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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22화)
7. 절벽 속의 동굴(2)


세상은 자식에게 부모들의 지식이 이어지니 에반의 여러 기술을 부모에게 배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에반이 샤벨 타이거를 잡았다고 말해도 믿을 사람이 없으니 일부러 소문낼 생각은 없네. 하여간 소 두 마리를 마을에 기부한다니 에반에게 고맙다고 전해 주게.”
듣고 있던 알버트 촌장은 알포스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가뭄과 전염병, 몬스터, 맹수로 밭을 갈 소가 부족했다. 두 마리라도 얻을 수 있다면 밭을 갈기가 한결 쉽게 된다.
촌장이 에반에 대한 생각이 많다고 해도 일부러 소문을 퍼트릴 것이 아니라면 마을에 이득이 될 것을 취해야 했다.
샤벨 타이거를 잡을 정도의 마을이라고 소문이 나면 이주민도 더 모을 수 있었다.
“지난해 개척 마을들의 방어력이 약해져서 올해도 여러 마을이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저도 무기는 재료값만 받고 만들어 공급하려고 합니다. 방어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시고 이번에 가급적 많은 물품을 사 와야 합니다. 저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이 마을로 옮겨 왔으니 두 분도 마을을 위해서 잘 준비해 주십시오.”
알포스는 에반으로 인해 마을의 구심점인 두 사람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몬스터 이야기를 꺼냈다.
안전을 위해 에델 마을에서 외진 콜린 마을로 온 알포스는 이번 가을의 몬스터 공격을 걱정하고 있었다.
알포스의 말에 알버트 촌장과 토마스 자경대장은 각자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알포스가 마을을 지킬 무기는 재료값만 받겠다는 말에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둘은 지난해 자신들의 마을에 오우거나 몬스터가 많이 몰려오지 않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올해 마을을 지킬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봄의 상행에 대해 고려할 것이 많았다.
알포스가 자리를 뜨자 둘은 상행에 대해서 상의를 하며 올해는 어떨지 서로 이야기를 했다.

“에반아, 요즘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니?”
에반이 아침을 먹고 바로 마을을 벗어나서 저녁에나 돌아오자 데리는 불만이 많았다.
“매일 사냥한다고 숲을 돌아다니고 있잖아? 이번에 치쿠를 또 잡으면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어 줄게.”
에반도 데리에게 잡혀 살고는 싶지 않아 남자들의 무기인 일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었다.
그래도 후환이 두려워 귀한 모피로 신발을 만들어 준다는 약속을 했다.
수련으로 바쁜 에반이 데리의 남동생처럼 집에서 지낼 수는 없었다. 오히려 집을 자주 나가는 아버지처럼 선물로 데리의 투정을 막고 있었다.
에반이 쉽게 비싼 모피를 구하니 가능한 사치였다. 이렇게 계속 응석을 받아 주면 버릇이 없어진다는 것을 에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세상에 기댈 곳이 없는 에반은 자신에게 투정을 부리는 데리가 귀엽기만 했다. 데리의 얼굴이 계속 마음에 있으니 항상 기분을 맞춰 주고 있었다.
“촌장과 자경대장이 소를 받고 함구하는 데 찬성을 했다. 언제까지 소문이 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올해는 많이 퍼지지 않을 거다. 그런데 토마스는 네가 하는 수련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데리야, 말만 한 처녀가 어린 에반에게 무슨 투정이냐?”
알포스는 에반에게 촌장과 했던 합의를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아버지께 튀어나온 못이 망치질을 당한다는 말을 들어서 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샤벨 타이거 가죽을 파는 올해만 지나면 소문도 없어질 겁니다. 그리고 치쿠는 제가 쉽게 잡을 수 있으니 데리에게 몇 개 주어도 됩니다.”
에반은 재주가 있으면 위험한 일을 당한다는 것을 돌려 말하며 알포스가 촌장과 합의를 이끈 것에 감사를 표했다.
“치쿠 가죽은 잘만 팔면 소 한 마리 가격이다. 데리에게 그냥 옷이나 하나 사 줘라. 그리고 이번에 샤벨 타이거 가죽을 팔아야 하는데 같이 가는 것이 어떠냐?”
“그럼 저도 따라가서 구경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죽은 아저씨가 알아서 팔아 주셔요.”
에반은 상인과 용병들이나 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따라가기로 했다.
샤벨 타이거의 가죽은 귀해서 일반 상점에서 제값에 팔기에는 어려운 물품이었다.
그러나 에델 마을은 요새로 통하는 길이 있어 가죽 상인이나 상단이 지나갔다. 알포스는 요새에 갔다 오는 상단의 통행 시기에 맞추어 샤벨 타이거의 가죽을 처분하려고 했다.
귀한 물건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도 부담되는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내일 움직이려고 하니 멀리 움직일 준비는 해 두어라.”
“그런데 정말 마법이나 마법 아이템들이 있습니까?”
에반은 돈보다는 신기한 마법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가죽을 팔아서 마법서나 마법 아이템을 구하기를 원했다.
“나도 마법사나 마법을 직접 본 적은 드물지만 여기저기 들은 것은 많지. 그래도 간단한 마법 아이템은 용병들이 제법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용병 생활을 오래한 용병들은 무기에 달거나 장신구로 위장한 마법 아이템이 하나 정도는 있지. 마법 아이템은 다들 잘 숨겨 두기는 하지만 무기 수리를 해 주며 손잡이 같은 곳에 달린 마법 아이템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번에 가죽을 팔면 호신용으로 마법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산에 자주 오르는데 호신을 위해 용병들처럼 간단한 마법 아이템을 구하고 싶습니다.”
에반은 용병들까지 간단한 마법 아이템을 가지고 다닐 정도라는 소리를 듣자 구하고 싶었다.
고블린과의 전투도 겪자 에반은 이제 돈보다는 안전을 더 원하게 되었다.
“나도 샤벨 타이거 가죽의 가격이나 마법 아이템 가격은 알지 못한다. 그래도 가죽을 매입할 상인이면 마법 아이템도 구할 수 있으니 알아보마.”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어리지만 앞으로 맹수들도 사냥할 자신은 있습니다. 지금은 어리니 몸을 보호할 마법 아이템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에반이 나서서 상인들을 상대할 수도 없고 마법 아이템을 구할 수도 없으니 오직 알포스의 양심을 믿어야 했다.
촌장이나 토마스의 눈치가 있으니 샤벨 타이거의 가죽 값이야 제대로 받겠지만 마법 아이템은 다른 문제였다.
용병 경험이 있는 토마스에게 부탁할 수도 있겠지만 도시와는 한참 떨어진 개척 마을에 있는 것이 문제였다.
가죽을 매입하는 상인의 인맥으로 마법 아이템을 구할 수 없다면 이 부근에서는 토마스라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지난 가을에는 몬스터의 공격으로 너무 늦게 식량을 팔러 움직여 많은 양을 옮기지는 못했다.
바쁜 봄에 마을 장정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있지만 마을로서는 식량 가격이 높아진 봄에 팔게 되어 다행이었다.
가을에 미처 팔지 않은 식량과 겨울 동안 집에서 만든 물건을 모아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사람들은 에반이 만든 지게와 마을의 모든 수레에 짐을 싣고 길을 나섰다.
다들 농사일이 바쁘지만 식량 외에도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해야 하니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여정은 몬스터에게 무너진 에델 마을까지 간 후에 도시까지 갈지 근처에서 식량과 물품들을 팔고 교환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통신과 정보가 발달한 곳도 아니니 지나는 마을과 도시의 상황을 파악해 처분을 결정해야 했다.
에델 마을은 산맥 안의 전진기지인 요새로 가는 주요 통로였고 여러 개척 마을의 길목이었다.
중요한 마을이지만 지난 가을 워낙 몬스터에게 입은 피해가 컸다.
마을의 방비가 걱정스러워 알포스 가족이 떠날 정도였으니 지금은 어느 정도 복구가 됐을지 알 수 없었다.
개척 마을 농부들은 대장장이인 알포스 가족처럼 마을을 버리고 떠날 수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겨울 동안 목책을 세우며 열심히 복구했을 것이다.
“아저씨, 에델 마을은 올해 무사히 농사를 하며 마을을 지킬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에델 마을이 겨울 동안 무너지지 않았으면 봄에는 상단들이 지나며 마을의 방비를 도울 수 있으니 가을까지 버틸 수는 있겠지. 그래도 가을이면 다시 몬스터의 공격이 있을 텐데 영주나 용병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또 무너지게 될 거야. 한 번 무너진 곳은 특별한 도움이 없으면 계속 무너질 수밖에 없어서 나도 마을을 떠난 거야.”
“그래도 또다시 오우거 같은 거대 몬스터만 공격해 오지 않으면 버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너도 맹수나 몬스터에 대해서 사냥을 하니 알겠지만 한 번 휩쓸린 마을에서는 새롭게 인간의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주변의 몬스터를 물리치고 영역을 확고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에 맹수나 몬스터가 가끔 나타나 밭에 나가는 것이 위험하다. 한 번 휩쓸린 마을은 그래서 다시 세우기가 어렵지. 에델 마을은 중요한 곳이니 내가 주장했던 것처럼 아예 마을을 비우면 영주나 상단, 용병단들이 힘을 모아 줄 수밖에 없겠지. 어설프게 마을을 지키고 있으면 영주나 상단들이 제대로 도와주지 않을 거야.”
“아, 영역 말씀이군요. 저도 작은 동물뿐만 아니라 맹수나 몬스터들이 영역을 표시를 해서 서로 싸움을 피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을 주변을 인간의 영역으로 확실히 하려면 영주의 군대나 용병들이 한동안 순찰을 해 주어야 하는군요.”
알포스는 에반에게 몬스터에게 휩쓸린 에델 마을은 단순히 마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영역 문제라는 것을 말해 주었다.
에반도 맹수나 몬스터가 서로 보이지 않는 영역 표시로 경계를 표시하는 것을 알고 있어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콜린 마을에서 에델 마을까지는 서둘러야 저녁 전에 도착하는 거리였다.
길은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아 풀도 많고 나뭇가지도 쓰러져 있어 일행의 발걸음을 늦추었다.
그래도 마을을 개척할 때 마차가 다닐 정도는 길을 마련해 두어 마차로 짐을 옮길 수 있었다.
길 중간에서 몬스터의 습격을 받는다면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그래도 콜린 마을에서 에델 마을까지의 길은 워낙 왕래가 없으니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안심이었다.
상단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면 배고픈 몬스터나 산적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에반은 마차에 있으면서 정령들에게 넓게 정찰을 시켰다.
마을 사람들만으로 몬스터와 싸우기는 어렵지만 석궁이 있으니 진형만 갖춘다면 소수의 몬스터는 쉽게 물리칠 수 있었다.
에반도 마을 사람들과 미리 준비한다면 몬스터를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동행하는 것이었다.

짐을 실은 수레가 많고 길이 험했지만 새벽부터 미리 나선 일행은 어두워지기 전에 에델 마을에 들어섰다.
에반이 멀리서 본 에델 마을은 지난 가을에 완전히 파괴되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마을 주변에는 콜린 마을과 달리 넓은 농지가 펼쳐져 있었다. 목책도 이미 완전히 세워져 있고 멀리서도 사람들이 보였다.
“아저씨, 마을에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에델 마을은 농지가 많으니 몬스터에게 휩쓸리게 되었다는 소문이 나면 도시의 하층민이나 주변 개척 마을에서 사람들이 몰렸을 수도 있겠지.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아 문제겠지만 이 정도면 가을까지는 그런대로 버티겠어.”
알포스는 자신이 떠난 마을이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는 것을 보자 착잡한 것처럼 보였다.
일행은 여러 번 드나든 알버트 촌장이 앞장서 인사를 하며 마을 회관에 짐을 풀었다. 주변 마을 사람들은 돈이 드는 여관보다는 마을 회관에 머무를 특권이 있었다.
촌장과 마을 사람들은 식량을 팔기 위해 소식을 모으려 주점과 상점으로 흩어졌다.
에반도 철제품을 팔려는 알포스를 따라 상점으로 갔다.
에델 마을은 철이나 식량, 가죽을 취급하는 전문 상점이 있었다. 상단과 주변 개척 마을의 중심지라서 상점을 유지할 매출이 되었다.
“라울, 오랜만이네. 잘 지내나?”
알포스는 여러 철제품과 잡화를 진열해 둔 상점에 들어서며 인사를 건넸다.
“죽지 않고 있었군, 그래 콜린 마을에서는 지낼 만했나?”
“안전을 위해 옮긴 것인데 나야 큰일이 있겠나? 그래도 에델 마을이 무사히 있어 내 마음이 한결 가볍네.”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빠르게 마을을 복구했네. 그래도 아직 마을에 대장장이가 없는데 다시 마을로 오는 것이 어떤가?”
“자네도 한 번 몬스터에게 휩쓸린 마을이 다음 해에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 그렇게 말하나? 나 혼자면 모르겠지만 더글라스와 데리가 있으니 당분간 콜린 마을에 있어야겠네. 자네도 잠시 피하는 것이 어떻겠나?”
“자네야 대장장이니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거지. 나야 자리를 비우면 바로 다른 사람이 상점을 열게 되지 않나?”
“그래도 목숨이 우선이지 않나? 그리고 이 애는 콜린 마을에서 같이 지내는 에반이라고 하네.”
철물점 주인과 알포스는 친한지 한참을 안부를 나누었고 에반을 소개했다.
이후에 둘은 자리에 앉아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반도 곁에서 영주와 상단, 용병단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