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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24화)
10. 신고(1)


혜영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난 뒤, 지후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적으로 지후가 원래 자신이 살던 원룸에서 나와 혜영의 집으로 들어간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지후도 망설여졌다.
하지만 혜영이, 남편은 그의 내연녀 집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하며 설득을 하였기에 마지못해 들어간 것이다.
물론 혜영이 자신의 꿈대로 돈을 많이 벌게 해 주겠다는 소리를 하여 그런 것도 조금 작용하였다.
혜영은 자신의 애인이 되어 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당시 지후는 그녀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물었고, 혜영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설명을 했었다.
혜영이 바로 말로만 듣던 펀드매니저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지후는 깜짝 놀랐다.
사실 지후는 펀드매니저 하면 검정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바짝 졸라맨 깐깐한 남자들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혜영이 그런 펀드매니저이면서 펀드매니저를 관리하는 일을 한다는 말을 듣고는 무척이나 놀랐다.
더욱이 다른 곳도 아니고 국내 최고 기업인 삼영투자신탁의 차장으로 있다는 말에 더 놀랐다.
그녀가 실적이 좋아 곧 부장으로 승진을 한다고 하며 자신의 재산도 불려 주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는 뭐라 생각을 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생각보다 혜영이 대단한 사람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지후는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은정과 헤어진 지 반 년 만에 새로운 인연을 맺어, 연상의 여자와 동거를 하게 되었다.

***

오늘은 12월 24일, 연인들의 날인 크리스마스이브였다.
혜영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새벽까지 일하고 들어와 잠들어 있는 지후에게 키스를 하였다.
혜영의 침대로 다가왔을 때 이미 깨어 있던 지후는 그녀의 키스를 자연스럽게 받아 혀를 그녀의 입안으로 들여보내며 교감을 하였다.
한동안 서로의 느낌을 즐기다 혜영이 출근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자연스럽게 입술이 떨어졌다.
지후와 떨어지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혜영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자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기야! 오늘 저녁에 찾아갈 것이니 시간 비워 놔!”
혜영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지후에게 밤에 찾아갈 것이니 시간을 비우라 말을 하였다.
혹시라도 자신이 간 시간에 지후가 다른 손님을 받고 있으면 자신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이기에 미리 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혜영이 언제 올지 알고 기다린단 말인가?
“그럼 올 때 미리 연락을 줘! 그럼 내가 맞춰서 시간 비울게!”
“그래, 그게 좋겠네!”
혜영도 자신이 하는 일에 누가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기에 지후가 하는 일에 대하여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으로 맺어진 사이가 아니라 서로 필요에 의해 형성이 된 관계이기에 서로 불편한 것은 사전에 차단을 하려고 타협을 한 것이다.
혜영은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섹스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된 상태에서 아무 남자나 만날 수 없어 남편 대신 자신을 안아 줄 괜찮은 남자를 찾았다.
그리고 낙점이 된 것이 지후였고, 지후 또한 자신의 물주로서 혜영이 필요하였기에 서로 조건이 들어맞아 애인이 되었다.

***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이날은 아기 예수의 탄신일을 기념하는 날이 아닌 연인들의 날로 변한 지 오래였다.
거리엔 밤늦은 시간까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어 거리를 배회하는 남녀의 모습이 많이 보이고 있었다.
지후는 아침에 혜영이 출근을 하며 말했던 대로 전화가 오자 지명손님이 와도 이미 예약이 되어 있다는 불을 밝혔다.
이런 지후의 모습을 남모르게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2주 전 지후의 문제로 태섭에게 욕을 먹고 돈을 물어 준 명박이었다.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 3명이 부상을 추스르고 일을 시작한 지 이제 5일이 되어 손해를 메우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원인을 제공한 놈이 예약이 되었다는 말로 손님을 거부하는 장면이 보이자 너무도 얄미울 수가 없었다.
더욱이 자신을 찾는 손님을 태섭이 관리하는 선수들에게만 소개를 하는 모습에 더욱 배알이 꼴렸다.
그 손님들 대부분이 자신이 데리고 있는 선수들의 단골이었기 때문이다.
지후가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이미 그 손님들은 지후가 아니라도 전에 찾던 선수를 찾지 않고 지후가 소개하는 다른 선수의 파트너가 되었다.
‘네가 언제까지 잘나가나 보자!’
명박이 이렇게 이를 갈며 노려보고 있는데, 대기실에 있던 지후가 입구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원래라면 지후는 손님이 없을 때는 가게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렸을 것인데, 예약 손님이 있는 관계로 입구에서 손님을 호객하지 않은 것이다.
지후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명박은 인상을 쓰며 애써 외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생리 현상을 해결하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대기실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다 그만 속에서 열불이 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지후가 5명이나 되는 단체 손님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C8!’
명박은 속으로 욕을 하고 얼른 자리를 떠났다.

***

“누님들, 이쪽으로 오십시오.”
지후는 혜영이 데리고 온 여성들을 룸으로 안내하였다.
10평은 되는 넓은 방이라 단체 손님을 받을 때 사용되는 방이었지만 혜영이 워낙 큰 손님이라 이렇게 큰 방을 사용할 수 있었다.
여성들이 지후의 안내를 받아 룸에 자리를 잡자 곧이어 선수들이 들어왔다.
물론 선수들은 지후가 속한 태섭의 관리를 받는 선수들이었다.
공생 관계인 지후와 이들은 서로 어려울 때 헬프를 해 줘 먹고살기에 혜영 외에도 4명이나 더 되는 인원과 파트너를 하기 위해 아직 대기실에 있던 선수들 중 태섭의 대기 중에 있던 선수들이 투입이 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이영호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전…….”
선수들은 들어와 일렬로 서 자신들을 소개하였다.
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여성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파트너를 정해 자신의 옆자리로 불렀다.
“어머, 언니! 이렇게 좋은 곳을 알고 있었으면서 어쩜 이제야 불렀어요.”
한 명이 혜영에게 아양을 떨며 말을 하였다.
그녀는 혜영과 같은 학교를 나와 그녀를 따라 삼영투자신탁에 입사한 우진이었다.
성이 같은 강씨라는 이유도 있고 자신을 잘 따르기에 혜영도 우진을 친동생처럼 잘 챙겨 주었다.
“내가 이곳을 알려 주면……. 넌 애인도 있는 년이 이곳에 와서 뭐하게?”
“그런 언니는, 형부 있잖아!”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다 우진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혜영과 대화를 할 때, 그녀의 남편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금기였다.
이미 회사 내부에 혜영이 남편과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않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데도 혜영이 나서서 어떤 해명도 하지 않고 있어 다들 쉬쉬하고 있었는데, 그만 우진이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런 우진의 실수에 옆에 있던 다른 여성이 주의를 주려고 소리를 쳤다.
“야!”
“아, 놔둬! 저거 아까 회식 자리서 술을 많이 먹더라니 취했다.”
아닌 게 아니라 우진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술에 잔뜩 취했는지 얼굴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벌게져 있었다.
“언니, 저 취하지 않았어요.”
자신은 취하지 않았다며 말을 하는 우진의 모습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진은 평소에는 침착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성격이 180도 급변하는 것이었다.
조금은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주변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특히나 회사 내 돌고 있는 소문을 다른 사람에게 마구마구 퍼트렸다.
그 소문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관계없이 마구 터트리는 관계로 회사 내 여자 직원들은 그녀를 조금 기피하였다.
그나마 우진이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은 혜영이 그녀의 실수를 가려 주는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진이 혜영의 소문에 관해 술자리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 때문에 다른 여성들이 긴장을 하여 우진의 말을 막은 것이다.
혜영은 오늘 크리스마스이브이기도 하지만 정식으로 부장으로 승진을 하여 부서 회식을 하였다.
자신의 승진에 관해서는 이미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아침에 출근을 하며 계약 애인이 된 지후와 저녁에 자신의 승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런데 중간에 회식이 끝나고 빠져나오려는 때, 우진을 비롯한 여성 직원들 몇이 2차를 하자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지후가 일을 하는 프린스에 데려온 것이다.
이미 이 시간에 오기로 예약을 한 상태이기에 다른 핑계를 대지 못하고 데려왔는데, 이런 소리를 듣게 되자 혜영도 기분이 좋지 못하였다.
비록 자신이 남편인 세현과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계약을 하고 다른 사람들 모르게 별거에 들어간 상태지만 이 사실을 어떻게 알고 말을 하는 것인지 혜영은 얼굴이 굳어졌다.
“우진아! 좋은 자리에서 그런 소리를 해야겠니?”
말을 하는 혜영의 목소리가 조금 차가워졌다.
그런 혜영의 말을 들은 우진은 그제야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니, 죄송해요. 제가 좀 취했나 봐요.”
여성들의 이야기에 분위기가 조금 다운된 것 같아 지후는 얼른 끼어들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말을 하였다.
“자자, 누님들! 좋은 날 분위기에 안 맞게 그러지 마시고, 한 잔들 들이키세요.”
지후는 얼른 혜영의 잔에 술을 따르고 자신의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여성에게도 술을 따랐다.
이렇게 지후가 술을 따르고 건배를 외치자 분위기가 단박에 살아났다.
이 자리의 주체인 혜영이 지후의 선창에 동조를 하며 술잔을 높이 들고 단번에 잔을 비웠기에 다른 여성들도 그녀를 따라 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바뀌면서 한 해 어려웠던 일이라던가, 아니면 각자 일을 하며 서로에 대해 서운했던 이야기를 하며 술자리의 분위기가 좋아졌다.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자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하던 것에서 이제는 각자 옆자리의 파트너들에게 관심이 넘어갔다.
솔직히 프린스에서 일하는 호스트들 중에 가장 외모가 좋은 것을 따지면 태섭이 관리하는 선수들이 단연 최고였다.
야리야리한 꽃미남에서부터 남성미가 물신 풍기는 조각미남까지 다양하였다.
한마디로 미남들의 집합소 같은 프린스에서 미남들이 자신들의 옆자리에 자리하자 여성들은 눈을 빛내며 자신의 파트너와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물론 혜영을 따라온 여성들 중엔 애인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도 그러하듯 여성들도 미남을 보면 좋아한다.
어차피 이런 곳에 올 일이 또 몇 번이나 있을지 모르는 일이기에 여성들도 이 시간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한편 혜영은 자신의 옆에 있는 지후와 오늘 자신의 승진 이야기를 하며 축하를 받고 있었다.
“지후야! 나 오늘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했다.”
지후는 혜영에게서 승진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혜영이 다니는 회사가 대한민국 최고 그룹의 계열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곳의 부장이라는 자리가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이세요? 아니 누님, 전에 삼영그룹 계열사에 다닌다 하지 않으셨어요?”
“맞아, 그랬지.”
“와! 대단하시네요. 축하하는 의미에서 제가 한잔 따를게요.”
지후는 말을 하며 그녀의 잔에 술을 따랐다.
지후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자 혜영도 지후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좋아! 그럼 우리 같이…….”
“예. 건배!”
“건배!”
지후와 혜영은 잔을 부딪치면서 건배를 외쳤다.
그런 지후와 혜영 두 사람을 우진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누님, 우리도 건배를 하죠. 자!”
하지만 그런 우진의 옆에 있던 파트너가 얼른 그녀의 잔에 술을 따르며 자신들도 건배를 하자고 제의하는 바람에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