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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마경 1권(9화)
三章 번뇌(煩惱)(3)


단현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사선에게 꺼내어 줄 내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단현은 이미 확고한 방침을 세워 놓고 있었다.
사선에게 꺼내어줄 무공의 이름은 무조건 천마신공이어야 한다.
천하를 통틀어 가장 명성이 드높은 무공 중의 하나.
하지만 이름은 천마신공이되 그 안에 담긴 무공은 천마신공이어서는 안 된다.
단현이 어설픈 무공을 꺼내 놓는다면 사선의 마음을 잡을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진짜 천마신공을 꺼내 놓아서는 자신의 최후의 패가 없어지게 된다.
즉, 천마신공의 이름을 갖고 내용은 다른 가짜를 만들어 내야 했다.
그러나 사선 정도의 경지에 다다른 인물들에게 어설픈 수작은 통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단현에게는 이러한 무공이 있었다.
신조마경.
천하에서 오직 단현과 한선만이 알고 있는 절대무학 중 하나.
신조마경은 천마신교의 전대 고인 중 신마라 불리던 불세출의 천재가 남긴 무공이었다.
한때 천마의 재림이라고까지 평하여졌던 절대강자이나 그 이름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신마가 당시 천마신교의 교주를 뛰어넘는 무공을 갖추고 있었고 주로 활동하던 영역이 중원이 아닌 서역이었기 때문이다.
신마의 생전에는 그가 천마신교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었으나 신마의 사후 오직 천마의 후손만이 최고로 남겨지길 원했던 교주들이 그 기록을 지워 버렸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오직 교주만이 출입이 가능한 천마궁에는 신마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단현은 훗날에야 신조마경이 신마가 남긴 비급임을 알았지만.
단현은 그 신조마경을 기틀로 천마신공으로 위조하기로 결정했다.
단현은 신조마경의 후반부를 배제하고 중간중간에 천마무경의 내용을 끼워 넣었다.
본래 천마 단휘가 남긴 비급은 천마신공이었다.
그러나 천마의 후손들인 천마신교의 역대 교주들도 천마신공을 제대로 연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비록 그들은 천마신공의 심득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천마신공을 연성하면서 깨달은 심득들이 있었고 이를 기록해 놓은 것이 천마무경이었다.
자신들이 천마신공을 연공하던 과정을 남겨 훗날 천마신교를 잇는 자신들의 자손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남긴 비급이 바로 천마무경이었다.
단현이 신조마경을 바탕으로 천마무경을 섞어낸 비급은 그야말로 천마신교의 무학의 정수를 담아내면서도 불완전한 비급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단현은 흡상마공과 자전마공까지 섞어내어 마침내 가짜 천마신공을 완성시켰다.

“천마신공의 내공편입니다.”
단현이 일주일간 밤을 새워 가며 적어 온 비급을 받아들고 사선은 놀라고 있었다.
설마 단현이 천마 무학의 정수라는 천마신공을 가져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선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단현이 건네 온 가짜 천마신공을 살펴보았다.
사선은 경악했다.
그것을 틀림없는 진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현이 만든 가짜였지만 그래도 신조마경과 천마무경의 오의가 군데군데 녹아 있었다.
더구나 사선은 곳곳에서 천부마경의 미약한 향기마저 느끼고 있었느니 그들이 흥분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했다.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남궁천이 애써 표정을 유지하고 자리를 떠났다.
단현이 만든 비급으로 사선이 또 다른 무의 경지를 개척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과정에 담긴 위험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단현은 가장 심득이 필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은 누락시켰고 그 자리에는 마공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들을 골라 넣었다.
나머지는 사선의 능력에 달린 문제였다.
비록 그것으로 인해 단현이 받는 타격도 클지 몰랐지만 그것은 훗날의 문제였다.
눈앞에 놓인 상황이 답답하기 짝이 없는 단현은 그러한 고민을 잊어 버리기로 했다.
사선은 가짜 천마신공을 연구하며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
그러고 사선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자신들만으로는 천마신공조차 해석하기가 어렵다.
물론 가짜였기에 완벽한 해석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무리가 너무나 오묘하기 짝이 없어 사선은 그것이 가짜라고 눈치채기 어려웠다.
혹시나 정종의 무공이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단현이 만든 가짜는 마공이었으니까.
사선은 결국 일주일 만에 다시 단현을 불렀다.
“우리들만으로는 마공과 우리들의 무공을 섞는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다. 너는 마공에 관해서 아는 것이 해박하니 함께 새로운 내공을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
남궁천의 목소리는 허탈했지만 또한 그 속에 희망이 얼핏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단현은 지금 완연한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단현이 넘긴 천마신공이 가짜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무리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아무리 사선의 무공이 높다고 해도 불과 일주일 만에 신조마경과 천마무경이 조합된 무공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단현의 생각이었다.
또한 천마의 무공은 세간에 알려진 마공과는 엄연히 궤를 달리한다.
천마신교의 기재라는 한선도 그리고 천마의 피를 이은 단현도 풀기 어려운 난제가 섞인 비급을 일주일 만에 분석을 마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 어림도 없었다.
“제자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지만 단현의 머리는 그 순간에도 맹렬히 회전했다.
어쩌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일까?
사선이 나를 살려 준 이유.
사선이 가짜 천마신공을 일주일 만에 포기한 이유.
사선이 처음 한 일은 나에게 정종의 무공을 전수해 주는 것. 왜?
사선은 단현에게서 천마신교의 정보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사선은 단현에게 아직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지도 않았다.
사선이 지금 단현을 이끄는 것은 정종의 무공을 배워 천마신교와 맞서 싸우는 것.
하지만 단현이 직접 무공을 써서 싸우지 않아도 단현이 천마의 후손이라는 상징성만으로 충분했다.
굳이 단현이 정종의 무공을 새로 배워야 할 필요도, 무엇보다도 단현에게 정종의 무공을 익히게 하여 천마신교와 대립하는 일에 사선급의 배분이 높은 인물들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

“우리들만으로는 마공과 우리들의 무공을 섞는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다.”

남궁천의 목소리가 단현의 뇌리에 몇 번이고 재반복되었다.
‘왜 사선의 무공과 마공을 섞어야 하나? 내가 이야기한 것은 그것이 아닌데…….’
불현듯 단현의 뇌리를 잡아끄는 직감.
‘설마 신조마경과 같은 천마류의 무학을 손에 넣은 것인가?’
하나의 가설이 세워지자 그 뒤의 사선의 행동들이 줄줄이 끌려 나왔다.
사선의 무공이라면 이미 일가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이유가 천하의 절학이라면 납득이 갔다.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문파도 다른 사선이 한자리에 모였을까.
그리고 그 절학이 마공에 근원을 둔 것이라면…….
어쩌면 처음부터 사선과 조영이 결탁해서 자신의 죽음에 관여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천하에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천마의 무학.
이미 그것을 넘겨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선이 바라고 있는 것은 정종의 무공과 마공의 융합.
만약 단현이 내공을 봉인시키지 않았다면?
단현이 정종의 무공을 배우는 것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단현의 몸에 두 가지 기운이 상충하게 된다.
단현의 눈앞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사부님들과 함께 새로운 무학을 하나 만들어 후대에 남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저로서는 큰 기쁨입니다.”
‘그리고 그날이 내가 너희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날이 되겠지.’
단현의 눈빛이 일렁였다.
‘그런데 겨우 그 정도의 이유로 나를 죽이고 살렸나? 겨우 그따위 일로…….’



四章 수련(修練)(1)


단현은 사선과 함께 새로운 내공 만들기에 몰두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사선의 무공과 지식을 전수받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단현은 우선 남궁천의 천뢰제왕신공을 기틀로 잡았다.
사실 남궁세가의 최고절기는 제왕무적신공이었지만 이 신공은 이미 실전된 지 오래되었다 했다.
천뢰제왕신공은 오직 남궁세가의 가주에게만 이어지는 신공이라 했는데 남궁천은 이를 단현에게 아낌없이 가르쳐 주었다.
천뢰제왕신공은 과연 남궁천을 천하제일인으로 군림하게 만들만큼 대단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단현은 우선 철저하게 천뢰제왕신공을 분석하는데 주력했다.
천뢰제왕신공은 광오함 속에 패도적인 힘을 내포하고 있는 극양에 치우친 신공이었다.
사선은 단현의 예상대로 마공의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단현은 이런 사선의 관심을 인식하며 여러 가지 마공의 원리를 풀어내며 사선과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였다.
그와 함께 사선 역시 단현이 알고 있는 마공의 방대함과 뛰어난 재능을 점차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사선에게 일말의 불안감을 제공하였고 네 사람은 단현을 제외한 채 따로 모여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였다.
“나는 아무래도 우리가 재앙의 씨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네.”
제갈유가 가장 먼저 우려를 표명했다.
“생사뇌중혈이 있으니 언제라도 그 아이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남궁천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나이에 저런 경지에 올라선 아이가 몇 명이나 될 거 같나?”
“아마 천 년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겠지.”
제갈유가 심각하게 묻고 남궁천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문답.
“현재 저 아이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라면 정도에 누가 있을까?”
“굳이 꼽자면 공래의 영도 정도가 아니겠나.”
“영도와 필적하는 재능을 지닌 마도의 후기지수가 한선이라고 했던가.”
그제야 제갈유의 말이 갖고 있는 의미를 이해한 남궁천과 나머지 사선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