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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23화)
7. 절벽 속의 동굴(3)
영주가 개척 마을에 세금을 물리거나 상단이 횡포를 부리면 바로 에반에게도 영향을 미치니 귀를 기울였다.
둘은 왕과 영주나 상단을 거론하며 이야기하지만 에반이 지구에서도 듣던 이야기와 비슷했다.
에반은 전생에도 듣던 비슷한 이야기에 어디나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하고 지배층의 행태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겨울 동안 만든 농기구와 무기들이네. 가격은 적당히 쳐 주고 철괴를 많이 모아 주게.”
적당히 인사와 이야기를 끝냈는지 알포스는 겨울 동안 만든 농기구와 무기들을 흥정했다.
몬스터에게 휩쓸린 마을이니 농기구와 무기들이 부족해 평소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흥정해야 했다.
그러나 둘은 오랫동안 거래를 했는지 알포스는 알아서 하라는 말을 하며 넘겼다.
“헤밀턴 상단은 언제 지나갔나?”
“3일 전에 지나갔네. 지난해는 몬스터들이 더 날뛰었으니 상단들의 움직임이 평소보다 늦었네.”
알포스는 모리스 요새를 왕복하는 헤밀턴 상단에 대해 물었다.
에델 마을에도 가죽을 다루는 상점이 있지만 제값을 받으려면 상단과 직접 거래를 해야 했다.
알포스는 시기를 맞춘다고 했지만 헤밀턴 상단이 다시 돌아오려면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마을 사람들도 같이 왔으니 샤벨 타이거 가죽이 있다는 소문을 막을 수는 없겠지.’
알포스는 오래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차선책을 택하기로 했다. 보물을 가지고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이번에 콜린 마을에서 샤벨 타이거 가죽을 구했네. 가죽의 주인인 사냥꾼이 마법 아이템을 구하고 있는데 한번 알아봐 주게. 그냥 가죽을 파는 것이라면 상점에 넘길 수도 있겠지만 마법 아이템을 구하려고 하니 소문을 퍼트려 주게. 용병들이 마법 아이템과 교환하려고 할 수도 있겠지.”
“샤벨 타이거를 잡을 정도라니 대단한 사냥꾼이 콜린 마을에 있었군. 그럼 가죽 구경이라도 시켜 주게.”
“송곳니가 부러져 먹이를 잘 먹지 못해 쇠약해진 샤벨 타이거였네. 운 좋게 잡은 것인데 나를 믿고 판매를 부탁한 것이네.”
알포스는 사냥꾼 신원은 말하지 않으며 송곳니가 부러져 운 좋게 잡았다는 말을 했다.
알포스는 등에 진 샤벨 타이거 가죽과 송곳니, 발톱, 뼈들을 늘어놨다.
라울은 알포스가 꺼낸 샤벨 타이거의 부드러운 검은 가죽과 송곳니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문을 열고 한 사람이 급히 들어왔다.
“알포스, 오랜만이네. 이게 샤벨 타이거 가죽인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알포스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진열장에 펼쳐진 가죽과 뼈들을 만져 보았다.
“리프만, 잘 지냈나? 나보다 가죽이 더 반가운 것 갔군. 팔려는 가죽이 많아 자네에게도 가려고 했네.”
“콜린 마을 촌장이 자네에게 샤벨 타이거 가죽이 있다는 소리를 했어도 믿지 않았는데 정말이군.”
리프만은 계속 샤벨 타이거의 가죽에만 시선이 갔다.
“이건 내 것이 아니라 판매를 위탁 받은 것이네. 제값도 받아야 하지만 마법 아이템으로 받아야 하는데 자네가 감당할 수 있겠나?”
리프만은 에델 마을에서 가죽과 옷감을 취급하는 상점을 가지고 있었다.
알버트 촌장이 가죽 값을 흥정하면서 샤벨 타이거 가죽에 대한 정보를 말하자 바로 달려온 것이었다.
알포스가 판매 위탁 받은 물건이라고 말하며 값으로 마법 아이템을 말하지만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가죽이었다.
가죽을 자세히 살펴보면 찔린 상처가 있지만 그래도 보통 맹수 가죽보다는 상처가 별로 없는 물건이었다.
“여기 치쿠 가죽도 3장 있네. 마법 아이템이 없다면 치쿠 가죽만 사도록 하게.”
알포스가 치쿠 가죽을 꺼내며 샤벨 타이거 가죽을 천으로 묶었다.
리프만은 치쿠 가죽까지 보자 먼저 철물점까지 온 것이 실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헤밀턴 상단도 오려면 멀었으니 가죽을 팔러 도시까지 갈 것이 아니면 자신의 가죽 상점으로 와야만 했었다.
헤밀턴 상단이 늦는다면 느긋하게 가죽 값을 깎아서 매입할 수도 있었다.
자신이 먼저 찾고 철물점 주인인 라울까지 보고 있으니 체면상 치쿠 가죽 값은 제대로 치러야 했다.
“헤밀턴 상단이 많이 늦을 것 같은데 샤벨 타이거 가죽은 어떻게 처분하려고 하나?”
“처분을 위탁한 사냥꾼이 돈보다는 마법 아이템을 원하고 있네. 용병이나 마을 사람 중에서 호신용으로 숨겨 둔 아이템 하나 정도는 있을 것 같으니 소문을 내려 하네. 그런데 이 정도면 가죽에 상처도 적어 상등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격은 어느 정도로 매겨야 하겠나?”
알포스가 마법 아이템으로 판매한다는 말에 리프만은 자신에게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현금으로 산다면 감당할 사람이 없지만 마법 아이템으로 교환한다면 매입할 사람들이 있었다.
용병이나 돈이 많은 상점 주인이라면 마법 아이템 한두 개 정도는 있었다.
일단 샤벨 타이거 가죽을 사서 큰 도시에서 되판다면 이익을 남기기는 쉬우니 마법 아이템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흥정을 할 것으로 보였다.
“일단 치쿠 가죽은 5골드씩 내가 사겠네. 그리고 샤벨 타이거 가죽은 상등품이 맞지만 이런 물건은 가격을 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자네도 알 거야. 마을에 식량이 부족해 콜린 마을에서 실어 온 식량은 여기서 팔 것 같네. 자네는 남아서 헤밀턴 상단을 기다릴 건가?”
리프만은 가죽 값은 정확히 말하지 않고 콜린 마을 사람들이 내일이라도 식량을 팔고 떠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에델 마을에 식량이 부족해서 가격이 높아 도시까지 갈 필요는 없게 되었다.
알포스는 에반의 눈치를 보며 생각을 하다가 말을 꺼냈다.
“귀한 물건 가지고 언제까지 있을 수는 없겠지. 이 마을에도 마법 아이템이라면 몇 개 있을 것 같으니 내일 경매를 한번 해 보도록 하겠네.”
알포스도 에반이 제값 받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 빨리 처분하려 했다.
둘은 돈에 욕심내다가 위험을 겪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소문을 듣고 에델 마을 사람들이 계속 철물점으로 찾아오자 알포스는 샤벨 타이거 가죽을 꺼내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가죽의 주인이 마법 아이템으로 교환을 원합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아이템을 모아서 내일 경매에 참여하기 바랍니다.”
알포스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경매를 선언하며 빨리 처분하기로 했다.
알포스와 에반은 가죽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에게 저녁까지 시달리다 철물점을 하는 라울의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러는 사이에 알버트 촌장은 정보를 모으며 여러 상인과 실어 온 식량과 물건들을 흥정했다.
지나는 상단과 함께 주위 마을에서 오는 일행이 에델 마을의 큰 행사였다. 그러나 샤벨 타이거 가죽으로 상인이나 주민들의 관심은 한곳에 쏠렸다.
알버트 촌장은 적당히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가죽에 대한 정보를 흘리며 흥정을 해서 좋은 값으로 식량을 팔고 잡화를 샀다.
샤벨 타이거 가죽에 대한 경매는 마을 회관에서 열렸다.
“가죽 주인이 공격이나 방어의 마법 아이템을 원하고 있습니다. 귀한 물건을 가지고 도시로 가거나 여기서 계속 기다릴 수 없어 경매에 부칩니다. 다들 가죽을 살펴봤으니 품질은 확인했을 겁니다. 도시로 가져가거나 여기서 헤밀턴 상단을 기다리기만 해도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급적 주위의 사람과 여러 아이템을 모아 입찰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개골과 송곳니, 발톱은 가죽과 함께 거래해야 하겠지만 교환하려는 아이템이 적다면 따로 팔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마법 아이템을 감정할 사람이 없으니 횟수 제한이 있는 아이템도 직접 시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아이템으로는 교환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우선 두 개의 아이템을 제시할 분 있습니까?”
알포스가 가죽의 가격이나 경매에 대한 설명을 하며 마법 아이템 두 개부터 경매를 시작했다.
알포스는 처음부터 적은 입찰액을 불러 가급적 경쟁을 유도해 많은 마법 아이템을 받아내려 했다.
“여기 파이어 볼 5번과 파이어 애로우 4번 나가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우리는 쉴드 3번, 쉴드 4번, 힐링 2번이 되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윽, 그럼 쉴드 3번, 라이트닝 쇼트 7번 되는 아이템을 추가합니다.”
“마나석이 있는 온도 유지와 저항력 강화 아이템을 추가합니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자 여러 집단이 합쳐 아이템 숫자를 합쳐 나갔다.
자연스럽게 경쟁은 에델 마을 사람들이 모은 아이템과 용병과 스쳐 가는 사람들이 모은 아이템의 대결이 되었다.
그리고 횟수 제한 있는 아이템을 꺼내다가 드디어 마나석이 있는 제대로 된 아이템도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아이템이 나오는군요. 샤벨 타이거 가죽은 오우거 가죽보다 더 귀한 겁니다. 싸게 살 생각은 마시고 감춰 둔 아이템이나 가보인 아트팩트라도 꺼내십시오. 임자만 제대로 만나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운 가죽입니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마나석이 있는 아이템이 나오자 알포스는 샤벨 타이거 가죽의 가치를 말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맹수들은 사람들이 접근을 하면 우선 피하고 몰래 살펴보며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습성이 있었다.
그래서 샤벨 타이거 같은 맹수의 가죽은 오우거 같은 몬스터 가죽보다 구하기 어려웠다. 승산이 없으면 피하는 맹수를 잡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맹수의 가죽은 외투나 장식물로 활용하기도 좋았다. 맹수의 가죽은 부드럽고 장식물로서도 가치가 높았다.
알포스가 분위기를 띄우자 경매는 더욱 눈치 싸움과 열기를 더해 갔다.
이득이 확실하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사람들이 숨겨 두었던 아이템들이 하나둘 나왔다.
마을의 여자들까지 집안과 가문에서 사연이 있는 가보를 꺼내며 합류를 했다.
“이건 가문에서 전해지던 큐어 포이즌 아이템입니다. 손에 끼고만 있어도 독을 알려 주고 해독할 수 있습니다.”
헤밀턴 상단이 오는 이 주일 정도만 기다리면 골드를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보기 힘든 가보까지 나왔다.
몬스터도 있고 귀족 간의 항쟁도 많은 세상이니 망하는 귀족이나 재력가에서 내려오는 마법 걸린 가보가 드물지는 않았다.
꼭꼭 숨겨 두는 가보들도 개척 마을의 환경과 바로 골드를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꺼내기 시작했다.
이런 가보는 사연이 많아 현금화하기도 어려운 물건인데 마침 제대로 사용할 곳이 생기게 되었다.
“그럼 우리는 장거리를 쉽게 걸을 수 있는 마법 부츠를 추가합니다. 발이 편하고 무게를 줄여 줍니다.”
용병들도 신고 있던 신발까지 벗어서 아이템을 추가했다.
“이건 몸에 활력을 주는 아트팩트 목걸이입니다. 너무 오래되어 기능이 떨어졌지만 과거에는 아트팩트 급이었습니다.”
“이것은 오래전 힐베르트 왕국의 귀족가의 인장입니다. 별다른 기능은 없지만 마나석이 있습니다.”
경매는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의 연합이 승리하게 되었다.
용병들이 다들 하나씩 비장의 무기들이 있었지만 상점 주인들과 마을 사람들도 숨겨 두었던 가보들이 있었다.
팔기 어려워 묵혀만 두었던 가보들이 나오자 순식간에 승부가 갈렸다.
“라울이 대표인 13명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제가 정확히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마나석이나 아이템의 질에서 우위가 분명합니다. 그럼 서약과 아이템 확인을 하겠습니다.”
알포스는 마법 아이템의 주인들과 모여 아이템을 내역과 사용 방법을 글로 적고 서명하게 했다.
아이템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배분된 몫을 회수하려는 준비였다.
옆에서 에반은 알포스가 직접 아이템을 발현하는 것을 보며 마법을 실감했다.
상점 주인들이 주로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은 횟수 제한이 있는 실드와 마법 화살로 공격하는 것들이었다.
상점 주인들의 마법 아이템 중에서 횟수 제한이 있는 것은 시험하지 않고 새롭게 마을에 합류한 사람들의 아이템만을 시험했다.
숨겨 둔 가보들은 귀족의 신분이나 가문을 나타내던 인장과 장신구로 악에 대한 보호나 독과 상처를 치료하는 아이템들이었다.
그중에는 단지 작은 마나석만 있어 수련에 도움이 되는 반지들도 있었다.
시험하거나 평가하기 까다로운 아이템들이지만 모양부터가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 상처 치료 아이템만 상처를 내서 시험했다.
가보들은 나름대로 다들 사연이 있는 것이지만 개척 마을로 몰린 사람들에게는 당장 식량을 살 수 있는 골드가 더 필요했다.
알포스도 인장과 같이 사연 있는 것들은 받기 꺼려지지만 에반이 사냥을 하며 몸을 보호할 것들이니 모두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