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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20화)
8. 진상손님(3)
오늘 혜영은 너무도 기분이 더러웠다.
그녀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영그룹 계열사인 삼영투자신탁의 차장이다.
남편은 삼영그룹 회장인 이희건 회장의 조카로 삼영개발의 차장이다.
그런데 그 남편으로 인해 지금 기분이 더럽다 못해 최악이었다.
대학 선배이자 자신에게 직장 상사인 이선영의 소개로 결혼을 한 지 겨우 1년이 되었다.
남편인 이세현은 자신과 결혼 전부터 여자관계가 복잡하였다.
그런 세현을 알기에 혜영은 아무리 로열패밀리에 들어가게 되는 기회가 생겼다고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S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을 하고, MIT 경제학 박사학위를 수료한 재원인 혜영은 믿음을 주지 못하는 세현과의 결혼을 고사하였다.
하지만 혜영과 같은 재원을 집안 일원으로 맞는 것은 집안으로서도 이익이기에 망나니 기질이 있는 세현에게 목줄을 묶어 결혼을 시켰다.
하지만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남편은 결혼 후에 아무도 모르게 두 집 살림을 해 왔던 것이다.
그것도 행동반경이 길어지면 들킬 위험이 있으니 자신의 신혼집이 있는 아파트, 같은 동에 층만 다르게 입주를 시켰다.
어찌나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하였던지 그동안 감쪽같이 속아 왔다.
그런데 너무도 우연히 남편이 외도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퇴근을 한 남편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함께 저녁을 하기 위해 장을 보고 들어갔는데, 남편이 집에 없었던 것이다.
이상한 생각에 전화를 해 보니 거래처에 나와서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혜영은 그 순간 남편이 외도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위치 추적을 하였다.
그리고 알게 된 진실은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녀는 남편이 없는 때를 이용해 내연녀의 집에 가 보았다.
그곳에서 본 것은 남편과 내연녀 간의 가족사진이었다.
이미 두 사람 사이엔 아이까지 있었다.
자신과 결혼하기 전부터 깊은 관계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혜정은 너무도 괴로워 아침부터 술을 마셨다.
***
네온사인이 번쩍이며 주변이 현란한 전광판의 향연으로 화려한 거리, 강남의 술집들은 본격적으로 손님 유치로 시끌벅적하였다.
10시를 넘어 11시로 접어드는 시각, 이젠 거리를 걷는 사람들 중 절반이 어디서 술 한 잔 걸쳤는지 비틀거리며 걸었다.
이미 어디서 술을 마셨다고 술집 입구에 서 있는 삐끼들이 그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더욱더 그들을 서로 데려가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술집에서 나온 혜정은 비틀거리며 거리를 방황하였다.
추운 날씨지만 집에 들어가긴 너무도 싫었다.
혹시라도 자신을 그동안 속여 왔던 남편이라도 집에 있다면 어떤 짓을 할지 몰라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다.
“누님! 놀다 가십시오. 원하는 타입의 꽃미남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자신의 팔을 붙잡으며 젊은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이건 뭐지?’
거리에서 술 취한 남자를 붙잡으며 호객 행위를 하는 술집 삐끼들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인 자신을 붙잡는 손길에 혜영은 금방 판단이 서지 않았다.
“꽃미남?”
“예, 누님! 저희 프린스는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꽃미남에서부터 야성미가 물씬 풍기는 짐승남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일단 들어가 보시죠?”
혜영을 붙잡은 사람은 바로 종훈으로 그는 어디서 한잔 걸친 혜영에게서 무언가 느낌을 받아 붙잡았다.
삐끼 생활 8년째에 접어드는 그가 보기에 무슨 고민이 있어 술을 마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누가 붙잡고 술을 권하면 바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술집 삐끼가 자신의 팔을 붙잡자 혜영은 일순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복수를 하는 거야! 어디 남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확인해 보겠어.’
“좋아! 안내해 봐!”
혜영은 눈을 반개하며 자신을 붙잡은 남자에게 말하였다.
자신이 붙잡은 여자가 말을 따르자 종훈은 얼른 그녀를 가게 입구로 이끌었다.
“자, 여기 사진을 보시고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찾아보십시오.”
종훈은 자신 있게 큰 소리로 입구에 걸려 있는 선수들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종훈이 보여 준 판에는 사진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 사진들은 붉게 불이 들어와 있는 사진과 그렇지 않고 파랗게 불이 들어와 있는 사진으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혜영은 종훈이 보여 준 사진을 보다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니 알아서 보내 줘!”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최고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종훈은 마이크에 대고 지시를 하였다.
“손님 들어가신다. 3번 룸으로 안내 드려라! 윤지후! 3번 방으로.”
종훈은 입구에 대기하는 웨이터에게 혜영을 3번 방으로 안내하라는 지시를 하고, 대기실에 쉬고 있는 지후를 호출하였다.
지후는 조금 전까지 손님을 받다가 잠시 쉬러 대기실에 막 들어간 터였다.
“안녕하십니까? 윤지후라고 합니다.”
지후는 3번 방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하였다.
“응, 그래.”
혜영은 모델 포스가 물씬 풍기는 키 크고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오자 눈을 반짝였다.
입구에서 삐끼가 최고를 보내 주겠다고 하더니 말처럼 최고라 느껴졌다.
방으로 들어서는 지후는 이미 어느 정도 술을 마셨는지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런 지후의 모습이 혜정에게는 무언가 끄는 느낌을 받게 하였다.
이미 술이 취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정신을 놓을 정도는 아니기에 술집에 들어올 때 느껴지던 불쾌감은 지후를 보며 조금 희석이 되었다.
“누님! 술은 무엇으로 시킬까요?”
지후는 혜영의 옆에 앉아 어떤 술을 시킬지 물었다.
“그래, 여긴 뭐가 있지?”
혜영은 호스트바를 처음 접하는 것이라 이곳에 어떤 종류의 술이 있고 어떻게 주문을 하는지 알지 못하였다.
혜영은 주로 일반 BAR를 이용하였지 이런 호스트바를 이용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희 프린스에서는 포도주는 물론이고, 축하할 일이 있을 때를 위해 샴페인도 있습니다.”
“오늘 기분도 그런데 독한 건 없어?”
“독한 것 말입니까?”
지후는 혜영이 독한 술을 찾자 잠시 생각을 하다 꼬냑을 권하였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꼬냑은 어떻습니까?”
“꼬냑?”
“예, 포도주를 증류하여 만든 브랜디로 알콜도수는 40% 정도 하는 것입니다.”
“알았어. 그거 시켜!”
지후가 비싼 꼬냑을 권하였지만 혜정은 별 상관 하지 않고 가볍게 시키라 주문을 하였다.
지후는 혜정의 말을 떨어지기 무섭게 벨을 눌러 웨이터에게 술을 주문하였다.
“3번방인데, 술은 헤네시 XO로 넣어 주시고, 안주는 멜론과 스테이크로 주세요.”
지후가 주문하는 것을 지켜보던 혜정은 눈을 반짝였다.
헤네시 XO라면 자신도 들어 본 술 이름이었다.
남편인 세현이 좋아하는 술이다.
가끔 남편과 집에서 술을 할 때면 그에게서 브랜디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독한 브랜디와 잘 어울리는 안주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리고 지금 지후가 시킨 술과 안주로 다시금 남편 생각이 나 기분이 나빠졌다.
잊고 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뭘 새삼스럽게 그래? 이런 거야 다 예상하고 결혼한 것 아닌가? 넌 성공을, 난 안락한 생활을…….”
자신에게 외도 사실을 들키고 내뱉던 남편의 말이었다.
지후는 주문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파트너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이렇지 않았는데,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파트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지후는 그런 파트너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말을 걸었다.
“누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별거 아냐!”
혜정은 조금 쌀쌀맞게 대답을 하였다.
그런 혜정의 태도에 지후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였다.
“혹시 제가 너무 비싼 술을 마음대로 시켜 그런 것이라면 바로 취소하겠습니다.”
사과하는 모습에 혜정은 아무 소리 없이 그냥 지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혜정이 보기에 아직 어려 보이는 지후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이상한 반감이 들었다.
‘어린놈이 벌써 이런 일이나 하려 하다니, 오늘 내 단단히 버릇을 고쳐 주겠어!’
혜정은 이상한 논리로 지후를 그저 뉴스에 나오는 여자나 밝히고 돈이나 착취하려는 제비로 매도하며 지후의 버릇을 고쳐 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조용한 가운데 웨이터가 들어와 술과 안주를 세팅하고 나갈 때까지 혜정은 아무 소리 없이 지후만 지켜보았다.
그런 혜정의 모습에 술 때문은 아닌 것 같자 지후는 눈앞의 파트너에 대하여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풀었다.
이곳에서는 어떤 손님이 오건 손님이 왕이었다.
자신과 같은 선수는 이들을 최고로 잘 접대를 해야 하는 노예와 같은 존재다.
“일단 제가 사과의 의미로 한 잔 따르겠습니다.”
지후는 말을 하며 얼른 혜영의 앞에 있는 잔에 술을 따랐다.
혜영은 그런 지후의 모습을 지켜보다 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40도나 되는 헤네시가 목을 짜르르 울리며 넘어갔다.
남편과 먹을 때보다 더 쓴맛을 내었다.
아마도 자신의 기분이 그때와 다르게 아주 쓰기 때문일 것이다.
술기운 때문에 인상을 구기는 혜영을 보며 지후는 얼른 멜론을 포크로 찍어 입 앞에 가져다 대었다.
“누님, 여기.”
안주를 먹으며 혜영은 아무런 말 없었다.
지후도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술을 따르고 안주를 나르며 자신도 마셨다.
말없이 마시다 보니 술은 금방 빈병이 되었다.
술병이 비면 새로 시키면서 계속 마시다 혜영이 갑자기 돌변하기 시작하였다.
“야! 너 춤춰 봐!”
갑자기 술을 마시다 말고 자신에게 지시를 하는 파트너의 말에 지후는 멍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지후의 모습에 혜영은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는지 백에서 지갑을 꺼냈다.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면 이 돈 가져!”
어디서 본 것이 있는지 혜영은 테이블에 돈을 올리며 지후를 쳐다보았다.
혜영이 술김에 꺼내 놓은 돈은 100만 원짜리 수표였다.
9. 은밀한 유혹(1)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을 추라는 혜영의 말에 지후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어서 혜영이 테이블 위에 수표를 꺼내 놓았다.
잠시 수표를 노려보던 지후는 테이블 위 술병과 안주를 한쪽으로 밀고 올라갔다.
음악은 없지만 지후는 풍류도를 익히며 체득한 박자를 기억하며 춤을 추었다.
혜영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분위기가 흘러가자 조금 인상을 썼다.
비록 자신이 돈을 꺼내며 시키기는 하였지만 지후가 정말로 할진 몰랐다.
‘남자가 자존심도 없나! 어디 그럼 네가 어디까지 하는지 보겠어.’
혜영도 이젠 지후가 얼마나 망가지는지 보기 위해 궁리를 하였다.
“음악이 없으니 밋밋하네, 밴드도 오라 그래!”
혜영은 지후의 춤만 보기엔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말을 하며 밴드를 부르기를 원했다.
하지만 혜영의 진정한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혜영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지후가 자신이 요구한 대로 따를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호스트가 자신의 요구대로 따르면 따르는 대로 자신의 남편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것이다.
또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그것은 그것대로 손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종업원에 대한 트집을 잡아 한바탕 소란을 부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자신에겐 손해가 없었다.
돈이라면 자신이나 남편의 집안에서 주는 생활비에서 충당하면 되는 것이다.
대 삼영가의 일원으로 있기에 혜영에게도 품위 유지를 위해 나오는 돈이 꽤 되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돈을 모두 모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이혼까지도 생각을 하고 있는 혜영이기에 이번 기회에 자신이 그동안 해 보지 못한 것을 해 볼 생각이다.
혜영이 요구한 대로 지후는 테이블에서 내려와 밴드를 불렀다.
그리고 밴드가 들어와 연주를 시작하자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그런 지후의 모습에 혜영은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하였다.
남편을 비롯해 눈앞의 호스트까지 자신의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이 때문인지 혜영은 조금 전 올려놓은 수표 위에 한 장을 더 꺼내 놓고 지후에게 지시를 내렸다.
“분위기 좀 띄우게 옷을 하나씩 벗어 봐! 그럼 이 돈은 네 거야!”
스트립쇼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혜영의 말에 지후는 춤을 추던 것을 멈췄다.
테이블 위에서 오늘 자신의 파트너가 된 혜영을 내려다보던 지후는 그녀가 뭔가 남자에게 맺힌 것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사실 프린스와 같은 호스트바에 처음 온 여성들은 결코 저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빼면서 자신이 요조숙녀인 양 행동을 한다. 하지만 오늘의 파트너는 그러지 않았다.
분명 들어오면서 술을 시키는 것이나 행동들이 이런 곳엔 처음 오는 초짜 같은 행동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3류 퇴폐업소를 방문한 아저씨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이다.