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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14화)
4. 샤벨 타이거(6)


혀를 길게 내밀고 있는 샤벨 타이거의 머리는 굴러 내려온 바위에 부딪혔는지 상처가 있고 긴 송곳니 하나도 부러져 있었다.
‘한 번에 죽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가죽이 좀 많이 상했어. 송곳니는 원래 부러진 것인지 이번에 부러진 건지 모르겠네.’
샤벨 타이거가 죽었다는 것을 알자 에반은 지붕에 둔 꼬챙이와 바위에 가죽이 상한 것을 아까워했다.
그리고 부러진 송곳니를 살펴보았다. 단면의 색이 변색된 것이 보이자 오래전에 이가 부러졌다는 것을 알았다.
에반은 샤벨 타이거가 마을에서 쉬운 사냥감을 찾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에반은 비쌀 것 같은 송곳니가 부러진 것을 아까워하며 값은 얼마나 받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떻게 팔아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촌장이 가죽이나 생필품을 팔고 있기는 해도 샤벨 타이거 가죽을 살 정도의 재력은 없었다.
‘보물 가진 것이 죄라는데 어떻게 처분하지. 역시 비싼 무기를 많이 팔아 본 알포스가 그래도 인맥이 있거나 값을 잘 받아 낼 수 있겠지.’
처분을 고민하던 에반은 알포스를 통해 전문적인 가죽 상인에게 처분하기로 했다.
고민이 끝나자 에반은 죽어 있는 샤벨 타이거를 만져 보며 가죽의 질감과 두께를 살폈다.
에반은 샤벨 타이거의 덩치와 근육을 보며 벼락틀로 잡은 것이 운이 좋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정도 크기라면 운 좋게 목이 부러지지 않았다면 무너진 벼락틀 무게를 이겨 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에반은 해체해서 목 이외에 부러진 뼈라도 있는지 살펴본 후에 벼락틀의 효용을 판단하기로 했다.
비법인 벼락틀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에반은 마을로 돌아가 알포스 부자에게 조용히 샤벨 타이거를 잡았다는 말을 했다.
“정말이냐? 정말 샤벨 타이거가 죽었냐?”
“네, 그러니까 조용히 해 주세요. 일단 덫을 해체해서 어떻게 잡았는지 알 수 없게 하고 샤벨 타이거를 실어 와야 합니다.”
에반은 비법인 덫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중요하는 말을 덧붙였다.
샤벨 타이거가 잡혔다는 말에 나이 많은 알포스까지 흥분해서 소리를 높였다.
알포스는 에반을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런 덫에 샤벨 타이거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상처라도 준다면 더 이상 마을을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도와준 것이다.
검기를 쓰는 A급 용병들도 쉽게 잡지 못하는 것이 샤벨 타이거 같은 맹수였다.
실제로 기사도 본 적이 있는 알포스는 그런 사람들도 쉽게 잡지 못하는 맹수를 간단한 덫으로 잡았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놀라서 생각에 잠긴 알포스를 두고 더글라스가 수레를 가져오고 도구를 챙겼다.
한산한 마을 정문을 지나 덫으로 가자 알포스 부자는 커다란 샤벨 타이거를 구경할 수 있었다.
멍하니 구경하던 알포스 부자를 에반이 재촉해 덫의 흔적을 지웠다. 통나무와 돌들을 강에 버리고 판 땅도 다시 덮었다.
그리고 무거운 샤벨 타이거를 한 부위씩 수레에 올려 마을로 돌아왔다.

에반은 알버트 촌장과 토마스 자경대장에게 샤벨 타이거를 잡았다는 것을 알렸다.
둘은 쉽게 믿지 못했지만 수레에 실려 있는 샤벨 타이거를 보고는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어떻게 잡은 거냐?”
자경대장인 토마스는 샤벨 타이거에 난 상처를 살피며 물었다.
“아버지께서 비법이라며 알려 준 덫을 이용해 잡았습니다. 덫을 만드는 것은 알포스 씨가 도와주셨습니다.”
에반은 비법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덫을 이용해 잡았다고 말을 했다.
토마스도 꼬챙이에 찔린 여러 상처와 눌린 상처들과 부러진 목을 보며 덫으로 잡았다는 것은 짐작했다.
그러나 샤벨 타이거를 잡을 수 있는 덫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반이 비법이라며 선을 긋자 더 물어보지 못하는 가운데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집에서 나와 샤벨 타이거를 구경했다.
곧 동물 해체의 경험이 많은 토마스가 칼을 잡고 조심스럽게 가죽을 해체했다.
이런 맹수의 가죽은 꽤 값이 나간다는 것을 아니 사람들은 호기심과 질투를 조금 섞은 눈빛을 보내며 지켜봤다.
꼬리까지 4미터가 넘는 검은 가죽을 벗기자 에반은 마을 여자들에게 무두질을 부탁했다. 크기도 엄청나고 공을 들여 무두질을 해야 하는 가죽이었다.
가죽은 빠르게 무두질을 해야 품질이 좋아지니 마을 여자들이 모두 매달려 가죽을 다듬었다.
육식 동물의 고기는 맛이 없다고 하지만 샤벨 타이거 정도의 맹수라면 고기나 뼈가 약재로 사용될 정도였다.
에반은 상식적으로 발과 꼬리, 두개골 부위와 장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챙겼다. 물론 정력에 좋다는 부위도 잘 챙겨 두었다.
몇 개의 뼈와 고기는 해체와 무두질 값으로 촌장과 토마스에게 넘겼다.
에반은 주위의 뜨거운 시선이 있지만 값나가는 상품이니 나머지는 덫을 놓는 데 도와준 알포스에게 주었다.
에반은 마을을 위협하는 맹수를 사냥한 것이니 공짜로 베풀 마음은 없었다.
새롭게 마을에 정착한 알포스는 인심을 얻기 위해 자신 몫의 고기를 나누었다.
샤벨 타이거를 잡은 에반은 부모님까지 죽게 된 흉년과 전염병, 몬스터와 맹수의 습격까지 겪은 한 해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5. 새로운 친구(1)


왕래가 없는 겨울이라 에반이 샤벨 타이거를 잡은 것이 다른 마을까지 소문은 나지 않았다.
에델 마을로 보낸 전령도 소식이 없어 사람들은 샤벨 타이거나 몬스터에게 당했다고 생각했다.
덫을 사용했지만 마을을 위협하던 맹수를 에반이 주도적으로 잡은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비법이라는 보물을 에반이 가지고 있자 문제가 생겼다. 어린 에반이 맹수를 잡을 정도이니 누구나 탐을 낼 수밖에 없었다.
에반이 비법이라며 선을 그어서 캐묻지 못하고 있지만 촌장이나 토마스까지 에반과 단둘이 있을 기회를 노렸다.
알포스라는 방패막이가 있어 아직은 주위의 어른들이 어린 에반을 어르고 달래서 직접 비법을 묻지 못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덫의 흔적을 뒤지며 어떤 덫인지 상상을 했다.
“이 근처인 것 같은데 저기 구덩이 판 흔적이 있으니 역시 함정으로 잡았겠지.”
토마스는 흔적을 찾아서 덫을 놓은 곳을 찾았다.
“에반이 염소를 끌고 나갔으니 함정 위에 염소를 올려 둬서 샤벨 타이거를 유인했을 겁니다.”
“주변에 돌이 구른 흔적도 많고 샤벨 타이거가 눌린 흔적도 있는데 이 비탈에 돌도 쌓았던 것 같습니다.”
“전의 멧돼지도 찔린 상처가 있었는데 이 덫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토마스를 따르는 젊은 자경대원들은 흔적을 살피며 보고를 했다.
“이거 짐작은 되는데 정확히 어떤 덫인지 잘 모르겠어. 이렇게 쉬우면 이런 덫으로 이미 맹수를 잡았을 텐데 그런 소리는 없잖아.”
토마스는 흔적을 보면서 어떤 덫인지 정확히 몰라 고민이 되었다.
토마스는 샤벨 타이거를 잡은 덫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기사들의 검법과 마나심법에 비견될 만한 가치가 있는 덫이었다.
“저 단장님, 에반이 아직 어린데 잘 구슬리면 어떤 덫인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에반이 어리지만 부모가 죽고 완전히 변했어. 전에 사슴을 잡아서 집으로 갈 때 봤었는데 어린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무표정했어.”
“그래, 애가 완전히 변했어. 목책에서 몬스터에게 무표정하게 활을 날리는데 눈도 깜박하지 않았어.”
에반을 잘 구슬려 보자는 말에 다른 청년들은 에반의 변한 모습을 말하며 어림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에반을 구슬려 비법을 알아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으니 뒷산에 있는 덫을 찾아보자. 그리고 에반이 산에 오르면 뒤를 따르며 덫도 찾고 동행도 해서 친해지도록 하자. 혼자 산에 돌아다니며 무섭기는 할 거야.”
토마스는 자신을 따르는 젊은이들에게 에반에 대한 감시와 접근 방법을 지시했다.

에반은 문밖으로 나가면 주위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음, 역시 튀어나온 못이 망치를 맞는구나. 성장하고 실력을 키우기 전에는 조용히 있어야 했는데 실수했어. 이거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어떻게 하지?’
에반은 주변의 시선에 만약을 위해서 대외적으로 밝힐 덫을 구상했다.
벼락틀은 공개하기 아까워서 궁지에 몰린다면 말할 것을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알포스라는 방패가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있었다. 소문이라도 너무 널리 퍼지면 관리나 용병, 기사라도 올 수 있었다.
에반은 궁리 끝에 구덩이 함정과 함께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덮치는 그물의 모형까지 만들어 후환을 대비했다.
바닥이 빠지는 함정이라면 예민한 맹수들이 걸려들 가능성은 없었다.
나무로 단단한 바닥을 만들되 덮치는 그물로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칠 때 바닥이 무너지는 것으로 보완한 것이다.
그물이라면 맹수를 가두지는 못하지만 바닥이 부서질 때까지 견뎌 줄 것 같았다.
‘이거 막상 구상해 보니 이것도 가능성은 있네. 그래도 함정의 바닥 두께와 덮치는 그물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야 완성되겠지.’
에반은 누가 보아도 진실성이 있도록 소형 모형을 만들며 설치 방법까지 생각해 준비를 마쳤다.
“에반아, 촌장님이 샤벨 타이거 가죽의 무두질이 끝났단다. 그리고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은지 말을 꺼내더라.”
점심을 먹는데 알포스가 무두질이 끝났다는 촌장의 말을 전했다.
만물상을 하는 알버트 촌장은 샤벨 타이거 가죽을 헐값에 사거나 판매를 중개하려는 마음이 있었다.
에반에게 알포스라는 방패가 없다면 어린 에반을 구슬려 벌써 가죽을 차지했을 것이다.
알포스가 없었다면 에반은 촌장이 양심적으로 처리해 주기만을 바라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에반은 이미 알포스에게 판매를 위탁하려고 생각했다.
“무기도 많이 만들어 파셨고 도시나 상단에 인맥도 있을 것 같으니 아저씨가 좀 팔아 주십시오. 가죽과 뼈 같은 것들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중개료는 넉넉히 20% 정도로 해 드릴 테니 높은 값에 처분할 수 있도록 수고해 주십시오.”
에반은 20%라는 중개료를 제시하며 알포스에게 판매를 부탁했다.
“촌장이 많이 기대하고 있던데 내가 끼어들어도 되겠냐?”
알포스는 잠깐 사양의 말을 했다.
“샤벨 타이거 가죽은 촌장님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니 능력 있는 분이 나서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가죽은 가져와 보관해 주시기 바랍니다. 촌장님이 괜히 욕심을 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에반은 살짝 띄워 주는 말을 하며 가죽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럼 가죽은 일단 가져와서 잘 보관하고 봄에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에반이 중개료로 20%라는 제안을 하자 이미 마음을 굳힌 알포스였다.
주변의 시선이 있어 적당한 값을 받아 내야겠지만 용병이나 상인을 많이 알고 있으니 자신은 있었다.
‘견제와 균형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 촌장에게 맡겼다면 견제할 사람도 없으니 값을 어떻게 쳐 줄지 알 수 없었겠지.’

주위의 시선에 에반은 자신의 방에서 머물며 수련에 매진하게 되었다.
여러 사정으로 한 번에 많은 내공을 모았지만 부작용도 생겨 해결할 문제도 많았다.
에반은 기초가 중요하다는 말을 새기며 마보를 오래 서며 늘어난 내공을 자연스럽게 육체에 스며들도록 했다.
어서 어리고 약한 육체를 강화시켜야 늘어난 내공을 감당할 수가 있었다.
겨울이 깊어지며 몇 주가 순식간에 흘러갔다.
마보를 오래 서자 운기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대맥과 임독맥으로 소주천 운기가 되었다.
육체는 어리고 약하지만 경맥은 깨끗한 편이라 부작용을 키우고 있었다.
뼈와 근육에 내공이 스며들며 육체도 강해지고 있지만 내공이 늘어나는 속도가 문제였다.
피부 호흡까지 되고 있어 내공 문제는 더욱 커지기만 했다.
에반은 저절로 늘어나는 내공에 몸이 따라가지 못해서 상기가 되고 피부가 붉어졌다. 몸에 기운이 넘쳐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기운이 머리로 몰리고 피부가 붉어지는 것은 주화입마의 징조였다.
‘내공이 넘쳐서 문제라니 이런 경우도 있었나? 피부 호흡을 막을 수도 없고 숨을 안 쉴 수도 없으니 해결 방법이 없네. 이거 또 정신을 건드려야 하나? 준비 없이 정신 수련을 하면 미치기 쉬운데 미치겠네.’
에반은 수련보다는 우선 육체와 정신의 불균형을 고치기로 했다. 해결책으로 어쩔 수 없이 정신체로 잠깐 경험한 본성을 깨우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