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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진위대 1권 (6화)
제2장 과거를 준비하다 (2)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끄러미 윤희를 바라보던 민우는 준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디데이가 두 달 후로 잡힌 거군.”
“맞아. 지도부에서는 철저하게 준비해서 가지 않을 바에는 안 가느니만 못하다고 판단한 거지.”
“그 두 달 동안 중국군이 가만히 있을까?”
“사실 그게 걱정이야. 함경도에 있는 구북한군 부대와 북으로 넘어간 남쪽 군대가 힘을 합쳐 최대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긴 한데…… 중국군의 공세가 본격화되면 핵 카드로 위협하며 시간을 벌 생각인 모양이야.”
“제길, 힘들겠군. 적의 압도적인 공세가 시작되면 구북한군 부대에서도 분명 이탈할 부대가 나올 테고, 핵 카드도 사용하기 어렵겠군. 핵탄두 숫자에서 위치까지 모두 다 들통 난 상태일 테니까. 거기다 핵이란 게 누가 먼저 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억제력이 있는 건데……. 핵이 방어 무기가 될 수는 없으니까 문제로군.”
“휴우…….”
세 사람은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동시에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민우가 상념에서 깨어나 준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 임무는 뭔데?”
준태는 대답 대신 서류 뭉치를 건넸다.
서류를 훑어보던 민우는 깜짝 놀라 물었다.
“이게 뭐야? 나보고 이걸 하라고?”


2025년 2월 25일 23:00.
삼지연군 지하 본부.

“저희가 함경도 일대에서 구할 수 있는 장비들은 아무래도 노후되고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서…….”
“거참, 미안하구만기래. 우리네 공화국 사정이 좀 많이 어려워서리…….”
“하하, 무슨 말씀을. 그래도 중장비는 여기 있는 걸 모두 끌어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덩치가 커서 따로 구하기도 힘드니까요.”
지금 이곳에서는 새로 온 사람들을 위한 태진훈 교수의 브리핑이 끝나고, ‘개벽’ 프로젝트의 마스터 플랜을 짜기 위한 1차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남쪽과 북쪽의 전문가 집단과 군 고위급 인사들이 모두 모인 자리.
이번 개벽 프로젝트에 가장 큰 열정을 쏟고 있는 태진훈 교수가 자연스럽게 회의를 주재했다.
“일단 큰 줄기를 세워 논의한 다음, 분과별로 과제를 할당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앞으로 2개월밖에 남지 않은데다 중국군의 공세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형국이라 가급적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손영일 박사님, 1900년대의 산업 수준을 놓고 봤을 때 우리가 가져가야 할 것과 개발해야 할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셨는지요?”
산업공학을 전공한 남쪽 출신의 손영일 박사가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걱정을 토로했다.
“어휴, 앞날을 생각하니 깜깜합니다. 기름도 없고, 철 같은 원자재도 없고, 당장 에너지도 문제고……. 첨단 미사일이며 인공위성까지 다 만들 기술이 있으면 뭐 합니까, 부품을 만들 수 없는데……. 비단 부품뿐만이 아니죠. 부품을 만들 원자재의 가공 과정은 어떻고요? 그걸 다 가져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손영일 박사의 탄식에 장순택 부사령관이 어깨를 두드리며 끼어들었다.
“원자재든 부품이든 최대한 많이 가져갑시다. 그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다른 이들 역시 손영일 박사의 난감한 상황이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험, 그래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 에너지나 자원 개발과 관련된 기초 장비는 우선적으로 가져간다는 것. 물론 현재 사정상 소형 장비 정도나 챙길 수 있겠지만, 생산 효율은 그 시대와 비교할 때 꽤 높으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광산 개발에 필요한 장비야 무엇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시겠지만, 에너지가 문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군사력이니까 먼저 장순택 부사령관님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저희가 가져갈 무기 중 동력이 필요한 무기는 무엇이 있습니까?”
“북쪽 장비는 정확히 모르겠고, 우리가 끌고 온 장비는 K2A1 전차 12대와 K9 자주포 21문, K21 장갑차 23대, 몇 대의 지원차량과 수송 트럭 50여 대 정도 됩니다. 거기다 소형 무인정찰기도 10여 대가 있고, 헬기는…… 아쉽게도 저희는 없지만 북쪽은 몇 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호오, 꽤 많네요. 그걸 저희가 다 가져갈 수 있을까요?”
“끙, 다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중국군의 공세에서 얼마나 살아남을지…….”
장순택 부사령관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장 장군, 뙤놈들 군대는 나와 북쪽 군대가 어떠카든 막아 보갔어. 기러니 거 성능 좋은 남쪽 장비는 가급적 챙겨 두라우!”
권두진 상장이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호기롭게 외쳤다다.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힘을 합쳐 막아 내고 최대한 많이 살려 데려가야죠.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내래 말만이 아니라우. 꼭 기래야만 해야 되지 않갔어!”
“아니, 그래도…….”
“자자, 그 문제는 군 관련 회의에서 따로 논의하시고요, 제가 궁금한 것은 동력원 문제입니다. 그 장비들이 모두 다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고 있습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갑차와 자주포는 모두 수소 연료전지 기반이지만 전차의 반은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추출한 후, 전지 내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에너지를 얻는 수소 연료전지는 이미 실용화된 지 꽤 오래된 상태였다.
개발 초기에는 수소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 문제와 더불어, 연료로 활용되는 수소의 보관과 이송 문제가 꽤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연구로 저렴하게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과 수소 저장 합금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농축하고 안전하게 보관하거나 수송하는 수단 또한 개발된 상태였다.
이제 더 이상 수소를 고압 극저온의 액체 상태로 만들어 보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이브리드 엔진이라…… 연료가 떨어지면 그 전차는 당장 멈추겠군요. 휴∼”
“아무래도…….”
“뭐, 나중에 유전 개발해서 다시 굴리면 되죠. 하하!”
시무룩한 장순택 부사령관의 표정을 살핀 손영일 박사는 서둘러 상황을 수습하며 말을 돌렸다.
“험험, 그럼 대량으로 수소 추출이 가능해질 때까지 상당히 아껴서 운용해야겠네요. 거기다 부품도 문제고…….”
“아마 그럴 겁니다. 최소한의 운용만 해야겠지요.”
“예,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에너지원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다 하나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일단 기존 비축 연료, 그러니까 석유류와 수소는 가급적 많이 가져가되, 그 연료의 대부분은 발전 시설 확충에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장 군사력이 문제인데…….”
장순택 준장의 걱정 어린 혼잣말에 손영일 박사가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했다.
“부사령관님,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잘 모르는 부분이지만, 그 당시의 군대를 상대하는 데 우리가 갖고 있는 소화기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허허,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 당시 이미 볼트액션식 소총이 보편화된 상황이고, 포의 성능 또한 무시 못합니다. 무엇보다 물량이 문제입니다. 우리는 가자마자 사단 병력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라……. 하지만 이 상황에서 어찌 제 고집만 내세울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든 해 봐야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순택 부사령관님.”
하지만 말과 달리 군 관계자들의 굳은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모두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적을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은 듯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손영일 박사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이제 발전 방식에 대해 간단히 브리핑드리겠습니다. 먼저 간도 지방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탄광을 개발, 석탄을 확보하고 소규모 화력발전을 시작합니다. 물론 증기터빈과 변압기, 송전 관련 장비에다 전선까지……. 하하, 사실 당장 전선만 해도 문제죠. 합성고무를 생산하고 구리 자원을 확보할 때까지는 가져간 전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천연고무를 수입해 사용하는 것은 당장은 힘들 것 같습니다. 역사를 살펴보니 천연고무는 군의 전략물자로 구분되어 각국에서 각별히 챙기고 있다고 하니…….”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고무의 전쟁이라 부를 정도로 고무 자원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허참.”
“그렇군.”
손영일 박사의 브리핑이 계속될수록 모두들 눈앞에 놓인 과제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듯했다.
“뭐, 아무튼 많이 가져가야죠. 관련 물품 목록은 저희가 따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에너지 수급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소규모 화력발전이 시작되면 바로 지열발전소 건설을 시작합니다. 아마도 화력발전으로 얻은 전기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정확하게는 생산된 수소 자원이 대부분 이쪽으로 투입되리라 예상합니다. 나머지는 광산 개발과 소형 제철소를 세우는 데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권 장군님께 한 가지 여쭤 볼 게 있습니다.”
“말해 보기요.”
“증기터빈은 남쪽에서 들여오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량 함경도 지역에서 얻어 가야 할 텐데…… 가능하겠습니까?”
손영일 박사는 뜯어 온다는 표현 대신 ‘얻어 간다’라고 순화시켜서 표현했다.
물론 윤리적 거리낌이 있지는 않았다.
놔두고 가 봐야 어차피 중국의 재산이 될 테니까.
물론 남아 있는 주민들은 잠시 생활의 불편을 감수해야겠지만.
“그러니까…… 선봉과 청진에 화력발전소가 있으니까 거기 있는 것을 떼어 가면 될 기라우. 근데 증기터빈은 어데다 사용할 것임메?”
“하하, 똑같이 화력발전소와 지열발전소에 쓰일 겁니다. 발전소의 핵심 장비죠.”
“기렇네? 참 복잡하구만. 기러니까 화력발전소와 지열발전소를 짓고, 거기에서 전기를 맨들고, 그 전기로 수소를 맨들고, 그거로 장비에 탑재된 모터를 돌리고, 기런 거 아니네?”
“네, 정확하게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조금 과정이 복잡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장비 대부분이 수소 연료전지 기반인데다 초기에 석유 확보도 쉽지 않을 테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기래기래, 다 이해하오. 계속하기요.”
“지열발전소가 세워지면 연료의 투입 없이 항구적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게 되고, 또 우리가 가져갈 수소 생산 플랜트와 수소 저장 시설, 수소 저장 용기 등을 이용해 각종 군 장비를 운용하거나 생산 시설을 확충할 수 있을 겁니다. 부연하자면, 그 장비들은 우리가 남쪽에서 모금해 온 자금을 투입하여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 회사와 접촉하여 구입해 와야 할 것입니다. 청진항을 통해서 말이죠. 남쪽에서 들여오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사람이라면 몰라도 장비는 다시 막힌 휴전선을 넘기 어려운 상태였다. 또 수소 연료전지 관련 기술은 이미 일반화된 상황이라 어느 정도 선진화된 나라들이라면 대부분 상용화에 성공한 상태였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도 장비와 설비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