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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파더 1권(21화)
8. 응징(膺懲)(1)
대한민국 국군 정보사령부.
정보사령부의 한곳, 이제 가을로 접어들어 낙엽이 지고 있는 나무들을 보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금방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성환이었다.
성환은 부대로 복귀를 하다 자신의 육사 동기인 최세창 중령이 찾기에 들린 것이다.
“뭐 때문에 급히 찾았냐?”
“휴, 내가 널 부르지 않으면 네가 사고칠 것 같아 불렀다.”
“사고? 그렇겠지. 네가 아이들 일이라고만 안 했어도 일을 마무리하고 들어오려고 했다.”
“이 자식 큰일 날 소리 하네! 인마, 네가 사고치면 그것 수습하는 게 쉬운지 알아?”
계급이야 성환이 진급이 빨라 세창보다 너 높지만 성환이나 세창은 육사 동기이다 보니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편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난 그런 것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내가 군을 위해 능력을 쏟고 있을 때, 내가 정작 보호해야 할 가족은 이상한 놈들에게 핍박을 받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세창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던 것과는 다르게 성환은 한층 목소리를 무겁게 하며 말을 하였다.
세창은 그런 성환의 모습에서 상처 입은 수컷 호랑이의 분노를 읽었다.
“그건 알겠는데, 지금 미국 애들이 널 찾겠다고 지금 난리도 아니다. 이런 때에 네가 노출되면 그렇게 네가 지키려는 조카나 누님까지 위험해진다, 너도 그건 알잖아.”
세창은 성환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현재 미국이 벌이고 있는 일을 언급하며 성환을 달랬다.
그런 세창의 마음을 성환도 잘 알기에 그가 전화해 보자고 할 때 두말하지 않고 이곳을 찾은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조카 수진을 그렇게 만든 놈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성환도 현재 미국의 CIA나 DIA(미 국방정보국)의 요원들이 자신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번 사건을 검찰이 하는 것을 지켜보기로 하고 부대로 복귀를 한 것이다.
원래라면 자신의 소속인 특전사령부로 가야만 했지만, 연락이 오길 이곳 정보사령부에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았기에 겸사겸사 이곳으로 왔다.
“알았다. 하지만 어쩌면 조만간 내가 다시 나가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세창은 성환이 느닷없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런 세창을 보지 않고, 성환은 전방에 있는 앙상한 나무를 보며 대답을 했다.
“너도 알겠지만 우리나라 권력자들의 습성을. 아마 수진의 일, 흐지부지 용두사미로 끝날 거다.”
성환의 단정하는 듯한 말에 세창도 인상을 썼다.
솔직히 세창도 아마 그럴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아무리 방송에서 떠들고 해도 권력자가 끼면 그건 일반 사건처럼 정의가 승리하는 그런 드라마 같은 상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그렇겠냐? 내가 좀 알아보니 이번 담당 검사가 미영 씨던데.”
세창은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말을 멈추고 성환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래도 미영이 오래전이긴 하지만 성환의 애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관계로 말을 꺼내기가 조금 껄끄러웠다.
무엇 때문에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되었는지 세창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사령부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교관으로 임명돼 자주 연락을 하지 못하다 깨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세창은 다시 그 이름을 말하는 게 주저된 것이다.
“그래, 나도 만나 봤다. 아주 작정을 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더라.”
“그럼 잘됐네?”
“아무리 그녀가 담당 검사라 하지만 위에서 누르고, 또 판사들이 검사의 증거를 거부하면 끝나는 것이 대한민국의 법이다.”
“음.”
성환과 함께 육사 시절 수석을 다투던 세창이기에 성환이 하려는 말뜻을 모르지 않았다.
작게 신음하는 세창을 외면하며 성환은 어딘가를 보며 차갑게 눈을 반짝였다.
성환은 지금 자신의 예감이 맞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예감이 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 ◈ ◈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청소년 납치 및 약물 복용, 성폭행 사건은 조직폭력배의 과잉 충성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으로 일단락되었다.
처음 검찰에서 의욕적으로 폭력 조직의 연예계 진출과 검은돈의 세탁을 막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수사는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어 버렸다.
만약 범인들이 자수를 하지 않았다면 좀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볼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을 납치했던 범인들이 자수를 하고, 또 성폭행을 했던 장본인들이 자신들은 술에 취해 정신이 없던 상태라 알지 못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상태.
더 이상의 사건 진행되지 않자 결국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식어 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건은 조직폭력배의 과잉 충성이 빚어 낸 단순 납치 사건으로 종결되었다.
이 사건으로 처벌된 사람은 결국 자수한 깡패 몇 명뿐이 없었다.
성폭행을 했던 장본인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아니, 그런 판결이 어디 있단 말인가.
피해자도 있고, 가해자도 있지만, 누가 누굴 성폭행했는지 알지 못해 풀어 준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특히나 이번 사건의 담당 검사인 황미영 부부장 검사의 반발은 대단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부부장 검사인 그녀의 반발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힘 좀 쓰는 집안에서 손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잠시 돌기도 했지만 일단 검찰 내부에서 사건을 종결시키는 바람에 더 이상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재심은 없다는 황당한 판결까지 내려져 사람들을 의혹에 빠지게 하였다.
많은 의혹이 남는 사건.
이렇게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못내 찝찝하지만 상부의 지시라 황미영 검사도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었다.
◈ ◈ ◈
서울 서초동 중앙 지검 앞 곱창집.
이제 겨우 초저녁인데 이곳엔 많은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그런데 그런 손님 중 유독 한 자리가 소란스러웠다.
“야, 정신아!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선배님, 오늘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습니다.”
“아냐, 나 하나도 안 취했다. 자 봐!”
“검사님, 오늘은 취하신 것 같으니 그만 일어나죠?”
“무슨 소리야! 아직 나 안 취했다니까!”
수진의 사건을 진행하던 황미영 부부장 검사는 상부의 지시로 수사가 종결된 것 때문에 화가 나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니, 술을 이용해 자신을 고문하고 있었다.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마시기 시작했던 술은 어느새 그녀를 취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다른 검사나 수사관도 마찬가지로 이번 일에 대하여 무척이나 실망을 하고 있었다.
사건 초기, 위에서 철저하게 수사하라던 것과 다르게 시간이 조금 흘렀다고 이렇게 급하게 수사 종결을 시켜 버리는 것에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이 되었다.
이번 사건에서 황미영 검사를 비롯해 수사에 참여한 이들이 조사하길 이번 사건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현재 연예계 전반에 걸친 비리와 성상납 그리고 조폭이 두루 연관이 된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과는 연관이 없지만, 연예계 스폰서 문제까지 수사가 확대될 만한 증거도 확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모두 폐기 처분이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고위층 누군가가 검찰에 압력을 넣은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자 막기 위해 이번 사건까지 두루 물먹인 것이다.
만약 이번 사건을 그냥 두면 고위층이 자신의 비리를 막는다 해도 또 다시 수면으로 튀어나올 위험이 있기에 아예 이번 사건의 수사까지 한꺼번에 처리해 버린 것으로 짐작됐다.
이 때문에 황미영 검사를 비롯한 수사관들이 암담한 마음에 이렇게 초저녁부터 술을 퍼마시는 것이다.
“그 개자식들, 지금쯤이면 축하 파티라도 하고 있겠지?”
술을 먹다 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수사를 방해한 이들은 지금쯤 자신들의 작전이 성공을 해서 축하 파티를 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겠죠! 특히 그 만수파의 발정난 개자식은 더 기고만장해지겠죠.”
자리에 있던 이민호 수사관이 그렇게 사건의 가해자였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방면된 최종혁을 언급하며 말을 하였다.
수사를 진행하는 내내 뻔뻔하게 자신은 모른다는 말로 일관하던 그의 모습이 생각이 났는지 쓴 소주를 단번에 들이켰다.
“큭, 개새끼!”
“맞아, 그 새끼는 완전 개새끼였어! 그것도 발정난 개새끼!”
황미영은 이민호 수사관의 말에 술잔을 들며 맞장구를 쳤다.
확실이 미영이 생각하기에 그 최종혁이란 놈은 완전 구제할 길 없는 개새끼였다.
아무 곳에서나 껄떡거리더니, 조사실에서 조사를 하는 자신에게까지 수작을 부리려던 놈이었다.
하지만 그건 봐줄 수 있었다.
어린놈이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것이 깡패질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 미영이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오랜만에 조우하게 된 옛 애인 때문이었다.
잊고 싶은 기억인 그는 역시나 적성에 딱 맞는 짓을 하고 있었다.
조폭 전문 변호사 말이다.
자신이 수사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하던 그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미영은 온몸에 뱀이 기어가는 듯한 소름이 들었다.
◈ ◈ ◈
“하하하하, 잘했어! 역시 내가 김 변이라면 좋은 소식을 전해 줄 거 알았다니까!”
“과찬이십니다.”
“과찬이라니, 아니지 이건 당연한 말이야. 솔직히 이번 사건 김 변 아니면 누가 이렇게 원만하게 해결할 수가 있겠어! 안 그렇습니까?”
만수파 두목 최만수는 아들의 사건이 무사히 마무리 된 거에 무척이나 기뻐 이렇게 아는 사람들과 김인수 변호사를 대동하고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비록 자신의 뒷배를 봐주는 어르신께 전화를 하긴 했지만 검찰 고위직에서 집중하는 사건을 이렇게 조용히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김인수 변호사의 작전이 주요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치하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하였다.
지금 이 자리엔 사건의 당사자였던 아들의 친구들, 그들의 부모들이 한 자리에 있었다.
진원파 보스 이진원은 아들이 연관된 사건이 이렇게 원만하게 처리되자 눈을 반짝였다.
자신의 조직에도 변호사를 몇 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이번 사건이 어렵다고 했었다.
하지만 만수파에서 전화를 받고 이번 사건을 해결할 방안이 있다는 소리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금을 댔다.
그렇게 자금만 대고 지켜보았는데 그 장담대로 아들이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이렇게 되자 이진원은 만수파의 변호사가 욕심이 났다.
비록 표시는 내지 않았지만 부부장 검사출신이라 그런지, 자신이 데리고 있는 변호사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변호사도 똘똘하고 일에 아주 빠삭한 베테랑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그 추진력이나 상상력이 부족했다.
이번 사건처럼 질 것이 확실한 재판에서 별 힘을 쓰지 못하고 포기를 했다.
그런데 만수파의 변호사 김인수라는 자는 미리 포기하지 않고 수사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사고를 친 아들이나 아들의 친구에게 초점을 맞추지 못하게 그 밑 단계에서 보호막을 친 것이다.
더욱이 대한민국 판사들의 성향을 잘 알고서 미리 손을 써 자신에게 유리한 이번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판사를 미리 섭외를 하였다.
그 때문에 아들과 아들 친구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범행이 분명한데, 증거 불충분이라 무혐의란다.
조폭인 자신이 생각해도 아주 웃긴 법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이진원이 김인수를 주시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사람도 김인수 변호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이번 사건의 또 다른 가해자의 아버지였다.
서양건설사 사장인 이세건이었다.
손이 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아들 이병찬을 아주 어렵게 얻었다.
부인과 별의별 수를 다 써 보았지만 자식이 생기지 않았다.
불임 치료를 위해 안 다녀 본 병원이 없었고,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것은 안 먹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그건 그의 부인도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하였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 없었다.
그렇게 별 수단을 써도 않자 첩까지 두었지만 그마져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포기해 가던 40대에 접어들어 갑자기 부인에게 태기가 왔다.
다 늦었다 포기를 했는데, 대를 이을 자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이세건은 자신의 아들을 애지중지하게 키웠다.
해 달라는 것은 다 해 주고,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은 한 겨울에도 구해다 주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아들이 사고를 쳤다.
물론 그전부터 버릇이 없는 아들은 무수한 사고를 쳤다.
하지만 어떻게 난 자식인데, 흠을 만들겠는가?
사고를 치면 그 배 이상으로 보상을 해 주며 자신에게 빨간 줄이 가지 않게 하였다.
이번 문제는 자신이 해결할 범위를 넘긴 아주 큰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자식을 너무 오냐오냐 키운 것은 아닌지 후회도 했다.
하지만 일단 일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란 생각에 아들의 친구 부모들과 의논을 하였다.
그래서 누군가의 머리에서 나온 대로 돈을 대었다.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런 일뿐이었다.
역시나 머리 좋은 놈들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피라미 몇을 던져 주고 모든 죄를 그들이 한 것으로 꾸몄다.
확실히 검사 출신이라 그런지 법의 약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최소 10년은 받을 형량이 증거불충분과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또 마약 파티를 했는데, 그것도 깡패들이 자신들이 했다고 덮어쓰는 바람에 아이들은 모두 무사하게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