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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계보 1권(20화)
제3장 와신(臥薪)(4)


나타샤는 종종 도시로 나가 페테르부르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도 했으나 전속 하녀 한 사람을 제외하면 언제나 홀로였다. 그렇게 홀로 다니다 보면 그녀의 미모를 보고 달려드는 껄렁패들을 거절하는 것도 다반사였고, 이제 그것도 지쳐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그녀가 원한다면 백작을 따라 페테르부르크의 사교계에 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변방 출신으로서 귀족사회의 사교 같은 걸 알지도 못했고, 폐쇄적이고 허영심 많은 귀족 사회는 그녀에게 상처만 주리라는 것을 백작이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샤의 가슴속에 쌓인 원한과 증오는 서서히 누그러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타샤는 자신을 책망하며 비명에 간 아버지와 어머니, 약혼자를 떠올렸다.
‘이 원한을, 이 분노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알렉세이! 반드시 내가 그 원수를 갚고야 말겠어요.’
그녀는 영원히 사랑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않고 오직 적의 멸망을 위해 살아갈 것이었다. 그녀는 니벨룽(Nibelungen)의 크림힐트(Kriemhild)였다. 그녀의 삶은 이제 복수의 제단에 바쳐졌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릴 때면, 갑자기 혈류가 막히면서 몸을 꼼짝하지 못할 것 같은 중압감에 사로잡히곤 했다.
발트해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낙조를 바라보며, 잠시 행복해 하던 그녀는 이내 갑작스러운 고통에 사로잡혔다. 만약 그때 전속 하녀가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면, 그녀는 한동안 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로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그날은 특이하게도 이그나티예프가 귀가하자마자 나타샤를 찾았다. 평소에는 가급적이면 사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 그였다. 의례적인 저녁식사 외에는 따로 그녀를 부르는 일이 없었던 백작이 자신을 부른다는 말에 의아함을 가지고 나타샤는 간신히 감정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르셨습니까, 니콜라이 파블로비치.”
얌전히 인사하는 나타샤를 향해 니콜라이는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그리고 그는 담뱃값에서 담배를 꺼낸 뒤, 양해를 구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탈리야 알렉산드로브나!”
갑작스러운 경칭에 나타샤는 니콜라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깊고 큰 하늘색 눈을 백작은 바라보면서, 말을 떼기가 어렵다는 듯 짐짓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내 그대에게 긴히 청할 일이 있소.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반나절 전, 외무성 아시아국장 니콜라이 이그나티예프 백작은 특별한 부서의 부름을 받았다. 그 특별한 부서는 막강한 「제3부」, 즉 황제직속사무국(Собственная Е.И.В канцелярия) 제3부였다. 전임 차르 콘스탄틴의 즉위 초, 청년 장교들을 중심으로 한 혁명운동, 이른바 데카브리스트의 반란은 지배 계층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형인 알렉산드르 1세와 마찬가지로 자유주의적 성향이었던 콘스탄틴 또한 청년 장교들이 프랑스의 사례를 본받아 공화주의 혁명을 꿈꿨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반역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부르짖는 동생 니콜라이 대공의 뜻을 받아들여 1826년 특수기관인 황제직속사무국의 설치를 승인했다.
다양한 제반 업무를 수행하는 황제직속사무국은 막강한 권위를 누렸고, 특히 그중 제3부는 법을 초월하는 특수 기관이었다. 제1과는 정치 문제, 즉 반체제―반정부 단체의 조직 및 인사들을 감시할 뿐만 아니라 여론 전체를 주시하고 조작하는 임무를 맡았고, 제2과는 통화 위조, 종교적 이단 감시, 살인, 감옥 관리 등을 전담했다. 제3과는 국내 외국인의 감시와 대외 정보의 수집을 맡았고, 제4과는 농촌 및 농민 문제 감시, 다양한 산업 전반의 관찰, 국경 분쟁들을 조사하고 보고했다. 제3부의 권한은 막강했고, 지식인 중에 제3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그들이 조금만 불경한 언사를 보인다면 제3부가 가차 없이 철퇴를 날리기 때문이었다. 콘스탄틴 1세의 재위 기간 동안 니콜라이 대공이 부서 전체들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1843년, 적법한 후계자를 얻지 못하고 임종에 이른 콘스탄틴 1세는 제위를 조카인 알렉산드르 니콜라예비치 대공에게 넘겼고, 반동적인 아버지와 달리 개혁적인 성향의 새 차르 알렉산드르 2세는 악명 높은 제3부를 폐지하길 원했으나 아버지 니콜라이 대공의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조직을 존속시켰다. 니콜라이 대공의 사후에도 비밀경찰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된 차르의 승인에 따라 몇 가지 기능 약화에도 불구하고 제3부의 권위는 여전히 막강했다.
57세의 바실리 안드레예비치 돌고루코프(В.А.Долгоруков) 공작은 유서 깊은 명문가 출신으로 기병대장, 시종무관장, 육군대신을 역임하며 스웨덴―오스트리아 및 폴란드―리투아니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공헌하고, 5년 전부터 제국 헌병 총사령관 겸 제3부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기병대장과 육군대신을 역임한 노련한 장군이 제3부의 부장으로 오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제3부의 권위가 막강함을 의미했다. 그런 이가 자신을 불렀다니 이그나티예프 백작으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공작은 황제 다음의 권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바실리 안드레예비치 공작 각하.”
“어서 오시오, 니콜라이 파블로비치 백작. 제3부는 처음이지요?”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군복을 입고 중후한 콧수염을 기른 돌고루코프 장군이 니콜라이를 맞이했다. 벽면에는 차르의 어진과 지금은 별세한 차르의 아버지 니콜라이 대공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니콜라이 대공은 사실상 ‘제3부의 아버지’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제3부에…….”
“내 알기로 백작은 아시아에 관한한 제국 내에서 가장 정통한 사람인 것으로 알고 있소. 실제로 많은 성과를 세웠고.”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지요.”
“겸손해 할 것 없소. 각설하고, 지금 폐하께옵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시는 지역이 어딘지 백작도 잘 알지요?”
“예, 투르케스탄 지역으로 압니다. 즉 부하라 아미르국, 히바 칸국과 코칸드 칸국, 카쉬가르 아미르국이지요.”
“그렇소이다. 백작이 3년 전에 다녀온 곳이기도 하지. 제국이 지난 10년간 동서남 각지로 뻗어간 지금, 제국의 깃발이 휘날리지 않은 곳이 없고 이제 남은 곳은 투르케스탄이라 할 수 있소. 우리는 이 지역을 러시아의 영역으로 늘 생각해 왔고, 인도를 장악한 연합 왕국도 우리가 더 이상 남하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를 묵인하고 있지. 근데 최근에 요동이 이 지역에서 반(反)러시아 활동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소. 요동은 지금껏 그 지역에 대한 이해관계가 전혀 없었소. 그런데 이 시점에서 그들이 움직인다면 무엇 때문이겠소?”
이그나티예프는 수월하게 답을 했다. 그 또한 얼마 전부터 주시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요동이 작년에 우리 러시아와 평화 조약을 체결한 후 순을 무찌르고 자신의 세력권 안으로 완전히 끌어들였습니다. 전통적으로 요동은 몽골 초원 전체에 대한 패권을 주장했고, 순은 서역에 대한 야심이 있었지요. 그것이 이제 하나로 합쳐진 이상, 그들이 이 지역에 영향력을 투사하려 함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그나티예프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점은, 그들이 우리로 하여금 투르케스탄에 발목이 묶이기를 원한다는 겁니다. 우리 러시아가 한국 및 양과 연대하여 요동으로 하여금 산동 반도를 다시 내놓으라 한 것은 요동 입장에서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요구에 러시아가 합류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습니다만……. 아무튼 요동의 입장에서 이 삼국은 다 잠재적인 적국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클 겁니다. 아마도 그들은 멀지 않은 시일 내에 한국과의 군사적 결판을 내려 할 것입니다. 만약 한국과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우리가 개입하지 않도록 미리 투르케스탄 쪽으로 밑밥을 치는 것이겠지요.”
“훌륭한 혜안이오, 니콜라이 파블로비치. 만약 두 나라가 충돌한다면 누가 이길 것 같소?”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단기전으로 간다면 요동이 승리하리라 봅니다. 지금의 한국 육군은 요동 육군의 상대가 못됩니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해군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한국이 해안을 봉쇄하고 요동 반도와 발해만을 제패하는 것으로 맞서겠지만, 결국 두 나라가 육지로 이어진 이상 결판은 육군이 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요동을 완전히 무찌를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제국의 행보는 어찌해야 하겠소?”
돌고루코프 공작의 물음에 이그나티예프는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고 대답했다.
제국의 행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차르가 판단할 문제였다. 그걸 자신이 감히 입에 올리는 것은 어쩌면 불경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공이 그를 함정에 빠뜨리고자 그런 물음을 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이그나티예프는 감정을 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관망해야 합니다. 요동과 평화 조약을 맺은 지 한 해밖에 안됐을 뿐더러, 두 나라 간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무익합니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모를까, 만약 단기전으로 승부가 난다면 우리가 개입하나마나 큰 의미는 없을 겁니다.”
“내 생각도 백작과 같소. 그러나 요동의 다음 행보가 어디로 갈지는 자명한 터. 우리 제국이 요동의 팽창을 계속 손 놓고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오. 동방에서 요동은 우리의 주적이니. 그래서 말이오, 니콜라이 파블로비치. 그대가 내게 도움을 줘야겠소.”
공작이 은근한 표정으로 조력을 구하자 이그나티예프는 살짝 긴장하며 응했다.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바실리 안드레예비치.”
“성경 핵심부에 침투할 수 있는 우리 쪽 요원이 필요합니다. 한국어에 능통하고, 그들의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아시아국에 그런 인재가 없습니까?”
“실례입니다만, 보통 이런 것은 참모본부 정보총국의 관할 아닙니까?”
공작의 이마에 주름살이 폈다. 영 마뜩찮은 눈치였다. 참모본부 정모총국(Г.У.Г.Ш)은 1832년에 창설된 러시아 육군부 산하 참모본부의 사무기구로, 정보와 병참을 전담하는 부서로써 군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취급하는 곳이었다.
정보취급 분야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만큼, 제3부의 책임자인 공작으로서는 별로 달가운 이름은 아닐 터였다.
“요동놈들이 보통 교활해야지. 지난 전쟁 이후 주재무관들은 손발이 다 묶여 있소. 정보원들도 마찬가지고. 기존의 정보 조직 자체가 와해된 상황이오. 게다가 지금의 육군부는 믿을 게 못되오.”
개혁 성향의 신임 육군대신 드미트리 알렉세예비치 밀류틴(Д.А.Милютин) 백작의 군제개혁안을 보수적인 돌고루코프 공작이 반대하는 것을 아는 니콜라이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적당한 사람이 한 명 있긴 합니다. 한국어와 몽골어를 할 줄 알고, 두뇌 회전도 빠릅니다. 무엇보다 다른 정보원들보다 쉽게 요동의 핵심부에 침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요? 그것 참 흥미롭군. 그래, 그 방법이란 게 무엇이오?”
백작으로서는 나름 아껴두려 했던 비장의 패를 벌써부터 꺼내 드는 것이 아쉬웠지만, 제3부의 요청은 특별한 것이었다.
“…… 민망한 말씀입니다만, 미인계입니다.”
뜻밖의 말에 일순간 표정이 일그러졌던 공작은 곧 표정을 풀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재미있군! 아주 재미있어. 러시아 남자 입장에서 불쾌한 일이긴 하지만, 요동에서 러시아 여인들의 인기가 높으니 충분히 해볼만한 방법이군. 그래, 믿을 만한 여자입니까? 이 일은 보안이 생명이오. 더군다나 여차하면 목숨을 걸어야 할 상황이고.”
러시아와 요동의 적대 관계와는 별개로, 요 10년 사이 러시아 동부 국경 출신의 여성들이 빚을 지거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요동 상인의 손에 이끌려 성경의 기방이나, 귀족과 부호의 숨겨진 애인으로 팔려 가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심히 불쾌한 일이었지만, 요동의 지배계급 내에서는 희소성 있는 하얀 피부와 금발의 러시아 여인들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있었다.
요동에는 일부일처의 법령이 엄연히 존재했지만, 여전히 남성지배적인 가부장제의 구조는 남성의 삐뚤어진 욕망을 어떠한 형태로든 채워주고 있었다. 요동의 매춘사업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성황이었다.
“그 점은 완전히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지난 시베리아 전쟁의 유족이자 피해자로, 요동에 대한 증오심이 깊어 그들을 무너트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기꺼이 할 겁니다.”
“좋소, 니콜라이 파블로비치. 그래도 첩보원으로서의 소양은 갖춰야 하지. 내 한 번 자리를 마련해 보리다. 더군다나 그토록 미인이라니 나도 꼭 한번 보고 싶구려.”

이그나티예프의 완곡하고도 긴 설명을 들은 나타샤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이 남자가 여태껏 나를 돌본 이유가 이런 것이었구나. 하긴, 아무 이유 없이 내게 호의를 베풀 이유가 없지…….’
백작은 초조한 표정으로 나타샤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공작 앞에서는 결과를 자신했지만, 야심만만한 백작도 끔찍한 일을 겪은 어린 여성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적잖이 난감했다.
솔직한 말로, 나타샤가 그 일을 거부하고 집에서 나가 버리면 법적으로 백작이 그녀를 막아 세울 방법은 없었다. 그는 난처함을 감추기 위해 담배만 연신 피워대고 있었다.
‘어찌해야 할까?’
가증스러운 요동인들의 소굴 성경에 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더욱이 그들을 홀려내고 정보를 빼와야 한다. 그 와중에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고, 어떤 굴욕스러운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백작이 지금껏 천애고아인 자신을 도와준 것은 고마운 일이나, 그에 보답하기 위해 내가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이 집을 나오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나타샤, 네가 복수를 하지 않는다면 대체 너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지?’
그녀는 비명에 간 부모와 약혼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할하군에 살해당하거나 능욕당한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도 악몽처럼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 만행을 저지른 할하의 배후에는 요동이 있다. 악의 뿌리는 요동이었다. 이 남자는 그것의 파괴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자신에게 제안한 것이다. 그녀는 거울을 보는 것처럼 스스로의 마음을 비추어 보았다.
‘이 제안을 응하지 않는다면, 이 앙상한 두 팔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잊고 조용히 침묵 속으로 사라지는 것 말고는 없겠지.’
마침내 나타샤는 감았던 눈을 뜨고 백작을 똑바로 응시했다.
“말씀에 응하겠습니다, 니콜라이 파블로비치.”
니콜라이는 반색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띠우지 않은 채로 단서를 붙였다.
“대신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녀의 깊고 큰 눈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을 쏘아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