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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21화)
6. 수련과 부작용(4)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위험으로 권법조차도 실전에 쓰는 기법은 가르치지 않았지만 단검이나 검법은 제대로 가르치는 경우가 있었다.
검이나 단검 같은 것을 가지고 다니지는 않으니 배우는 데 제약이 덜한 편이었다.
그래서 손발을 다루는 권법을 깊이 배우지 않고 검을 가르치는 단계로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강철호도 멋도 있고 재미있어서 투척술을 연습했고 검법도 기초를 넘어 배웠었다.
수련과 보여 주기 위한 검법이지만 여러 상승 검법의 형과 심결까지 외웠었다. 검법에 스며든 깊은 뜻은 알지 못하지만 멋을 위해 익혀 둔 것이다.
검법은 더욱 대련 등으로 실전을 연습하지 못했지만 투척술은 지금 바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나이프가 가죽이 두텁고 빠른 맹수와 무리 지어 다니는 몬스터에게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샤벨 타이거나 수십 마리씩 몰려다니는 몬스터는 나이프로 해결할 수가 없었다.
에반은 넘치는 기운에 취해 숲을 뛰어다니고 나이프를 던지며 유사 검기로 나무도 자르며 자신 있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맹수나 몬스터를 만난다면 단검으로 치명상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어설픈 유사 검기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어린 에반의 힘으로 큰 맹수와 몬스터를 대적하기에는 어려웠다.
결국에는 매운 울루 열매 가루를 퍼트리며 도망칠 가능성이 많았다.

“치쿠는 더 없나?”
에반은 나이프로 족제비같이 모피가 비싼 동물을 사냥하고 있었다.
족제비류는 덫으로 잡는 것이 효율이 좋겠지만 숲을 뛰어다니는 에반은 나이프를 사용하려고 했다.
정령으로 동물을 찾고 움직임을 제약하자 나이프로 족제비 같은 빠른 동물도 잡을 수 있었다.
에반은 달리다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까지 진출했다. 처음으로 들어온 숲은 냄새가 달랐다.
사람이 없는 숲은 원시림 특유의 냄새가 났다. 썩은 나무와 잎이 쌓이고 동물과 곤충이 있는 숲은 특유의 습하고 싸한 냄새가 있었다.
간이 커진 에반이지만 숲의 냄새가 달라지자 긴장감이 생겼다. 익숙하지 않은 원시의 냄새는 사람을 저절로 긴장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동물이나 몬스터나 분비물의 냄새로 영역을 알리며 경고를 한다.
인간의 마을 주변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많은 냄새가 주변으로 퍼져서 저절로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인간의 후각으로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에반이 발을 디딘 곳부터가 몬스터들과 맹수들의 영역이었다.
경계 부근에 집중적으로 묻혀 둔 분비물의 냄새와 원시림의 냄새가 에반에게 위기감을 일으켰다.
“풍, 멀리까지 돌아보고 와라.”
에반은 정령 풍에게 멀리까지 정찰하게 했다.
곧 나무들에 맹수들이 긁어 둔 자국과 진흙에 남은 몬스터들의 발자국이 풍이 보내 주는 심상에 보였다.
정찰에 활용하기 위해 자주 훈련시킨 풍은 에반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나무에 새겨진 자국이나 바닥에 찍힌 발자국들은 이곳이 여러 영역의 교차점이자 맹수나 몬스터가 자주 다니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아무리 간이 부은 에반이지만 냄새나 발톱 자국으로 알리는 영역의 의미는 알고 있었다.
갑작스런 맹수와 몬스터의 흔적에 에반은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몬스터나 맹수를 만나면 상대할 여러 방법들을 계획했었지만 갑작스런 접촉에 당황하여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야생에서 맹수들이 싸운다면 어느 한쪽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맹수들은 서로 냄새로 영역을 정하는 방법으로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다른 종류의 맹수들 간에도 노리는 먹이가 비슷하고 힘이 비슷하다면 서로 영역을 나누어 견제하는 편이었다.
약한 맹수들은 보통 무리를 지어 큰 맹수를 견제하거나 뒤처리를 하는 방법으로 틈새를 노리는 편이었다.
종류가 같거나 다른 종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영역으로 숲은 복잡한 경계가 이루고 있었다.
이 지역의 가장 큰 세력인 인간의 경계와 닿은 지점은 많은 맹수와 몬스터들이 주시하는 곳이어서 여러 흔적과 냄새가 몰려 있었다.
그래서 동물 같은 감각이 없던 에반도 쉽게 흔적과 냄새를 맡아 물러날 수 있었다.
겁이 나고 당황하여 언덕을 하나 넘어 계속 달리던 에반은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휴, 이거 쪽팔리네. 그래도 영역의 경계를 알았으니 건진 것은 있지.”
당황하여 무작정 도망친 에반은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래도 맹수나 몬스터의 흔적과 영역을 발견했다고 위안을 했다.
도망친 후 에반은 정령들을 활용해 경계를 조심스럽게 정찰했다.
에반은 정령들로 맹수나 몬스터의 종류와 영역을 살피면서 숲의 질서를 파악했다.
매일 몬스터와 맹수들이 서로 싸울 수는 없으니 각 영역과 생활 주기가 정밀하게 짜여 있었다.
영역과 먹이나 식수원이 겹친다면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워 질서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맹수나 몬스터가 유입되거나 먹이인 초식 동물의 변화가 없다면 숲의 질서는 가급적 오래 유지되는 편이었다.
에반은 경계를 살피며 지도에 맹수와 몬스터를 그려 넣으며 숲의 지도를 만들어 갔다.
정령과 맹수들의 습성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파악할 수 없는 숲의 질서에 대한 지도였다.
에반은 숲의 영역 지도를 완성해 가며 야생의 숲에 조금 더 익숙해져 갔다.

숲을 지나던 에반은 고블린 두 마리가 경계를 넘어 사냥하려는 것을 발견했다.
경계 근처에는 낙오된 고블린 십여 마리가 작은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소수의 고블린들은 다른 몬스터나 맹수를 물리치고 영역을 확보하지 못했다.
영역이 없는 고블린들은 몰래 인간의 영역에 들어와 사냥을 하고 먹이를 구했다.
수도 적고 영역도 마련하지 못했으니 곧 사라질 무리지만 그동안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고블린들이 굶주린다면 마을 근처까지 접근해 여자나 홀로 있는 농부를 습격할 수도 있었다.
에반은 걱정하던 떠돌이 몬스터를 보자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못 본 척할 수도 있지만 데리의 안전도 걱정이고 소수의 고블린은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에반은 단검을 확인하며 정령들에게 전투를 준비시켰다.
“오행, 풍. 이제 전투를 해야 한다. 내 목숨이 걸렸으니 연습한 대로 잘해라.”
‘잘할게. 잘할게.’
아직 정령들은 자아가 성숙하지 못해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에반은 정령들이 잘할지 걱정이 되었지만 긴장이 없다면 연습한 대로 잘한다는 생각에 전투를 각오했다.
에반은 풍으로 고블린들을 살피며 습격의 기회를 기다렸다.
많은 글과 여러 분야에서 인내심을 강조하고 있었다. 사냥도 끈기와 인내심이 있어야 했다.
자신 있다고 고블린들을 그냥 습격할 수는 없었다. 지켜보며 최선의 기회를 노려야 했다.
에반은 끈질기게 기다리며 고블린들이 흩어지거나 습격하기 편한 지형을 기다렸다.
곧 고블린들이 능선의 큰 바위가 모여 있는 지형으로 움직였다. 에반은 빠르게 움직여 바위들 위에 자리를 잡았다.
에반은 바위 위에서 조용히 고블린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목책에서 안전하게 활을 날릴 때와는 위기감과 긴장감이 달랐다.
에반은 차츰 호흡이 깊어지며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을 느꼈다. 수련의 성과인지 몸이 굳으며 긴장하지는 않았다.
고블린들이 바위 근처로 다가오자 에반은 예민해진 감각을 느끼며 단검을 하나 꺼냈다.
‘오행, 풍.’
에반은 오행과 풍을 마음으로 부르며 유사 검기가 서린 단검이 고블린의 목에 꽂히는 장면을 그렸다.
마음으로 고블린을 잡는 장면을 그리며 에반은 고블린을 겨냥해서 단검을 차례로 던졌다.
홀로 실전을 겪어서인지 순간 정신이 고양되며 단검이 날아가는 것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머리와 몸으로 가던 단검들은 정령들의 도움으로 약간씩 경로가 변했다. 그리고 움직이는 목표에 정확히 도착을 했다.
에반의 비교적 정확한 투척과 정령들의 유도로 단검은 차례로 고블린들의 목에 꽂혔다.
세 개의 표적이 움직였지만 풍이 단검을 조정해 잘 유도했다.
오행은 단검에 날카로움을 더했다. 위에서 던지는 힘과 유사 검기로 단검은 고블린의 목에 깊이 꽂혔다.
“잘했어, 오행과 풍 모두 잘해 주었어. 여기 상으로 기운을 먹어라.”
에반은 단검으로 순식간에 세 마리의 고블린을 처치하자 너무 기뻤다. 정령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처음 적을 물리친 것이다.
‘잘했지, 좋아.’
‘좋으면 뛰자, 바람이 불어.’
정령들도 에반의 기쁜 마음에 전염되어 날뛰었다.
지루한 수련이었지만 조금씩 쌓이자 작은 몸으로도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몸을 얻은 대가로 부작용도 많았고 수련에 난관도 많았지만 진전은 있었다.
여러 난관을 뚫고 에반은 처음으로 수련으로 쌓은 힘을 실전에서 사용해 보았다.



7. 절벽 속의 동굴(1)


촌장의 만물상에 자경대장인 토마스와 알포스가 모였다.
“에델 마을로 언제 가실 예정이십니까? 저도 만든 것을 팔고 철괴도 사 와야 하니 같이 갔으면 합니다.”
촌장과 자경대장을 부른 알포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알포스는 봄의 교역 전에 할 말이 있어 이렇게 자리를 만든 것이다.
어차피 봄이 되어 옷감이나 잡화를 사 오고 겨울 동안 마을에서 만든 수공품을 팔기 위해 움직여야 할 시기였다.
“가긴 해야겠지만 아직 길에 눈도 남아 있어 아직 언제 움직일지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알포스가 먼저 말을 꺼내자 알버트 촌장은 느긋하게 말을 받았다.
고아에서 갑자기 황금 알로 변한 에반을 데리고 있는 알포스가 알버트 촌장의 입장에서는 약간 유감이 있었다.
샤벨 타이거 가죽이라면 마음씨 좋은 촌장이나 마을을 지키는 자경대장도 유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에델 마을로 가는 길에 샤벨 타이거 가죽을 팔려고 합니다. 그리고 소 두 마리를 마을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에델 마을로 가는 사람들에게는 에반이 샤벨 타이거를 잡은 것을 함구하도록 해 주십시오.”
알포스는 소 두 마리를 대가로 바로 원하는 것을 말했다.
재주가 있으면 고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알포스는 에반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시간이 지나면 소문이 나겠지만 가죽을 파는 올해만 소문을 막으면 퍼지더라도 황당한 소문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알포스가 소 두 마리를 대가로 에반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 하자 촌장과 자경대장은 서로 눈치를 봤다.
어린 에반이 맹수를 잡았다고 하면 자신들도 믿기 어려우니 일부러 소문을 퍼트릴 생각이 아니면 퍼질 수 없는 정보였다.
알포스가 먼저 대가를 제시하고 소문만 막아 달라는 말을 꺼내자 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덫을 놓는 것을 알포스가 가르쳐 준 겁니까?”
자경대장인 토마스가 궁금한 것을 먼저 물었다.
“대장장이인 제가 덫에 대해서 어떻게 알겠습니까? 에반이 돌아가신 부모님께 배운 것과 스스로 생각해서 만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덫을 만든다고 모두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정말 운이 좋아 샤벨 타이거를 잡았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운이 있지 않습니까?”
“에반이 요즘 혼자서 수련하는 것 같은데 그것도 가르쳐 준 것 아닙니까? 그리고 에반의 부모들에 대해 아는 것은 없습니까?”
토마스는 혼자 수련하는 에반을 가끔 훔쳐보고 있어 말이 나온 김에 물었다.
원래 비법이나 비전이라는 것은 서로 말도 꺼내지 않지만 알포스도 제3자이니 물어보는 것이었다.
“저는 바빠서 에반이 혼자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에반의 부모들과 십 년 가까이 한 마을에서 지내지 않았습니까? 겨울 동안 같이 지낸 저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알겠습니까?”
토마스도 용병을 했지만 기사들이 하는 제대로 된 수련법은 들은 것이 없었다. 에반이 이해하지 못할 수련을 하자 궁금해서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은 에반의 아버지가 징집되었다가 개척 마을로 왔다고만 알고 있었다.
개척 마을에서 서로의 내력을 캐지는 않았다. 다들 어쩔 수 없이 개척 마을로 온 것이니 과거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고아인 에반이 능력을 발휘하자 사람들은 뒤늦게 부모의 신분 내력에 여러 추측을 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