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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3화)
1. 사이비 승천(3)


강철호는 조 박사가 미쳤다는 것은 확신하지만 바로 조 박사의 이론에 흠을 잡을 수가 없었다.
원래부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론이니 전설 같은 이야기를 끌어들여 반박을 해야 해서 머리를 쥐어짰다.
강철호는 일단 살아야 하니 용어와 말꼬리 잡기로 트집을 잡아 나갔다. 영혼이나 정신은 엄밀히 다른 것이었다.
“영혼이 정신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운이나 혼이 서린 물건이야 많은 이야기가 있어 사실일 가능성이 있겠지만 온전한 정신을 담을 그릇은 전설의 양신이나 소우주인 인체밖에 없지 않습니까?”
“일령삼혼칠백이라는 말은 기원도 알 수 없이 내려오지만 진리의 한 조각을 담고 있겠지. 사람이 죽는다면 신인 정신은 윤회로 흘러가고, 기인 혼은 세상에 서서히 녹아들고, 백인 육체는 대지에 눕게 되지. 그리고 한이 강해 혼이 흩어지지 않고 귀신이 된 이야기는 많지. 혼이라고 할 수 있는 기운을 보석에 모은다면 생전의 강력한 기억이나 정신 정도는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네. 어차피 생명체라는 것은 입력과 처리와 출력이 속성이지. 기운과 혼을 담는다면 전자네트워크의 세계에게 새로 시작할 씨앗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네. 이제 내 연구 의도는 이해했을 것으로 보이니 시작하도록 하지. 자네에게 잠력을 일으키는 침법을 시술해 일어난 기운을 보석에 모을 예정이네. 자네도 한 가닥 혼이라도 살리고 싶으면 침을 놓는 순서에 따라 전심전력으로 운기를 해서 정신까지 싣도록 해 보게.”
조 박사는 말을 마치고 로봇 팔을 조작해 강철호의 주요 혈 자리에 굵은 침을 꽂기 시작했다.
“침법이 자네의 선천지기와 기운을 도인하고 있지만 자네도 의지를 집중해 운기해야 하네. 침을 놓는 혈 자리를 따라 운기를 해야 살 가능성이 많아지네.”
조 박사의 말이 끝나자 로봇 팔이 기계적으로 황금 실이 연결된 굵은 침을 강철호에게 꽂았다.
강철호는 몸에 꽂히는 침이 늘어 갈수록 고통과 잠력이 크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어난 기운은 황금 실을 따라 황금판과 보석으로 흘렀다.
강철호는 내공과 잠력이 폭주하자 힘이 넘치고 정신이 고양되기 시작했다.
기운이 넘치며 외부로 기맥까지 열려 주위의 기운까지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넘치는 힘과 내공에 속박을 끊어 보려고도 했지만 빈틈없이 묶어서인지 꼼짝할 수 없었다.
기운은 정신을 뒷받침한다. 넘치는 기운에 정신이 고양되며 강철호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잊고 무아지경에 들기 시작했다.
‘이게 끝인가? 그래도 어떻게든지 살아야 한다.’
강철호는 무아지경에 들며 한 가닥 살 가능성을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강철호는 조 박사의 미친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신검의 전설을 믿으면서 혼이라도 살릴 희망을 품고 마지막 의지를 이어 갔다.
강철호가 의식을 잃어 가지만 기운은 로봇 팔이 기계적으로 놓는 침에 인도되었다.
침법에 따라 강철호의 선천진기인 잠력이 황금 실을 따라 보석에 모였다.
조 박사가 노숙자를 납치해 실험을 하면 노숙자의 혈 자리나 육체가 버티지 못하고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강철호는 육체와 내공 수련이 되어 있어 일어나는 기운을 버티며 살기 위해 의지까지 싣고 있었다.
곧 로봇 팔이 마지막으로 상중하 단전에 굵은 옥침을 놓았다.
정기신이 모이는 세 개의 단전에 굵은 옥침이 파고들자 단전이 깨지면서 정기신의 정수는 불꽃과 같이 일어나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조 박사는 적외선과 자외선 등 여러 감시 수단으로 실험을 녹화하고 있었다.
로봇 팔이 프로그램에 따라 침을 놓기 시작하자 조 박사는 가부좌를 틀고 편법으로 얻은 영안을 뜨고 강철호를 관찰했다.
침을 놓을수록 형형색색의 여러 기운과 선천진기로 보이는 황금색 기운이 일어났다.
기운들은 잠력이 깨어나며 부서지는 강철호의 몸을 치료하며 조금씩 진법과 주술에 의해 보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확실히 수련도 하고 대주천에 발을 디딘 자의 기운은 많고 순수하군. 노숙자의 칙칙한 기운과는 차원이 달라. 좀 더 수련할 시간을 주었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겠어. 좀 약하게 여러 번 실험할 것을 잘못했나?’
조 박사는 강철호에게 그동안 연구 결과인 침법과 진법, 주술을 모아 실험했다.
그러나 강철호에게 일어나는 기운을 보자 좋은 실험 재료를 한 번에 소모하는 것이 아까웠다.
‘역시 선천진기를 깨우고 강제로 기맥을 여는 침법은 문제가 없었어. 노인이나 노숙자들을 썼으니 기운을 버티지 못했던 것이야.’
세 개의 단전에 침을 놓자 불꽃이 터지는 듯한 강철호를 보며 조 박사는 마지막 힘을 끌어올리는 구명 침법의 효능을 실감했다.
‘침법과 진법의 효과는 있어 보이는데 영혼과 정신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강철호의 기운을 쥐어짜 생명이 끊기면 영혼과 정신이 내가 설치한 주술과 살기 위한 의지에 의해 보석으로 모이겠지.’
단전의 정수들이 불꽃처럼 일어나 빠져나가자 강철호는 미라처럼 말라 가며 차츰 생명이 끊기기 시작했다.
육체의 생명이 끊기자 정신은 사후세계로 혼은 대기에 녹아들어야 했다. 그러나 실험실에는 조 박사가 귀신을 쫓는 부적과 주술을 응용해 결계를 펼쳐 놓았다.
중심의 보석에는 귀신을 봉인하는 진법과 주술이 펼쳐져 강철호의 정신과 영혼을 봉인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강철호의 영혼은 기운을 따라 벌써 보석에 머물고 있었다.
보석은 강철호의 모든 것을 삼키고 정신을 유혹했다. 살아남고 싶다는 강철호의 의지까지 아직 새겨져 있어 정신을 끌어당겼다.
강철호의 몸을 떠난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무형의 존재는 하늘의 이치를 거슬러 잠시 보석에 접촉을 하게 되었다.
순간 보석은 크게 떨리며 보석 주위에 설치한 봉인진도 빛을 내기 시작했다.
보석은 그동안 집어삼킨 기운을 토해 내듯이 울리며 빛을 내기 시작하고 빛에 반사되어 봉인진도 더욱 강하게 빛을 내었다.
빛나는 황금빛에 조 박사는 영안이 탈 것 같아 얼굴을 감싸며 엎드렸다.
강철호의 정신까지 삼킨 보석은 떨쳐 울리며 새 생명을 얻었다는 것을 알리다가 차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담은 기운이 너무 많았는지 정신을 담기에는 부족한 물건인지 보석은 차츰 금이 가다가 빛을 쏟으며 가루가 되었다.
빛의 폭풍은 주변의 기계와 강철호의 미라 같은 육체까지 먼지처럼 부수고 멈추었다.
안전유리 너머에 있던 조 박사는 멍하니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구실은 강철호의 육체와 기계, 진법과 주술의 흔적이 사라질 정도의 빛의 폭풍을 겪었다.
그러나 조 박사는 마지막 황금 빛과 스스로 울리는 보석을 생각하며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기운과 영혼까지 담을 수 있다는 것은 확인했으니 성공이라고 해야겠지. 신기나 보패 급 물건만 구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럼 일단 일반인이 견딜 수 있게 침법을 약화시켜 기운과 영혼을 담을 수 있는 물건을 찾아야겠군.’
조 박사는 가능성이 눈에 보이자 몸이 달아서 무리를 하기 시작했다.




2. 사냥꾼 에반(1)


마지막 선천지기까지 빨려 나가자 강철호의 생명이 끊기고 정신은 육체를 떠나기 시작했다.
원래 세상의 이치에 따라 깨달음을 얻지 못한 정신은 윤회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그러나 정신은 세상의 이치와 강철호가 마지막에 남긴 의지 사이에서 갈등했다.
실험실에서 펼쳐진 주술과 진법은 신선까지 봉인했던 봉인진은 아니지만 잠시 하늘의 이치를 비틀고 강철호의 정신을 유혹할 정도의 힘은 있었다.
진법과 주술의 힘으로 정신이 보석에 접촉하자 세상의 이치가 비틀어졌다.
그러자 보석 주위의 봉인진이 빛나며 정신까지 보석에 봉인하려 했다.
봉인 시도에 강철호의 정수가 모인 보석은 순간 빛이 나며 떨쳐 울리기 시작했다.
신검이 불과 망치질을 견디듯이 보석이 새롭게 정련되는 시련을 이긴다면 강철호의 정신까지 봉인될 가능성은 있었다.
빛과 울림은 새로운 육체라고 할 수 있는 보석에 영혼과 정신이 적응하는 시련이었다.
잠시 동안이지만 정신과 영혼은 보석에서 머무는 시간을 가졌다. 기회를 얻은 강철호의 정수는 양신처럼 완전하지는 않지만 정신생명체로 생명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무생물인 보석에 정신과 영혼까지 담는 것은 무리인지 딱딱한 보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강철호의 정수가 정신생명체로 변하는 가운데 보석이 폭발하며 봉인진을 비틀었다.
그리고 비틀어진 흐름을 따라 정신생명체는 새로운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강철호는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새로운 감각으로 세상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눈과 귀의 감각이 아니라 기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육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아는 정신세계에서 의미가 없었다.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이 깨어난 것이다.
기를 타고 전해지는 정보에 정신은 금방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정말 조 박사가 설명한 대로 강철호의 의식이 보석에 봉인된 것이었다.
그러나 보석에 정신이 머물자 스스로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고 생각에 잠겨 들었다.
끊임없이 관리해야 하는 육체를 가졌다면 빠질 수 없는 깊은 명상과도 같은 무한한 의문들이었다.
육체는 정신이 깨어나고 집중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방해를 한다. 그런 방해 때문에 더욱 수련에 집중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보석을 새로운 몸으로 가진 정신은 방해 없이 무한한 의문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곧 몸체인 보석이 빛과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균열이 가자 정신은 끝없는 질문의 바다에서 벗어났다.
본성인 정신은 삶과 죽음에 미련이 없지만 죽기 전에 품었던 살고 싶다는 의지는 깊이 새겨져 있었다.
정신은 살고 싶다는 의지에 따라 주위의 기를 타고 오는 정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기는 세상을 이루는 기초 재료이자 정보였다. 정신력이 강하다면 기를 제어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고 모든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다.
의지를 일으키자 주위의 기가 반응해 질문에 대한 답을 연결해 주었다.
쏟아지는 정보에 정신은 주위의 봉인진을 활용해 보석에 모인 정신과 영혼과 기운을 모아 결합력을 높였다.
지금 정신의 상태는 양신과 귀신의 중간 정도였다.
영혼과 기운까지 함께 봉인되어 정신이 머물 수 있지만 봉인된 기운이 모두 소모되면 정신은 다시 윤회의 길로 돌아가야 했다.
정신은 육체가 있다면 다시 인간으로 살아날 수 있다는 정보에 정신생명체로 버틸 시간을 늘리기 위해 기운을 결집했다.
곧 보석이 부서지며 무생물인 몸체에서 벗어나자 정신은 세상에 녹아들었다.
세상과 하나 되는 느낌에 정신은 더 이상의 노력을 멈추었다. 그러나 죽기 전에 깊게 새긴 살고 싶다는 의지는 아직 남아 있었다.
곧 봉인진이 기의 폭발에 휩싸이고 비틀어지며 새로운 세상으로 통로를 만들었다.

봉인진의 압력과 비틀어진 흐름에 정신은 의지를 일으켜 흩어질 위기를 벗어났다.
평온한 흐름이었다면 몸체를 가지지 못한 기운은 천천히 세상에 녹아들었겠지만 외부의 압력이 있자 반작용으로 의지가 강해졌다.
외부의 압력과 회오리에 정신은 자신의 기운을 더욱 단단히 붙잡고 정신생명체에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기의 회오리를 벗어나자 곧 주위의 기를 따라 새로운 정보가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정보의 홍수에 정신은 충격을 받았지만 곧 적응을 하며 필요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정신은 금방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세계는 아직 오염이 없는지 기와 함께 자연의 정령도 많았다.
정신이 주위를 인지하자 수많은 정신체들이 신기한 기운 덩어리인 정신에게 접근했다.
정신은 밀려드는 정보와 정신체의 접근을 막으며 정보의 바다에서 인간을 찾는다는 의지를 실었다.
의지가 실리자 바로 인간의 마을이 눈앞에 펼쳐지고 인간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
정신은 차츰 정보의 바다에 적응하며 정신생명체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체는 의지가 모든 것을 좌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