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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파더 1권(3화)
1. 고국에서 온 소식(3)


핫!
쿵!
웅성, 웅성.
여기저기서 울리는 기합과 매트에 떨어지는 소리 등, 소란이 일고 있는 체육관.
커다란 원을 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지금 가운데 공간에서 벌어지는 남자들의 결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 사람은 190센티에 이르는 커다란 덩치의 서양인이었다.
상대는 그보다 약간 작은 동양인 남자.
한눈에 봐도 서양인이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작은 동양인 남자는 현장 분위기와 전혀 다르게 긴장감 하나 없이 상대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서양인처럼 전방을 향해 상체를 기울여 언제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반응할 수 있게 준비를 하지도 않고, 그저 덤덤히 몸을 살짝 사선으로 비껴 선 정도로 상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제이슨, 뭐하는 거야! 어서 끝내 버려!”
“야, 델타포스의 용맹함은 어디 간 거야! 끝내 버려!”
그의 동료인 듯한 사람들이 서양인을 응원을 하면서 빨리 끝내란 주문을 하였다.
하지만 제이슨은 지금 자신과 마주한 남자가 결코 녹녹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주변에서 구경을 하는 사람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자신의 피부를 따끔하게 하는 감각이 무언지 제이슨은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 조금만 딴생각을 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을 하였다.
왜 그런 것인지는 제이슨 본인도 몰랐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상대만 주시할 뿐.
눈도 깜박이지 못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제이슨은 고난도 훈련을 받았던 자신의 감각을 믿으며 상대의 틈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의 자세에서는 어떻게 해볼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변에 있는 자신의 동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에게 엉뚱한 주문만 하고 있어 무척 답답했다.
그렇게 둘의 대치가 지속되다, 어느 순간 제이슨의 이마에 땀이 매쳐 이마를 타고 눈가에 흘렀다.
잠깐 눈을 깜박이는 순간.
제이슨은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잠깐 중력을 느끼지 못하던 제이슨은 등에 매트가 닫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식하지 못한 그는 멍한 상태로 바닥에 누웠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한순간에 상황이 변해 버리자 제이슨은 무슨 일이 벌어진지 인지하지 못했다.
그건 제이슨과 성환의 대련을 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 공통된 생각이었다.
한순간에 상황이 끝나 버렸다.
분명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순식간에 동양 남자가 접근하여 제이슨을 제압했다.
순식간에 제이슨의 몸이 공중에 떠서 빙글 회전을 하더니 등부터 매트에 쓰러졌다.
뒤이어 몸이 팬케이크 뒤집히듯 빙글 뒤집히고, 칼을 들고 있던 손목이 제압되어 뒤로 꺾였다.
그로써 상황 종료.
지금 제이슨과 성환은 한 손에 군용 대검을 들고 대련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각 부대에서 사용하는 군용 단검을 들고 육탄전을 하였다.
결과적으로 너무 싱겁게 끝나긴 하였지만, 지금까지 성환을 상대한 이들은 모두 이렇게 싱겁게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모르게 끝나 버렸다.
현존 최강의 실전 무술이라는 크라브마가를 수련한 이들은 물론이고, 주짓수나, 코만도 삼보를 수련한 스페츠나츠도 다르지 않았다.
모두 한순간에 끝나 버렸다.
일련의 사건들은 델타포스의 대표인 제이슨이 그렇게 쓰러져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언제까지 누워 있을 건가?”
성환은 상황이 끝나도 일어나지 않는 제이슨에게 영어로 말하였다.
제이슨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성환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감사합니다.”
제이슨은 처음 대련을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을 교육시키는 교관을 대하듯 이번 대결에 대해 인사를 하였다.
그동안 제이슨을 델타포스 내에서도 최고의 정예라 평가를 받아 자만하고 있었다.
그런데 별 볼 일 없던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남자에게 형편없이 당할 줄을 꿈에도 몰랐다.
특히 그 나라에서 온 최정예 특수부대원으로 나온 이들은 자신이 속한 델타포스나 다른 특수부대들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이가 많아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하는 남자에게 자신은 물론이고, 여기 모인 각국의 특수부대의 대표들이 모두 나가 떨어졌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사람을 교관으로 모시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수고했다.”
이미 성환과 이들은 서로의 계급을 알고 있다.
대련을 할 때야 계급에 상관없이 행동을 하지만, 대련이 끝난 지금 나라는 달라도 예의는 지켜야 했다.
그래서 부사관인 제이슨은 성환에게 존칭을 하는 것이다.
성환은 계급이 무려 중령.
이렇게 체육관에서 성환이 대련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오는데, 군인 한 명이 성환에게 다가와 무언가 쪽지를 넘겼다.
“충성! 중령님, 한국에서 전보가 왔습니다.”
아마 한국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급하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보를 했나 보다.
아직 대회 중이라 전화기를 숙소에 두고 왔기 때문에 연락이 닿지 않아 급하게 전보를 했나 보다.
내일이면 모든 일정이 끝나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뭐가 급해 전보를 보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구지?’
성환은 전달된 전보를 펼쳐 보았다.

조카 실종.
긴급 연락 바람.

전보에는 아주 짧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자못 심각했다.
자신의 조카가 실종이 되었단다.
그녀는 가수가 되겠다고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조카가 실종이 되었다는 전보가 날아왔다.
전보를 보낸 사람은 바로 자신의 누나.
파삭.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는지 손에 쥔 전보가 덧없이 구겨졌다.
성환의 누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신과 단 둘이 살게 되었을 때, 대학까지 중도 포기하고 자신의 뒷바라지를 해 주었다.
자신은 누나의 뒷바라지에 힘입어 육사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누나의 고생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자신이 육사에 입대하기 전 어려운 처지에 성실한 매형을 만나 결혼을 하였다.
누나의 형편을 잘 알면서도 자신까지 받아들이며 결혼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성실했던 매형은…… 호사다마라 했던가?
조카의 탄생과 자신이 육사에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오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누나는 아직 한창인 나이임에 불구하고 매형을 잊지 못해 홀로 조카를 키웠다.
자신이 육사에 입대를 하는 바람에 더 이상 뒷바라지를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여자 혼자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게 어린 조카를 키우고 조카가 장성해, 꿈을 펼치기 위해 연예 기획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실종이 되었단다.
자신이 얼마 전 들은 소식으론, 곧 데뷔할 것이라 했었다.
한데 이런 어이없는 소식이 들려오자 성환은 믿을 수가 없었다.
꼭 누군가 자신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구겨진 전보만 뚫어지게 쳐다보던 성환은 어디론가 뛰기 시작했다.



2. 조카를 찾아서…….(1)


간밤의 꿈의 내용이 불길하더니…….
성환은 전달된 전보의 내용을 보고 그 기분 나쁜 꿈이 암시한 일이 이것인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성환은 전보의 내용을 믿을 수 없어 급하게 공중전화가 있는 전화 부스로 달렸다.
뚜우, 뚜우, 뚜우.
뭔가 잘못된 것이 확실했다.
수화기에 들리는 것은 전화기가 잘못 놓여 있는지 단순 신호만이 들려올 뿐이다.
탁!
‘제길!’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응답 없는 전화기를 쳐 버렸다.

◈ ◈ ◈

성환이 누나의 집을 찾은 것은 전보를 받은 날부터 10일이 지난 뒤였다.
다음 날로 귀국을 했지만, 군인 신분인 그가 마음대로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는 없는 문제라 휴가를 신청하여 수락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친족이 실종됐다는 것을 알기에 금방 휴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번 경연 대회가 성환의 대령 진급과 맞물려, 진급 휴가를 가는 것으로 처리를 하였기에 행정상 아무 하자도 없었다.
전보를 받고 10일이나 늦게 나온 것이 미안했던 성환은 누나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누나!”
집으로 들어간 성환의 눈에 조카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 어지럽게 흩어진 전단지가 처음 보였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니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은 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억! 누나, 누나! 정신 차려 봐, 누나!”
놀란 그는 혼절한 누나를 깨우기 위해 품에 안고 뺨을 토닥였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안 되겠다 싶어, 아직 공기가 차지만 창문을 활짝 열고는 욕실로 들어가 바가지에 찬물을 떠와 얼굴을 적셔 보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성환은 재빨리 119에 전화를 걸어 구조 요청을 하였다.
“여보세요, 119죠? 지금 사람이 쓰러졌습니다! 여기는…… 빨리 와 주십시오!”
성환은 집 주소를 불러 주며 현 상황을 자세히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20분쯤 지나 구급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자 성환은 얼른 그녀를 업고 대충 두꺼운 코트로 몸을 감싼 뒤 구급차를 향해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