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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18화)
5. 새로운 친구(5)
에반이 걱정하는 대로 지금은 수련으로 몸과 내공의 기초를 다질 때였다. 어린 나이인 지금 기초를 쌓지 못한다면 절대 높은 경지에 올라갈 수 없었다.
정신까지 단련해야 하는 무도에서는 늦게 시작한다면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으려면 어려서부터 보통 인간의 생활과는 다르게 시작해야 했다.
성인이 열심히 수련한다고 고수가 되고 기운을 모으기는 어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한계를 넘으며 그릇을 키워야 했다.
에반은 무력이 필요해지자 어쩔 수 없이 정령을 사용하려 했다.
그러면서 무도처럼 최소의 움직임과 기운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우선 몬스터에 대비해서 실제로 마주쳤을 때 사용할 특기를 궁리했다.
“풍, 바람의 칼날.”
‘칼날.’
풍은 에반이 지시한 대로 날카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뭐야. 벽에 흔적도 못 냈잖아. 그럼 내 기운을 흡수해서 다시 바람의 칼날을 날려 봐.”
‘헥헥, 꿀꺽. 칼날.’
그러나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정령으로 강한 물리력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게 기운을 풍에게 주었지만 예상했던 위력은 없었다. 아직 정령들은 에반처럼 어렸다.
진공의 칼날이나 회전하는 톱날 등을 떠올리며 많은 기운을 풍에게 공급했지만 나무에 겨우 흔적을 남기는 정도였다.
“이거 차라리 내가 화살을 쏴서 풍에게 방향을 조절하게 하는 것이 낫겠다. 이제 오행이 연습한다. 물의 칼날.”
‘칼날.’
퍼억.
대접에 담아 둔 물이 떠오르며 칼날 모양을 만들어 벽으로 향했다. 그래도 물이라는 실체를 통하자 위력은 나아졌다.
‘그래도 한 방을 위해 쓰는 기운이 너무 많아.’
수를 활용한 물의 칼날은 조금 효율이 좋았지만 다리에 힘이 빠질 정도로 기운이 필요했다.
에반은 정령을 활용한 물리적 공격의 효율이 좋지 않자 다른 방법을 고민했다.
“에반아. 너 매운 것 먹고 싶다고 했지. 허시 아줌마가 매운 양념 만드는 법을 알려 주었어. 울루 열매를 프라이팬에 볶으면 매운맛이 강해진다고 해서 만들어 봤는데 한번 먹어 봐라.”
에반은 샤벨 타이거를 잡아 집 안에서 약간의 권위가 서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 잊지 못하는 매운맛을 내는 조미료를 데리에게 주문했다.
데리는 에반이 요구한 매운맛을 찾기 위해 마을 아주머니들과 교류를 하며 음식을 배웠다.
먹고사는 것도 어려운 곳에서 맛을 위한 음식이 발달할 리 없었다. 그러나 여자들에게는 집안의 비법이 전해 오기 마련이었다.
산에서 먹을 수 있는 나물과 열매에 대한 지식은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었다. 먹을 수 있는 식물과 나물뿐만 아니라 양념용 재료에 대한 지식도 전해지고 있었다.
단맛의 사탕수수, 사탕무, 체리처럼 맵거나 쓴맛이 있는 식물의 열매와 뿌리 등이 있었다.
단맛과 함께 매운맛은 인간에게 행복감과 함께 긍정적 느낌을 주는 맛으로 이 세상에서도 여러 재료가 있었다.
매운맛 자체는 열을 내고 신진대사를 왕성히 하는 효과가 있었다. 신경통과 근육통을 치료하는 약으로도 쓰여 약으로도 알려져 있었다.
단지 맛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약초로 알려져 있기 마련이다.
그런 매운맛을 내는 재료 중에 이 근처에는 기름에 튀겨야 하는 제약이 있는 울루 열매가 있었다.
데리가 내미는 울루 열매는 작은 고추와 비슷했다. 에반은 데리가 내미는 울루 열매를 먹어 보니 톡 쏘는 듯한 매운맛이 혀를 공격했다.
혀가 얼얼해 당장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오랜만의 매운맛에 고통을 즐기며 음미를 했다.
“어때, 나도 조금 먹어 봤는데 혀가 얼얼해서 못 먹겠더라. 허시 아줌마 말로는 약초로 상인들에게 팔 수 있어서 나물을 캐면서 따서 모은다고 하더라. 그리고 겨울에 너무 추울 때 가루를 내서 신발에 넣기도 한다는데 이거 먹어도 되는 거야?”
향신료 자체를 사치품으로 여기는 세상이었다. 여러 맛을 즐기지 못한 데리는 혀가 얼얼한 매운맛을 음미하는 에반이 이상해 보였다.
“데리가 매운맛을 제대로 맛보지 못해서 그런 것 같은데 아침 수프에 이 가루를 넣고 먹으면 속이 뜨끈하고 좋아. 하여간 울루 열매 값이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을에 모아 둔 것은 모두 내가 살게.”
에반은 갑자기 매운맛을 설명할 말이 없어 아침에 수프에 넣어 먹으면 좋다는 말을 했다.
에반은 데리에게 보답으로 이야기를 좀 더해 주었다. 에반은 천일야화의 전설처럼 데리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에반은 볶은 울루 열매를 가루로 만들기 위해 칼과 도마를 방으로 가져갔다. 매운맛에 면역이 없는 데리에게 부탁할 수 없어 직접 하기로 한 것이다.
에반은 매운 가루에 기침을 하며 울루 열매를 다듬어 자신만을 위한 조미료로 만들었다.
에반은 가루로 만들자 날리는 매운 가루에 코가 간지러워 풍을 불렀다.
김치와 매운맛에 단련된 몸이라면 고춧가루도 견디겠지만 에반의 몸은 생전 처음 접한 매운 가루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풍, 가루가 내 코에 오지 못하게 막아 줘.”
풍은 약한 바람 막으로 에반의 상체와 도마 사이를 막는 정교한 제어력을 발휘했다.
에반이 정찰에 주로 풍을 활용해인지 뛰어난 교감과 제어력을 발휘했다.
매운 울루 열매 가루를 나무통에 담아 정리한 에반은 수련을 하며 정령을 활용할 방안을 궁리했다.
‘역시 단검을 날려 방향과 속도를 제어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겠지. 도망치며 오행으로 몬스터나 적의 발을 교란해 넘어지게 하는 것도 좋겠어. 그럼 우선 흙을 솟아오르게 하거나 꺼지게 하는 연습과 단검을 날리고 제어하는 것을 연습하자.’
단검 같은 투사 무기를 조종하거나 적이 발을 디디는 땅을 제어하는 것은 타이밍이 필요한 일이었다.
간단한 일이지만 많은 연습을 해야 위급한 순간에 정령이 에반의 의사에 따라 정확히 반응할 수 있었다.
에반은 매운 가루에 얼얼한 코를 쓰다듬으며 앞으로 연습할 것들을 생각했다.
얼얼한 코를 만지던 에반은 후각이 예민한 몬스터나 맹수를 퇴치할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이거 매운 가루를 날려 주면 후각이 예민한 놈들은 쫓아올 생각도 못하겠네.’
에반은 많은 적에게 효과가 있을 것 같은 무기를 발견한 것을 깨달았다. 무리 지어 다니는 몬스터라도 매운 가루라면 한 번에 물리칠 수 있었다.
덫을 놓으려 뒷산에 오르는 것이 항상 불안했던 에반은 정령 정찰과 함께 다수의 적을 잠시 머뭇거리게 할 수 있는 무기를 얻게 되었다.
에반은 정령을 활용한 무력 강화 방안을 정리했다.
우선 데리를 시켜 마을에서 모은 울루 열매를 모아 매운 가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무를 깎아 투척용 나이프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칼이나 단도와는 달리 투척을 목적으로 하는 나이프는 모양이 달랐다.
에반은 기억을 떠올려 자루가 없는 투척 나이프의 모형을 만들었다. 에반은 알포스에게 나무 모형대로 나이프를 주문했다.
에반은 전생에 단검 투척술을 익혔던 적이 있어 활보다는 나이프를 택했다. 활은 익히기도 어렵고 어린 몸으로 쉽게 쓸 수도 없었다.
나이프는 어린 에반도 던질 수 있고 무게도 있어 치명상을 줄 수도 있었다. 에반이지만 최소한의 방어 수단으로 나이프 투척을 선택했다.
에반은 검기를 쓸 정도가 아니면 몬스터나 맹수와 직접적인 싸움은 피하기로 했다. 그래서 안전하게 중거리에서 무기를 날려 접근을 막고 치명상을 주기로 했다.
또 다른 방어 수단으로 에반은 매운 울루 열매를 사용하기로 했다.
에반은 나뭇잎을 잘라 울루 열매 갈아 놓은 것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연습용 가루를 풍에게 지시해 원하는 방향이나 넓게 퍼트리는 연습을 했다.
풍에게 몬스터나 맹수들의 코를 인식시켜 에반이 뿌리는 가루를 적의 코로 불어넣는 연습이었다.
풍이 스스로 에반의 적으로 보이는 것들의 코로 가루를 날려야 하니 연습은 필수였다.
한편 오행에게는 에반의 걷거나 뛰는 발에 맞추어 땅을 움직이는 연습을 시켰다. 오행에게 적이 발을 디디는 타이밍을 인식시켜야 하니 에반은 기꺼이 넘어지는 수고를 했다.
에반은 오행이 발을 디디는 타이밍에 익숙해지자 염소 같은 작은 동물의 발걸음을 막는 연습을 했다.
오행은 무른 땅은 압축해 꺼지게 하고 단단한 땅은 솟아오르게 해서 동물들의 발걸음을 막는 연습을 했다.
사람에게 시험하는 것은 소문이 무서워서 하지 못했다. 괜히 에반이 지켜보는 곳에서 사람들이 자주 넘어지면 악마라는 말이 나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에반은 알포스가 투척 나이프를 만들어 주자 벽에 던지며 연습을 시작했다.
나이프를 일부러 빗나가게 던지면 풍이 조절을 해서 정확히 맞추는 연습을 했다.
풍도 차츰 나이프를 조절하는 데 익숙해져 갔다.
에반은 풍의 도움이 있지만 수련한다는 생각에 전생의 기억에 따라 단검 투척술을 꾸준히 연습했다.
보통 단검은 손목으로 던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무거운 단검은 팔로 흐르듯이 던지기도 하지만 단검은 손목으로 기교를 부리는 편이었다.
그러나 단검에 기운을 실으려면 검법처럼 심결을 구현해야 했다. 내공이나 검법처럼 힘을 빼고 마음으로 던져야 했다.
에반은 아직 단검에 기운을 싣지는 못하지만 전생의 기억으로 빠르게 나이프에 익숙해졌다.
목표에 잘 명중하자 풍의 도움으로 여러 개를 한 번에 던지는 것도 연습을 했다. 아직 힘이 부족하니 숫자로 위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에반은 정령과 여러 가지 무기와 방어 수단을 확보하게 되었다.
덫으로 생계도 해결되고 최소한의 무력도 생기자 에반의 생활과 마음은 안정을 찾게 되었다.
알포스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지만 일단 생계와 안전을 스스로 해결하자 자신감도 생겼다.
에반은 일상의 걱정을 지우고 수련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폐관 수련처럼 수련에만 집중할 여건이 된 것이다.
6. 수련과 부작용(1)
겨울이 깊어지듯이 에반도 계속된 수련에 점점 몰입해 들어갔다. 차츰 일상이 수련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수련이 쌓이고 집중되어야 평범함의 탈을 깨트릴 수 있는 것이다.
에반은 밖을 나가면 자꾸 들러붙는 마을 사람들로 인해 더욱 집에만 더욱 머물렀다.
어린애라면 주변의 시선에 상처를 입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에반은 성인의 정신을 가지고 있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견디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어차피 기초 수련을 해야 하는 시기라 집에만 있어도 불만도 없었다.
에반은 인간관계보다는 지루한 기초 수련을 지겨워했다.
‘이거 기초 수련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너무 지루한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높이 자랄 수 있었다. 무도에서 기초 수련은 한계를 넘게 해 주는 원동력이었다.
무협소설에서 몇 년 폐관 수련 후 갑자기 강해지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 폐관 수련을 에반이 겪고 있었다.
에반이 매일 하는 수련이라고 해 봐야 마보와 같은 기본동작과 보법뿐이었다.
원래 기본동작에서 더 복잡하고 어려운 초식이 나가는 법이었다.
처음부터 복잡하고 어려운 초식을 익힐 수는 없으니 성장할 때까지는 기본동작을 몸에 익히는 데 투자해야 했다.
‘이런 기초 수련 때문에 현대에 무도들이 전승이 끊기는 거지. 아, 지겹다.’
어린애라면 힘든 고통에 딴생각을 못했겠지만 에반은 복잡한 사정으로 딴생각할 여유가 있었다.
마보를 서면서도 계속 단전에 집중해야 했지만 지겨운 에반은 계속 딴생각이 떠올랐다.
현대가 되면서 산과 가문에서 가늘게 전해져 오던 많은 전통무예가 세상으로 나왔지만 널리 퍼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현대화되고 스포츠가 된 태권도 같은 무예가 수련생도 많고 성공적인 경우가 많았다.
전통무예들은 마보처럼 기본만 몇 년을 해야 제대로 수련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기초를 오랫동안 익혀야 상승 수법을 배울 수 있는 체계 때문에 전통무예가 널리 퍼지지 못했다.
에반이 수련하는 마보는 간단한 동작이지만 창천문 무예의 기초를 함축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문파에 있는 마보였지만 마보를 제대로 배우는 수련생은 드물었다.
마보부터 배우는 전통무도들은 전체 수련 체계가 수십 년 단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십 년은 기초를 배우고 십 년은 고급 과정을 배우며 이후에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 검강을 쓰는 화경이나 현경 같은 경지를 추구하는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