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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마경 1권(12화)
四章 수련(修練)(4)
단현의 엄청난 무공의 발전 속도와 더불어 사선의 고민도 더욱 깊어졌다.
사선은 단현이 그들이 아는 그 어떤 후기지수들보다 가공할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을 이제는 부인할 수 없었다.
단현은 이제 사선의 거의 모든 무학을 섭렵했다.
뿐만 아니라 무공에 대한 이해력과 응용력은 당연히 발군이었다.
그제야 사선은 단현이 천마신교의 교주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천마의 후손으로 언제나 마의 하늘로 군림하던 저력이 결코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테니까.
“이제는 현아에게 천부마경을 보여 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
일 년이란 세월은 사선이 단현에 관한 호칭을 바꾸게 만들었다.
사선은 이제 그 누구도 단현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천부적인 암기력.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해력과 응용력.
이는 단현이 무공을 습득하는 기간을 경이적으로 단축시키고 있었다.
가히 천재들이 넘쳐 난다는 제갈세가에서도 이 정도의 인물은 없었다.
더구나 좀처럼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과묵한 성격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벌써 일대종사의 풍모를 은은히 감돌게 하고 있었다.
점차 자리를 잡아 가는 이목구비는 여인의 혼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사선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단현의 그 무서운 집념이었다.
아무리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타고 났어도 하지 않으면 범부와 차이점이 좁혀지게 된다.
하지만 단현은 달랐다.
그는 무엇 하나에 몰두하면 무섭도록 그 일에 매달렸다.
피육이 벗겨지고 상처 나는 것은 예사이고 뼈가 부러져도 인상 한 번 찌푸리는 적이 없이 목표한 것을 이루기 전에는 포기하지 않았다.
의선 제갈유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단현이 불구가 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않을 정도였다.
사선은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단현은 삼청산에 들어와서 한 번도 깊은 잠을 자지 않았다.
언제나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멈추지 않았으며 하루도 기초적인 체력 단련을 거르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일 년 동안 지속해 온 것이다.
무엇 하나 명확한 것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정신과 신체적인 소모를 감내해 내며 이러한 일을 해내었다는 것은 단현이 얼마나 무서운 집념을 지니고 있는지 함축해 주고 있었다.
단현을 이용하려는 목적을 가진 사선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굳건한 의지.
“아직은 아니야.”
남궁천이 단칼에 이를 제지했다.
“현이는 이제야 우리의 무공만을 배웠을 뿐이네. 그 과정이 놀랍다고는 하나 현이에게는 아직 가장 중요한 것 내공이 없다네.”
“어차피 내공이라는 것이 일이 년 노력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현아는 스스로 마공을 포기했고 그로 인해 내공을 다시 쌓는다고 해도 분명 한계에 부딪힐 것이야. 어차피 내공을 제대로 쌓지 못한다면 차라리 현아의 풍부한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하지만 이 상태로 현이에게 모든 것을 맡길 생각은 없네. 현이의 심계가 보통이 아닌 것은 이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으니 암조들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네.”
사선이 지금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사선은 단현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에 대한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사선 중 사무령은 천부마경의 해석과 단현을 가르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반면 남궁천을 비롯한 나머지 세 명은 항상 단현을 경계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 왔다.
그 방안 중의 하나가 바로 암조들이었다.
오대세가와 같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 문파들은 보이지 않는 힘이 필요했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으며 문파들이 직접적으로 나서지 못한 일들을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존재들.
세상사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함께하듯 정파가 협을 지향하며 천하에서 빛나고 있을 때 그것을 보조해 주는 그림자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남궁천과 제갈유 그리고 당벽은 그런 문파의 그림자들 중 가장 믿을 수 있고 최고의 실력을 가진 자들을 몰래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들을 암조단이라는 이름하에 하나의 목적을 갖고 움직이게 했다.
그것이 바로 단현을 감시하고 때로는 보좌하기도 하며 오직 단현만을 견제하며 움직이는 조직.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사선의 사후에라도 이러한 자초지정과 단현의 모든 것을 각 문파에 알려 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들.
그들을 사선은 암조라고 불렀다.
“하나 지금 현아의 성장세라면 암조들이 과연 그 임무를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드네.”
“드러난 칼보다는 숨겨진 비수가 더 무서운 법. 만일 우리가 예측 못한 불상사가 생겼을 때 암조가 각문파의 수장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 대비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네.”
“암조들 중 누구를 현아의 곁에 둘 것인가?”
“모두 세 명을 둘 생각이네.”
“세 명씩이나 현아에게 모습을 노출시킬 텐가?”
“현이의 무공을 측정하는 자, 현이의 계략을 파훼하는 자, 그리고 현이의 생명을 마감하는 자.”
남궁천의 이야기에 나머지 사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들은 외부에서 세 명과 유동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걸세.”
“그렇다는 것은 그 아이들에게도 천부마경을 보게 하자는 건가?”
당벽의 반문에 남궁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사후 그 아이들이 현이를 견제하는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네.”
“일이 점점 커지는군.”
사선의 한숨 속에 밤은 깊어만 갔다.
최근에 단현은 사선에게 처음에 거론했던 새로운 내공을 창안하는 것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미 치환과 융합의 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단현에게 몇 가지 무공을 섞어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단현은 이를 철저히 숨겼다.
그때쯤 해서 단현의 제왕무적신공도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천마신공의 심득이 깊어질수록 그 오의가 단현이 기존에 알고 있던 여타 무공까지 함께 이끌어 위력을 증대시키고 있었다.
또한 가상의 단전인 환단전을 자유롭게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져 다종의 진기를 몸속에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진기의 충돌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단현은 정도의 내공도 천마기와의 충돌을 염려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익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단현의 모든 무공의 근원은 천마 단휘의 무공이었고 그 기틀이 되는 천마기가 건재한 이상 단현이 다른 종류의 내공을 익히는 것을 불필요한 일이었다.
‘천마신공의 무공은 모두 천마기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천마신공을 창안하신 단휘 태상조사님께서 천마신공에 환단전을 남겨 놓으신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서 단현의 고민은 깊어졌다. 환단전은 여러 종류의 내공을 담아둘 수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결국 모든 내공의 축기는 단전에서 이루어진다. 환단전에서는 축기를 할 수 없다.
즉, 단전에서 진기를 모은 후 이를 환단전으로 보내어 그곳에 보관한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에 이를 언제든지 뽑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천마기가 있는데 환단전에 굳이 다른 종류의 내공을 담아 둘 필요가 있을까?
지금 단현은 천마신공의 초입부를 넘어서서 중간 단계로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환단전은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천마무경에서는 이를 타인의 내공을 갈취하여 천마기로 전환시킬 때 유용이 사용될 수 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겨우 천마기를 빨리 모으기 위해 환단전이 사용될 거라고?’
누가 듣는다면 놀랄 소리였지만 단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무공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내공의 격차는 쉽게 무마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이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모든 강호인이 고뇌를 거듭하는 부분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단현은 지금 이를 부정하고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내공을 연성한다 하더라도 단휘 태상조사님 정도의 무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부족하다. 적어도 당시 단휘 태상조사님의 무위라면 정도에서 말하는 등선의 경지에 올랐다 하더라도 이겨내셨을 것이다. 단지 내공만 쌓는다고 등선의 경지로 올라갈 수 있을까?’
五章 개신(改新)(1)
사선은 천부마경의 해석을 계속하며 틈틈이 새로운 내공을 창안하는데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이는 단현이 마공을 포기하면서 내공을 모두 잃어 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내공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선의 내공 중 하나를 배우게 할 생각이었으나 단현은 사선과 사선의 문파들의 피해를 염려하여 차라리 새로운 내공의 창안을 건의하였다.
그리고 사선은 단현의 의견을 흔쾌히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 년이 넘도록 새로운 내공의 창안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사실 사선은 이 새로운 내공을 적당한 내공심법 몇 개를 버무려 대충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 당시의 사선은 단현의 무공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단현의 내공은 천부마경을 풀어내기 위해 보조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면 족했다.
만일 단현이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마공에 손을 댄다면 사선은 이를 이용해 마공의 연성 과정을 살필 수도 있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이는 단현이 갑자기 제왕무적신공의 일부를 복원해 내며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단현은 제왕무적신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내공을 창안하려 하였고 그 광오함이 대단한 제왕무적신공에 어설픈 내공심법을 뒤섞기도 어려웠다.
또한 단현이 해박한 무공에 관한 지식도 문제였다.
단현은 재능과 비범함을 느낀 사선은 섣불리 새로운 내공의 창안에 뛰어들기도 어려웠다.
그것이 된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그들은 지금 가진 시간의 태반을 천부마경의 해석에 쏟아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단현은 단현대로 사선의 무공을 배우는데 열중하다 보니 일 년이 넘도록 새로운 내공의 창안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었다.
단현은 따뜻한 햇살 아래 제법 넓은 돌을 찾아 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단현의 머릿속은 오직 환단전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무언가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았다.
단현이 무심결에 옆에 놓인 작은 돌조각을 집었다.
그리고 환단전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환단전을 구현했다.
환단전은 순식간에 작은 돌조각에 자리를 잡았다.
단현은 화들짝 놀라며 돌조각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렇지. 환단전에 내공을 담아둘 수 있다는 관념에 묶여서 환단전을 몸밖에 둔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는데…….’
단현의 뇌리에 어렴풋이 환단전의 활용법이 자리 잡아 나갔다.
환단전을 몸 안에 가두어 놓고 볼 때는 그 효용성이 무엇인가 싶었는데 몸이란 테두리를 벗어나자 환단전의 무궁한 위력에 단현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역시 천마신공은 기존의 무학적 관념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 그동안 정도의 무학을 새로 배우고 분석하면서 너무 고정적 관념에 묶인 바가 없지 않다. 앞으로는 이를 경계해야 하겠구나.’
환단전의 새로운 활용법이 그려지자 단현은 새로운 내공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단현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천마무학과 천마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움켜쥐고 있어야만 했다.
반면 환단전은 단현이 이러한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단현이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지금 단현이 습득하고 있는 무학의 오의는 너무나 높았다.
그리고 그런 최상위의 무학은 내력을 운용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묘용들이 너무 많았다.
단지 환단전을 몸 밖의 물건에 이식시킬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단현은 의선 제갈유의 눈을 속여 여러 가지 내공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그동안은 환단전에 여러 종류의 내공을 담아둘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도 내공을 축기할 수는 없었다.
내공이 단현의 단전에 있든 아니면 환단전에 있든 단현의 몸속에 상주하는 힘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 상태에서는 사선의 시선을 속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내공을 축기해서 몸 밖에 위치시켜 둘 수 있다면 수시로 이를 사용해서 수련을 하는 것이 가능했고 어떤 내공을 익혀 천마기와 상충의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깨끗이 지울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향후 단현이 정체를 숨긴 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오의와 심득을 어느 정도까지 받쳐 줄 수 있는 내공은 꼭 필요했다.
별것 아닌 일을 타계하고자 봉인을 풀고 천마기를 개방할 수는 없었으니까.
‘사선은 새로운 내공의 창안에 적극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내공에서 천마무학과 마공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군.’
단현의 진정한 힘과 무공은 누가 뭐라고 해도 천마의 무학과 마공이다.
지금 사선에게서 정도의 무학을 배우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천마의 무학보다는 오의가 모자랐고 단현이 알고 있는 수많은 마공에 비해서는 운용의 폭이 부족했다.
‘결국 사선의 앞에 드러낼 수 있는 무공 중 최상의 선택은 제왕무적신공밖에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