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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25화)
7. 절벽 속의 동굴(5)


에반은 인간형 몬스터를 공격한 후에 스스로의 마음을 걱정했다. 전투 피로증이나 후유증에 대한 말을 많이 들어서 전투 후에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다.
다행히 몬스터는 적을 죽이는 데 망설이지 않는 무인의 마음이 방패가 되고 있었다.
에반은 전생에서 직접 가축을 죽인 경험도 없었다. 동물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해체하는 것도 아직은 많이 부담되었다.
에반의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기본 정신이나 인식은 아직 현대인이었다.
에반은 파이어 볼에 그을린 고블린을 보자 왠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깨끗이 죽여도 되는데 너무 괴롭히고 죽였다는 자책이 들었다.
‘이것도 주화입마의 전조인가? 요즘 좀 잔인해진 건가?’
울적한 에반은 계곡을 달리며 정령들에게도 오랜만에 기운을 주며 칭찬을 했다.
“아까 고블린을 잘 공격했어. 다들 고마워.”
‘자주 불러 줘.’
‘계속 달려.’
‘배고픈데 기운을 더 줘요.’
“음양은 좀 그만 먹어라. 너만 뚱뚱해지고 있잖아. 너도 빨리 움직여서 정찰이나 해 봐라. 차라리 건곤으로 만들 것을 그랬나. 하늘과 땅이면 정찰은 잘했을 것 아니야.”
에반은 하는 것 없이 기운은 받아 가던 음양에게도 정찰을 지시했다. 음양은 투덜거리며 다른 정령보다 느린 뚱뚱한 몸을 움직였다.
‘마나석 찾았다. 흡수해도 되지?’
계곡을 달리던 에반은 음양이 마나석을 발견했다고 하자 걸음을 멈췄다. 절벽 중간에서 음양이 마나석을 발견했는지 기운을 흡수하고 싶다는 심상을 전해 왔다.
에반은 드디어 음양이 기운 값을 했다고 생각하며 정령들에게 마나석 주변의 절벽을 정찰시켰다.
‘마나석 광산이라면 정말 대박이지. 아직 지킬 힘은 없지만 나중에 개발하면 되는 거지.’
그러나 오행은 마나석을 확인하지 못하고 주변과 다른 지형이나 광맥도 찾을 수 없었다.
바위에 깊이 마나석이 박혀 있다고 해도 오행의 토와 금의 성질이라면 찾을 수 있어야 했지만 음양이 본 마나석을 찾지 못했다.
에반은 기운 값 못하는 음양이 기운이 몰린 곳이라도 찾았다고 생각해서 기운 흡수를 허락했다.
마나석이 아니라면 음양이 기운을 흡수해서 몸이라도 불리게 했다.
“음양이 하는 것이 그렇지. 절벽에 기운이 뭉친 곳이라도 있나. 그래 먹어라. 앞으로 마나석인지 뭉친 기운인지 구별해서 말해라.”
‘마나석 맞는데.’
에반의 허락이 있자 음양은 투덜거리며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정령이나 정신생명체라고 해도 마나석이나 자연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은 어려웠다. 인간이 소화를 하듯이 정신체도 기운을 정신과 동조하며 소화해야 했다.
음양은 태극의 원리로 기운을 이끌어 흡수해 나갔다. 태극의 흐름으로 기운을 정제하고 분류하며 많은 기운을 쉽게 소화할 수 있었다.
음양이 마나석의 기운을 흡수하자 절벽 한곳에 없던 구멍이 드러났다.
에반은 마법진으로 동굴을 가린 것이라는 것을 추측하며 음양에게 마나석 흡수를 중지시켰다.
‘음양, 그만 흡수해라. 주인 있는 물건이다. 이거 마법사가 열 받아서 공격하는 것 아니야.’
에반은 조심스럽게 물러나며 풍에게 동굴 안으로 들어가 정찰을 시켰다.
음양이 마나석의 흡수를 멈추자 동굴 입구는 천천히 주변 절벽의 모습으로 변해 갔다. 음양이 마나석을 많이 흡수했는지 완전히 입구를 가리지 못했다.
마나석이 다시 충전되는 기능이 있지만 입구가 복구되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았다.
깊지 않은 동굴을 금방 정찰한 풍은 동굴의 여러 모습을 에반에게 심상으로 전해 주었다. 사람이 살던 여러 흔적은 있지만 생명체는 없었다.
그러나 에반은 정령들이 동굴이나 마나석도 찾지 못했으니 풍의 정찰에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정령에게 동굴 구석구석 숨겨진 것들을 살피게 하면서 에반은 계속 물러났다.
안전제일을 좌우명으로 생각하던 에반은 급할 것 없다고 보고 며칠간 지켜보기로 했다.
기연인지 함정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에반은 모처럼 기운 값 한 음양을 칭찬하며 돌아갔다.
다음 날부터 에반은 한껏 부푼 꿈을 꾸며 동굴 근처를 정찰했다. 동굴 입구는 하루 만에 주변 절벽과 구분할 수 없었다.
에반은 음양이 오행의 정령과는 다르게 마법에 내성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천덕꾸러기에서 황금 알로 변한 음양을 칭찬하며 정찰을 시켰다.
혹시 동굴에 있는 마법사의 신경을 건드릴지도 몰라 마나석은 흡수하지 못하게 하며 동굴을 자세히 살피게 했다.
에반은 동굴에 숨겨진 장소가 더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법사가 숨겨진 장소에 있을지도 몰랐다.
에반은 음양에게 기운이 많은 인간이라는 마법사의 의미를 알려 줘 찾게 했다.
음양이 보내오는 심상에는 동굴이 여러 마나석과 마법진에 도배가 되어 있었다.
음양은 기운을 부드럽게 타 넘고 동화하며 동굴의 공간을 넘나들었다.
예상대로 크지 않은 동굴은 음양이 정찰을 하자 여러 숨겨진 방들이 있었다. 다행히 마법사로 보이는 생명체는 없었다.
음양이 숨겨진 방 중에서 책과 보석과 아이템 있는 방의 심상을 보여 주자 에반은 위험을 무릅쓰고 동굴을 탐험하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던전을 발견했으니 탐험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목숨 걸고 직접 전투하기 꺼려 하는 에반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마법이 끌렸다.
마법을 배우지 못하더라도 창고에 있는 마법 재료와 아이템이라면 재물 걱정 없이 살 수도 있었다.
혹시 마법사가 나타날까 에반은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리고 절벽 속의 동굴이 버려진 지 오래된 던전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계곡에서 오랫동안 머물러야 할 필요가 생기자 에반은 준비에 들어갔다.
수달을 한 마리 잡아 실적을 올린 후 당분간 계곡 상류를 탐험한다는 말을 꺼냈다.
“위험하게 계곡 상류로 왜 올라가? 치쿠 잡아 오라고 구박하지 않을 테니 멀리 갈 필요 없어.”
며칠씩 집을 비운다는 말에 데리부터 반대를 했다. 그리고 알포스와 더글라스까지 에반을 말렸다.
“제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수련해야 합니다. 산에서 안전한 수련 장소를 찾아서 당분간 수련에 몰두하겠습니다.”
에반이 수련 때문에 며칠씩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하자 알포스 가족은 더 말리지 못했다.
기사들이 얼마나 혹독하게 수련하는지 소문은 떠돌고 있었다. 어린 에반이 집에 들르지 않고 수련한다고 하니 말릴 수가 없었다.
에반은 계곡 주변에 짐과 식량을 옮기면서 알포스에게 정을 주문하고 밧줄을 모았다. 절벽을 안전하게 오르기 위해 등산용품을 준비하는 것이다.
에반은 숲을 돌아 절벽을 내려갈 수도 있지만 몬스터보다는 절벽이 쉽다고 생각했다.
준비를 마친 에반은 무거운 짐을 가지고 상류로 올라갔다.
에반은 동굴과 가까운 계곡의 큰 바위에 캠프를 마련했다. 그리고 절벽을 오르는 연습을 하며 정을 박고 밧줄을 걸어 절벽을 올랐다.
영상으로만 본 암벽 등반과 안전 장비였지만 한참 체력이 오른 에반은 쉽게 적응을 했다. 절벽이 높다고 해도 밧줄과 체력과 시간이 있으니 오를 자신이 있었다.
에반의 기억에 있는 장마로 계곡의 물이 불기 전에 동굴에 올라야 했다. 계곡의 물이 불어난다면 한 달은 동굴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절벽을 오를 준비가 된 에반은 마을로 가서 많은 식량을 가져오며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을 알렸다.
“수련하기 좋은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한동안 집중적으로 수련하겠습니다.”
“집에서 해도 되잖아? 이제 괴롭히지 않을게.”
“강해지려면 온종일 수련해야 돼. 나중에 들를게, 잘 지내고 있어.”
데리가 눈물을 쏟았지만 에반은 금방 들른다는 말을 하며 길을 나섰다.
던전의 재물과 책에 마음을 빼앗긴 에반은 데리의 눈물을 뿌리치고 집을 나섰다.
에반은 동굴 아래에서 하나씩 정을 박고 밧줄을 연결하며 올랐다.
아직은 급할 것은 없으니 힘이 빠지기 전에 내려가서 쉬며 작업을 했다. 50미터가 안 되는 높이지만 초보자인 에반에게는 까마득한 높이였다.
오르는 속도가 점차 느려졌지만 며칠 만에 동굴 근처까지 정을 박아 밧줄을 고정할 수 있었다.
에반은 짐을 밧줄에 묶어서 끌어 올릴 준비를 하며 근처의 흔적을 지웠다. 절벽 아랫부분의 정도 뽑아서 흔적을 지웠다.
‘큰 사람.’
에반이 밧줄을 타고 중간 정도 올랐는데 풍이 사람의 존재를 알려 왔다.
풍은 항상 에반의 주변을 돌며 움직였다. 바람의 속성상 항상 움직이는 풍이라 늘 정찰을 한다고 봐야 했다.
동물도 드문 계곡이라 더 멀리까지 바람을 타고 움직여 미리 발견할 수 있었다.
에반이 지내던 큰 바위 근처에 자경대장인 토마스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었다.
‘이런 게 머피의 법칙인가? 시간이 참 애매하네.’
에반은 토마스가 자신의 수련을 훔쳐보려고 온 것인지 정과 밧줄을 가져간 것이 수상해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에반은 용병 경험이 많은 토마스라도 정령과 마법 아이템으로 습격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에반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직 꺼려지고 절벽을 오르는 것을 들키지 않았으니 지켜보기로 했다.
에반은 속도를 내어 절벽을 올라 동굴 입구까지 도달했다. 동굴 입구는 바로 곁에서도 주변과 구별을 할 수 없었다.
에반이 입구에 손을 대자 약간의 이질감과 함께 손이 동굴로 쑥 들어갔다.
에반은 만일을 위해 보호 아이템을 활성화하고 정령들에게 자신을 지키게 한 후에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은 마법으로 입구가 가려져 있지만 빛은 신기하게 들어와 밝았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에반은 입구에서 움직이지 않고 밧줄을 당겨 짐을 끌어 올렸다.
아직 토마스는 에반이 머물던 바위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아래 흔적을 지우고 정과 밧줄도 흙으로 가려 줘.”
‘가려 줄게. 내가 할 수 있어.’
에반은 짐을 끌어 올리며 절벽 아래의 흔적과 절벽에 박힌 밧줄을 흙으로 덮어 가릴 것을 정령에게 부탁했다.
오행은 에반의 심상에 그려 준 대로 바닥은 물로 발자국을 지우고 절벽의 밧줄은 흙으로 덮어 보이지 않게 했다.
짐을 동굴로 끌어 올리고 흔적을 지우자 에반은 토마스의 동태를 살폈다. 에반이 지내던 바위 주변을 살피던 토마스는 조심스럽게 계곡을 올라왔다.
에반은 토마스가 정과 밧줄을 발견한다면 죽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단검을 꺼냈다.
‘이 높이에서 단검을 던져 정령으로 조정하고 토마스의 발을 묶는다면 쉽게 죽일 수 있겠지. 사람을 죽이는 것은 꺼림칙하지만 들키면 어쩔 수 없지. 위험을 감수할 수 없으니 그냥 죽일까?’
에반은 그냥 죽이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떻게 할지 갈등을 했다.
이성적으로는 계속 염탐을 하고 동굴의 존재를 발견할 수도 있는 토마스를 죽여야 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현대인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에반으로서는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몬스터를 죽이는 것과 인간을 죽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토마스는 아침까지 에반이 머문 흔적을 살피고 상류로 올라오며 동굴 아래를 지나갔다.
바닥의 흔적과 주변만 살펴 고개를 들어 절벽 위를 살피지는 않았다.
토마스가 고개만이라도 들었다면 에반의 선택이 쉬웠겠지만 계속 땅만 살폈다.
토마스는 에반의 흔적이 다시 사라진 것을 알았다. 에반의 뒤를 따를 때마다 귀신같이 사라지는 능력에 놀라는 때가 많았다.
‘또 사라졌군. 이것도 사냥꾼의 비법인가? 기필코 에반에게서 비법들을 빼내겠어.’
에반은 토마스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흔적을 지우며 계곡을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풍에게는 계속 동굴 근처를 정찰하게 하고 단검 세 개를 동굴 아래에 보이지 않게 끼워 두었다.
“토마스가 밧줄과 정을 발견하면 이 단검을 날려 죽여라.”
에반은 정령들에게 토마스가 정과 밧줄을 발견한다면 토마스의 다리를 제압하고 단검을 날려 죽이는 심상을 그렸다.
복잡한 발동 조건이지만 훈련을 많이 하고 마음이 통한 정령들은 에반의 지시를 이해했다.
에반은 정령에게 지시를 내린 후 동굴 안을 둘러보았다.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르는 던전 탐험의 시간이었다.


2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