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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파더 1권(24화)
9. 누나의 죽음(2)


그동안 자신은 군인이니 부조리한 것을 봐도 자신만 본분을 지키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하나뿐인 조카가 사고를 당하고, 또 사고를 쳤던 범죄자들은 권력자들의 자식이란 이유로 법망을 피해 빠져나갔다.
그저 피라미 몇 마리만 던져 주고 그들은 유유히 빠져나간 것이다.
이 얼마나 피가 거꾸로 솟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성환은 자신이 백두산에서 힘을 얻게 된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네 생각은 아직도 그때와 변함이 없는 거냐?”
성환은 세창에게 육사 생도 시절에 가졌던 마음이 아직도 변함이 없냐는 질문.
그런 성환의 질문에 세창은 잠시 성환의 말뜻을 파악하기 위해 고민을 하다 대답을 했다.
“물론 아직도 변함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선 지금의 내 힘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
성환은 세창의 대답을 들은 뒤 망설임 없이 말을 하였다.
“그 힘……. 내가 채워 줄 수 있다.”
성환은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이 힘을 채워 주겠다고 말을 했다.
그런 성환의 모습에 세창은 기가 막혔다.
세창도 성환의 능력에 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분명 큰 힘이 될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961년의 그날의 혁명 세력 같은 힘을 실어 줄 수는 없었다.
이제 겨우 육군 대령인 성환이 힘을 실어 준다고 해서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세창은 이런 생각을 하며 그만 웃어 버리고 말았다.
“아직 우리가 그런 논의를 하기에는 아직 먼 것 같다. 적어도 둘 중에 한 명은 별을 달아야 하지 않겠냐?”
성환의 말을 농담으로 생각하고 세창은 가볍게 받아들였다.
그런 세창을 성환은 지긋이 쳐다보다 자신의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난 이만 들어간다.”
“네 심정 알겠지만…… 조심해라! 널 주시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 명심하고.”
“알았다, 나도 조심을 하고 있으니. 그렇지만 이번 일에 관해선 더 이상 날 막으려 하지 마라. 그놈들과 판사는 일단 손을 써 두었고, 남은 몇 놈만 더 처리하고 그만둘 것이니.”
자신의 숙소로 들어가면서 한 말에 세창은 눈이 커졌다.
겨우 몇 시간 만에 벌써 사고를 치고 들어왔다는 소리.
세창은 자신의 숙소로 들어가는 성환의 뒷모습을 보며 머릿속이 무척이나 복잡해졌다.
성환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미국의 시선을 가리는 것도 무척이나 힘든데, 이렇게 성환이 외부에서 사고를 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 ◈ ◈

김병두는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아침이 되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런데 방으로 들어온 부인 때문에 누워 있지 못하고 억지로 일어나야만 했다.
“무슨 일이야.”
“여보 혁수가, 혁수가 병원이래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모르겠어요. 방금 전화 왔는데, 어제 술집에서 친구들과 논다고 집을 나갔는데, 거기서 아침이 되도 나오지 않아 들어가 보니…….”
“그게 어떻다는 거야!”
“그게 잠을 자는 것 같아 웨이터들이 깨우려고 하는데,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난리가 났데요.”
김병두의 부인이자 김혁수의 어머니인 이지혜는 방금 전 운전 기사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아니, 차분히 말을 해 봐, 혁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그러니까…….”
이지혜는 조금 전 운전기사가 전화로 한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 주었다.
그제야 자신의 후계자인 혁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을 깨달은 김병두는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금방 샤워를 마친 김병두는 김혁수가 입원했다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여보…… 우리 혁수 무사하겠죠?”
옆에서 아들을 걱정하는 부인의 물음에도 김병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손이 귀한 자신의 집안에 혁수는 무척이나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집권당의 최고 위원을 지냈던 자신의 조부 그리고 그런 조부의 영향을 받아 현 집권당인 새한당의 최고위원인 아버지 그리고 자신까지…….
김병두는 아버지 김한수가 어떤 야망을 가지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현 삼 대를 국회의원으로 지내며 집권당의 최고 위원으로 지내는 것이 벌써 몇 십 년째 이어 오고 있었다.
자신도 비록 지금은 초선의 국회의원이지만 세월이 흘러 아버지만큼 연륜이 쌓이게 되면 아버지처럼 당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이를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인 혁수도 그런 자신의 뒤를 이어 또 국회의원이 되어 세세토록 권력을 두 손이 움켜쥐는 그런 집안을 만들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귀한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
무엇 때문인지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 ◈

성희는 얼른 가게 문을 닫았다.
사고를 당해 아직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딸을 생각하면 하루 24시간 곁에서 간호를 하고 싶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가게 문을 열었다.
딸도 어느 정도 자신에게 일어난 사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는지 이젠 조금 자신을 추스르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 한편으로 그런 딸이 짠했다.
큰 사고를 당했으면서도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딸의 모습에 남몰래 눈을 훔쳤다.
가난한 것이 죄라고 그런 사고를 쳤던 나쁜 놈들은 법원에서 판결한 보상금이란 것을 거지에게 적선을 하듯 던지고 갔다.
마음 같아서는 그것을 그들 면전에 던져 버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러지 못했다.
젊은 나이에 청상이 되어 홀로 딸을 키우면서 이미 사회가 어떻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거기서 더 버텼다간 딸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을 불을 보듯 빤히 알았다.
뉴스에는 연일 떠들어 대고 있지만 성희는 믿지 않았다.
동생 성환이 자신만 믿으라고 했지만 어떻게 동생에게 일을 미루어 둘 수 있겠는가?
참으로 이럴 때면 먼저 떠난 남편이 참으로 원망스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성환이 어떤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실종되었던 수진이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뻣뻣하던 회사 사장이 동생의 모습에 절절매는 모습이나, 그 나쁜 놈들이 자신과 수진을 협박을 하듯 무섭게 쳐다볼 때 옆에서 자신과 수진을 다독이던 든든한 모습을 보이던 것에 적이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성환이 옆에 있을 때뿐이었다.
군인인 성환의 처지에 언제나 자신과 딸의 곁에서 지켜 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뉴스를 보면 부자들이 처벌을 받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아니, 처벌을 받더라도 죄질에 비해 아주 경미한 처벌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가도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아주 호화 수감 생활을 했다.
매일 시트를 갈아 주는 침대에, 일류 요리사가 조리한 식사를 삼시 세끼 꼬박 먹는 그런 것이 어떻게 수감 생활인가.
더욱이 필요하다면 아무 때나 면회가 되는 그런 것을 처벌이라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 뉴스를 볼 때면 이번 일도 아마 그렇게 흐지부지 될 공산이 컸다.
아니, 성희는 그렇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기에 성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듯 악을 쓰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생각보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합의를 봤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야 그 잡놈들을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일이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참기로 했다.
만약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에 그렇게 했다.
그리고 오늘 낮…….
그들의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 갔었다.
재판 결과를 확인하고 역시나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죽일 놈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로 풀려났다.
정황 증거는 확실하나, 누가 주범(主犯)이고, 누가 종범(從犯)인지 알지 못하기에 판단할 수 없어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말이었다.
참으로 이 나라의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지 알 수가 없었다.
법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변호하는 법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도 돈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이지만 말이다.
억울해도 그게 힘이 없음이 죄인 아닌 죄인이 되게 하였다.
담당 검사가 항소를 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
만약 항소를 했다고 해도 재판이 번복이 되리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거기다 이제 조금 안정을 찾아가는 수진이 재판에 피해자로 불려 가 다시 그런 고초를 격어야 한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성희는 가게 문을 닫고 딸 수진이 좋아하는 왕만두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가게에서 집까진 20분 정도 걸리지만 마을 버스를 타지 않고 걸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나중에 수진이 다시 자신의 꿈인 가수를 하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서였다.
이번 일도 집에서 뒤를 밀어 줄 여력이 없기에 벌어진 일이란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만약 집안이 빵빵해 뒤를 봐줬다면 이런 일에 끌려가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때문인지 딸이 그런 난행을 당한 것이 모두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았다.
딸의 꿈이 가수고 연예인이 되는 것이란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형편상 돕지 못하지만 막지는 말자는 생각에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뉴스에도 나오고 소문에도 연예인들에 대한 그렇고 그런 소문을 애써 자신의 딸만은 그런 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직 어리니 그런 일 없을 것이라 자위를 하며 허락을 했는데, 자신은 너무나 가진 자들의 삐뚤어진 욕망을 알지 못했다.
만약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연예인이 되는 것을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은 일.
자신은 무지했고, 저들은 가진 힘이 너무도 강했다.
잘못을 하고도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 그런 성희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