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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파더 1권(5화)
2. 조카를 찾아서…….(3)
성환이 병실로 들어서자, 언제 깼는지 누나가 침대에 반쯤 기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 누나 언제 일어났어?”
누나의 곁으로 얼른 뛰어간 성환은 망연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누나의 손을 잡아 주었다.
성환이 손을 잡아 주자 뭔가 불안해 보이던 성희의 눈빛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조용히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다.
아직도 성환은 조카의 실종이나 누나의 상태가 현실 같지 않았다.
그런 동생의 물음에 성희는 다시 또 눈물을 흘렸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
그러다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성희는 성환에게 지금까지 있던 일들에 대하여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러니까 20여 일쯤 전인가? 수진이가 들어오지 않아 연락을 해도 꺼져 있다는 응답만 있기에 회사로 전화를…… 그런데 합숙을 끝나고 나갔다고…… 그런 적이 없다는 거야. 그리고…….”
성환은 누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조카의 실종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느껴졌다.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지만 조카의 실종과 소속되어 있던 기획사 간에 뭔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합숙 때문이라고 하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말을 번복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더군다나 누나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니, 데뷔하려는 그룹에서 뽑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력도 없어 곧 퇴출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완전히 앞뒤가 맞지 않은 답변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성환은 자신이 직접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나의 이야기를 듣다 성환을 화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조카의 실종 신고을 접수한 경찰들의 태도.
어떻게 부모가 자식의 실종 신고를 하는데, 그렇게 무성의하게 접수를 받을 수 있으며, 또 자식의 실종으로 억장이 무너진 부모 앞에서 요즘 애들이 그렇다, 동료 남자 연습생과 도망친 것은 아니냐?!
어떻게 그런 소릴 지껄일 수 있는지 그 정신을 뜯어보고 싶었다.
“누나,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찾아볼 테니 누나는 일단 몸부터 챙겨.”
“아니야, 나도 수진이 찾아봐야지! 나, 다 나았다.”
성환의 몸부터 챙기라는 말에 성희는 자신은 다 나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성환은 의사가 당부했기에 억지로 일어나려는 성희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누나, 의사 선생님이 누나 영양실조래. 도대체 얼마나 굶은 거야……. 수진인 걱정 말고 기다려.”
강제로 자신을 눕히는 동생의 힘을 당하지 못하고 억지로 침대에 누운 성희는 하는 수 없이 동생을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알았다, 우리 수진이…… 꼭 좀 찾아 줘……. 약속한 거다.”
“알았어. 내가 지구 끝까지라도 뒤져서 수진이 찾을 테니, 나만 믿고 누난 몸조리나 잘해! 그럼 난 알아볼 게 있어 가 볼게.”
성희를 뒤로 하고 병실을 나섰다.
일단 조카의 실종을 접수한 담당 경찰서로 향했다.
도대체 어떤 놈이 그따위로 접수를 받았는지, 또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자신이 직접 봐야 했다.
◈ ◈ ◈
보라매 파출소.
성희가 딸 수진과 연락이 되지 않은 일주일이 지난 뒤 급하게 딸의 실종 신고를 한 곳이다.
성환은 파출소 앞에 잠시 서서 입구를 쳐다보았다.
입구에 있는 표어가 보였다.
민중의 지팡이라 적혀 있는 것을 잠시 주시하던 성환은 안으로 들어갔다.
성환이 파출소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 있던 경찰들이 의아해 했다.
군인.
그것도 장교 복장을 한 군인이 경찰서를 찾는 일이 좀처럼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 경찰들은 조금 당황하였다.
성환은 그들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차가운 표정으로 경찰서 내부를 살펴보았다.
잠시 내부를 살펴보던 성환은 가장 자신과 가까이 있는 경찰에게 물었다.
“최수진 학생의 실종 신고를 받은 사람이 누굽니까.”
성환의 딱딱한 억양의 말투에 경찰이 긴장을 했다.
차갑게 물어오는 성환의 몸에선 저절로 만인을 누르는 위압감이 풍겨 나왔다.
“저, 저…….”
더듬거리는 그의 모습에 짜증이 난 성환이 그의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쳤다.
쿵!
큰소리가 울리자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놀란 것보다 성환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성환은 조카의 사건을 누나에게 전해 듣고 화가 난 상태.
그런데 이들은 뭐에 겁을 먹은 것인지 잔뜩 긴장해, 자신의 물음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답답했다.
“내말 안 들리나! 누가 사건 접수를 한 것인가!”
성환은 답답한 경찰들을 보자 평소 특전사에서 쓰던 버릇 그대로 소리쳤다.
그러자 경찰들은 조심스레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성환은 경찰들의 반응에 아마도 그가 사건 접수한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정황을 파악한 성환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 사건 진행에 대하여 듣기로 하였다.
“그동안 수사 진행에 대해 설명해 보시오.”
이미 성환의 모습에 기가 질린 그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아니, 아직까지 이들은 수진의 실종 신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청소년의 가출 정도로 생각하고 시간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들은 성환은 파출소를 한바탕 뒤엎어 버렸다.
“뭐?! 가출한 걸 수도 있어서 아직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고?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야! 만약 이게 단순 가출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납치나, 감금, 아님 그에 준하는 상황이면 너희들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야!”
성환은 분을 참지 못하고 데스크의 하단을 힘껏 걷어차고 파출소를 빠져나왔다.
◈ ◈ ◈
파출소에서 한바탕하고 나온 성환은 누나 집에 가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병원으로 왔다.
성환은 병원에 돌아와서 병상에 있는 누나를 보았다.
안정제를 맞고 잠이 들었는지, 곤히 자는 누나를 보니 가슴이 짠했다.
이제 겨우 40인데 너무나 고생을 해서 그런지 50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늙어 있었다.
‘누나 걱정하지 마…….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진이 찾아 낼 테니.’
진성이 그렇게 누나의 손을 잡고 속으로 다짐하고 있을 때, 호주머니 안쪽에 넣어 둔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정성환입니다.”
차분하게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아주 반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합니다, 정성환 님 전화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아, 예. 전 진성 기획의 사장인 김진성이라 합니다. 전화 주셨다고 하셔서 연락드렸습니다.
전화를 건 남자는 바로 낮에 자신이 찾던 흥신소 사장이었다.
“예, 제가 연락드렸습니다. 좀 만날 수 있을까요? 의뢰할 일이 있어 그러는데.”
―알겠습니다. 의뢰를 하기 위해 전화를 주셨다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어디가 좋겠습니까?
“아, 제가 지리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어디가 편하겠습니까?”
성환은 말을 하다 내일 자신이 청담동에 있는 조카의 소속사를 찾아가 보기로 했던 일이 기억이 났다.
“제가 내일 청담동 쪽에 일이 있어 그러는데, 될 수 있으면 그쪽 방향이면 좋겠습니다.”
―그럼 청담동에 있는 호텔 티파니 안, 커피숍에서 뵙기로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그곳에서 뵙기로 하고, 오전 중에는 제가 일이 있으니 오후 1시가 어떻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기로 하죠. 그럼 내일 13시 청담동 호텔 티파니에서 뵙기로 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예, 그럼 그때 보기로 하고 이만 끊겠습니다.”
― 예, 그럼 들어가십시오.
진성과 통화를 마치고 성환은 눈을 감고 차분히 내일 할 일을 떠올렸다.
‘일단 아침엔 수진이가 다녔다는 회사에 가서 알아보고, 오후엔 사장을 만나 이번 실종에 관해 의뢰를 해야겠군.’
성환은 이번 실종이 생각보다 가벼운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자신이 연예계라는 것에 대하여 알지도 못하지만 듣기로 무척이나 지저분한 곳이라 들었다.
더욱이 연예계 일부에선 조직폭력배와 같은 쓰레기들도 많이 연관되어, 자칫 잘못하다 패가망신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란 소리도 들었다.
‘만약 수진이에게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관련자들 한 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성환은 이번 일이 정말로 루머로 떠도는 그런 지저분한 일과 관련이 있다면 그에 관련된 모든 인간들을 가만 두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갓 대학에 들어갔던 누나는 겨우 20살에 학교도 그만두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때 당시 자신은 중학생.
집안에 도움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나이가 어려 아무것도 못했다.
다행이라면 누나가 대학을 휴학하고 들어간 직장의 사장이 누나를 좋게 보았는지 많은 편의를 봐주었다는 것.
작은 회사의 경리지만 누나는 열심히 일을 했다.
사장의 소개로 결혼도 하고, 금슬이 좋아 금방 조카도 보았다.
고아였던 매형은 그만큼 가정에 충실하고, 또 형제가 없다 보니 자신도 많이 귀여워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성실하고 착하던 매형은 외근을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음주 운전 차량과 추돌 사고가 나고 말았다.
매형은 현장에서 사망을 하고, 자칫 잘못했으면 피의자로 뒤집어쓸 뻔하였다.
다행히 매형이 타던 차에 블랙박스가 장착이 되어 있어 누명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고아에, 힘도, 빽도 없다 보니 이제 겨우 30대였던 매형의 보상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적은 보상금과 매형이 다니던 회사에서 들어 둔 보험이 있어, 그나마 누나와 조카가 살아가는 데 밑천이 되었다.
누나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보상금으로 작은 식당을 시작하였다.
맞벌이였던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 살림을 도맡던 누나의 음식 솜씨는 제법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포함한 세 식구가 살기에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었다.
새벽 일찍 장을 봐서 음식을 장만하고,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던 누나.
그런 누나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성환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성적이 좋았던 성환에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 들어가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성환은 미래를 위해 육군사관학교에 지원을 하였다.
전액 장학금에 기숙사로 입교해야 하기에, 자신이 육사에 들어가면 누나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육군사관학교에 입교를 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고생한 누나를 기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한 보상을 받듯 사관학교에서도 수석을 차지하였다.
몇 년간 여생도에게 수석과 차석을 빼앗겨 자존심이 상했던 남자 생도들과 교관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그렇다고 수석을 성환에게 빼앗긴 여생도들이 성환을 미워한 것은 아니었다.
키도 크고, 잘생긴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언제나 그의 주변에는 많은 생도들이 있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성환과 손이라도 잡아 보기 위해 모여든 여생도들, 그리고 그런 여생도들과 연분을 만들어 보려는 남생도들, 또 미래가 보장된 성환과 인연을 맺어 두려는 사람들까지, 모두 각자 생각이 있어 성환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역대 최고로 많은 친구를 거느린 성환의 졸업식 때 축하하기 위해 왔던 누나와 조카가 그런 그를 보며 놀랐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성환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었다.
옛 추억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성환은 의자에 앉아 잠깐 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