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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파더 1권(10화)
4. 습격(2)


진실은 그게 아니라 부대 내 반골들만 모아 부대를 만들고, 적당한 능력의 팀장을 하나 내세워 미끼로 보낸 것이었다.
아무리 규율이 엄정한 특수부대라고 하지만 개중에는 개성이 강해 팀원들과 자주 마찰을 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그들이 능력도 없고, 불만만 많은 이들은 아니다.
생각이 많고 진취적이며 자존심이 강해 그리 대립을 하는 것이다.
너무도 순수했기에 그들은 타협이란 것을 몰랐다.
한 번 정한 것은 끝까지 몰고 나가는 외골수적인 성향마저 있는 그런 이들이기에 자신에게도 무척이나 엄격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능력은 부대 내에서도 최고의 기량들을 발휘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병기라도 자신이 잘 활용할 수 없으면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작전에 미끼로 쓰이는 작전에 투입되었다.
자신들이 북한의 시선을 끄는 미끼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런 허망한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군을 대신한 총알받이, 결국 물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였을 뿐.
그저 나라에 충성한다는 일념으로 작전에 임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작전에 나가, 죽은 자신의 팀원들을 생각하자 성환은 자신도 모르게 우울해졌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그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아버지의 부탁으로 소개팅을 나온 미영은 자신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를 보며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군인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많은 군인들을 봐 왔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참 특이한 남자라 생각했다.
분명 소개받기로는 겨우 26살에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벌써 계급이 대위라니 믿기지 않았다.
임관한 지 겨우 2―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사람이 어떻게 대위란 계급을 받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승진이 빠르니 아마 육군사관학교를 나왔을 것이고, 또 육사 생도들 중에서도 최고의 수재였을 것이다.
분명 졸업을 할 때 수료식에서 대통령 표창이나 아니면 국방부 장관 표창 또는 육군참모총장 표창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각종 작전이나 대회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많은 상을 휩쓸었을 것이 분명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
그랬기에 남들은 이제 중위로 진급할 시간에 남들보다 몇 년은 빠르게 진급을 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무엇 때문에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그런 말을 듣고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찌질한 군인 정도로 인식하고 바로 발길을 돌려 카페를 나가 버렸을 것이다.
“무슨 고민이 있기에 그런 슬픈 표정인 거죠?”
미영은 인내심을 발휘해 눈앞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죽은 팀원들을 생각하다 여자의 말소리 때문에 성환은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아니에요, 아주 슬픈 일이 있었나 보죠.”
“네, 그럴 일이 좀 생각이 나 그만.”
이야기를 하던 중 성환의 분위기가 다시 어두워지는 것을 느낀 미영은 얼른 분위기 전환을 위해 먼저 말을 하였다.
“제가 누군지 듣고 나왔죠?”
“아, 예. 황 장군님의 따님이시라고…….”
“맞아요, 저 황미영이라고 해요. 오늘 바쁜 시간 억지로 나온 거니, 오늘 하루 절 재미있게 해 주지 않으면 아빠에게 이를 거예요.”
미영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억지로 자신을 소개하며 귀여운 협박을 했다.
그런 미영의 말에 성환은 어두운 분위기를 털어버리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제가 군인이다 보니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모르니.”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 만난 날부터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재미있게 대화를 하였다.
물론 대화는 아직 여자 경험이 없는 성환 보다는 미영이 대화를 리드하였다.

옛 생각이 나 피식, 미소 짓던 성환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즐거웠던 추억을 생각하던 성환의 눈에 안 좋았던 추억의 주인공이 카페로 들어오는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페로 들어오던 그 사람도 성환을 발견했는지 인상이 굳어졌다.

◈ ◈ ◈

오랜만에 친구의 전화를 받고 인근 카페를 찾은 미영은 친구와 대화를 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다 그만 인상이 굳고 말았다.
한때는 죽도록 사랑했던 남자.
하지만 이젠 남이 되어 버린 그 남자가 카페 안에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그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연애 당시 그 얼굴, 그 모습이었다.
짧은 머리에 강인한 인상의 남자.
잠시 그를 보고 멈춰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인지 자신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 미영아! 뭐해?”
“아! 미안 아는 사람이 있어서.”
미영은 친구에게 변명을 하고 친구가 자리한 테이블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도 미영의 시선은 성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잠시 그렇게 성환을 쳐다보던 미영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렸다.
이미 그와 자신은 끝난 사람들이었다.
한참 옛 연인을 쳐다보던 성환 역시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도 자신을 본다는 것도 인식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망설이고 있던 성환.
그런데 그녀가 먼저 자신의 시선을 피하며 함께 온 친구로 보이는 여자에게 집중하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자신에게 미련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성환도 곧 관심을 끊었다.
이미 모두 지나간 옛 추억일 뿐이다.
한때 그녀를 통해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그녀로 인해 또 다른 괴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다른 남자가 생겼다면 떠났을 때의 그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니까.

◈ ◈ ◈

처음으로 팀원들을 잃고 돌아왔을 때도 그 정도로 괴롭지 않았다.
그녀가 새 애인이라면 소개했던 남자는 같은 직장의 동료 검사.
수시로 연락이 되지 않는 자신과의 연애에 지쳤다며, 직장 내에서 자신을 도와주고 또 자신의 고민을 함께 들어주는 그와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이젠 헤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자신에게 이별 통보를 하는 그녀의 냉정한 모습에서 성환은 자신이 군인이기에 언제나 곁에서 지켜 줄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를 하였다.
그녀를 보내 주는 것이 사랑했던 남자로서 최선이라 판단했다.
물론 그 뒤로 그녀를 잊기 위해 정신없이 노력을 하였다.
그 때문에 백두산에서 얻은 기연을 많은 부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성환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개인의 수련에 매진하기 바빠, 부대 내에서 독불장군으로 찍혀 더 이상 팀에 들어가라는 소리는 없어졌다.
그래서 성환의 보직은 무술 교관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군에서 내부적으로 은밀하게 제안을 했다.
부하들을 잃고 그 괴로워하는 것 같은 성환에게 새롭게 편성된 특수부대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 결과 어느 순간 다른 부대원들과는 확연히 다른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 ◈ ◈

진성을 기다리기 위해 나온 카페, 오랜만에 옛 애인이던 여자를 보았지만 그뿐.
이젠 그때의 절절함이 없었다.
보기만 해도 기뻤고, 또 보지 못해 괴롭던, 그런 가슴 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TV화면에 나오는 연예인을 보듯 담담했다.
이미 가슴이 뛰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탓일까.
이렇게 성환이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약속했던 진성이 나타났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일찍 나온 것이지, 진성 씨가 늦은 것은 아닙니다.”
성환의 말이 맞았다.
자신이 너무 일찍 약속 장소로 나온 것이지 진성이 늦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진성은 자신의 상관이 신경 쓰고, 군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을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다.
보통 이런 흥신소 직원들은 약속 장소에 너무 이른 시간에 나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의뢰인을 기다리게 하지도 않는다.
진성은 군인이지만 특수 임무를 받아 사회에 섞여 활동을 하다 보니 군인이라기보단 일반인과 비슷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성환이 이렇게 일찍 나오게 된 것은 그만큼 진성이 가져올 정보가 간절했기 때문이다.
조카의 실종으로 성환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다급했다.
그에게 가족이라고는 누나와 조카뿐.
그런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조카가 실종이 되었다.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조카가 다니던 회사를 찾아가면서 알 수 있었다.
자꾸만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뭔가 변명거리를 찾는 듯 행동하는 전무라는 자를 보면서 정상적인 기업이 아니란 것 또한 짐작할 수 있었다.
조카가 다니던 회사의 실체를 알기 위해 급한 마음에 약속 시간보다 일찍 장소로 왔다.
성환의 말에 진성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얼른 자신이 조사한 것을 꺼내 놓았다.
“이게 제가 어제 조사한 것들입니다.”
진성이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을 보려고 하는데 옆에서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언제 왔는지 카페 직원이 그들의 테이블 옆에 와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물었다.
확실히 진성이 왔으니 뭐라도 시켜야 했다.
성환이 카페에 도착을 하고 한 번 왔던 직원이었다.
그땐 일행이 올 것이란 말로 돌려보냈었다.
그런데 일행이 1시간이나 뒤에 온 탓인지 직원의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미안한 생각에 얼른 아무거나 시켰다.
“난 커피, 어떤 것을 드시겠습니까?”
성환의 물음에 진성은 그제야 테이블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왜 카페 직원이 손님에게 이렇게 퉁명스럽게 물어 온 것인지 알게 된 때문이다.
“그냥 아메리카노 두 잔 갖다 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솔직히 카페에 나이든 남자 둘이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손님들 중 성환과 진성처럼 한 테이블에 남자만 있는 곳은 없었다.
그것도 30대로 보이는 남자 2명은 말이다.
비록 성환이 나이보다 동안이긴 하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 때문에 많은 빛을 보진 못하고 나이보다 3―5살 어리게 볼 뿐이다.
물론 그것도 많이 쳐 주는 것이지만 어찌 되든, 남자 두 사람이 카페에 있는 것은 카페 입장에서 좋을 건 없었다.
젊은 여자 두 사람도 아니고, 칙칙한 남자 둘은 그림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이 주방에 주문을 하러 떠나고, 성환은 얼른 진성이 올려놓은 서류 봉투를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음…….”
보고서를 읽으면서 성환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신음을 흘렸다.
그런 성환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옛 애인이던 미영이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카페를 찾았는데, 그곳에 오래전 헤어진 연인을 보았다.
비록 자신이 잘못한 일이지만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주 연락이 끊기는 성환 때문에 스트레스에 빠져 있던 그녀.
그 때문에 자주 혼자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러다 알게 된 동료 검사는 무척이나 매너가 좋았다.
자신의 고민도 잘 들어 주고, 더욱이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이야기도 잘 통했다.
그래서 자주 어울리게 되다, 급기야 잠자리도 함께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어느 날 술에 취했다가 다음 날 깨어 보니 그와 함께 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뒤늦게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연락도 되지 않는 성환에 대한 원망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한 번이 힘든 것이지 그 뒤로 미영은 성환이 훈련을 하러 들어가 연락이 되지 않을 땐, 그것이 면죄부라도 되는 듯 그 남자와 어울렸다.
그리고 급기야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만나도 이야기가 잘 통하지도 않는 성환과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그에게 통보를 했다.
그것도 새 애인을 그와 헤어지는 곳에 데리고 가서 말이다.
그가 많이 괴로워하는 것이 보였지만, 그땐 그게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 있을 때 잘하란 소리만 하였다.
그렇게 성환과 헤어지고, 미영과 새 애인도 얼마가지 못했다.
대범했던 성환과 다르게 그는 무척이나 미영을 간섭했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군인 아버지를 보며 익숙했던 군인들의 성향을 남자들의 기본 성격으로 생각했던 미영.
그런데 검사인 새 애인은 그러지 못했다.
대범하지도, 남자답지도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매너 있는 모습도 다 가식이었다.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그런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자신이 걷어찬 남자가 얼마나 아까운 사람인지 그때 알게 되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미영은 지금도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가끔 한다.
그래서 지금도 주변에서 결혼을 하라고 하지만 남자를 만날 때면 꼭 성환과 비교해 보곤 하였다.
그리고 지금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성환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