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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24화)
7. 절벽 속의 동굴(4)
아이템 확인이 끝나자 아이템 주인들은 모여서 각자 지분을 정하려 목소리를 높였다.
“내 것은 마나석이 있어. 마나석만 빼서 팔아도 얼마인지 알아.”
“그럼 마나석만 빼서 팔지 그래. 아이템의 효능은 별로잖아.”
“사냥꾼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내 쉴드 아이템이 제일 중요하잖아.”
“횟수 제한 있는 아이템이잖아. 차라리 내가 나중에 골드로 줄 테니 당신은 빠져.”
“뭐야, 내 아이템이 있어서 숫자를 맞출 수 있었잖아. 나랑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거야.”
상점 주인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은 가격이 대부분 정해진 것들이고 횟수 제한이 있어 마법 아이템 중에는 싸구려였다.
인장이나 가보들은 작지만 마나석이 있어 값을 정하기는 어려웠다.
인장에 끼워진 마나석들은 다시 재활용하기 불가능하니 평가하기가 어려웠다.
사연 있는 물건들은 오히려 그 사연으로 더 팔기 어렵고 위험이 있으니 고급 아이템으로서의 장식이나 재료를 따질 수는 없었다.
균등하게 지분을 나눌 수도 없으니 낙찰자들의 다툼은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알포스는 자신의 몫인 샤벨 타이거의 여러 뼈들을 들고 경매에서 패한 용병들과 흥정을 했다.
“샤벨 타이거의 뼈입니다. 가죽을 사는 상인에게 끼워서 팔아도 됩니다. 샤벨 타이거 뼈라면 약재나 부적으로도 쓰니 도시에서 팔아도 됩니다.”
어디에나 맹수의 뼈는 부적과 전통 약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알포스는 경매에 패해 낙심한 사람들과 쉽게 흥정을 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뼈를 감정할 수 없으니 샤벨 타이거가 확실한 뼈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곧 알포스는 여러 사람들에게 마법 아이템과 골드를 받고 뼈들을 적절히 팔아넘겼다.
콜린 마을 사람들도 경매 구경을 끝내고 상점들을 돌며 마을에 필요한 물건을 챙겼다.
알포스는 예상치 못한 소득에 소 두 마리 값과 술값을 넉넉히 알버트 촌장에 넘기며 입막음을 했다.
알포스도 샤벨 타이거 가죽의 정확한 가치는 확실히 몰랐다. 귀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죽 상인인 리프만의 눈치가 심상치 않자 걱정이 되었다.
상점 주인과 주민들과 용병들이 귀한 마법 아이템들을 서로 모아 경매를 하자 가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샤벨 타이거를 골드를 받고 팔았다면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걱정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법 아이템과 교환했으니 돌아가는 길은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마법 아이템이 욕심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아이템에서 나오는 마법을 감당해야 하니 용병들이나 도적도 쉽게 노릴 수 없었다.
“에반아, 샤벨 타이거가 이렇게 값나가는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마법 아이템 몇 개 정도로 교환할 줄 알았다. 마을 사람들이 숨겨 둔 아이템과 가보들이 그렇게 많을지는 몰랐다.”
경매와 뼈를 모두 팔자 알포스가 에반에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샤벨 타이거 가죽이면 귀족들이 장식해서 과시하기 좋은 물건이라 비싼 것 같습니다. 많은 아이템과 교환했지만 서로 이득이니 불만은 없을 겁니다. 많은 돈을 받았다면 걱정해야 하지만 아이템은 빼앗기 어려우니 안심입니다.”
“그래, 마법 아이템으로 교환해서 다행이다. 골드를 받고 팔았다면 마을로 돌아가지 못할 뻔했다.”
“치쿠 가죽을 판 골드로 책을 사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초 마법 서적이 없으면 예약할 테니 구해 달라고 하고 싶은데 어느 상점으로 가야 합니까?”
에반은 알포스가 힘이 빠진 것처럼 보였지만 책은 사 가야 하니 말을 꺼냈다.
둘은 아직 지분을 많이 얻으려 싸우는 잡화점 주인을 달래 상점으로 가서 얼마 없는 책을 모두 샀다.
그리고 책은 가을에 모두 산다고 많이 들여놓으라고 말을 하며 마법 서적도 구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알포스는 긴장이 풀려 모처럼 술을 먹으며 기분 내고 싶지만 가진 것이 많아 라울의 집으로 돌아갔다.
에반은 정령들로 아직 샤벨 타이거의 지분을 다투는 사람들과 돌아가는 길을 습격하지도 모를 용병들을 지켜보았다.
정령들로 살피면서 리프만이 말하는 예상 가격을 들었지만 가격을 실감하지 못했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 봐야 습격당할 확률만 높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마법 아이템으로 받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강도로 변할지 모르는 용병들도 마법 아이템을 많이 가지고 있는 알포스보다는 에델 마을에서 보관하는 샤벨 타이거 가죽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저항이 만만치 않은 일행보다는 귀한 샤벨 타이거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소문이 너무 퍼진 가죽이니 습격해서 팔기도 어렵지만 일단 사람들의 관심은 가죽에 쏠려 있었다.
새벽이 되자 콜린 마을 사람들은 서둘러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에델 마을을 나서자 알포스는 에반에게 마법 아이템들을 넘겨 착용하게 했다.
행동이 심상치 않은 에반이 이제 마법 아이템으로 무장했으니 마을 어른들은 더욱 관심을 두려 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서 에반은 연습했던 울루 열매 가루를 쓸 기회를 얻었다.
‘풍, 매운 가루.’
‘매운 가루.’
고블린 3마리가 길가에 매복해 있자 에반은 매운 가루를 날렸다. 3마리라면 일행을 습격할 정도는 아니지만 매운 가루의 효과를 검증해 보기로 했다.
“쿠에엑, 물, 물.”
풀에 숨어 있던 고블린은 코에 매운 가루를 맡게 되자 일어나 정신없이 달아나며 물을 찾았다.
갑자기 멀리서 고블린이 일어나 달려가자 일행은 긴장을 하며 경계를 했다.
잠시 경계 태세를 취했지만 주위가 조용하자 정찰을 하던 고블린이 일행의 숫자를 보고 놀라 달아난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용병 생활을 오래 했지만 저렇게 겁 많은 고블린은 처음 봤네. 승산이 없으면 그냥 숨어 있다가 돌아가면 되는데 저렇게 놀라서 도망가는 고블린은 처음 봤어.”
자경대장인 토마스는 고블린이 멀리서 소리를 내며 도망가자 어이없어 말을 꺼냈다.
그래도 일행은 적은 수이지만 몬스터를 보자 움직이면서 점심을 먹고 길을 재촉했다.
돌아오는 길은 이미 길을 막던 것들을 치워 한결 편했다. 길까지 서두르자 오후 늦게 마을에 도착했다.
멀리서 일행이 보이자 마을 사람들이 목책에 모였다.
개척 마을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상행을 나서는 것은 위험한 행사였다. 일행이 무사히 다녀오게 되자 모두 기뻐하며 맞았다.
어린 여자들은 어느 세상이나 비슷한지 데리는 선물부터 찾았다.
에반은 이번에 얻은 마법 아이템 중에서 여자들이 착용할 것들을 넘기며 알포스에게 교육을 부탁했다.
단순히 장신구도 아니고 마법 아이템이면서 사연 많은 물건이니 잘 간직해서 사용해야 하는 물건들이었다.
에반이 데리에게 엄격히 교육할 수는 없으니 아버지인 알포스에게 부탁했다.
귀한 물건들이지만 여성용이었고 에반이 데리에게 호감을 가진 것을 아는 알포스는 사양하지 않았다.
알포스는 더글라스에게 이번에 얻은 마법 아이템을 몇 개 주었다. 마을 안에만 있는 더글라스지만 부모는 늘 걱정하는 존재였다.
마을에서는 샤벨 타이거 가죽을 경매한 이야기가 조용히 퍼졌지만 마법 아이템으로 교환해서 다들 신경을 끊었다.
돈이라면 욕심낼 사람도 있겠지만 마법 아이템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에반의 신경을 건드릴 사람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새롭게 사 온 두 마리 소로 차례로 땅을 갈며 농사 준비를 했다.
알포스와 더글라스도 가져온 철괴로 농기구와 무기를 만들었다. 알포스는 더글라스에게 비전의 기술을 전수하려는지 더운 대장간 문까지 닫고 일에 몰두했다.
에반은 사 온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워 갔다. 그리고 새롭게 얻은 마법 아이템을 살피며 원리를 파악하려고 했다.
마법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기운을 머금고 있는 마나석과 신기한 마법진을 살피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에반은 마법진을 그려서 옮기고 기감으로 느낀 기운의 배분을 파악하며 새로운 것을 알아 갔다.
그러나 데리가 치쿠 가죽 신발을 노래하며 구박하자 책을 덮고 녹음이 지기 시작한 산을 올랐다.
데리의 구박도 있지만 제대로 지식도 없는데 마법을 배우려 방에만 있을 수 없었다.
마법 아이템으로 무장한 에반은 한결 편한 마음으로 강을 따라 조금씩 상류로 올라갔다.
맹수와 몬스터들의 영역을 넘을 수 없으니 작은 동물이 많은 강을 따라 계곡을 살피며 치쿠를 찾았다.
에반은 높은 절벽과 바위로 둘러싼 좁은 계곡을 정찰하며 상류 지역을 파악했다.
에반은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는 수달과 댐을 쌓는 비버를 닮은 동물들의 서식지를 살피며 점차 상류로 올라갔다.
변화가 적은 일상이 지루한 에반은 비교적 안전한 계곡을 탐사하는 것이 즐거운 놀이였다.
값나가는 모피를 가진 동물들의 서식지도 몇 개 발견한 에반은 조금씩 잡기로 했다.
에반은 정찰된 곳까지는 힘껏 달려가고 새로운 지역은 정령으로 정찰과 수색을 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쓸수록 느는 것은 당연한 원칙인지 정령들도 점점 강해지고 에반과 마음이 더욱 쉽게 통했다.
그러나 음양은 에반의 기운만 많이 먹고 쓸모가 없었다. 태극을 품고 있으니 활용법은 무한하겠지만 당장 쓸모는 없었다.
그리고 음양은 집요한 대식가였다. 하는 일 없이 기운을 달라는 심상은 강하게 보내서 다른 정령에게만큼 음양에게도 주어야 했다.
가끔 머리에서 넘쳐 나는 기운을 흡수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하는 일 없이 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천족과 마족이 있는 세상이었다. 에반은 음양의 장래가 걱정이지만 자식 같은 정령을 버릴 수도 없으니 계속 부양해야 했다.
음양은 마나석이 있는 아이템의 기운도 탐내고 있었다. 음양은 내공심법으로 정제된 기운보다는 자연 상태인 마나석의 기운이 더 끌리는 것 같았다.
아이템들은 만약을 위한 것이니 에반은 음양에게 탐내지 말라고 명령까지 해야 했다.
계곡의 상류는 절벽이 점점 높아지고 폭은 더욱 좁아졌다.
‘설악산의 계곡도 이런 길을 몇 시간 가야 했으니 이 산맥도 엄청 크겠지.’
에반은 구불거리며 계속 이어지는 계곡을 지나며 혼잣말을 했다.
이제는 바위로만 이루어진 좁은 계곡이라 더 이상 탐색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끝까지 가지 않는다면 찜찜하다고 생각한 에반은 수련 삼아 조금씩 뛰는 길을 늘렸다.
계곡은 직선으로는 반나절이 안 되는 거리지만 바위와 험한 장애물이 있고 휘어진 지형으로 통과하는 데 몇 배의 시간이 걸렸다.
에반은 혹시 계곡의 끝에서 기연이나 보물이라도 있을까 해서 끝장을 보려고 했지만 아직 끝은 멀었다.
아침의 기본 수련을 끝내자 간단한 점심을 가지고 에반은 계곡을 달렸다. 돌아올 시간도 있어야 해서 아직 계곡의 3할도 가지 못했다.
계곡 탐색에 흥미를 잃은 에반은 외우기만 했던 경공법을 연습했다.
창천문에서도 현대에 맞지 않은 많은 수련법은 설명만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교통수단이 많은 현대에서 경공법을 수련하는 사람은 없었다.
경공법 자체도 수련이지만 그 시간에 기초를 다지는 것이 나으니 경공법까지 수련할 사람은 없었다.
에반은 시범으로 본 경공법을 연습하며 달렸다.
처음 연습하는 것이라 경공은 걷는 것보다 느렸다. 내공을 운기해야 제대로 경공법을 사용할 수 있다.
에반은 느려도 수련이라고 생각하며 기억과 심결에 따라 경공을 연습했다.
에반은 물을 박차거나 한 발에 십여 미터를 뛰는 것을 꿈꾸며 느리고 힘겹게 움직였다.
에반은 느리고 힘든 경공 수련을 하다 답답하면 뛰면서 계절을 보냈다.
에반은 설장할 나이였고 잘 먹고 수련까지 해서인지 무섭게 키와 몸이 컸다. 뛰면서 성장판이 자극되는지 자고 나면 키가 커졌다.
에반이 꾸준히 낙오된 고블린과 오크를 잡아서 최근에는 마을 근처에서 몬스터를 보기 어려웠다.
에반은 달리다가 고블린 한 마리를 계곡에서 발견했다.
“아직 남은 놈이 있었나? 정말 몬스터를 박멸하기가 어렵네.”
에반은 오랜만에 만난 고블린을 정령들의 여러 기술로 괴롭히다가 단검으로 치명상을 주었다.
“파이어 볼, 이건 이제 2번 남았나?”
마지막은 마법 아이템의 파이어 볼을 시험하며 끝장을 냈다.
이미 동물들을 많이 잡고 직접 숨을 거두지 않아서인지 고블린을 죽여도 마음의 거리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