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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12화)
4. 샤벨 타이거(4)


“몬스터 헌터들은 이런 맹수를 잘 잡나요?”
마을 사람들은 소식을 듣고 올 몬스터 헌터의 능력을 토마스에게 물었다.
“몬스터 헌터들은 보통 용병보다 몇 배의 금액을 주어야 나서는 사람들입니다. 용병이야 가끔 산적이나 오크 같은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지만 몬스터 헌터들은 거대 몬스터나 위험한 맹수들과 싸우는 사람들이라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고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샤벨 타이거 소식을 전해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오게 해야 합니다.”
“그럼 몬스터 헌터가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값나가는 맹수이니 소식을 들으면 꼭 올 겁니다. 일단 소식을 전하고 경계를 철저히 하며 버텨야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가축을 한 우리에 몰아넣고 경계를 더 철저히 했다. 에델 마을로 샤벨 타이거의 출현을 전하는 전령도 보냈다.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지내고 어른들은 창과 석궁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순찰과 경계를 섰다.
급하게 강철 석궁 화살을 많이 만든 알포스도 당분간 일거리도 없어 안전을 위해 집에 머물렀다.
“아빠, 그럼 당분간 집에만 있어야 해요?”
“며칠이 고비겠지. 맹수는 배가 고파야 움직이니 잡아간 소를 다 먹고 나서 마을을 살피며 공격할지 다른 곳으로 갈지 정하겠지.”
데리의 질문에 알포스는 상식적인 선에서 대답을 해 주었다.
“맹수는 영역이라는 개념이 있다는데 먹이를 찾아 움직이다가 나중에 다시 마을에 들러서 공격하지 않겠습니까?”
에반은 자신의 상식이 맞는지 알포스에게 질문을 했다.
“인간이나 몬스터, 맹수도 주로 사는 영역이 있지. 이번 샤벨 타이거도 몬스터를 따라서 움직인 것인지 그동안 이곳을 영역으로 하다가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 공격한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그래도 이 샤벨 타이거는 마을을 공격했던 경험이 있어 먹이를 구하기 어려우면 다시 공격할 위험은 있을 거야.”
“공격의 가능성이 또 있다면 이 마을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아버지, 우리도 이렇게 개척 마을에서 지내지 말고 영주성이나 도시로 옮기는 것은 어떻습니까?”
알포스의 설명에 더글라스가 갑자기 도시로 옮기자는 말을 꺼냈다. 젊은 더글라스는 개척 마을이 답답한 것 같았다.
“내가 세금과 공물을 바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공방에서 노예처럼 사는 것이 어떤지 여러 번 말하지 않았냐? 이런 개척 마을에서 지내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 네가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전쟁으로 혼란스럽지 않았다면 너까지 공방에서 노예처럼 지내고 있었을 거다. 답답해서 그런 것은 알지만 여기가 편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버지는 영주님께 상까지 받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운이 좋아 명검이라도 다시 만든다면 준남작의 직위라도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에반도 있는데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그런 달콤한 소리는 다 사탕발림이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냐? 나는 노예처럼 살고 싶지는 않으니 내가 죽은 다음에나 재주를 뽐내다가 잡혀가거라.”
맹수의 습격을 이야기하다가 말이 다른 쪽으로 새어 나가게 되었다.
민감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둘은 에반이 세상에 대한 지식은 없다고 여겨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아 보였다.
그러나 더글라스의 말을 막기 위해 에반까지 들먹였다. 에반도 눈치가 있어 알포스와 더글라스가 말한 것은 모른다는 듯이 새로운 질문을 했다.
“아저씨, 샤벨 타이거를 본 적은 있으세요? 데리가 에델 마을이 몬스터 헌터가 있는 요새로 가는 통로라고 들었습니다. 오우거 같은 몬스터는 정말 칼도 들어가지 않나요?”
“지나가는 몬스터 헌터들의 장비를 정비해 주며 오우거 가죽을 만져 본 적이 있지. 새로운 견갑을 오우거 가죽에 연결하는데 정말 못을 박기도 힘들 정도로 가죽이 단단했지. 나도 검기를 써야만 오우거 같은 몬스터를 벨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실제로 다뤄 보니 정말 보통 검이나 창날은 상처도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샤벨 타이거 가죽을 보지 못했지만 오크 가죽보다는 단단할 것이니 어설픈 창이나 화살로는 상처를 내기 힘들 거야. 촌장이 말한 대로 석궁으로 강철 화살이라도 쏴야 상처를 줄 수 있을 거야.”
에반이 더글라스와 어색한 대화를 끊고 질문을 하자 알포스는 자세히 대답을 해 주었다.
그리고 다뤄 본 가죽과 몬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 주었다.
에반은 모처럼 좋은 정보를 많이 듣게 되자 어린애다운 표정과 감탄사를 내며 알포스가 흥이 나서 계속 말을 하게 했다.

마을은 어차피 겨울이 되어 집에만 머물고 가축들도 한곳에 모으고 철저히 지켰다.
눈이 많이 내리는 가운데 일주일이 지나가자 사람들은 더 이상 습격이 없다는 사실에 안심을 했다.
사람들도 개척 마을에 사는 만큼 소문을 많이 들어 한 번 마을을 습격한 몬스터나 맹수는 다시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당장은 안심이 되었다.
에반도 눈이 많이 쌓이면 초식 동물이 움직이기 힘들어 샤벨 타이거 같은 맹수가 사냥하기 쉽다는 추측을 했다.
그러나 샤벨 타이거가 먹이를 찾기 힘들거나 경계가 약해지면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준비는 해 두기로 했다.
에반은 빠른 순발력의 맹수를 어설픈 석궁으로 잡는 기적을 바라지 않고 벼락틀을 만들 준비를 했다.
혼자라면 만들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면 비법이 새어 나갈 염려가 있어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장간을 하는 알포스 부자가 있어 시도해 보기로 했다.
다시 샤벨 타이거의 습격이 있다면 먹이를 배불리 먹어 다시 공격할 염려가 없을 때 마을 인근에 벼락틀을 설치하기로 했다.
에반은 알포스 부자에게 다시 습격이 있다면 덫을 놓는 것을 도와주고 비밀을 지켜 줄 것을 부탁했다.
에반과 알포스 부자는 통나무와 위에 올려 둘 돌들을 미리 수레에 준비해 두었다.
에반은 기다리며 걱정이 늘어나 올려 둔 통나무와 바위가 무너지며 샤벨 타이거에게 치명상을 줄지 고민을 했다.
또 굉장히 민첩한 고양이과 맹수가 덫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빨리 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나가 풍부한 세상의 맹수인데 더 튼튼하고 민첩하겠지.’
에반은 벼락틀을 더 넓고 길게 만들기로 하고 미끼를 두는 장소도 구덩이로 파서 덫이 무너지면 쉽게 피하지 못하도록 구상을 했다.
또 통나무 지붕에 꼬챙이를 꽂아 벼락틀이 무너지면서 상처를 입게 만들 준비를 했다. 설치 장소도 바위가 많고 비탈진 물가로 정하고 바위를 좀 더 올려 두기로 했다.
에반은 벼락틀을 만들 준비를 하며 알포스에게 붙어서 좀 더 현 세계의 지식을 들었다.
원래 노인들은 어린아이에게 얘기하거나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다. 에반이 적절히 질문을 던지고 맞장구와 존경의 눈빛을 보내자 알포스는 많은 말을 해 주었다.
“그럼 검기가 철갑을 자르는 것을 직접 본 건가요? 정말 검기가 번쩍이던가요?”
정말 검기라는 것이 있는지 궁금해 알포스를 살살 구슬리던 에반은 알포스가 기사 간의 대결을 본 경험을 듣는 데 성공했다.
“갑옷을 납품하러 들렸다가 보게 되었는데 귀족 간의 알력 싸움에 휘하 기사들이 결투를 하게 되었던 것 같았지. 서로 칼을 들고 상대에게 달려들던데 멀리서 보는 내가 오금이 저릴 정도로 저돌적으로 달려들었어. 검은 또 얼마나 빨리 휘두르던지 나는 번쩍이는 것만 보았어. A급 용병이 검기를 쓴다지만 제대로 된 기사와는 상대가 안 될 거야. 내가 용병들의 대결도 제법 보았지만 기사는 용병들과 수준이 다른 것 같아. 하여간 철갑이 베어지며 승패가 갈렸는데 갈라진 철갑의 두께가 두꺼웠어. 서로 날렵하게 움직여서 가죽인 줄 알았는데 소문의 마갑이라서 그런지 갑옷보다 두꺼웠어.”
알포스는 운 좋게 보게 된 기사 간의 대결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럼 번쩍이던 검기의 색도 있습니까?”
“그때는 검이 빛났는지 검기가 빛났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열기를 보는 느낌이었지. 경지가 높아지면 검기가 눈에 보인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때의 기사들은 그리 높지 않은지 꼭 아지랑이를 보는 것 같았지. 겨우 검기를 사용하는 기사들이 두꺼운 마갑을 베고 내가 보이지도 않게 검을 휘둘렀으니 더 높은 경지의 기사는 얼마나 더 대단하지 모르겠구나.”
알포스는 누구나 동경할 만한 기사 이야기를 에반이 물어보자 말이 술술 나오는지 자세히 말을 했다.
“그럼 마법사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으세요.”
에반은 이번에는 마법이나 마법사에 대해 물어보았다.
“로브를 입은 마법사 같은 사람을 본 적은 있지만 전투라도 있지 않으면 실제 마법을 볼 수는 없지. 그리고 마법사는 기사보다 더 드물고 마법길드에 주로 머물러 쉽게 볼 수도 없지.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마법사는 자신이 있어 드러내 놓고 다니는 것이니 너도 괜히 말을 걸거나 하지는 말거라. 마법사와 엮여서 험한 일을 당한 이야기는 굉장히 많으니 꼭 기억해 둬라.”
알포스는 마법사는 위험하다는 말을 하며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똑똑한 에반이 관리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후에는 귀족이나 기사를 대하는 방법을 말해 주었다.
에반은 필요할지 몰라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예절이나 주의할 점 같은 이야기도 열심히 들었다.
알포스는 성에서 생활하며 겪었던 이야기까지 곁들여 자세히 말해 주었다.
옆에서 더글라스는 또 그 이야기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알포스는 성에서 살며 당한 것이 많은지 억울했던 일이나 관리나 높은 지위의 사람들에 대한 두려운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알포스는 아직 가슴에 맺힌 것이 많은지 자주 부르는 18번 노래처럼 자연스럽게 귀족과 관리에 대한 험담과 주의할 점을 쏟아 내었다.
피와 살이 되는 경험담이니 에반은 잘 기억하며 현실의 사정을 파악했다.

눈이 제법 쌓이자 이제 마을 안을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았다. 마을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우물과 순찰로만 눈길을 내었다.
한동안 열심히 경계를 서다 더 이상 습격이 없자 경계를 서는 자경대원들의 긴장도 풀리게 되었다.
그래서 밤에는 정문에만 경계를 서고 축사나 각 가정의 문단속만 철저히 하도록 했다.
아침이 밝자 목책을 둘러보기 위해 움직이던 토마스는 깨끗한 눈밭에 핏자국과 커다란 맹수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놀란 토마스는 창을 휘두르며 소리를 쳤다. 이미 먹이를 물고 사라졌다고 짐작하지만 긴장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문을 지키던 자경대원들과 아침 준비를 하던 사람들은 큰 소리에 모여 들어 피와 발자국을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발자국을 따라 축사를 향해 움직였다.
축사의 환기를 위해 낸 2층 높이의 작은 창이 부서져 있고 핏자국이 있었다.
축사 안에는 가축들이 아직까지 공포에 질려 있는지 구석에 모여 있고 더러는 기절한 것인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거 정말 큰일이야. 잠시 스쳐 가는 놈이 아니라 계속 공격하는 것이 가축이 없으면 사람이라도 공격할 것 같아.”
알버트 촌장이 걱정스럽게 말을 꺼냈다.
“미끼로 가축을 한 마리 내놓고 숨어 있다 석궁으로 잡는 것이 어떻습니까?”
“석궁은 상처라도 내서 쫓는 용도지 이걸로 치명상을 입혀 잡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맹수를 미끼로 유인해 습격해 잡았다는 말은 별로 듣지 못했습니다. 놈들은 후각이 뛰어나 함정을 파악해 습격할 맹수입니다.”
토마스는 군대 경험이 있는 자경대원이 석궁으로 잡자는 말에 어림도 없는 말을 했다.
“그럼 마을 가축이 다 잡아먹히고 사람을 습격할 때까지 그냥 기다려야 합니까? 언제 몬스터 헌터가 소식을 듣고 올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눈길이지만 에델 마을로 보낸 전령은 왜 이렇게 늦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당한 것 아닙니까?”
사람들은 답답한지 많은 걱정의 말이 나왔다.
“맹수는 몬스터와는 달리 상처라도 주면 이쪽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다시 공격하지 않는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일단 상처라도 입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목책을 가볍게 넘는 놈을 정문에서 지키는 것은 효력이 없으니 먹이가 있는 축사 주위에 지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놈은 높은 곳에 낸 환기구멍도 쉽게 드나들 수 있으니 각 가정의 창문과 환기구멍과 굴뚝을 잘 막아 두도록 하십시오.”
토마스는 일단 축사 주위에 진지를 만들어 지키겠다는 말을 하며 문단속을 더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주었다.
“맹수는 배가 고프면 공격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참에 물도 넉넉하게 길어 두고 장작이라도 더 마련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에반이 샤벨 타이거가 배가 부를 때 물이나 장작이나 야외에서 할 일을 하도록 말을 꺼냈다.
벼락틀을 설치하려는 에반은 사람들이 여러 곳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말을 꺼냈다.
“그렇지. 에반아, 잘 말해 줬다. 이번에는 열흘 만에 공격했지만 또 언제 공격할지 알 수 없습니다. 배가 부르면 몬스터도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으니 가급적 오늘 야외에서 할 일을 마치도록 하십시오.”
알버트 촌장이 안전한 오늘 야외에서 할 일을 마치라는 말을 하자 사람들은 서둘러 움직였다.
10일이나 한 달 가까이 문밖출입을 하지 않으려면 준비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