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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파더 1권(4화)
2. 조카를 찾아서…….(2)


응급실에 들어가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고 일반실로 옮겨진 누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성황은 담당의에게 누나의 상태를 물었다.
“선생님, 누나의 상태가 어떻습니까?”
의사는 내려온 안경을 올리며 누나의 상태를 알려 주었다.
“영양실조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심리적으로 뭔가 큰 충격을 받았는지 심신이 모두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성환은 누나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젊은 날 과부가 되어 어린 딸만 보고 살던 누나에게 애지중지한 딸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을 것이다.
성환은 일단 조용히 잠든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침대보 밖으로 나온 누나의 손은 이제 겨우 마흔인 여자의 손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었다.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탄력도 떨어지고 무척이나 까칠까칠 하였다.
군인인 자신의 손보다 더 거친 느낌이 들어 잡고 있는데도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누나, 걱정 마. 수진인 내가 꼭 찾아 줄게…….”
성환은 그렇게 자신에게 다짐을 하듯 말을 중얼거렸다.
이때 말소리를 들었는지 기절해 있던 누나가 깨어나려는 듯 신음을 하였다.
“으…… 음, 음…….”

◈ ◈ ◈

자신이 기절했나 보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20여 일을 헤매고 다녔다.
처음 며칠은 집에 안 들어와 딸이 다니는 연예 기획사에 연락을 해 보았다.
그곳에서 딸이 곧 데뷔하는 그룹에 들어갔기에, 합숙을 하느라 연락을 하지 못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그러면서 정중히 사과를 하는 통에 그냥 넘어갔다.
자신은 연예인에 대하여 흉흉한 이야기도 있고 해서 혹시나 싶어 전화를 했는데, 다행히도 마무리 훈련을 위해 합숙을 한다고 하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로 며칠이 더 지났다.
아무리 합숙이라고 하지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합숙을 하더라도 일주일 넘게 집에 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는 것이 성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아이가 속옷도 갈아입지 않고 일주일간 연습을 한다는 게 도저히 자신의 상식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딸의 소속사에 연락을 해 보았다.
혹시나 연예계에 대하여 잘 모르는 자신 때문에 딸에게 불이익이 가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연락을 잘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불안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딸이 자신에게 이렇게 오래도록 연락을 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수학여행을 갔을 때도 그날 밤 바로 연락을 했었다.
연예인이 되겠다고 기획사에 들어가 수련회를 갔던 때도 마찬가지.
그랬는데…….
이번엔 장장 일주일 동안 단 한 번의 연락도 없는 것이다.
분명 저번에 전화를 했을 땐 마무리 연습을 위해 합숙 훈련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만에 말이 바뀌었다.
마무리 훈련을 끝내고 집으로 갔다고 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성희는 어떻게 된 것인지 따졌다.
하지만 딸의 회사에 찾아가 들은 답변은 수진이 말도 없이 무단으로 팀을 이탈을 했기에 제적했다는 소리뿐이었다.
이런 황당한 말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의 태도가 어딘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일단 딸을 먼저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런 것을 접었다.
우선 최근에 찍은 딸의 사진을 크게 확대하여 전단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딸의 사진이 들어간 전단지를 딸이 다니던 회사 근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경찰에 실종 신고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찰들은 자신의 신고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기가 막힌 것은 자신이 신고를 하면서 회사에 전화를 했을 때 들은 답변을 이야기하였지만 경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마도 딸이 연습이 힘들어 가출을 한 것은 아니냐.
혹시 같이 다니던 남자 연습생과 도망간 것은 아니냐.
하는 황당한 소리들뿐이었다.
자신의 딸은 곧 데뷔할 그룹에 속해 있어 그럴 리가 없다는 말은 씨알도 안 먹혔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참고인으로 딸의 회사에서 실장이란 사람이 와서 한 소리.
딸인 수진이 실력도 형편없었고, 또 연습 스케줄을 따라가지 못해 조만간 퇴출될 위기였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고는 아마 그래서 도망친 것이 아닌가?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듣고 온 성희는 그날 밤 한참을 울다 잠들었다.
그것이 마지막 기억.
그런데 깨어 보니 집이 아니다.
하얀 벽과 천장의 형광등은 거실에 있는 것과 전혀 달랐다.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피려는데, 누군가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누가 내 손을 잡고 있는 거지……?’
아는 사람도 드문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이 궁금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성희의 눈에 다른 누구도 아닌 든든한 자신의 동생이 들어왔다.
어려운 형편에 피나는 노력을 해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한 동생.
힘들게 들어간 사관학교에서 각종 표창과 훈장까지 받아 자신은 물론, 조카 수진이도 자랑스러워하던 삼촌.
동생이 자신의 앞이 있으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마음 조렸던 성희는 자신도 모르게 서러움이 복받쳐 두 눈에선 눈물을 흘렸다.
“엉엉엉! 성환아, 성환아! 우리 수진이, 우리 수진이……! 억!”
성희는 그렇게 동생과 딸의 이름을 부르다 다시 실신하였다.
“누나, 누나! 의사!”
성환은 그녀를 보고는 거칠게 의사를 불렀다.
그 모습에 뒤에 있던 의사가 급하게 다가와 기절한 성희의 눈을 까 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 ◈ ◈

잠시 손을 잡고 있다 보니 누나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또 조카의 이름을 부르다 기절을 했다.
‘으윽!’
성환은 자신도 모르게 어금니를 악물고, 누나의 손을 잡은 손이 아닌 그 반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눈은 분노에 충혈 되고, 힘이 들어간 손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었다.
지금 눈앞에 조카의 실종과 관련이 있는 자가 있다면 갈아 마셔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의사가 기절한 누나의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성환은 조용히 병실을 나왔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전화를 하였다.

◈ ◈ ◈

“통신보안, 난 특전사령부의 정성환 대령인데, 최세창 중령 있나?”
―통신보안, 이 번호는 어떻게 아시게 된 것입니까?
수화기 너머에선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성환은 대답할 마음이 없었다.
“알 바 아니니까, 얼른 최 중령 바꿔!”
단호한 성환의 목소리 때문인지 수화기 너머로 뭔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성환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사정이 급했기에 누군가의 사정을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여자가 다시 말을 하였다.
―현재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 무슨 용건으로 그러시는 겁니까?
전화기 너머로 들린 여자의 답변은 성환을 실망시켰다.
그가 지금 자리에 없다는 말에 잠시 생각을 하였다.
잠시 통화를 멈추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전화기 너머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
―최세창 중령님, 도착하셨습니다.
지금 자신에게 도움 줄 만한 사람이 생각이 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나 최세창이다. 정성환이, 정말 오랜만이네. 그런데 무슨 일로 네가 날 찾냐?
“오랜만이다. 내가 너한테 전화할 일이 뭐 있겠냐. 도움 좀 받자.”
― 하, 별일이네, 천하의 정성환이가 내게 도움을 청하다니.
“그럴 일이 좀 있다. 네가 정보사에 있으니 알겠지만, 혹시 주변에 밖의 사정에 훤한 사람 알고 있냐?
―뭐 때문에 그러는데? 뭔 일 있냐?
성환은 군에 투신한 후로 누나와 조카에 관한 일 빼고 한 번도 부대 밖 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니 조카의 실종 사건에 대해 어떻게 조사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렇게 군에 있는 정보 계통의 전문가인 동기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 성환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최세창 중령은 뜻밖에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성환의 전화에 놀란 것이다.
특히 이 전화는 군대 내에서도 특별 보안이 되는 번호였다.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물론 우연한 기회에 성환을 만나 알려 주긴 했지만, 이렇게 밖에서 전화를 걸 줄은 몰랐다.
사실 번호를 성환에게 알려 주는 행위도 군법에 걸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단 일이 벌어졌으니 도움을 주고 나중에 자세하게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도움이 될 만한 이를 소개해 주었다.
―그럼 일단 번호 하나 받아 적어라.
“그래, 오늘 도움 잊지 않겠다.”
자세히 묻지 않고 도와주는 최세창의 말에 성환은 감사의 말을 전했다.
막막한 상태에서 정말이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조난자와 같은 심정이었다.
성환은 전화번호를 받아 적고 최세창 중령과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바로 최세창 중령이 알려 준 번호로 전화를 하였다.
“여보세요, 거기 진성 기획 맞습니까?”
―네, 맞는데…… 누구시죠?
“네. 정성환이라고 하는데, 최세창이란 분의 소개로 전화를 했습니다.”
성환은 전화를 건 용건을 간단하게 전했다.
사실 최세창 중령이 알려 준 번호는 정보사령부 산하에 있는 용역 회사로, 정보사의 분소(分所)였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성환은 최세창이 알려 준 대로 자신의 사정에 대하여 설명을 하며 용역 회사의 사장을 찾았다.
“혹시 거기 사장님 계십니까?”
―사장님은 잠시 출타 중이십니다.
“그럼 언제쯤이나 들어올까요?”
―그건 언제 들어온다, 확답을 드리기 힘들겠습니다. 사장님의 스케줄이라는 것이…….
성환 역시 여직원의 말이 이해가 갔다.
외근을 나갔으니 사장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느꼈다.
“그럼 전화번호 하나 전달해 주시겠습니까?”
―네, 불러 주시겠습니까?
성환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불러주었다.
“010에 XXXX, XXXX. 정성환 대령이라고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급한 일이라 그러니 들어오는 대로 연락 부탁한다고도 전해 주십시오.”
성환은 자신의 번호를 알려 주면서 부탁을 하였다.
여직원이 알았다는 대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 통화를 마친 성환은 다시 누나가 입원한 병실로 갔다.

◈ ◈ ◈

한편 성환과 통화를 마친 최세창 중령은 어디론가 연락을 하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성환이는 자신의 일에 대하여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육사에 있을 때부터 그는 동기들 중에서 아주 특출 난 존재였으니까.
리더십이면 리더십, 운동이면 운동, 그리고 전술이나 전략을 짜는 것에도 아주 독보적인 사람이었다.
최세창이 만나 본 사람 중 그와 같은 천재는 없었다.
물론 한 방면에 특화된 이들은 몇 보았다.
하지만 정말로 정성환이 같은 인물은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육사를 졸업하고 특전사에 지원했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할 때도 자신은 그라면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자신의 짐작대로 동기들보다 빠르게 진급을 하고, 특전부대의 팀장이 되어 비밀 작전까지 다녀왔다.
자신이 알게 된 것은 정성환이가 작전을 다녀온 뒤였지만.
아무튼 비록 그 작전을 하면서 부하들을 모두 잃어 방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 가장 특별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존재가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한 것에 최세창은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결코 이번 일이 가볍게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자신의 밑에 있는 정보부 요원들을 호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