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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퍼1권(2화)
1. 사이비 승천(2)


“저 무슨 실험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사람이 죽을 때까지 할 필요 있습니까? 돈을 좀 더 주고 병신이 되는 실험이 아니라면 지원할 사람은 많습니다.”
“내 연구는 사람이 견디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어 이런 수단을 쓰는 것이네. 실험에 협조를 잘 하면 큰 고통 없이 빠르게 마칠 수 있네. 괜히 반항하면 고통만 길어지니 마음 편하게 갖고 실험에 잘 협조하게.”
어차피 죽을 거 협조해서 고통 없이 빠르게 죽으라는 조 박사의 말에 강철호는 할 말이 없었다.
소설에서나 보던 고문을 받을지 협조를 할지 선택을 하라는 것이었다.
강철호는 우선 묶인 손을 풀려고 조용히 움직이는 사소한 반항을 하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강철호의 검사 자료를 보다가 조 박사는 말을 꺼냈다.
“자네는 내공심법을 배우지 못했나? 수련할 때 열영상 자료를 보면 자연스럽게 단전에 축기가 되고 쌓이면 저절로 운기가 되는 정도인 것 같아?”
박사가 질문을 하자 강철호도 일단 칼을 쥔 박사와 친해져야 하니 친절히 답을 했다.
“기초만 3년 정도 배우고 이후에는 간간이 도장에 들러 몇 가지 수를 조금씩 배웠습니다. 심법이라고 사형들에게 배워서 외우기는 했는데 아직 본격적으로 수련하지는 않았습니다.”
강철호는 본격적인 내공 수련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현대의 도장이라는 환경은 내공 수련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강철호는 내공 없이 발경까지 익혀서 심법을 전수 받을 수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내공에 입문하지는 않았다.
“요즘은 자네처럼 묵묵히 기초 수련 하는 것이 더 어렵겠지. 일단 내 실험을 견디려면 경맥이 열려 있어야 하니 이제라도 내공 수련을 하게. 이미 자네는 단전에 축기가 되어 있고 중요한 경맥은 가늘게 뚫려서 저절로 운기되고 있네. 이런 점이 기초가 중요한 이유지. 조금만 내공 수련을 하면 금방 운기에 진전이 있을 거야.”
조 박사는 강철호에게 수련의 핵심 사항을 알려 주고 대맥과 소주천 운기를 시켰다.
강철호는 난데없는 내공 수련에 불안과 걱정이 많아 쉽게 호흡과 정신 집중이 되지 않았다.
강철호가 쉬이 집중이 되지 않자 박사는 굵은 침을 꺼내더니 강철호의 대맥 몇 군데 혈에 찔러 넣었다.
“집중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이 침으로 도인할 테니 익숙해지도록 하게.”
조 박사가 꺼낸 침은 요즘에 주로 사용하는 가는 침도 아니고 바늘보다 굵은 침이었다.
강철호는 조금 전의 반항하면 고통만 늘어난다는 말을 금방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통을 겪자 바로 정신 집중이 되고 단전은 활화산처럼 뜨거워지면서 침을 놓은 대맥혈로 기운이 몰렸다.
“그렇지, 숨을 고르고 심법을 외어 마음으로 기운을 도인해야지.”
대맥 운기가 빠르게 되자 이번에는 소주천을 해 보라고 하며 강철호를 재촉했다.
강철호는 소주천의 혈 자리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생전 처음 해 보는 운기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조 박사는 바로 침으로 몇 군데 혈을 찔러 육체와 마음이 새로운 운기 경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대맥을 돌던 기운은 바로 침을 놓은 혈 자리로 운기가 되었다.
“원래 기운을 도인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자네는 기초가 튼튼하고 저절로 운기가 되는 상황이라 이렇게 해 주는 거네. 노숙자들은 몇 달간 경맥에 침을 놓아 준비하는데 자네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게.”
조 박사가 말하는 사이에 길을 찾은 기운은 계속 힘을 받아 소주천의 경로로 움직였다.
강철호는 운기가 될수록 차츰 호흡도 안정되고 점차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었다.
무아지경에 빠지는 강철호를 보며 조 박사는 생각에 잠겼다.
‘이거 한 달만 내공 수련시키면 이번에는 실험의 효력을 볼 수 있겠어.’
조 박사는 과거 북파공작원에게 내공을 만들어 주는 실험에 참가했던 물리와 의학 박사였다.
독재정권의 강제력으로 수련자와 전통의 명의를 모으자 공작원에게 내공을 넣는 실험은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이미 선도나 무예가들은 제자에게 자신의 내공으로 기초를 돕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공작원에게 한의사가 보약과 침으로 보조하고 수련자가 약간의 기운을 도인해 주자 내공을 만드는 것은 쉽게 성공했다.
수련자들은 자신의 기운이 소모되는 내공 전수는 꺼려 맛만 보여 주는 수준으로 내공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미 육체적으로 한계까지 훈련한 젊은 공작원들은 약간의 내공만으로도 크게 효력을 볼 수 있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북파공작원 자체가 없어져 연구팀도 해산되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조 박사는 기에 매료되어 이십 년 넘게 한의학과 선도 등의 수련에 매달렸다.
그리고 인체 실험까지 하며 기와 인체의 관계를 파헤쳐 좀 더 많은 것을 이루려 하고 있었다.
묶인 상태에서도 강철호는 무아지경에서 소주천의 운기를 성공했다.
“자네는 기초가 있어 소주천까지는 억지로 시켰어도 금방 성공했네. 높은 경지에 이르면 살 수도 있으니 좀 더 노력해 보게.”
조 박사는 말을 마치더니 최 연구원을 불러 침상을 굴려 감금하는 방으로 데려갔다. 최 연구원은 강철호의 손 하나를 풀어 주고 바로 철문을 잠갔다.
강철호는 풀린 손으로 나머지 속박을 벗고 잠시 침대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었다.
금방 죽을 것이 확실한 실험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일단 생명을 연장해서 안심을 했다.
그러나 조 박사가 살을 찌워 먹겠다는 생각을 보여 주자 걱정은 더 늘어났다.
강철호는 우선 감금된 방을 살폈다.
창도 없이 콘크리트 사각형 방으로 문은 철문으로 되어 있어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감시 카메라까지 있어 뭔가 시도할 여지도 없었다.
기분 나쁘다고 감시 카메라를 부수면 제재나 묶여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단 강철호는 카메라를 무시했다.
“살아날 가능성은 경맥을 단련하고 경지를 높이는 수밖에 없으니 몸을 풀고 내공 수련이나 하게.”
감시 카메라에서 조 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철호는 물리적으로는 도저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우선 수련을 해서 최선의 컨디션을 만들어 묶거나 실험하기 위해 누군가 들어올 때를 노리기로 했다.
강철호는 창천문의 수련을 처음부터 하며 몸을 만들고 밤새 운기를 해서 내공을 높였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인지 몇 주간 강철호는 잠도 자지 않고 미친 듯이 무예와 내공 수련에 몰두했다.
조 박사도 수련을 돕기 위해서인지 다른 문파의 심법도 가르쳐 주고 중요한 비전을 전수하며 해설도 해 주었다.
조 박사가 여러 심법을 알려 주고 해석을 해 주자 강철호는 창천문의 뜬구름 같은 내공심법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한 달 만에 강철호의 몸은 생사의 결전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준비되었고 내공은 소주천의 극에 이르렀다.
강철호가 쌓은 기초의 한계는 소주천 정도였다. 그러나 생명의 위기를 느끼고 전심전력을 다해서인지 조금이지만 대주천에도 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운기는 단순히 경맥에 기운을 보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몸과 정신까지 경지에 이르러야 소주천이나 대주천이 들어설 수 있었다.
소주천은 몸과 정신의 조화를 이루는 경지였다. 그리고 소주천으로 내부를 다져야 외부로 뻗어 나가는 대주천 수련을 할 수 있었다.
대주천을 수련해 외부로 기운을 보내는 수련을 해야 권기나 검기를 만들 수 있었다.
강철호는 탈출을 위해 대주천을 수련하며 마음속으로 계속 발경을 위한 심상 수련을 했다.
강철호는 감시 카메라가 있어 심상 수련으로 발경을 연습해 손에 기운을 보내는 연습을 했다. 소주천에서도 발경은 가능하지만 대주천이라면 검기나 권풍도 가능했다.
강철호는 철문을 가르는 상상을 하며 더욱 수련에 매진했다.
식사를 한 후에 가볍게 몸을 풀던 강철호는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아차, 식사에 약을 탔구나.’
강철호는 운기를 하며 정신을 차리려 했다. 그러나 내공에 대해 잘 아는 조 박사가 신경을 썼는지 신체 저항이 높아진 강철호도 금방 정신을 잃고 말았다.

강철호는 정신이 들자 이상한 기계들이 놓여 있는 실험실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니 바닥에는 진법 같은 여러 도형이 그려져 있고 로봇 팔이 달려 있는 기계도 곁에 있었다.
진법 중앙에는 아름다운 보석이 여러 문양이 새겨진 황금판과 황금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연구실은 과거와 미래, 기와 기계가 공존해 있었다.
“오, 깼는가? 내가 직접 실험한 약인데 이렇게 일찍 일어난 것을 보니 자네도 조금이지만 대주천에 발을 디딘 것 같군. 대주천이 되어 외부로 기맥이 열리면 내공도 늘지만 이런 약도 저절로 외부로 배출되어 해독이 더욱 빨라지지.”
“맛도 없던데 무색무미무취의 약을 만드셨나 봅니다.”
기회를 노릴 수도 없이 묶이게 되어서인지 강철호는 불편한 속내를 비출 수밖에 없었다.
“폐관 수련을 하며 대주천에도 발을 디뎠으니 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게.”
“무슨 실험을 하려고 그러십니까? 기라는 것이 잡는다고 잡아지는 것이 아니고 경지라는 것도 정신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전쟁만 알던 무식한 황제도 아니고 박사님 정도 되면 간단한 이치 정도는 알지 않습니까?”
강철호는 이제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이론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무슨 연구를 하려는지 설명을 안 했군. 내 연구 의도를 잘 알아야 살 가능성이 많아지니 잘 듣도록 하게. 자네도 선도 수련의 목표인 양신에 대한 상식은 알겠고 신검이나 명검이 울었다는 기록도 들어 봤겠지. 감히 편법으로 양신을 얻을 수는 없지만 신기나 신검이 생명을 얻은 것처럼 정신생명체를 만들기 위한 실험을 하려고 하네. 신검과 같이 장인의 생명을 바칠 정도의 정성으로 정련을 하면 무생물이 생명을 얻기도 하지. 신선이 사용했다는 보패에 대한 전설도 있는 것을 보면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지. 인공지능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컴퓨터와 전기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몸체와 기운과 영성만 있으면 신검 같은 정신생명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네.”
조 박사가 현대판 신검을 만들려 한다는 생각을 길게 말하자 강철호는 어이가 없었다.
“인공지능이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무엇을 하려고 기라는 뜬구름을 잡아 인체 실험까지 하려고 합니까?”
“모든 생명체가 원하는 것은 뻔하지 않은가? 영원히 살기 위해서지. 선도에서 수련으로 만든 양신에 정신을 담아 승천하는 것처럼 정신을 담을 그릇과 방법만 안다면 정신을 업로드 할 수 있지 않겠나? 전자 네트워크에 정신을 업로드 할 수 있다면 나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겠지.”
조 박사는 상상에서나 가능한 정신을 전자 세계로 업로드 하려는 뜻을 보였다.
“그러면 전자적으로 프로그램에 기억과 정신을 담을 연구를 하시지 왜 과학적으로 증명도 되지 않은 기운에 집착하고 계십니까?”
“자네도 수련을 해서 알겠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기가 없다 할 수 없지. 나도 꽤 수련을 했고 진법이나 주술도 좀 할 줄 아네. 그리고 인간의 정신을 데이터로 정리하려면 아직 멀었네. 프로그램으로 의식이나 정신이라는 것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몇 세기는 걸릴 거야. 이미 신검같이 정신을 담을 그릇으로 증명된 것이 있으니 가능성에 집중해야지.”
“그럼 정신을 담을 그릇이나 방법은 있습니까?”
강철호는 조 박사의 이론에 흠을 내어야지 자신에게 가해질 인체 실험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질문을 했다.
“장인이 혼과 생명을 다해 만든 신검이 없으니 구조적으로 정련되어 있는 보석을 준비해 두었네. 흠 없는 보석을 잘 세팅하면 빛까지 가두고 스스로 빛을 내듯이 반짝이니 신기에 비할 수 있겠지. 그리고 기운과 정신을 담기 위한 방법을 알기 위해 인체 실험을 하려고 하는 것이네. 인체는 소우주이니 모든 혈 자리의 기운을 모은다면 소우주를 흉내 내어 정신을 담을 수 있겠지. 잠재력을 끌어내는 수법을 흉내 내어 선천진기와 기운까지 보석으로 끌어 모은다면 정신을 지탱할 기운을 모을 수 있다고 예상하네. 그리고 여기에 설치한 진법과 주술로 영혼까지 담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갖춰지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