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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파더 1권(25화)
9. 누나의 죽음(3)
박원춘은 오랜만에 들어온 일감 때문에 늦은 시각 거리에 나섰다.
서울의 야경은 참으로 박원춘의 기분을 들뜨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
‘흠, 저기군.’
박원춘이 오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식당의 여주인과 그 딸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그렇다. 박원춘의 직업은 바로 살인 청부업자였다.
그의 정확한 정체는 불법 체류 조선족으로 독산동 일대에 암약하는 조선족 폭력 조직의 일원이다.
그가 처음부터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그에게는 운이 없었다.
그가 처음 들어간 한국 기업은 악덕 업주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였다.
월급 체불은 기본이고 갖은 욕설에 부당한 대우를 하는 그런 곳이었다.
일 년을 일하고도 그가 받은 돈이라고는 고작 300만원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박원춘은 사장과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고 말았다.
그 뒤로 박원춘은 한국인을 미워하고 혐오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박원춘은 다음 회사에 가서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박원춘은 같은 조선족들과만 어울리며 나중엔 조선족 폭력 조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폭력 조직에 들어가서 생활을 하면서 박원춘은 자신의 적성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소수의 약자로써 피해를 받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에서 우월감을 느끼고, 또 가끔 이렇게 의뢰가 들어오면 한국인도 처리할 수 있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박원춘은 주머니 속에 만져지는 단검을 만지작거렸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구입한 물건은 박원춘이 인민해방군에 있을 때 사용하던 것과 같은 종류라 손에 익숙해 애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박원춘이 살인을 할 때면 언제나 이 단검을 이용해 살인을 하였다.
한국에서는 총기류의 관리가 철저해 만약 총이 사용된다면 전국이 난리가 나는 것은 빤한 일.
그리고 박원춘은 이 단검으로 살인을 할 때, 피해자가 흘리는 신음 소리를 들으며 극도로 흥분을 했다.
이는 자신을 학대하던 악덕 사장을 죽일 때의 기억이 남아 그런 것이다.
◈ ◈ ◈
수진이 하루 종일 방구석에만 누워 있는 것이 답답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든 것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자신이 큰일의 피해자라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두 달 전 연습을 하고 있는데, 회사 내에서도 소문이 좋지 않은 매니저 두 명이 연습실로 찾아와 자신과 언니들을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억지로 술을 마신 기억까진 나지만, 그 뒤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에 없었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자신은 알몸으로 어떤 집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땐 얼마나 놀랐는지 몰랐다.
더욱이 자신의 몸을 외삼촌이 만지고 있던 것에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외삼촌이 날 살리기 위해 그랬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부터 외삼촌에게는 특이한 기운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외삼촌의 곁에만 가면 온몸이 짓누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리고 가끔 외삼촌과 눈을 마주칠 때면 자신의 내면까지 속속 들여다보는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그런 외삼촌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한 것인지 정신을 차리고 속에서 올라오는 무언가를 쏟아 내고 기절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
병원 침대에서 정신을 차린 자신이 처음 본 것은 역시나 외삼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을 그 뒤에 목격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던 사장님이 외삼촌을 보며 절절매고 있었다.
사장님뿐 아니라 평소 여자 연습생들에게 저승사자와 같은 전무님도 외삼촌이 노려보기만 해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 엄마를 만나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을 대충 들었다.
내가 말로만 듣던 지명을 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배경 없는 연습생이 데뷔를 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란 것을 자신이 겪은 것이다.
처음엔 눈물도 났다.
아직 성인은 아니지만 알건 다 알고 있는 나이.
자신의 첫 경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약에 취해 억지로 당했다는 것에 눈물도 났고, 또 자신을 유린한 그들에게 화도 났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자신의 꿈이 연예인이었으니 통과 의례라면 그냥 개에게 물렸다 생각하고 참기로 했다.
억울하지만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 그것에 매달려 울고 있을 수 없다.
홀로 자신이 키우며 고생한 엄마를 위해서라도 자신은 돈을 많이 벌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엔 자신의 사건 때문에 일이 커져서 회사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TV를 켜면 연일 그 문제로 시끄러웠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 이름과 건물이 그리고 사장님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그래서 당문간 안정을 취한단 핑계로 집에서 요양하고 있었다.
‘아, 답답해. 오늘 엄마가 일찍 들어오신다 했으니 마중이나 나가자.’
수진은 그런 생각을 떨쳐 내고 엄마를 마중가기로 했다.
솔직히 저녁 시간에 집으로 오는 골목에 들어서면 여간 섬뜩한 것이 아니다.
보안등도 있고 CCTV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저녁 땐 솔직히 무용지물이다.
흐릿한 보안등 불빛 때문에 CCTV가 제대로 찍히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저 있으니 없는 것보다는 낮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수진은 엄마를 마중가기로 했다.
간단하게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골목을 내려가기 전 수진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 ◈
뚜르륵, 뚜르륵.
성희는 가방에 넣어 둔 자신의 휴대폰에서 신호가 오자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를 확인하니 딸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오지 않아 전화를 한 모양이다 생각하고 얼른 받았다.
“응, 딸! 무슨…… 어머, 음음……!”
성희는 수진에게서 온 전화를 받다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덮치자 놀랐다.
그런데 소리를 지르려다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손길을 느꼈다.
반항을 하려 했지만 어찌나 팔 힘이 센지 자신의 몸부림으로는 풀려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성희를 납치하기 위해 뒤를 쫓던 박원춘은 무척 당황했다.
막 납치를 하기 위해 행동을 개시했는데, 목표인 여자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하지만 박원춘은 이왕 행동에 옮긴 작업 계속 진행을 하기로 했다.
지금 목표를 놓친다면 언제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고 있는 중이라 전화를 건 쪽에서 눈치챌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여자라지만 반항이 여간 심한 것이 아니어서 일단 목표를 반항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박원춘은 틀어막고 있는 손과 반항하지 못하게 감고 있던 목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자 목표는 숨이 막히는지 점점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 ◈ ◈
한편 자신의 전화를 받던 엄마가 갑자기 무언가에 입이 막힌 것인지 응얼거리다 조용해진 것을 느끼고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수진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며 골목을 뛰어 내려갔다.
평소 엄마가 집과 가게의 위치가 가까운 편이라 걸어 다닌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골목을 뛰었다.
“여보세요! 경찰이죠, 헉헉……!”
수진은 뛰면서 경찰에 지금 상황을 설명하였다.
처음엔 수진이 뛰면서 숨을 헐떡이는 것에 장난 전화로 오해를 하는 듯했지만 자세한 설명을 듣고 경찰도 바로 상황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자세히 상황을 물었다.
그런데 한참 전화를 하면서 뛰어 내려간 골목 어귀에 두 사람이 실랑이를 하는 실루엣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수진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거기 누구예요!”
수진이 소리를 치자 실랑이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떨어지더니 한 사람이 도망쳤다.
그런데 떨어진 한 사람이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수진은 얼른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아직 경찰과 통화를 하고 있던 중이란 것을 깨닫고 얼른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여기, 한 사람이 도망치고 또 한 사람은 바닥에 쓰러져 있어요! 어서 도와주세요!”
수진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의 위치를 자세히 경찰에 설명을 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수진은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가 학교에서 배운 구급법을 기억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쓰러진 사람의 몸을 돌렸다.
“아악! 엄마!”
수진은 쓰러진 사람의 몸을 돌리다 흐린 보안등 불빛에 비친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쓰러진 사람은 자신의 엄마였다.
“엄마! 엄마! 정신 좀 차려 봐!”
조금 전 자신과 통화를 하다 도망친 사람의 공격을 받아 정신을 잃은 듯했다.
엄마의 얼굴을 확인한 수진은 얼른 119에 신고를 했다.
“119죠! 여기……!”
구급대에 신고를 한 수진은 안절부절 못하며 성희를 부르며 그녀를 살폈다.
쓰러진 엄마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 ◈ ◈
박원춘은 목표를 납치하기 위해 뒤로 접근해 붙잡는 데 성공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골목에 누군가 튀어나와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라 잡고 있던 여자를 납치하지 못했다.
누군가 소리치지만 않았어도 목표를 납치해 이래저래 즐기다 죽이려던 계획을 변경했다.
급히 목표에게서 떨어지며 여자의 몸에 주머니 속에 넣고 있던 칼을 꺼내 찌르고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갔다.
순간적으로 찌른 것이지만 정확하게 등 뒤에서 사선으로 찌르고 들어간 칼은 정확하게 심장을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박원춘은 도망치면서도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깝지만 했다.
‘제길, 아까운 계집이었는데.’
아직도 자신의 코끝에는 조금 전 자신이 붙들고 있던 여자의 살 냄새가 맡아지는 것 같아 무척이나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이 들자 박원춘은 살며시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아깝지만 저년의 딸도 남았으니, 그 딸년은…….”
성희를 그냥 죽이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 자꾸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박원춘은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훗, 아깝긴 하지만 일단 당분간 잠수를 타야겠군.’
박원춘은 목표 중 하나를 그냥 처리한 것이 무척이나 아까웠다.
여자를 죽일 때면 언제나 박원춘은 마치 자신의 말을 잘 들으면 살려 줄 것처럼 피해자를 농락하며 강간하는 것을 즐겼다.
이번에는 모녀를 죽여 달라는 의뢰를 받고 더욱 흥분했었다.
인간으로써 터부시 되는 엄마와 딸을 모두 강간하고 죽인다는 변태적 쾌감에 일을 들어가기 전에 무척이나 흥분했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 ◈ ◈
박원춘이 범죄 현장에서 멀리멀리 도망치고 있을 때,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은 사고현장에서 울고 있는 어린 여학생을 보게 되었다.
“엄마! 엄마!”
수진은 엄마를 가슴에 안고 엄마를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 봐도 숨을 거둔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성희는 눈도 감지 못하고 크게 뜬 상태로 숨을 거뒀다.
수진은 그렇게 죽은 엄마를 끓어 않고 목 놓아 울었다.
자신의 몸에 성희에게서 흘러내린 피가 묻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경찰이 수진과 죽은 성희를 떼어 놓을 때가지 그렇게 있었다.
뒤늦게 경찰의 연락을 받은 구급대원이 와 성희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가까이 경찰이 다가와 구급대원에게 물어오자 구급대원은 성희의 상태를 알렸다.
“어떻습니까?”
자신이 보기에도 이미 숨을 거둔 것 같았지만, 전문가에게 확인을 받아야 했기에 물은 것이었다.
“이미…… 숨이 멎었습니다.”
구급대원의 말을 들은 수진은 그 자리에서 목 놓아 울었다.
“엄마! 안 돼! 엉엉엉! 엄마!”
◈ ◈ ◈
성환은 잠을 자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 잠에서 깼다.
부대 내 독신자 아파트에 살고 있던 성환은 이제 겨우 잠이 들려 하는데 전화가 온 것에 인상을 구겼다.
“……여보세요.”
아직 잠이 깊게 들지 않아 그렇게 정신이 몽롱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낮에 걸려 온 진성의 전화로 생각할 것이 있어 고민 좀 하다 잠이 들었기에 평소 컨디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성환의 잠을 확 달아나게 하는 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렸다.
“뭐라고요!”
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