥 온몸이 땀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
“팀장님, 준비 끝났습니다!”
“그래? 그럼 추적기를 바로 켜라.”
팀장은 조종석으로 다가가 무전기의 주파수를 맞춰 나갔다. 그런데 무전기로 교신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툭툭, 두드리기만 했다. 그러자 수신기에서 같은 패턴의 소음이 흘러나왔다.
칙! 칙! 치칙!
아주 짧은 음이었기에 이 주파수가 도청된다 해도 그냥 무전기 소음 정도로 치부되리라.
그러는 사이, 동해가 가까워 오자 조종사는 수송기의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팀장의 지시대로 급박한 목소리로 교신을 시작하며 동시에 화물칸 뒷문을 열었다.
서서히 뒷문이 열리자 민우는 금괴 가방이 올려진 밑판을 밀어냈다.
어느새 교신을 끝낸 조종사는 민우를 지나쳐 밖으로 황급히 뛰어내렸고, 이어서 팀장도 민우를 도와 재빨리 가방을 바깥으로 밀어 내고는 뛰어내렸다.
몇 초 후,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와 수송기를 격추시켰다.
기막힌 타이밍.
태백산맥 깊숙한 곳에 미리 자리 잡고 있던 특전사 대원들의 작품이었다.
2025년 3월 31일 23:45.
강릉 앞바다.
강릉 앞바다에서는 일군의 어선단이 불을 환하게 밝힌 채 조업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지금 고기를 잡고 있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선장실에서 초조하게 시계를 살피던 한 요원에게 다른 요원이 급하게 다가왔다.
“수송기를 확보했다는 연락이 왔고, 추적기도 작동을 시작했습니다.”
“순조롭군. 예상 항로에서 벗어나지는 않았고?”
“네. 추적기의 위치로 볼 때, 한 치의 오차 없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반경 수백 미터의 오차가 날 수도 있으니까 잠수 요원들에게 바로 준비하라고 하게.”
“이미 잠수복을 입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전은 매우 위험했다.
여기저기 떨어져 내린 금괴 가방 20개를 밤바다에 들어가 건져 올리는 작업이 어디 쉽겠는가.
그리고 3월 말이라 하지만 아직 수온은 매우 낮았다.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 요원들을 빨리 찾아내지 못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었다.
거기에다 동해는 대륙붕이 매우 좁아 금괴가 대륙붕 밖으로 떨어지면 건져 올릴 방법이 없으므로 매우 정밀한 계산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항공기의 속도 또한 워낙 빠르기 때문에 속도에 따른 관성도 고려해야 했다.
다행히도 그 계산이 잘 맞아떨어졌다.
풍덩! 풍덩! 풍덩!
금괴 가방과 사람이 거의 동시에 차가운 밤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물론 민우와 팀장이 떨어진 곳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어선들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있었기에.
백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어선들이 굉음을 내며 다가오는 광경이 민우의 눈에 들어왔다.
또 가방이 떨어진 곳 주변으로 수중 조명등을 챙겨 든 잠수 요원들이 2인 1조로 재빨리 입수해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배에 오른 팀장과 민우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는 선장실로 들어가서 작업을 지휘하던 요원에게 먼저 뛰어내린 조종사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만, 그냥 놔두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살려 봐야 혹 덩어리만 될 텐데요.”
팀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윽고 뭔가 결심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살려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살려야죠.”
요원은 팀장의 태도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을 했다.
“이런 중요한 작전에 인정이 개입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대안은 있으시겠죠?”
팀장은 대답 대신 민우를 바라보았다.
“헉! 팀장님, 설마 저보고 책임지라는 뜻입니까?”
팀장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뜻을 표했다.
“그 사람, 그 시대로 넘어가서 사고 치면 어떻게 합니까?”
“그야 뭐, 그래도 여기에서 사고 치는 것보단 낫잖아?”
“아니, 그게 무슨…….”
“하여간 민우! 네가 책임져라. 잘 설득하고, 공군 조종사 하나 얻는다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이잖아. 그쪽에 조종사 별로 없지 아마?”
“그렇긴 합니다만…….”
결국 민우가 탄 어선은 주변을 수색해 추위에 벌벌 떨던 조종사를 건져 올릴 수 있었다.
조종사는 배에 올라 한숨을 돌리더니 고마움을 표했다.
“으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조종사는 신원은 김재덕 소령이었다.
팀장은 김재덕 소령의 감사 인사에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전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희생이 좀…….”
그제야 동료의 죽음을 의식하고 다소 침울해하는 김재덕 소령이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김재덕 소령은 그제야 선실에 있던 사람들을 일별하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제 예상대로라면, 그 조직의…….”
“당신의 예상이 맞을 겁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잘된 일입니다. 안 그래도 내 손으로 우리 금괴를 일본에 넘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분했는지…….”
반전이었다.
김재덕 소령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반응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자 민우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짐작하시겠지만, 김 소령님께서 처한 상황이…… 에, 그러니까, 김 소령님은 우리 조직의 가장 비밀스런 작전 현장에 같이 계셨던 분이라…….”
“헉! 그럼 날 죽일 생각입니까?”
“아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단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우리 조직에 합류하셔야 할 것 같아서요. 왜 그래야 하는지 잘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하하! 그렇다면 오히려 잘됐습니다. 나 또한 지금의 현실에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합류하겠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거짓일 수도 있겠지만, 김재덕 소령의 표정에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 또 한 명의 인재가 합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한편, 다른 어선에서는 금괴 가방이 하나둘 회수되고 있었다. 물론 20개를 전부 다 찾지는 못했다. 입수할 때 받은 충격으로 추적 장치의 발신기가 고장 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16개는 회수할 수 있었다.
“이젠 작별할 때가 되었군. 고민우, 가서 확! 바꿔 버려! 그래서 다시는 이런 개 같은 현실과 맞닥뜨리지 않게 말이지!”
과장된 표정으로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실어 얘기하는 팀장.
그러나 팀장의 표정에는 복잡한 심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도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팀장님…….”
이 시대에 남을 팀장이 앞으로 겪을 일을 생각하니 민우는 다시금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과연 나라를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니, 그걸 떠나 팀장님은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잠시 찾아든 상념을 고개를 흔들어 털어 버린 민우는 팀장의 손을 힘주어 꼭 잡았다.
국정원 생활을 하며 가장 경멸하고 미워했던 팀장이었는데…….
단 하루, 가장 힘든 작전을 같이하며 쌓인 정이 진정 두터웠던 모양이다.
회수 작업이 마무리되자 어선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각자 목표한 지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금괴도 반으로 나누었다.
각기 2톤씩 나누어 가진 것.
어선들이 떠나고 30분 정도 지나자 뒤늦게 군함과 경비선들이 나타나 일대를 부산히 수색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