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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파더 1권(17화)
6. 조카를 찾다(3)


이때 용성의 옆에 있던 김인수는 얼른 형사 반장의 말을 받았다.
“그럼 그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김성일 씨와 그 일행을 폭행한 사람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빨리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
인수는 대한민국 법이란 것이 참으로 요상해서 폭력 사건에 정당방위란 것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보통 쌍방과실 정도로 처리가 되는데, 이때 어느 한쪽이 많은 피해를 입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았을 땐 과잉 방어라 하여, 최초의 원인 제공자라 하여도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아주 요상한 곳이 대한민국의 법.
그랬기에 인수는 어떻게 든 상대를 엮어 넣기 위해 그와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경찰이 군인을 상대로 했다고 하니 아마도 휴가 나왔다가 동기들과 함께 단체로 폭행을 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인수의 머릿속에는 이번 사건의 정황이 그려졌다.
아마 만수파에 의뢰가 들어와 행동 대장인 김성일이 그의 동생들과 군인을 폭행하려고 덮쳤으나, 하필 그 자리에 그 군인의 동료들이 있어 집단 난투를 벌였을 것이다, 라는 것이 김인수가 상상하는 사건 개요였다.
그런데 잠시 뒤 들려온 말은 김인수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였다.
“그분이 한가한 분인 줄 아시오? 아직 조사가 덜 끝나 증거가 불충분해서 이렇게 참고인 조사만 하는 것이지, 그분 말대로 만약 미성년자 실종 사건과 만수파가 연관이 있다면 아마 각오해야 할 것이오.”
형사 반장의 으름장에 김인수도 잠시 움찔하였다.
처음 샹그릴라 카지노의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만 해도 경찰이 부당하게 의뢰인을 대우하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 나왔다.
그런데 경찰서에 들어와 이야기를 듣고 보니 뭔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경찰과 조폭이 쫓고 쫓기는 관계라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서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공생을 하는 관계다.
비록 그것이 불법이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건은 많고 인력은 부족하니 서로 적당히 양보를 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니 말이다.
조폭은 날로 지능화되어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까지 로비를 통해 작금에 와서는 일선 형사 반장이나 경찰서장쯤 장기판 졸(卒)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형사들이 날을 세우고 만수파의 김 부장을 대하고 있었다.
막말로 그동안 자신들에게 받아먹은 것만 밝혀져도 몇 명은 옷을 벗을 수도 있는데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일단 정보가 없으니 김인수는 용성에게 귓속말로 일단 부인하고 부하들과 어떻게 된 일인지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조언을 하였다.
“김 부장님, 일단 여기선 아는 바가 없다고 하시고 현장에 있던 사람에게 정황을 듣고 대책을 마련해야겠습니다.”
김용성은 변호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용성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자세한 정보가 없기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결단이 서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가볍게 생각한 그 군인이 결코 단순한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 ◈ ◈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나온 용성과 김인수 변호사는 성일이 입원해 있다는 누리 병원으로 향했다.
물론 성일에게 가기 전 부상이 가벼운 동생들이 치료를 받고 유치장에 돌아와 있어 간단하게 그들과 면담을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들은 것은 무척이나 황당한 소리였다.
단 한 사람에게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용성은 물론이고 김인수 변호사도 놀라 아무 소리도 못했다.
동생들을 입 단속시키고 경찰서를 나온 용성은 일단 부상이 심해 입원해 있다는 곳을 들렸다.
그리고 용성과 김인수가 본 것은 꼭 연체동물을 침대에 올려놓은 것 마냥 늘어져 있는 성일의 모습이었다.
분명 정신은 있어 자신을 보고 있는데, 말을 하기는커녕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김성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등에 한줄기 소름이 스치고 지나갔다.
정말이지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밑에 있던 동생이 이런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이젠 M&S엔터의 최신규 사장의 부탁이 아니라 자신의 체면 때문이라도 이대로 사건을 덮을 수 없게 되었다.
조폭이 깨졌다고 뒤로 물러나면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네 복수는 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
용성은 그렇게 침대에 있는 성일을 향해 말하고 병원을 나섰다.

◈ ◈ ◈

“성일이가 깨졌습니다.”
용성은 사무실로 들어가 보고를 하였다.
김용성의 보고를 받은 최진혁은 보던 결재 서류를 미루고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아무런 억양도 없는 최진혁의 말에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은 김용성은 차분하게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그게 어제 M&S엔터의 최 사장이 부탁한 일을……. 그런데 작업을 나갔던 성일이 입원을 하고, 나머지는 경찰에 잡혀 들어갔습니다.”
최진혁은 무언가 생각하더니 용성에게 물었다.
“우리 조직 행동 대장과 조직원들이 군바리 하나 처리 못해 병신이 되고 붙잡혀 경찰에 연행이 되?”
하도 기가 막혔는지 최진혁은 따졌다.
하지만 용성도 그자를 보지 못한 관계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동생들에게서 한 명이라고 들었다.
무슨 괴물도 아니고 연장을 들고 습격을 했는데, 오히려 당한 것은 자신의 동생들이었다.
“흠, 그 최 사장에게 얘기해서 좀 더 알아봐!”
“알겠습니다.”
최진혁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쓰레기 같은 놈이 벌인 일 때문에 쓸 만한 조직원이 병신이 되어 버렸고, 또 몇몇은 경찰서에 입건이 되었다.

◈ ◈ ◈

한양 진강 병원의 한 병실에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성환아, 그게 정말이냐? 우리 수진이 찾았다는 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그러니 진정하고…….”
“아니야! 거기가 어디야 어서 우리 아기 봐야겠다, 앞장서!”
성환의 누나는 맞고 있던 링거의 바늘을 억지로 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몸이 아직 괜찮아진 것이 아니기에 퇴원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
성환은 억지로 누나를 침대에 눕게 하고 차분히 설명했다.
“큰일을 겪어 아직 안정이 필요하다고 하니, 누나도 얼른 몸을 추슬러야 수진이를 돌보지.”
“흑흑흑, 우리 아기…….”
자신의 몸 상태 때문에 딸의 곁에 가지 못한다는 소리에 성희는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
딸을 한 달여 만에 찾은 금쪽같은 딸인데, 무슨 일이 있었으면 동생이 자신에게 딸을 보여 주지 않으려는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성환은 누나를 달래고 다시 병원을 나섰다.
다시 수진을 보러가기 위해서였다.
M&S엔터의 전속인 이수만 원장의 병원으로 향했다.
그의 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일단 수진이 아직 M&S엔터 소속이고, 치료비 일체를 그곳에서 지불하기로 했기에 입원을 시킨 것도 작은 이유이지만 일단 그녀를 숨기기 위한 것이다.
백주대낮에 도로에서 차량을 이용해 습격을 하는 것이나,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간단한 이들이 아니라 판단을 하여 이런 조치를 했다.
막말로 일반 병원에 입원을 시켰다가는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누나도 병원을 옮기고 싶지만 건강 상태가 너무 나빠 그러지 못했다.

◈ ◈ ◈

성환이 이렇게 누나와 조카의 병원을 오가고 있을 때, M&S엔터의 사장인 최신규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제길, 정말로 자수를 하면 괜찮을까? 만수파나 그 일에 연관된 사람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 텐데…….’
지금 최신규는 수진의 외삼촌이란 사람의 말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그냥 눈 딱 감고 그 말을 무시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정말이지 최신규는 사람 같지 않은 능력으로 자신을 농락했던 그가 너무도 두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만수파가 두렵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렇게 고민하는 중이다.
‘군인이라고 하던데…… 분명 지금 휴가를 나온 상태인 것 같고, 그냥 당분간 잠수탈까?’
하지만 이상하게 그랬다가는 영원히 이 세상에서 잠수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황당한 능력을 보여 준 성환에게서 감히 도망칠 생각을 못했다.
그렇다고 경찰서에 자수를 하고 사건의 내용을 자신의 입으로 토설을 하자니 만수파의 보복이 또 두려워졌다.
정말이지 최신규의 입장에선 진퇴양난이었다.
최신규는 그렇게 자신의 사무실에서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밤새 고민을 하였다.

◈ ◈ ◈

우당탕!
최종혁은 오늘도 친구들과 진탕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그런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의 공격에 무방비로 맞아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때린 사람을 확인하고 그가 자신의 배다른 형이란 것을 알고 소리를 질렀다.
“아, 시팔! 왜 때려!”
최종혁의 넘어지는 소리와 그가 지른 고함 소리에 집이 울렸다.
이 때문에 안방에 있던 만수파 두목인 최만수와 그의 부인이 소란 때문에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뭔데 이렇게 소란스러워?”
아버지의 물음에 최진혁은 잠시 자신을 노려보는 최종혁을 보다 고개를 돌려 아버지에게 대답하였다.
“저 새끼 때문에 지금 조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세요?”
“무슨 일인데,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때려?”
“아버지가 하도 감싸기만 하니 저 새끼가 천지분간 못하고 사고를 치는 것 아닙니까?”
“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아버지께.”
최만수와 함께 방에서 나온 여인이 최진혁을 나무라며 쓰러진 최종혁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이 여인이 바로 최종혁의 친모이자 만수파 두목인 최만수가 사랑에 마지않는 둘째 부인이었다.
즉, 최진혁에게는 계모인 것이다.
계모의 말에 최진혁은 콧방귀를 뀌며 말을 하였다.
“그래, 그 잘난 아들이 뭘 하고 다니는지 알고 있습니까?”
너무나 막 나가는 최진혁의 모습에 계모는 잠시 주춤했다.
막말로 최진혁이 막 나가기로 작정을 한다면, 이곳에서 자신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인 최만수뿐이었다.
하지만 최만수도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하나둘 큰아들인 최진혁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뒤로 물러나려고 하고 있는 중이라 이주희는 앞날이 걱정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난리야!”
“하! 저 새끼가 한 달 전인가 사고를 아주 대차게 쳤더란 말입니다.”
“뭔 사고?”
“그러니까…….”
최진혁은 M&S엔터의 최 사장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었다.
하지만 고슴도치도 제 자식이 예쁘다 했던가?
그 이야기를 듣고도 최만수나 이주희는 별일 아니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어쨌다고? 최 사장이 주제도 모르고 네게 뭐라 그러던?”
최만수는 오히려 피해자인 최신규의 이름을 들먹이며 물었다.
그런 최만수의 모습에 오늘 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일이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그럽니다. 최 사장이 어제 찾아와 그때 일을 당한 아이의 외삼촌이란 자가 찾아 왔다고…….”
다시 시작된 최진혁의 설명에 한참 듣고 있던 최만수는 이 일이 간단한 일이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
오랜 시간 뒷 세계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매번 위기가 찾아오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최만수는 그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잘 넘겼다.
그리고 막대한 이익을 보았다.
그가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가 자리 잡은 압구정과 청담동을 넘보는 조직은 수두룩하였다.
인근에 있는 신사장파가 그랬고, 강북의 한남파가 그랬다.
위기가 닥치면 그럴 때마다 기지를 발휘해 그들을 굴복시키고 암중으로 그들의 사업권을 인수하였다.
현재 서울의 세력도를 보면 최만수의 만수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시질적으로는 달랐다.
만수파는 겉보기에만 작게 강남의 일부를 차지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서울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도 겉으로는 별 볼 일 없이 강남 일부에 기생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 세력을 만들기까지 갖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왔다.
그런데 오랜만에 초창기 어렵던 시절 거대 세력이 함정을 파고 기다리던 때처럼 위험한 촉이 왔다.
“그래, 넌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냐?”
“그자를 좀 더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일단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젠장, 애들 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있기에 한 명에게 일곱 놈이나 몰려가서 병신이 되도록 두들겨 맞아, 맞기는.”
한편 옷을 갈아입고 오늘도 한바탕 뛰러 가려던 최종혁은 형에게 맞은 것이 너무나 억울했다.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형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지금은 참지만 어디 언제까지 네가 내게 이럴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최종혁은 어려서부터 진혁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이 한이 되었다.
비록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긴 하지만 아버지의 관심은 언제나 조직이었다.
그런 아버지에게 자신도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어 형처럼 사업장을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저 웃으며 그런 일은 신경 쓰지 말라고만 할 뿐이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최종혁은 아버지의 사업을 형이 모두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금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집으로 들어오다 맞았는데도 아버지는 처음만 화내는 척했을 뿐, 결국 형을 혼내지 않았다.
입으로는 가족의 화목을 말하지만 아버지도 이젠 늙었는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런 생각을 하는 최종혁은 영화에서처럼 기회가 되면 형을 처리하고 그의 자리를 차지할 결심을 진즉부터 하고 있었다.
참 사갈(蛇蝎)이 형님, 소리할 심성을 가진 최종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