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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7화)
3. 몬스터의 공격(2)


에반은 며칠 흙과 돌을 옮겨서 온돌식 침상과 훈제실까지 만들었다.
한편 농지의 밀이 익자 밀을 추수했다. 불편한 낫으로 허리를 굽혀 줄기를 잘라 내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에반은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참으며 밀을 수확했다.
‘역시 농사일은 쉽지가 않아. 역시 편하게 살려면 뭔가 다른 일을 해야겠어. 하늘이여 나 그렇게 조용히 살지는 않겠습니다.’
에반은 잠깐의 농사일을 경험하자 농사를 지으며 조용하게 산다는 생각은 더욱 하지 않게 되었다.
온돌과 장작, 곡식과 고기까지 마련하자 에반은 겨울을 무사히 보낼 준비를 갖출 수 있었다.
어린 에반이 홀로 겨울을 무사히 보낼 준비를 갖춘 것은 기적과 같았다. 강철호가 에반의 육체를 차지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에반은 밀을 팔아서 보리나 귀리 같은 싼 식량을 비축해야 했다. 그러나 밀 가격이 낮고 고기와 바꾼 보리가 있어 나중에 처분하기로 했다.
추수와 함께 집 주변의 호박과 비슷한 식물의 잎과 열매도 모아 겨울에 먹을 야채를 준비했다.
에반은 가을이 깊어지며 어린 멧돼지 몇 마리와 수사슴 한 마리를 더 덫으로 잡았다. 덫을 놓는 실력이 점점 발전한 것이다.
근처 계곡의 고기도 잡고 싶었지만 그물이 없었다. 귀한 직물로 그물을 짜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그물의 효율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편히 낚시를 하는 것은 바랄 수도 없었다.
에반은 마을 사람과 함께 작은 지류의 상류를 막아 물을 빼고 한꺼번에 고기를 잡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가을에 할 일이 많고 몬스터도 신경 써야 하는 개척 마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을의 추수가 끝나자 대부분의 어른들은 목책을 보수하며 무기를 손질했다. 촌장의 지시도 있었지만 곧 몬스터와 싸워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군대의 경험이 있거나 몬스터와 싸우며 개척 마을을 만든 사람들이었다.
어른들은 시간이 지나며 농사꾼의 몸이 되었지만 모여서 훈련을 시작했다.
에반은 여러 동물을 잡아 마을 사람들이 나름 사냥꾼이라고 생각해 주고 있지만 작은 체구로 훈련에 끼워 주지는 않았다.
아직 에반은 활이나 석궁을 당기지도 못하고 일반적인 창을 들지도 못하는 작은 아이였다.
에반은 마을 어른들이 모여 창을 찌르는 연습 하는 것을 보거나 여자들이 모여 화살을 만드는 것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마을 어른들이 군에서라도 배웠었는지 창과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며 에반은 이 세계 무술의 수준을 살폈다.
어른들은 목책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를 찌르기 위한 동작을 주로 연습했다.
그러나 무술의 기본인 하체와 보법을 보면 제대로 배운 사람은 없었다.
자경대장인 토마스는 과거 용병을 했었다. 늙어서 은퇴를 하고 마을에 정착을 했지만 자경대장으로서 어른들과 청년들을 지도했다.
“힘차게 찔러. 그렇게 창을 찔러서야 오크가 죽겠어. 찰리처럼 힘차게 찔러라.”
나이 들어 개척 마을로 들어온 집안은 자식들이 청년 정도의 나이였다. 청년들은 대부분 아버지와 함께 농사일을 하고 있어 에반과 마주치는 일은 드물었다.
찰리는 청년 중에서 덩치도 크고 힘이 강해 토마스에게 자주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에반이 몇 번 동물을 잡아 오자 찰리와 청년들이 간혹 산으로 사냥을 갔지만 소득은 없었다.
인간보다 빠르고 후각이 뛰어난 동물들은 사냥꾼도 아닌 젊은이들의 시야에 보이지도 않았다.
한동안 산을 돌아다니던 청년들은 곧 현실을 깨닫고 농사일에 몰두했고 지금은 어설프게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보통 창을 쓰더라도 제대로 배운다면 기본자세를 배워서 하체와 허리를 먼저 수련해야 했다.
창에 힘을 주려면 하체와 허리 힘을 키우고 자세를 정확히 취해야 했다.
자경대장인 토마스도 무술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지 그냥 경험으로 익숙한 자세로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토마스는 창을 강하게 찌르는 원리는 알지 못했다. 그저 경험으로 강하게 찌르는 자세를 보여 줄 뿐이었다.
토마스가 기본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제대로 가르칠 수가 없었다.
자경대원들은 토마스의 흉내를 내며 무의식적으로 창에 힘이 실리는 자세를 반복할 뿐이었다.
이런 막무가내 수련은 사람들의 자질에 따라 우열이 갈라지게 되었다.
찰리는 자질이 있는지 누구보다 창을 강하게 찌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청년들은 어설프게 창과 검을 다룰 뿐이었다.
에반은 어린 자신이 가르칠 수도 없고 마음도 없어 지켜보기만 했다.
에반에게는 어른들을 가르칠 스승으로의 위엄도 없었다.
어린 에반이 나서서 무술의 기본을 알려 줘도 어른들이 순순히 가르침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배우는 것도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어른이 되면 자아와 편견이 있어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에반이 어른들을 가르치려면 앞도적인 실력을 보여 줘야 믿고 따를 것이다.
기마자세나 앞굽이, 뒷굽이 자세 정도만 제대로 가르쳐도 창이나 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토마스나 군에 다녀온 어른들의 자세를 봐도 이 정도 지식도 세상에 퍼지지 않은 것 같았다.
에반은 어설픈 어른들의 자세를 보며 안타까웠다. 몬스터가 있는 세상인데 그 정도 기본은 세상에 알려져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자경대는 토마스의 시범을 보며 창을 찌르는 연습을 하고 오후에는 석궁을 쏘는 훈련을 했다.
에반이 보기에는 어설픈 창이나 검보다는 목책에서 쏘는 석궁이 살상력이 좋아 보였다. 어설픈 훈련보다는 화살이라도 많이 만들어 놓는 것이 나아 보였다.
그런데 활을 연습하는 어른들은 보이지가 않았다. 석궁이 단거리에서 맞추기도 쉽고 위력도 강하지만 장거리는 활을 쏘아야 한다.
그러나 활은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들었다. 농사를 짓는 평민이나 농노는 활을 배울 여건도 시간도 없었다.
오래된 마을이라면 세금 면제나 노역 면제를 미끼로 활을 연습시킬 여유가 있었다.
콜린 마을은 아직 마을의 방위를 위해 자경대에게 활을 연습하도록 지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지난 전쟁을 겪으며 풀린 석궁이 많아 마을 방위에 도움이 되었다.
에반은 어른들의 훈련을 보면서 앞으로의 수련이나 인생 계획을 생각했다.
용병을 했다는 토마스를 봐도 힘은 좋지만 검이나 창의 기술은 형편없었다.
그러나 몬스터나 두꺼운 갑옷으로 인해서 석궁이 세상에 널리 퍼져 있었다. 화살을 쳐 낼 정도의 실력이 되지 못하면 세상을 다닐 때 비명횡사하기 쉽게 보였다.
그리고 소문의 오우거 같은 몬스터와 집단으로 다니는 오크나 고블린 같은 것을 생각하면 수련 좀 했다고 홀로 돌아다닐 환경은 아니었다.
어른이 되더라도 개척 마을에 계속 있을 수는 없겠지만 어설픈 실력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위험해 보였다.
‘몬스터 때문인지 석궁이 널리 퍼져 있어 문제야. 석궁이 가격이 비싸고 장전이 힘들기는 하지만 산적이나 강도가 사용하면 너무 위험해. 정말 검기를 쓸 정도로 수련해야 그래도 세상을 홀로 돌아다닐 수 있겠어. 역시 실력을 키우든지 세력을 모아야겠지.’
에반은 일단 수련을 하며 검기를 다룰 정도가 되면 세상에 나서기로 했다. 창천문이라는 비장의 수련법이 있어 가능한 상상이었다.

추수를 끝내고 몬스터에 대한 방어 준비도 어느 정도 마치자 사람들은 계속 대응 태세를 유지할지 밀을 팔기 위해 길을 나설지 논의했다.
개척 마을은 보통 비싼 밀을 팔아 현금을 얻거나 생필품을 구하는 경제 구조였다.
“밀을 파는 것도 때가 있는데 너무 늦게 도시로 가면 제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눈이 오면 마차가 다니기 힘드니 어서 도시로 가야 합니다.”
흉년과 전염병을 힘겹게 보내고 추수한 밀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서 밀을 팔고 생필품이나 보리를 더 사 오기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버트 촌장과 자경대장인 토마스는 반대하고 있었다.
“올해는 몬스터도 힘든 계절이었으니 곧 대규모 공격이 있을 가능성이 높네. 또 밀 값은 추수 때 가장 값이 떨어지고 봄에 가장 높으니 좀 늦게 내다 팔아도 되네. 아직 생필품이나 현금이 급하게 필요한 것은 아니야.”
알버트 촌장은 밀의 가격이나 몬스터의 위험을 들어 더 기다리자고 말을 했다.
“마을은 지형적으로 상류의 벼랑과 폭포로 처음 몬스터의 공격을 받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몬스터가 여러 개척 마을을 공격한 후 강을 따라 올라올 수 있으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흉년과 전염병으로 개척 마을들의 방어력이 약해졌습니다. 무너지는 마을이 있을 수도 있고 공격 후 살아남는 몬스터도 많을 겁니다.”
토마스도 몬스터의 위험을 들어 마을 어른들을 설득했다.
알버트 촌장과 토마스의 강한 주장에 교역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 마을에서 힘 있는 두 사람이 주장하니 사람들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며칠이 지난 후 새벽에 갑자기 경계 종이 울려 퍼졌다. 어른들은 훈련대로 모두 목책으로 몰려갔다.
에반도 일어나 목책에 가니 어스름한 새벽빛에 강변의 길을 따라 많은 인간 형체가 오는 것이 보였다.
이 시간에 사람들이 몰려올 일은 없으니 도적이나 몬스터로 보고 경계 종을 울린 것 같았다.
어른들은 옷과 어설픈 가죽 갑옷을 추스르며 전투 준비를 했다.
에반도 새로 장만한 가죽옷을 걸치고 아버지의 활을 들었다. 아직 활을 많이 당기기 힘들지만 목책 가까운 곳에서는 상처를 입힐 자신은 있었다.
‘이런 목책에 둘러싸인 개척 마을을 공격해 보았자 재물을 많이 얻을 수 있을까? 몬스터가 기습을 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이상하군.’
가끔 도적이나 용병단이 외딴 개척 마을을 공격하기도 했다. 에반은 몬스터가 새벽에 기습할 지능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도적 같기도 했다.
곧 거리가 가까워지자 피난민 같은 사람들의 몰골이 보였다.
“더 가까이 오면 공격하겠소. 그리고 어디서 오는 사람들이요?”
자경대장인 토마스가 큰 소리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의 말과 함께 사정을 물었다.
아이들과 여자들과 소수의 어른들이 섞여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나이 든 사람이 홀로 나와 목책 앞에서 말을 꺼냈다.
“우리는 에델 마을 사람입니다. 고블린과 오크, 오우거까지 차례로 몰려와 피난을 왔습니다. 잠시 피해 있으려고 하니 사정을 봐주십시오.”
근처의 개척 마을인 에델 마을 이름을 대고 피난 왔다는 말을 하자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개척 마을의 가장 큰 악몽은 마을이 몬스터에게 휩쓸리는 것이었다.
곧 알버트 촌장이 안면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기 위해 쪽문으로 열고 나갔다.
몇몇 아는 사람들이 섞여 있는지 알버트 촌장이 신호를 하자 문을 열어 피난민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고블린이 몰려와 어렵지 않게 막았는데 다음에는 오크가 몰려오는 겁니다. 힘겹게 오크 떼를 막고 있는데 오우거까지 나타나는 겁니다. 오우거는 목책으로 막을 수 없어 일단 목책에서 시간을 끌면서 뒷문으로 탈출을 했습니다.”
에델 마을 사람들은 고블린과 오크를 막다가 오우거가 나타나자 피했다는 설명을 했다.
사람들이 여러 방향으로 도망치면서 일부는 안전하다고 소문난 콜린 마을로 온 것이다.
“오우거가 먹이인 고블린이나 오크가 이동하면 같이 움직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오우거 가족이 먹이를 따라 움직인 것 같습니다. 올해는 비가 덜 와서 그런지 고블린이나 오크들도 줄어들어 오우거가 따라온 것 같습니다.”
용병 경험이 있는 토마스가 말을 꺼내자 피난민과 마을 사람들은 오우거가 다시 나타날까 봐 걱정을 했다.
오크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오우거가 나타난다면 목책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오우거가 나타나면 도시에서 기사나 마법사가 파견되어 잡아가니 우리 마을까지는 오지 않을 겁니다. 숲에 있는 오우거가 무섭지 마을에 나타난 오우거는 잡기가 쉽습니다. 오우거를 잡는다면 가격도 높고 명예도 높일 수 있으니 용병뿐만 아니라 기사와 마법사가 달려들어 금방 잡아갈 겁니다.”
알버트 촌장은 사람들이 동요를 하자 오우거가 곧 잡힐 거라는 말로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일단 오크 정도가 나타나면 막다가 오우거가 보이면 무조건 뒷문을 열고 피하기로 합시다. 그러면 전투 준비를 하고 피난민을 수용하도록 합시다.”
토마스는 방어를 하다가 오우거가 보이면 무조건 도망가자는 간단한 전략을 말했다.
피난 온 에델 마을의 여자와 어린이들은 각 가정에 나누어 수용을 하고 남자들은 함께 방어 준비를 했다.
피난민들은 추수한 지 얼마 안 되었고 귀중한 식량이나 현금은 약간 가지고 피해서 일방적으로 신세를 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