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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파더 1권(6화)
2. 조카를 찾아서…….(4)
날이 밝자 성환은 가까운 사우나에서 몸을 씻고 수진이 다니던 회사로 갔다.
성환이 알아보니 강남에는 많은 연예 기획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 연예 기획사들이 많은 이유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일단 방송국과 가깝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방송국이 여의도에만 있었다면, 지금은 일산 쪽에도 녹화장이 생겨 양쪽을 다 다녀야 했기에, 그 중간 지점에 있는 것이 교통에 용의했기 때문이다.
또 대형 기획사인 MS나 YJP가 자리하다 보니 연예인이 꿈인 꿈나무들이 많이 찾는다.
대형 기획사에서 탈락한 이들을 잡기 위해서 규모가 작은 기획사들 역시 모여들기도 했다.
수진이 다니던 곳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MS엔터테인먼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M&S엔터테인먼트.
그곳이 수진이 다니던 회사였다.
오전 10시.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성환은 실종된 조카의 마지막 소식을 들은 곳이기에 M&S엔터테인먼트를 찾았다.
성환이 입구에 들어서니 안내 데스크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난 여기 연습생으로 있다 실종된 최수진의 외삼촌입니다. 사장님 좀 뵈러 왔습니다.”
성환이 자신의 신분을 알리자 직원은 잠시 당황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연습생 한 명이 실종된 문제로 회사 내에서도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위에서 그 일에 대하여 함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상태였다.
“저…… 지금 사장님이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을 만나시려면 사전 약속을 잡으셔야…….”
“내가 군인이라 시간이 한가한 것이 아니니, 바로 연락해 주십시오. 사장이 아니면 그 일에 책임 있는 사람이라도 있을 것 아닙니까?”
성환은 다니던 연습생이 이곳을 나간 뒤 실종이 되었으니, 누구라도 책임자가 있어 그 사건에 대하여 담당하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그리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소리는 성환의 기대를 저버렸다.
“저희는 연예 기획사지 경찰이 아닙니다. 그런 건 경찰서에 가셔서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당신들과 말이 안 되니, 책임질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 오라고 하든지, 아니면 사장을 만나게 해 주시오.”
성환은 일개 안내 직원을 상대로 자신이 떠들어 봐야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 사장이나 아니면 그에 준하는 책임질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를 만나기로 하였다.
입구에서 이렇게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자 안으로 들어오던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무슨 일입니까?”
검은 양복을 입은 40대 남자가 소란이 일고 있는 데스크로 다가왔다.
그런 그를 보며 직원이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전무님.”
성환은 직원이 전무라 인사한 이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래,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스러운 거야?”
손님이 있기에 존댓말을 하던 전무란 사람은 직원들에게 무엇 때문인지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직원보다 성환이 먼저 앞으로 나와 말을 하였다.
“전무면 어느 정도 책임자라 생각되니, 말 좀 합시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성환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말을 하였다.
성환의 몸에서 일고 있는 기세가 심상치 않아 본능적으로 움찔하고 말았다.
“난 이곳에 연습생으로 있던 최수진의 외삼촌인데, 조카의 실종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왔소.”
성환의 말에 전무는 잠시 눈을 반짝였다.
그를 살펴보기 위해 말을 바로하지 않고 성환의 전신을 한 번 훑어보았다.
깔끔한 양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고가의 제품은 아니다.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자 전무는 조금 전 긴장한 것은 어디로 가고, 편하게 말을 놓았다.
“뭘 알아보겠다는 거지?”
전무의 반말에 성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내가 누님께 듣기로는 처음 전화를 했을 때만 해도 데뷔를 앞두고 합숙 훈련을 하느라 연락을 못한다고 했는데, 그 다음에는 합숙이 끝나고 보냈다 말을 하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뒤로는 실력이 없어 퇴출시키려던 중이라 했다는데…… 이거, 말의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소?”
성환의 말에 전무는 잠시 신음을 했다.
“음…….”
남자는 다시 성환을 보며 일단 회사 입구서 이렇게 떠드는 것이 회사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일단 제 방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하지.”
성환을 대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간 전무는 성환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떤 소리를 듣고 오셨는지 모르지만 모두 맞는 이야기입니다. 합숙을 시킨 것도 맞고, 합숙이 끝나 보낸 것도 맞습니다. 그리고 퇴출이 결정된 것도 사실입니다.”
전무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환에게 하던 말투가 바뀌어 있었다.
성환의 억양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사람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 회사의 간부들이 부하 직원에게 하는 말투가 아니라 무언가 조직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랬기에 성환이 어느 조폭 조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이렇게 저자세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성환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그런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딱 봐도 조폭과 연관이 있어보였다.
머리도 짧고 피부도 검붉게 탄 것이, 외부에서 많이 활동을 한 것 같이 강인해 보였다.
전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떠들고 있지만 성환의 머릿속엔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말을 하면서도 남자의 눈동자는 빠르게 움직이며, 마른 침을 자꾸만 삼키고 있었다.
뭔가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한다는 것이 여실히 들어나 있었다.
성환이 비록 전문가처럼 심문에 대하여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심리에 대한 공부는 육사에서 많이 했기에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가 무척이나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았다.
거짓을 감추기 위해서 다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훤했다.
“당신의 말이 사실이길 빌겠소. 내 따로 조사를 해, 당신의 말이 거짓이라 밝혀졌을 땐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할 것이오.”
이미 숨기려고 작정을 했는지, 남자는 계속해서 했던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만 있었다.
결국 성환은 알고자 하는 말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은 이 회사가 어떻게 연습생을 관리하고 어떤 시스템으로 연예인을 데뷔시키는 것이 아니다.
실종된 조카의 행방이 궁금할 뿐이다.
그렇기에 성환은 남자에게 경고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엇에 겁을 먹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성환은 별 성과 없이 M&S엔터테인먼트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 ◈ ◈
M&S엔터테인먼트를 나온 성환은 진성과의 약속 장소로 갔다.
회사를 방문함으로써 심증을 굳혔다.
수진의 실종에 어떻게든 회사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성환은,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이 무언지 알아보기 위해 김진성에게 의뢰를 하기로 했다.
M&S엔터테인먼트에서 호텔 티파니까지 거리가 좀 있지만, 아직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기에 성환은 천천히 걸어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가면서 성환은 평일인데도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 그들이 소속된 기획사 주변을 배회하는 것을 목격하곤 속으로 혀를 찼다.
‘쯧쯧, 한창 공부할 때에 저게 무슨 짓들인지…….’
그렇게 오랜만에 사회에 나와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며 약소 장소인 호텔 티파니에 도착을 하였다.
너무 일찍 도착을 해서 그런지 호텔에 있는 카페테리아에는 몇몇 손님뿐이 없었다.
“이거 너무 일찍 온 것 같네.”
아닌 게 아니라 약속 시간인 13시까지는 아직도 2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M&S엔터테인먼트에 10시에 도착을 하여 안내 직원과 잠깐의 실랑이와 전무란 자와 이야기를 하고 걸어 왔는데도 11시.
성환은 조금 전 전무와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조카가 다녔다는 회사가 결코 정상적인 회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긴 한데, 그게 무언지 확실하게 잡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정성환 손님, 정성환 손님! 안 계신가요?”
성환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어떤 젊은 여자가 팻말을 하나 들고 자신을 찾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여자 옆에는 어떤 인물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성환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성환이 자신이 있는 자리를 표시하자 여자와 함께 있던 남자가 성환에게 성큼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진성이라 합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정성환입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김진성은 상관인 최세창 중령으로부터 긴급하게 연락을 받았다.
자신의 육사 동기 중 한 사람이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단순한 장교가 아니라, 정보사령부 내에서도 요주의 인물로 은밀하게 관찰하는 사람이라는 주의를 받았다.
그러니 그가 무슨 이유로 도움을 청하는 것인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용역 회사인 진성 기획 자체가 사실 정보사령부에서 위장으로 만든 회사였다.
군에서는 오래전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불온한 움직임은 없는지 감시를 하고 있었다.
비밀리에 정치인들이나 경제계 인물의 내사 역시 하고 있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군인의 신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성처럼 위장된 신분을 가지고 조사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들키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비밀 임무를 하고 있는 진성에게 엉뚱한 명령이 내려왔다.
정보사령부 중령으로 있는 최세창으로부터 자신의 동기가 무엇 때문에 도움을 청하는지 알아 오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김진성은 몰래 자신의 상관 모르게 정성환이란 사람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비취인가로는 연람이 되지 않았다.
1급까지 보안 등급 열람이 가능한 자신이 안 된다는 것은, 정성환이란 인물이 그 이상의 보안이 걸린 사람이라는 말과 같았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일개 장교로서 그 정도의 인물이 누가 있을까?
고민을 해 봤지만 진성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늦은 시간 전화를 해 만나기로 한 것이다.
직접 들어야 상관인 최세창 중령에게 보고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환은 진성이 용건을 물어 오자 자신이 의뢰할 것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제가 의뢰를 하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조카의 실종에 대하여 알아봐 달라는 것입니다.”
성환의 의뢰 내용을 듣고 진성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것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라면 경찰에 연락을 하시는 게…….”
“경찰에 신고를 하고 벌써 20일이 지났는데, 경찰에선 아직도 수사를 하지도 않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 군에 있는 동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을 찾은 겁니다.”
진성의 물음에 성환은 자세한 설명을 했다.
오늘 조카가 다니던 기획사에서의 일도 말을 하였다.
“그런데 오늘 조카가 다니던 기획사에 알아보기 위해 그곳 책임자를 만나려 했는데…… 그들의 태도가 좀 이상하더군요.”
“그곳이 어딥니까?”
진성은 성환의 이야기를 듣고 이번 문제가 가족 중 조카의 실종에 관해 조사하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세창 중령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좀 더 깊게 조사를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M&S엔터테인먼트라는 곳입니다.”
성환이 질문에 대답을 하자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사해 보겠습니다.”
진성의 대답을 들은 성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시원스러운 답변이었다.
그동안 경찰서나 수진이 다녔던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 듣던 답답한 변명들이 아니라 군인처럼 확실하게 간단명료하게 대답을 하는 그의 태도에 생각보다 믿음이 갔다.
더욱이 정보사에 있는 동기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금 휴가 기간에 조카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신속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진성의 이야기를 들은 성환은 그에게 의뢰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의뢰비는 얼마를 주어야 합니까?”
그런 성환의 물음에 진성은 잠시 고민을 했다.
솔직히 자신의 신분은 위장된 신분이지 않은가.
군인인 자신이 이렇게 따로 의뢰를 받을 줄 몰랐기에 대답을 하기가 난감했다.
그러다 기지를 발휘해 말을 하였다.
“음, 일단 조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착수금으로 100만 원 정도면 되겠습니다. 나머지는 일이 끝나면 소모 경비랑 해서 영수증을 첨부해 청구하겠습니다.”
진성은 그나마 본 영화 덕분에 기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 진성을 보면서 성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의뢰금이 얼마인지 몰라 은행에서 돈을 챙겨 오지 않았는데, 계좌 번호가 어떻게 됩니까?”
성환의 말에 진성은 다시 한 번 진땀을 흘렸다.
이건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은 그저 상관인 최세창 중령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온 것이라 계좌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성은 계좌 번호는 회사에 가서 문자로 보내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게 제가 회사 통장 번호를 모르니, 그건 회사에 가서 문자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문자 받으면 바로 이체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진성과 헤어졌다.
성환이 먼저 자리를 떠나고 진성은 얼른 자신의 상관인 최세창 중령에게 연락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