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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파더 1권(2화)
1. 고국에서 온 소식(2)


얼마를 이동했을까?
꼭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환상적인 비경이 돋보이는 폭포가 보였다.
며칠 동안 쫓기며 씻지를 못해서인지 갑자기 온몸이 간지러웠다.
쫓길 때는 못 느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안심이 되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폭포 가장자리에 군장을 풀고 물로 뛰어들었다.
옷을 벗고 할 정도의 여유가 없어 그냥 입은 채로 물로 뛰어들었다.
물에 들어간 성환은 머리부터 감기 시작하여, 옷 밖으로 나온 부분을 씻었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며 씻어 내자 무척이나 개운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 씻고 물 밖으로 나가려던 성환의 눈에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폭포 뒤쪽으로 검은 그림자가 언 듯 보인 것이다.
크기를 가늠했을 때 생물은 아닌 것 같았다.
성환은 호기심에 폭포 가장자리를 돌아 폭포의 뒤를 확인했다.
그곳에 커다란 동굴이 있는 것이 보였다.
성환은 동굴이 폭포 가까이 오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물가에 벗어 둔 군장을 챙겨 동굴로 들어갔다.
나이트비전을 착용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간 성환은 처음 생각한 것보다 깊어 한참을 걸었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이곳이 자연적인 동굴이 아니라 누군가 인공적으로 뚫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굴은 비록 구불구불 꺾여 있었지만 바닥이나 표면이 생각보다 매끄러웠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세월의 흔적 때문에 벽면이 이끼들로 덮여 있기는 했지만, 자연적인 동굴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곳을 만들었을까?’
성환은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일단 자신이 필요한 것은 휴식을 취할 안전한 장소.
그런 안전한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건들지 않고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커다란 굉음과 함께 동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구구구궁.
그리고 천상에서는 돌덩어리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쾅!
‘어?!’
갑작스런 동굴의 변화에 성환은 당황했다.
밖에서라면 어느 정도 피할 공간이라도 있을 것인데, 이곳은 피할 공간이 부족했다.
앞과 뒤에서 돌들이 떨어지고, 성환은 등에 매고 있던 군장을 머리 위로 들어 보호하며 빠르게 안으로 뛰었다.
보통 이런 일이 발생하면 밖으로 뛰는 것이 정상.
하지만 성환이 판단하기에 밖으로 나가 봐야 이미 입구가 막혔을 것 같고, 나가는 도중 큰일이 생길 확률이 더 높았다.
혹시라도 안쪽에 넓은 공간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안으로 뛴 것이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인지 흔들리던 동굴 바닥이 쩍 하고 갈라졌다.
성환은 자신의 앞에 땅이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달리던 성환은 갈라진 틈을 건너뛰지 못하고 그 안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악! 안 돼!”
성환이 갈라진 틈으로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동굴의 진동은 멈추고, 갈라진 틈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 ◈ ◈

“으악!”
성환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금방 깨어나 주변의 사물이 불분명하긴 하지만 동굴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흐리게 보이는 시선 속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조금은 삭막해 보이는 작은 탁자와 거울 그리고 몇 개 되지 않는 화장품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벽에는 얼룩무늬 군복이 보였다.
‘아, 꿈이구나. 훗, 벌써 몇 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그때 꿈을 꾸다니…….’
너무도 생생한 그 꿈은 성환이 12년 전 비밀 작전을 하던 때의 일이었다.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조국에 충성한다는 신념으로 나라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핵 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출동을 했다.
결과적으로 작전은 성공을 하여 그 시설은 파괴가 되었다.
하지만 목표를 파괴할 목적으로 출발했던 성환의 팀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특수부대가 이뤄 낸 성과였다.
동맹국인 미국에 팀원들의 복수를 해 준 것 같아 작게나마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된 진실은 너무도 잔인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성환의 팀은 성공할 수 없었다.
그들은 단순히 미끼였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군부 내 상층부에선 미국과 공조하여 자신들을 미끼로 쓰는 것에 적극 찬성을 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은 팀원들과 미끼로써 이미 행보가 북한군에 노출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같은 편에 의해서 말이다.
그때서야 침투한 지 하루만에 자신들이 들킨 것이 이해가 갔다.
진실을 알았을 때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덧없이 꺾인 팀원들을 생각하면 눈이 뒤집힐 일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분노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자신이 살아오자 놀라던 그들의 모습, 급하게 작전이 성공했다며 자신을 특진을 시키는 것으로 모든 진실을 숨기려 하였다.
하지만 진급을 하여 계급이 오르자 비취인가 등급이 상향되었다.
아이러니하게 비밀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보다 용이해진 성환은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이전 부대는 이미 목적을 완수하고 해체가 된 상태이기에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했다.
더욱이 모두 비밀로 묶여 더 이상 언급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묻어 두고 지냈는데, 오랜만에 그 일이 꿈에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잊고 싶은 일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꿈이 이상하게 불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짝!
‘정신 차리자!’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세게 치고는 정신을 차렸다.
현재 성환은 세계 특수부대 경연 대회에 한국군 고문단 위원으로 참석을 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37살의 젊은 나이지만 그의 계급은 각종 특수전을 수행하며 중령의 계급을 달고 있다.
성환의 대단한 무술 실력이 인정되어 평상시에는 대한민국의 특수부대의 무술 교관으로 각종 전투 기술을 가르치며 활동했다.
그래서 이번 경연 대회에도 고문단에 속해 각국 특수부대들이 가진 전투 기술을 관찰하는 임무를 가지고 참가하고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찬물로 샤워를 하여 정신을 깨우고 군복을 챙겨 입어 밖으로 나왔다.
이번 경연 대회가 벌어지는 곳은 미국의 대도시 뉴욕.
비록 중심가와 떨어진 외곽이기는 하나 그리 매연 때문에 공기가 맑지 못해 텁텁했다.
이번 경연 대회는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였다.
각국의 자존심을 걸고 나온 이들의 면면을 보면, 미국에선 델타포스와 그린베레, SEAL, MEU가 참가하였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전 세계의 모든 특수부대의 모태가 된 영국의 SAS와 프랑스의 헌병 특공대인 GIGN이 참가를 하였고, 독일에서는 GSG―9이 참가를 하였다.
또 러시아에서도 서방 세계의 해병대, 해군육전대소속의 스페츠나츠가 참가하였다.
성환은 각국의 부대를 돌아보며 한국과 비교를 하며 배워야 할 점들을 체크하고 다녔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번 경연에 이스라엘의 사이렛 매트칼이 참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경연에 오게 된 성환은 그들이 수련한다는 크라브마가를 꼭 한번 보고 싶었다.
가장 현대전에 적합한 무술이라고 평가받는 그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것도 미국의 델타포스나 SEAL 등에 알려진 것이 아닌, 오리지널 이스라엘 특수부대원들이 익히는 것을 말이다.
모든 나라가 그렇듯 아무리 가까운 동맹이라고 하지만 자국의 최신 기술이나 무기 등을 그대로 넘기지 않는다.
분명 다운 그레이드를 시켜 넘겼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무술을 어떻게 다운 그레이드를 할 수 있느냐 물어본다면 다 방법이 있다.
무협 영화에 나오는 비장의 기술, 즉 최후의 순간에 목숨을 구할 구명 초식을 알려 주지 않는 것이다.
적을 대함에 있어 나보다 못한 존재만 있는 것이지 않은가?
그럴 때 강한 상대에게서 나 자신을 보호할 그런 기술.
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 버티는 기술 등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성환의 지대는 허망하게 꺼져 버렸다.
요즘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리아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이번 경연에 참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환은 개인적으로 절반의 성과만을 가지고 돌아가야 했다.
물론 그동안 본 각국의 특수부대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델타포스나 SEAL의 조직력, SAS의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적응하는 적응력과 생존력, 프랑스 특수부대 GIGN의 작전에 대한 상상력과 독일의 GSG―9의 작전에 대한 신속 정확성, 마지막으로 스페츠나츠의 과감성 등, 모든 특수부대들에게 어느 것 하나 없어서는 아니 될 그런 것들을 보았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각국의 특수부대들은 자신의 임무에 꼭 맞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것을 종합해 대한민국의 특수부대는 더욱 강한 힘을 길러야 한다.
자체적으로야 어느 곳에 내놔도 꿇리지 않는다, 자부하고 있지만 성환이 비교해 본 결과 작은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특수부대들 사이에서 생사를 결정해 주는 중요한 요소.
어제 실시한 평가에서도 한국의 대표로 참가한 707특임대는 독일의 GSG―9과 경쟁을 하였다.
참관단은 두 팀 모두 테러 진압과 인질 구출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니만큼 경합을 벌인 결과로 평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참담하였다.
초반에 먼저 자신들의 존재를 들킨 것이 패인이었다.
너무도 어이없게 당한 감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자신을 적에게 노출시켰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707이나 GSG―9모두 테러범들에게서 인질을 구출하고 테러범을 제압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그런데 자신의 존재를 먼저 들켰다는 것은 인질의 생명뿐 아니라 자신, 나아가 동료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행위.
작전에 들어가기 전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는 것도 능력이다.
하지만 그게 완벽하지 않아 뒤를 잡혀 전멸하고 말았다.
물론 그 와중에서 반격을 하여 많은 수의 GSG―9대원을 사망 판정받게 하였다고 하지만, 일단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다른 나라의 특수부대와의 경쟁도 마찬가지.
비록 근소한 차이라고 하나 707이 그나마 비슷하게 싸운 상대가 GSG―9나 프랑스의 GIGN정도.
다른 부대와의 경쟁은 처참했다.
그들과 화력에서 밀려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미국의 델타포스와 SEAL과 겨뤘을 때는 봐 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성환은 한국에 돌아가면 할 일이 참으로 많을 것 같았다.
대한민국 특수부대 중에서도 최고라 칭하는 707특임대가 이러니, 자신에게 맡겨질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자신이 일선에서 떠나 있던 동안 후배들의 악과 깡이 많이 사라진 모양이다.
저 월남전 때만 해도, 미국의 특수부대인 그린베레도 대한민국의 해병대에겐 한 수 양보를 했다고 들었다.
해병대는 결코 특수부대가 아니다.
그저 조금 힘든 훈련을 하는 부대일 뿐.
그런 선배들을 미군은 귀신도 잡는다 했었다.
신출귀몰한 베트콩을 척척 잡아내며, 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선배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받고 질 좋은 것은 먹고 생활하였는데, 이런 결과를 보인 것은 대한민국 전군의 명예에 먹칠을 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고문단 단장인 박재상 대령이 성환의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봐, 정 중령. 아무래도 오늘 자네가 좀 나가 줘야겠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성환은 단장인 박재상 대령이 느닷없이 나서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늘 일정이라면 경연에 참가한 부대들에서 대원 몇 명이 부대 대표로 나와 개인 기량을 겨루는 것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부대 대 부대로 겨루는 것이었다면, 오늘은 개인의 기량을 비교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부대에서 임무 수행을 위해 어떤 수련들을 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대 간 겨루기에서 참패를 맞은 대한민국.
개인 겨루기에서라도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부대원이 아닌 무술 교관인 성환에게 참가해 줄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전군에서 최고의 무술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성환이라면 덩치 큰 서양인들과 겨루기에서도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단장인 박재상은 성환에게 요청을 하는 것이다.
“아니, 애들 노는 곳에 저보고 나가라고요?”
성환도 자존심이 있어 지금 경연에 참가하고 있는 각국 특수부대원들이 고만고만해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현역으로 뛰던 때에 저들은 아직 입대도 하지 못한 파릇파릇 틴에이저들이었다.
솔직히 특수부대원으로서 활약한 것은 서른 살 이전.
그 뒤로는 그저 각 부대를 전전하며 부대원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기만 하였다.
그렇다고 현역 특수부대원들과 비교해 작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사실 그 누구도 성환을 따라오지 못해 팀을 이룰 수가 없어 배제된 것이다.
현대전은 한 개인이 능력이 뛰어나다고 작전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각 팀원들 간의 유기적인 협조 안에, 시계의 톱니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 맞춰야 한다.
하지만 성환은 그러지 못했다.
성환이 그들의 보조에 맞춰 주면서 작전을 수행한다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건 효율의 문제.
그래서 성환은 현역에서 물러나 특수부대원들을 양성하는 일에 힘쓰고 있었다.
그런 성환에게 지금 박재상은 명령 아닌 명령을 하는 것이다.
군대에서 상급자의 부탁은 바로 명령이지 않은가.
속으론 기가 막히면서도 상관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
“휴…… 알겠습니다.”
“하하, 그래 자네가 있기에 대한민국은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거야!”
박재상 단장은 성환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스레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