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코리아 갓파더 1권(22화)
8. 응징(膺懲)(2)
“젠장, 젠장, 젠장!”
최신규는 오늘 재판을 보고 온 뒤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설마 제판이 이렇게 끝날 줄 몰랐다.
아니,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증언을 했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자신의 양심선언에 환호를 하며 격려해 주었다.
그 때문에 주가도 올라 재산이 상당히 불었다.
국민의 관심으로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뉴스에서도 검찰에서 집중적으로 수사를 할 것이란 보도가 있었기에 애써 불안감을 떨쳤다.
그런데 국민의 관심은 저들이 발 빠르게 그날 아이들을 데려간 매니저―M&S엔터에 파견된 깡패―들을 자수시키고 자신들이 모두 저지른 일로 꾸미는 바람에 금방 관심이 멀어졌다.
이제 겨우 수사 단계인데, 범인이 자수를 하는 바람에 수사가 종결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최신규는 이번 기회에 회사의 지분을 잠식하고 있는 만수파가 검찰에 모두 구속이 되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겨우 20%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들은 자신보다 더 막강한 힘을 회사에서 발휘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대주주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처럼 꾸몄지만 안을 살펴보면 폭력을 동반한 무력 시위였다.
이 때문에 다른 주주들이나 자신은 그들의 행사에 불만을 표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어느 날 그들이 운영하는 술집 창고나 폐 공장, 아니면 야산에 끌려가 폭행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몇몇 연기자들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폭행을 당하였다는 보고도 받았었다.
그러니 그 뒤로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연기자나 연예인들이 없어졌다.
그렇게 끌려다니기 싫어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폭로한 것인데, 이렇게 사건이 마무리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최신규는 자신의 안위가 두려워졌다.
분명 만수파에서는 자신을 보복할 것이 빤했기 때문에 불안했다.
“개새끼들! 어떻게 그게 증거 불충분이야! 내가 그날 찍은 것까지 다 보여 줬는데, 뭐 그것만으로는 범행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입증을 할 수 없다고?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최신규는 그렇게 제판장의 판사를 욕하며 술병을 잡고 병나발을 불었다.
“큭, 젠장! 내가 미쳤지, 그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사무실에 혼자 이렇게 술을 마시며 최신규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내가 무슨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그냥 조금 몸이 괴롭고 말 것을…….”
그렇게 넋두리를 하며 최신규는 술을 마셨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너무나 억울했다.
그때 그런 판단을 한 것도 누군가의 폭력이 무서워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다 더 악랄한 자들의 방문을 기다려야 하니, 이제부터 하루, 하루가 고문이었다.
이렇게 장소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각에 세 군데에서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술자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공통점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엄청난 사건이 판사의 판결로 수사 종료가 된 것에 대한 결과로 술을 마신다는 것이었다.
한 명은 증인으로 재판을 또 한곳에서는 범죄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했던 이들, 또 다른 곳에서는 가해자지만 이번 재판의 승자인 이들이 자신들의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 ◈ ◈
성환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재판을 보러 갔다.
군인인 성환이 재판을 보러 갈 수 있던 것은 모두 그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서울 안에 극비로 마련된 부대.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다 숨기라고 했던가?
그래서 국군 정보사령부에서 조직한 특수부대는 정보사령부 내에 존재했다.
사령부가 있는 산 내부를 파내 그 안에 각종 시설을 갖추고 부대원을 양성하고 있었다.
그러니 성환이 재판을 보러 가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이 있는 서초동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으니 더욱 관람하기가 쉬웠다.
‘법이 네놈들을 온전하게 처벌을 하지 못하니 이제부터 내가 알고 있는 정의대로 판결을 내리겠다.’
성환은 판사가 법 봉을 내려치면서 때려죽일 놈들을 무죄 방면 하는 것을 지켜보며 차갑게 뇌까렸다.
‘네놈들은 모두 유죄다. 그리고 이번 일에 관련된 모든 자들도 유죄다.’
자신들의 무죄 판결에 좋아서 자신들끼리 웃고 떠드는 일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그렇게 판결을 내렸다.
◈ ◈ ◈
강남의 줄리아나 클럽 VIP룸에 오늘 낮에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최종혁과 그 친구들이 모여 자신들의 무죄 판결을 자축하고 있었다.
“야야, 내가 뭐라고 했어! 다 잘 될 거라고 했지!”
최종혁은 술이 잔득 취해 독한 술을 입에 털어 넣으며 소리쳤다.
그런 최종혁의 옆에서 이병찬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 감히 천한 것들이 우리들의 성총을 받았으면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감히 고소를 해?”
“야, 지금은 일단 축하하는 의미에서 여자 좀 불러 봐!”
종혁과 병찬이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을 때, 이세환이 여자를 부르라 말했다.
유유상종이라.
만수파 두목 최만수의 둘째인 최종혁도 여자만 보며 자빠뜨리려는 개차반이지만 이세환도 그 못지않은 썩은 개고기였다.
만수파 보다 더 큰 진원파의 두목의 아들인 이세환은 종혁과 다르게 외동아들이었다.
그렇기에 이세환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비호 아래 갖은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다.
학창 시절에 동급생 여학생은 물론이고 여교사에게까지 성폭행을 하고 아버지 때문에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피해 여성들은 그 뒤로 학교를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비탄에 젖어 살고 있지만, 그에게는 알 바 아니었다.
하지만 남의 불행에 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이들은 그저 자신들의 유흥을 위해 다시 또 다른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마냥 여자를 찾았다.
◈ ◈ ◈
한참 술을 마시고 있던 김병두는 같이 술을 마시고 있는 최만수와 이진원을 보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런데 두 분 사장님들은 우리를 번거롭게 만든 이를 그냥 두고 보실 것입니까?”
갑작스런 김병두의 말에 최만수와 이진원 그리고 이세건은 이미 몸에 알코올이 상당히 들어간 관계로 뭔가 흥분한 상태로 김병두를 보았다.
“누구 말씀이십니까?”
“누군 누굽니까, 그 기획사 사장하고 고소한 그년들이죠.”
김병두는 사건을 키운 M&S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인 최신규와 사건의 발단이 된 수진과 성희를 들먹였다.
그런 김병두의 말을 들은 최만수는 갑자기 술이 확 깨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기분 나쁜 느낌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런 최만수와는 다르게 이진원은 눈을 차갑게 번뜩였다.
“그 연놈들을 그냥 둘 수는 없지요. 이젠 아이들의 일도 무사히 끝났으니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
“저…… 그건 신중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진원은 김병두의 말에 과격하게 동조하며 나섰지만 최만수는 평소와 다르게 한 발 물러난 듯한 소리를 했다.
솔직히 최만수가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들 때문에 여러 곳에 줄을 대 무사히 일을 맞췄지만 뒷맛이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었다.
그 여아의 외삼촌이 특수부대 교관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조직원 중에서도 과격하기로 알려진 김성일을 아주 병신을 만들어 놨다고 들었다.
김성일뿐 아니라 그의 동생들 여섯 명까지 한꺼번에 덤볐다가 다들 신체 일부가 부러지거나 금이 갔다고 했다.
그러니 최만수는 될 수 있으면 더 이상 그와 엮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상하게 자꾸만 자신이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까부터 그 생각을 털기 위해 더욱 술을 마셨었다.
그런데 이렇게 김한수 의원의 아들인 김병두 의원은 자신을 번거롭게 만들었다고 최신규와 고소를 한 여자들에게 보복을 언급하고 있었다.
“아니, 최 사장은 그 연놈들을 그냥 두고 보자는 말이오?”
“사실 나도 그냥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있는 존재가 좀 껄끄럽습니다.”
“그게 누군데 만수파의 최만수 사장이 껄끄럽다며 뒤로 빼는 것이오?”
이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이세건이 자꾸만 뒤로 빼려는 최만수에게 물었다.
이세건의 물음에 처음 보복이란 말을 꺼냈던 김병두도 그리고 최만수와 함께 강남에 자리 잡고 있는 진원파의 두목인 이진원도 흥미롭게 최만수를 주시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최만수는 인상을 구기다 말을 했다.
“증인으로 나온 자는 별거 아니지만, 아이들을 고소한 여자들의 뒤에 특수부대 장교가 있습니다.”
최만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살짝 말을 하였다.
하지만 권력의 맛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 군인 정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더욱이 지금 술이 들어간 상태라 간이 붓기도 했다.
“그게 어떻다는 것이오? 최 사장은 그가 무서운가 보오?”
옆에서 듣던 이진원이 깐죽거리듯 말을 하자 최만수는 인상을 구겼다.
솔직히 자신도 그자를 경험해 보지 않아 어떻다고 판단을 하지 못하지만, 김용성의 말이나 자신의 큰아들인 진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코 그자가 만만한 자가 아니라 생각이 들기에 이들의 말에 주저하게 되었다.
“뭐, 그럼 최 사장은 빠지는 것으로 하고 내가 잘 아는 해결사가 있으니 여러분들은 돈만 준비해 주십시오.”
이진원이 나서서 그렇게 이야기하자, 지켜보던 최만수의 인상이 더욱 구겨졌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자식들의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번거롭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청부업자를 고용하기로 모의를 했다.
이 꼬라지를 보면 부전자전이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옛말이 하나 틀릴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자신들의 결정이 얼마나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지는 아무도 예상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