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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21화)
9. 은밀한 유혹(2)


이로 미루어 보아 지금 파트너는 뭔가 남자에 대한 적개심 내지는 분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게 쏟아 내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을 짐작한 지후는 어차피 자신은 돈을 벌면 되는 것이기에 혜영에게 말을 하였다.
“스트립쇼를 원하신다면 조금 더 쓰셔야 하겠습니다. 전 싸구려 스트립댄서가 아닙니다.”
싸구려로 놀지 않겠다는 것, 이것이 지후가 내보인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손님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하지만 그것에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고, 자신은 결코 싸구려가 아니다.
이것이 지후가 이 일을 하면서 가진 마인드였다.
그러니 지금 혜영이 요구하며 올려놓은 100만 원권 수표로는 자신의 스트립쇼를 볼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이다.
이러자 공은 다시 혜영에게로 넘어갔다.
처음 시작도 혜영이 하였고 그 요구대로 지후는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었다.
하지만 혜영은 지후가 망가지고 자존심 구기는 것을 지켜보기로 하였기에 다른 요구를 한 것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말이다.
그렇지만 그 의도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후는 돈을 받고 하는 일이기에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여 음악에 맞춰 다른 사람이 보거나 말거나 춤을 추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흐르자 혜영도 자존심이 상해 과한 요구를 하였다.
혜영은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면, 남편인 세현에게 그런 수모를 겪지 않았다면 결코 벌일 수 없는 일을 벌이는 것이다.
“좋아!”
혜영도 이젠 자존심 싸움이었다.
지갑에 있던 수표를 모두 꺼내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리 많은 수표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혜영이 꺼내 놓은 수표는 모두 6장이나 되었다.
모두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였다.
그것도 모자라 5만 원권과 만 원권 지폐도 모두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지갑에 있던 카드를 제외한 모든 돈이 테이블에 올려졌다.
지후는 그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돈을 벌었다는 기쁨의 미소가 아닌 하찮은 존재의 고집을 내려다보는 사람의 냉소였다.
지후는 뒤에 있는 밴드에게 신호를 보내고 분위기에 맞게 옷을 하나씩 벗었다.
지후와 혜영이 있는 3번 방에는 밴드의 반주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음악에 맞춰 지후는 혜정을 쳐다보며 경쾌하게 때로는 귀엽게 엉덩이를 흔들며 옷을 벗었다.
그런 지후의 태도에 자신이 스트립쇼를 요구하였으면서도 하나도 기쁘지 않은 표정으로 혜정은 술을 따라 마셨다.
‘저놈은 자존심도 없나!’
혜영은 아무리 손님이 원한다고 하지만 자존심까지 버려 가며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상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만! 됐어. 내려와!”
지후는 혜영의 말에 테이블에서 내려와 옷을 입었다.
그런데 옷을 입는 지후를 혜영은 눈도 돌리지 않고 쳐다보았다.
지후는 눈으로 보지 않고 감각만으로도 혜영이 자신의 몸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옥룡신공을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풍류도관에서 관장인 재욱과 실전과 같은 대련을 하다 보니 저절로 익히게 된 감각이었다.
타인의 시선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는 누가 가르쳐 줘 익힐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능력이 아니었다.
뛰어난 재능이 있고,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뭘 그리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지?’
지후는 자신의 감각에 혜영이 자신의 맨몸을 훑고 있는 것이 느껴져 그런 의문을 품은 것이다.
혜영은 옷을 입고 있는 지후의 맨살을 쳐다보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단해 보이네! 아름답다.’
지후의 몸은 일반 헬스클럽에서 가꾼 울룩불룩한 부푼 근육이 아니었다.
영화배우 겸 미국 주지사였던 아놀드 같은 그런 근육이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는 브루스 리라 불리던 이소룡과 같이 아주 단단하고 찰진 조각 같은 근육이었다.
그 때문인지 혜영은 그동안 보았던 어떤 남자의 몸매도 지금 눈앞에 있는 호스트의 몸보다 좋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수영 선수도 몸이 재산인 모델들도 눈앞의 지후라 소개한 호스트보다 멋있지 않았다.
“밴드는 이제 됐으니 나가 봐!”
혜영은 밴드를 내보내며 팁을 주기 위해 돈을 꺼내려 했으나 지갑은 텅 비어 있었다.
그제야 자신이 아까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이 났다.
‘아, 젠장! 아까 술김에 다 질렀지!’
“부족한 건 조금 있다 찾아서 줄께!”
혜영은 테이블 위에 있던 돈 중에 일부를 밴드에게 집어 주며 지후에게 소리쳤다.
술집에서 팁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주는 것이 관례다.
그렇기에 밴드를 방에서 보내면서 줄 팁이 없자, 지후에게 상금으로 건 돈에서 일단 준 것이다.
지후도 그것에 대해서 별말 하지 않았다.
지금도 테이블에는 언뜻 봐도 500만 원 이상 남아 있었다.
밴드도 나가고 다시 둘만 남은 룸, 지후는 다시 혜영을 옆으로 자리를 하였다.
춤을 춰서일까? 혜영은 자신의 옆에 앉은 지후에게서 확 풍겨 오는 남자의 향기를 맡았다.
눈앞의 어린 남자에게서 자신의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 향을 맡은 것이다.
‘무슨 냄새지? 무슨 향수를 쓰기에 이렇게 가슴이 떨려 오냐?’
분명 처음 자신의 파트너로 온 지후에게선 이런 향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향이 풍겨 온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건 상관이 없었다.
“2차 가능하지!”
무슨 생각인지 혜영은 지후에게 2차를 나갈 것을 물었다.
이런 업계에서 2차란 바로 원나잇을 말하는 것이다.
지후도 몇 번 원나잇을 나간 적이 있었다.
솔직히 이 일을 하면서 자신의 매상을 올리는 데는 원나잇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오늘처럼 고가의 양주를 시키는 손님은 많지 않았기에 자신과 같은 선수들이 찍어야 하는 일당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명한 파트너를 어떻게든 꼬여서 비싼 술을 시키게 하든 아니면 원나잇을 유도해야 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도 원나잇이었다.
그것은 여자와 공짜로 관계를 한다는 것보다 일단 일을 더 하지 않고 퇴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명 티켓을 끊는다고 하는데, 이 티켓을 끊는 가격이면 충분히 선수의 일당이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원나잇을 하고 파트너에게 받는 팁은 별도의 수익이 되기에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일을 적게 하고, 여자를 안을 수 있으며, 돈도 더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삼조, 사조 이상이었다.
지후는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니 꺼릴 것이 없었다.
물론 이 일이 불법윤락에 해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돈을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자신만 그러지 않는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기에 요구하면 응해 주면 되는 것이다.
자신 또한 욕구는 풀어 주어야 하는데, 돈 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받고 하는 것이니 더욱 좋은 것이 아닌가?
“가능합니다. 준비할까요?”
지후의 말이 떨어지자 혜영은 바로 대답을 하였다.
“그래, 준비해!”
혜영의 말이 떨어지자, 지후는 바로 밖으로 나가 매니저에게 말을 하였다.
“노태섭 차장님! 저 외근입니다.”
외근이라고 말했지만 이것이 무얼 말하는지 잘 알고 있는 태섭은 바로 준비를 해 주었다.
“707호로 올라가라!”
프린스가 입점해 있는 곳은 강남 플라자호텔 지하였다.
그렇기에 호텔의 한 층을 전세 내어 2차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제공을 하고 있었다.
물론 호텔 이용료를 계산하는 것은 2차를 요구한 손님의 몫이었다.
태섭에게서 호텔 방 키를 받아 든 지후는 자신이 나왔던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가시지요.”
지후는 자신을 기다린 혜영에게 말을 하였다.
혜영도 이미 준비를 끝낸 상태로 지후를 기다렸다.
그래서 지후가 들어와 말을 하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지후를 따랐다.
카운터로 이동을 해 먼저 술값과 봉사료 등을 정산하고 가게 깊은 곳에 있는 호텔과 연결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호텔과 연결된 엘리베이터는 가게 안에서도 보이지 않게 가려져 있어 누가 2차를 가는지 모르게 이동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이는 손님들을 생각한? 프린스의 조그만 배려였다.

***

쏴아,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는 혜영은 이마를 때리며 몸을 타고 흐르는 물의 감촉이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따스한 물줄기는 조금 전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간 열락과도 같은 쾌감을 주고 있었다.
사실 혜영은 그동안 섹스의 기쁨을 알지 못했다.
결혼을 한 기혼자이기는 하지만 1년 동안 남편과 가진 시간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신혼이지만 혜영과 그녀의 남편은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닌 조건과 조건이 만나 결혼한 관계이기에 그리 원만한 결혼 생활은 아니었다.
그러했기에 두 사람의 잠자리는 서로 의무적으로 갖는 경우였다.
그런 의무감에 젖어 하는 섹스가 즐거울 리가 없었다.
특히나 그 의무마저도 남편은 점점 기피했다.
출장이다, 야근이다 핑계를 대며 자신과의 잠자리를 멀리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른 여자가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자식까지 있었다.
기가 막힌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남편이 자신과 잠자리를 거부하게 된 것이 그만의 잘못인 건 아님을 혜영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자신도 인정하는 것으로 혜영 본인은 워커홀릭이었다.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은 혜영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였고, 일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기에 남편이 자신을 찾지 않는 것에 대하여 그리 간섭하지 않았다.
아니,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감사하고 있었다.
따로 살림을 차린 것만 아니었다면 그런 남편의 태도에 이토록 화가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비록 자신이 남편을 살갑게 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남편이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하여 관대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오늘 하루 동안 전에는 생각도 않던 일탈을 하기로 작정을 하고 낮부터 술을 마신 것이었다.
그리고 늦은 시각 거리를 배회하다 호객 행위를 하는 삐끼에게 이끌려 호스트바라는 곳을 왔다.
돈이면 다 되는 곳이었고, 남편에 대한 화를 그곳에 일하는 호스트에게 풀었다.
무리한 자신의 요구를 표정 변화도 없이 따르던 어린 그를 보며 혜영은 이상한 감상에 젖어 원나잇을 하였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섹스를 하기 위해 돈을 주고 술집 종업원과 호텔에 들어오는 정말로 평소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하였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면서 마음 한쪽에서는 자신을 배신한 남편에게 복수를 하는 것 같은 짜릿함까지 있었다.
그 때문인지 이 어린 남자와의 섹스는 그동안 자신이 알던 섹스가 아니었다.
직장 내에서 성희롱 어쩌고저쩌고하지만 여자들도 모이면 남자들 못지않게 남편과의 부부 관계라던가 애인과의 관계에 대하여 스스럼없이 토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